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중앙칼럼] 한국식 정년 규정 큰 코 다친다

한국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발 뉴스를 접하면 정년 연장은 고령화 사회를 반영하는 시대적 과제처럼 떠올랐다. 특히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대구시가 공무직의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키로 노사 합의하자 정년 연장 논의가 주요 뉴스가 됐다.   한국은 법정 정년이 60세로 규정돼 있다. 사업장에서 노동자 임의 해고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정규직의 정년을 60세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반면 60세가 넘으면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퇴직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인다.     한국의 정년 연장 논의는 세대 간 갈등 양상도 보인다. 중장년층은 더 일할 수 있다며 정년 연장을 희망한다. 중장년층에게 '65세 정년'은 먹고살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반면 청년층은 질 낮은 일자리 증가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에 거부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8일 기준 한국의 청년층(15~29세) 취업포기자는 46만 명으로 전년보다 9만4000명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청년층은 중장년층이 차세대를 위해 일자리 양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한국의 법정 정년 규정은 미국의 한인 경제권에도 후유증을 낳고 있다. '정년'에 익숙한 한국 지상사나 한인 기업들이 연령 차별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 노동법에 따르면 한국의 법정 정년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연방 공정고용기회위원회(EEOC) 등 연방과 각 주의 노동법 담당 정부기관이 당장 단속에 나설 사안이다. 법정 정년을 60세로 규정해 퇴직을 일반화하는 제도 자체가 '연령차별(Age Discrimination)'로 손가락질 받을 일이다.     이렇게 분명한 차이를 한국식으로 생각했다가 연령차별에 따른 부당해고로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법원은 고용주 측의 연령차별 행위가 불법적이고 공공방침에 어긋났다며 거액의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까지 부과한다.     주찬호 노동법 변호사는 "지상사가 한국 본사에 미국의 연령차별 금지법을 보고해도 본사에선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심지어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나이를 이유로 해고를 지시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소위 '로마법'을 따르지 않았다가 큰 코 다치는 셈이다.   한국의 기업과 노동자는 '미국은 해고가 자유롭다'며 부러움 반 두려움 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고용주 측의 해고는 자유롭지만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온전히 져야 한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또한 연령 성별 장애 인종 종교 임신 등을 문제 삼아 해고할 경우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배상까지 각오해야 한다.   최근 한국 지상사와 한인 기업의 연령차별 실태를 취재하면서 너무나도 노골적인 행태에 놀랐다. 원고 측이 제기한 소장에는 '나이가 많아 보인다 왜 은퇴하지 않나 젊은 사람이 낫다. 회사를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 등 언어폭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원은 거액의 합의금 지급과 별도로 1967년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 AEDA)' 준수를 강조했다. 고용주 등이 40세 이상 직원을 대할 때 연령을 이유로 차별대우나 해고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월드트레이드센터 LA(WTCLA)와 LA 카운티 경제개발공사(LAED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캘리포니아주 소재 한국 지상사는 총 432개사 고용직원은 약 2만3000명에 달한다. 그만큼 연령차별 소송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 지상사와 한인 기업 모두 연령차별 금지법을 허투루 볼 때가 아니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한국식 정년 정년 연장 법정 정년 연령차별 금지법

2024-10-29

“젊은 사람이 더 낫다”…연령차별 한인 이겼다

동료들의 노골적인 연령차별 언사를 듣고 회사에 개선책을 요구했다가 해고된 한인 여성이 2년간의 법적 싸움을 벌인 끝에 이겼다.〈관계기사 4면〉   관련기사 연령차별 없는 수평적 문화 구축해야 박순이(가명·60·여)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Wrongful Termination)’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박씨가 다니던 회사는 지난 6월 박씨의 불법 해고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합의금을 지급했다.   박씨는 지난 2022년 6월 사이프리스 소재 건강보조식품 한인 유통업체 N사가 연령차별을 문제 삼자 본인을 해고했다며 오렌지카운티 수피리어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소장에서 회사와 고용주 신모씨가 회의시간에 동료 이모씨 등이 본인에게 “나이가 많아 보인다”, “왜 은퇴하지 않나”, “회사를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연령차별적인 말을 했지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씨는 총무국 책임자인 박씨가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할 때 “젊은 사람이 더 낫다”, “고용주는 나이 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을 채용하지 말라”는 등 노골적으로 연령차별 단어를 써가며 박씨를 암묵적으로 모욕하고 업무도 방해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고용주 신씨 등에게 이에 대한 개선조치를 요구했지만, 되레 고용주 신씨는 박씨를 해고했다고 소장에 명시했다.   연방 공정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따르면 정부는 1967년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 AEDA)’에 따라 직장에서 고용주 등이 40세 이상 직원을 대할 때 연령을 이유로 차별대우나 해고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회사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놀리거나 모욕주는 행위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한인회사는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연령 차별행태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회사들은 주로 한국의 ‘정년퇴직 문화’를 이유로 들어 나이 많은 직원을 압박하고 있다.     N사와 고용주를 소송한 박씨도 총무국 매니저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국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쫓겨난 사례다.     주찬호 변호사는 “대부분 회사가 나이 많은 직원을 압박할 때 나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일부 한인회사는 ‘업무성과가 안 좋다, 일을 너무 느리게 한다’ 등 나이를 적용할 수 있는 멘트를 계속한다. 해당 직원은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코너로 몰아 쫓아내려고 하는구나’라고 느껴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주 변호사는 이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직원이 해고사유를 납득하지 못하면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나이를 차별해 쫓아냈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회사를 상대로 합당한 배상을 받고 싶어 소송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8 인트로 연령차별 한인 일부 한인회사 연령차별 언어

