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하재단은 10살 먹은 새로운 딸”
“2014년에 딸을 잃은 뒤 시작한 에스더하재단이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10살 먹은 새로운 딸을 그동안 잘 길러낸 것은, 많은 한인과 기부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하용화 솔로몬보험그룹 회장이 지난 10년간 한인 커뮤니티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한 소회를 밝히고, 앞으로도 한인사회가 좀 더 정신질환 문제를 편히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퀸즈 베이사이드 솔로몬보험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하 회장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던 딸을 잃은 후 황망함을 딛고, 당시 모인 10만 달러를 의미 있게 쓰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며 “재단을 통해 도움을 주면서 지난 10년간 저도 큰 치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재단이 만들어질 당시, 한인들만을 위해 한국어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당시 물가 기준으로 정신과 의사를 만나려면 1시간에 500달러가 들었다. 하 회장은 “이민생활에 짓눌린 한인들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도 ‘조금만 참자’, ‘정신과는 사치’ 등의 생각을 하며 병을 키우는 것을 꼭 막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재단의 모든 프로그램이 100% 무료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헬프라인 ▶성인·청소년이 이틀간 고민을 나누는 힐링캠프 ▶정신건강 응급처치 코스 ▶부모·청소년 서포트그룹 ▶정신건강 세미나 등이 재단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하 회장이 재단 운영을 통해 가장 이루고 싶은 부분은, 한인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인식’(Awareness)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0명이 등록한 행사에 정작 20명만 왔을 때, 재단 한계상 전문의와 협업이 어려웠을 때, 정신질환자의 협박성 전화를 받을 때 등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하 회장은 “에스더하재단 덕분에 살았다, 이 한마디만 들으면 모든 게 치유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에스더하재단을 거쳐 간 이들은 약 2만명. 5년간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자녀 때문에 힘든 마음을 토로하러 온 부모, 연봉 50만 달러를 벌던 아이가 우울증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자 찾아온 어머니, 아이비리그 졸업식을 일주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가족 등 많은 한인의 이야기가 재단에 남았다. 하 회장은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분들이 호소하러 왔다가 본인의 행동을 바꾸고 가족까지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떻게 보면 다들 본인이 살기 위해 재단을 찾아온 셈이다. 마치 제가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0주년 갈라에서 모인 기금은 총 33만 달러다. 하 회장은 향후 10년간은 기부자를 다양화하고, 재단을 더 키워 단독 건물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501(c)(3) 등록이 돼 있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정부 지원을 끌어낼 계획이라고도 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에스더 재단 에스더하재단 덕분 재단 한계상 재단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