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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혹부리 영감

노령의 닥스훈트가 목 주변에 커다란 혹을 달고 병원문을 들어섰다. 동화 속 혹부리 영감 같은 모습이었다. 몇 년 전 작은 혹으로 시작한 것이 갑자기 확 커졌다고 한다. 세침흡인검사(FNA, fine needle aspiration)를 해보니 지방세포가 주로 관찰됐다. 흔히 말하는 지방종(Lipoma)의 가능성이 컸다. 커다란 혹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기까지 한단다. 혹의 무게 때문에 거동도 불편해서 가능한 한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수술로 제거하면서 샘플을 채취, 실험실에 조직검사를 보냈는데 예상대로 지방종이었다.
 
지방종은 개의 경우 꽤 흔히 관찰되는 양성종양이다. 고양이는 발병하는 빈도가 낮다. ‘단순 지방종(Simple Lipoma)’은 피하 지방층에 있는 지방세포들이 뭉쳐서 생긴 것으로, 천천히 성장하고 거의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보통 몸통과 다리, 복부와 가슴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만지면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느낌이 난다. 주변 조직에 밀착되어 있을 경우 약간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단순 지방종은 수술로 제거했을 때 피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표면이 매끄럽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팔, 다리, 얼굴 등에 지방종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개도 나이가 들수록 작은 지방종은 흔하게 발견된다. 작은 지방종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긁거나 해서 2차 감염을 유발하지 않는 한 그대로 두는 편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닥스훈트처럼 과도한 무게를 유발할 정도로 커진다면 수술로 제거해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종양이 자라는 속도는 늦지만 신체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게 자란다면 수술로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침윤성 지방종(Infiltrative lipoma)’은 근육 등의 주변 조직으로 침습해 들어간다. 암처럼 전이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잘 제거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수술로 가능한 많은 부위를 절제해도 재발하는 경향이 많다. 겨드랑이·사타구니·다리 등에 많이 발생한다. 다리에 침윤성 지방종이 발생한다면 근육까지 침입해 들어간 경우 분리가 쉽지 않아서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근육까지 침투한 지방종은 통증을 유발하고 관련된 부위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가슴 쪽에 발생한 침윤성 지방종은 호흡을 불편하게 하고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혈관성 지방종(Myelolip-oma)’은 아주 드물지만 지방세포와 조혈모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간·비장·부신 등에서 발견된다. 만일 비장에 지방종이 발생했을 경우 비장 캡슐을 파열시켜서 내부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응급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비장 지방종 등은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비장 증식성 병변(Splenic nodular hyperplasia)’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기도 하고 복부팽배·구토·빈혈·체중감소 등을 동반한다. 비장종괴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발견될 때가 많다.  
 


특히 잘 발생하는 견종으로는 미니어처 슈나우저·닥스훈트·코커스패니얼·래브라도 리트리버·비글·도베르만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견종의 노령 견에서 발생하기 쉽다. 작은 지방종은 기타 피부의 종괴들과 구별이 쉽지 않다. 다리 등에 잘 발생하는 비만 세포종이나 얼굴에서 흔히 발견되는 조직구종, 형질세포종 등은 외견상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샘플을 채취해서 세침흡입검사나 병리조직검사를 해야 진단을 정확하게 내릴 수 있다. 양성처럼 보이는 지방종일지라도 악성 지방종인 지방육종(Liposarcoma)으로 판명하는 경우도 있으니 혹이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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