2024-10-14

연령차별 없는 수평적 문화 구축해야

LA소재 한인 중견회사를 20년 넘게 다닌 김희숙(가명·60대)씨도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은 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쫓겨난 것 같다”며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김씨의 변호인은 부당해고 배상 민사소송과 별도로 오버타임 미지급 등 집단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김씨가 다녔던 회사는 소송 3년여 만에 전·현직 직원에게 총 100만 달러가 넘는 배상액을 합의금으로 지급했다.   ◆문화적 관습이 문제 키워   한인회사들의 ‘나이’를 문제 삼는 문화적 관습은 주로 한국에 본사(Head Quarter)를 둔 지사 또는 상사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의 정년퇴직법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본사 지시에 따라 일부 지사 또는 상사들은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나이를 이유로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는 법에 따라 직장인은 60세까지 일할 수 있으며, 60세가 넘으면 대부분 퇴직해야 한다.   주 변호사는 “한국 본사에서 미국의 연령차별 금지법을 외면할 때가 굉장히 많다. 그러다 보니 해고한 전 직장인이 노동법 위반으로 제기하는 소송에 휘말린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특히 한인회사 내 ▶직급에 따른 경직된 상하관계 ▶법적 근거 없는 선후배 문화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연방 노동법을 위반하는 직장문화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나이’를 강조하는 한인 직원 간 갈등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성장한 영어권 직원은 동료를 평등하게 인식하고 대하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한 직원은 반말을 사용하거나 인사 등을 강요하다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잡코리아USA 브랜든 이 대표는 “한인회사에서 젊은 직원을 채용해도 MZ세대는 자신들의 가치와 맞지 않으면 곧바로 일을 그만두곤 한다”면서 “젊은 한인 직원을 다루기 어려워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일부는 한국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층 경력자를 선호할 정도”라고 전했다.   ◆나이 벗어난 수평문화 중요   한인 법조계는 연령차별 금지법 등 노동법 준수와 수평적 직장문화 자리매김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원 변호사는 “고용주 상당수가 40세 이상 직원을 나이 때문에 차별하거나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면서 “나이, 임신, 장애, 인종, 종교 등을 문제삼아 직원을 해고하면 안 된다. 특히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한 직원은 사측의 행위가 불법적이고 공공방침에 어긋났다며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령/나이 차별로 해고된 직장인은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수잔 정 정신과전문의는 “직장인이 나이 차별을 받고 해고되면 경제적 어려움 등 실존하는 데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 “특히 ‘회사나 사회가 (나이 든)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충격을 받는다. 한인 남성의 경우 일이 곧 본인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정체성’일 때가 많다. 무기력·불면증·자존감 저하 등 우울증을 겪고 신체 건강마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중앙대 사회학과 김기연·이민아 박사의 ‘한인 시니어 연령차별과 자살(Age Discrimination and Suicidal Ideation Among Korean Older Adults)’ 논문에 따르면 연령차별을 경험한 시니어는 자살 생각을 2.3배나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차별 없는 80대 현역도   반면 연령을 제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미국의 문화로 70~80대가 됐어도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한인 시니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을 계속할수록 ‘자아실현과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LA평통 회장을 역임한 서영석(82) 마취과 전문의도 여전히 현역 의사다. 그가 15년째 근무하는 LA한인타운 세인트 빈센트 안과 수술센터는 아예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서 전문의를 대체할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서다.     서 전문의는 “이 나이에도 어딘가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은퇴 나이가 지났지만 병원 직원들이 능력을 인정해 주니 고맙다. 손이 떨리기 전까지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잔 정(79) 정신과 전문의도 유튜브 정신건강 채널을 운영하고, 각종 상담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정 전문의는 “젊었을 때는 돈을 벌고 살아남기 위해 일을 했다면 지금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행복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65세 전후 은퇴했다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보인다. 특히 한인 남성 시니어들 사이에서는 경비원과 우버 드라이버가 인기다. 이들은 연금을 넉넉하게 받아도 일하지 않는 일상은 견디기 힘들다고 전했다. 시니어에게 직업은 우울증 극복 방법인 셈이다.   데이비드 안(71)씨는LA한인타운 오피스빌딩 경비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안씨는  “은퇴 후 10년을 놀았지만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경비원 시험을 봤다. 시니어 경비원을 찾는 곳도 생각보다 많다. 일상이 무료하고 지겹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힐링캘리포니아 연령차별 금지법 부당해고 소송 한인 직원

2024-10-14

뉴욕시 세대갈등·연령차별 심각

전세계적으로 세대갈등과 연령차별(Ageism)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시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데, 시니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 인식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뉴욕시 보건국이 조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연령차별은 심각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특히 65세 이상 시니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젊은 층들이 많았다. 시 보건국이 65세 미만 그룹과 65세 이상 그룹 두 개로 나눠 같은 질문을 던진 결과, 65세 미만 그룹의 26%가 ‘시니어들은 쉽게 건강이 나빠질 수 있는데다, 허약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29%는 ‘이미 사회에 진 빚을 상당수 갚은 만큼, 시니어들이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다소 긍정적 이유이지만 이 역시 연령차별이라고 시 보건국은 해석했다. 또 젊은 그룹에서는 ▶시니어들이 매우 쉽게 화를 내며(31%) ▶업무 문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고(24%) ▶경제와 헬스케어 시스템에 구멍을 낸다(19%)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시니어들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건강 때문에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3%밖에 되지 않았고, 사회에 빚을 다 갚았기 때문에 일하지 않아야 한다는 비율은 7%였다. 화를 쉽게 낸다는 응답자는 7%, 업무 문제를 과장한다고 생각한 비율은 3%였다.     인종별로는 아시아태평양계(AAPI) 그룹의 연령차별이 가장 강했고, 히스패닉, 흑인, 백인 순으로 연령차별 정도가 강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교육 수준이 낮고 빈곤율이 높을수록 연령차별이 심했다.     시 보건국은 팬데믹 이후 세대갈등과 연령차별이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살기가 팍팍해지며 젊은 층은 시니어들이 빨리 은퇴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 탓에 시니어들도 쉽게 은퇴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현재 뉴욕시민 총 865만명 중 60세 이상은 173만명으로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2040년에는 60세 이상이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 보건국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퇴치해야 한다”며 시니어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연령차별을 없애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세대갈등 연령차별 연령차별 심각 뉴욕시 세대갈등 연령차별 정도

2023-07-05

[삶의 뜨락에서] 노년의 아름다움

수십 년 동안 TV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리사라플람메(Lisa LaFlamme)는 머리 염색을 중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고당했다고 하는 기사가 지난 18일 토요일자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었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성차별, 연령차별, 백발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든 직업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얼마나 사회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스트이자 사회 심리학자인 베티프리단은 ‘The Fountain Of Age’라는 그의 책에서 미국 사회의 노인에 대한 차별을 다루고 있다. ‘노인’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느낌은 외로움, 불쌍함, 허약함, 무기력함, 의존적임, 무능함, 매력 없음 등등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노년에 대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이러한 고정적인 믿음을 ‘엘더리미스틱(Elderly Mystique)’이라 한다. 엘더리미스틱은 여성 미스틱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영역과 역할 안에서 무수히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포기한 채, 억눌리고 찌그러진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고령화 현상을 무기력화 또는 퇴화 과정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자존심과 개성을 무시하고 단지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된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70대, 80대, 90대, 아니 몇살이 되든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고 매력 없는 것일까? 특히 많은 여성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콜라젠을 맞고, 필러를 넣고, 주름살을 지우는 등의 간단한 수술은 대부분이 다 한 번씩은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성형수술을 수차례 받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다. ‘자연과 식물 세계에서 부패의 징후를 보이는 모든 채소 또는 너무 익은 과일은 버린다. 그러나 늙어가는 인간을 버림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자각과 의식이다’라고 다윈은 말한다.   40대 초반의 어느 추운 겨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동안 눈이 침침해지는 것 같고 무엇이 끼인 듯 답답하여 안과의사를 찾아갔다. 몇 가지 검사를 끝낸 후 ‘노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쪽 눈 모두 1.5의 완전한 시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느닷없이 ‘노안’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린 듯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 조그마한 사건은 내 가까이에 와 있는 늙음과 아직도 젊음에 집착하고 있는 나와의 사이에 일어난 충돌이다.     만일 영원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는 사람들이 다 떠난 후의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할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토노스는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의 사랑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못하고 늙어가면서 매미가 되어버렸다고 하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노년은 하나씩 하나씩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 삶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더해가는 시기이다. 시인인 윌리암 엘러리채닝은 루시 에이킨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에서 “나는 한쪽 귀를 잃었지만 지금처럼 감미로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부족하면서 더 부유한 사랑을 느끼는 시기, 이것은 노년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닐까?     아름다운 노년! 그것은 불가사의한 삶의 신비 앞에서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무덤덤하게 살아가면서 내 안에 길이 남을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노년 성차별 연령차별 토요일자 뉴욕타임스 의존적임 무능함

2023-02-2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