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하재단은 10살 먹은 새로운 딸”
하용화 솔로몬보험그룹 회장, 에스더하재단 10주년 소회
한인 정신건강프로그램 접근성 높이려 10년간 무료 운영
“향후 10년은 정부지원·기부자 확대, 단독건물 마련 초점”
하용화 솔로몬보험그룹 회장이 지난 10년간 한인 커뮤니티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한 소회를 밝히고, 앞으로도 한인사회가 좀 더 정신질환 문제를 편히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퀸즈 베이사이드 솔로몬보험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하 회장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던 딸을 잃은 후 황망함을 딛고, 당시 모인 10만 달러를 의미 있게 쓰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며 “재단을 통해 도움을 주면서 지난 10년간 저도 큰 치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재단이 만들어질 당시, 한인들만을 위해 한국어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당시 물가 기준으로 정신과 의사를 만나려면 1시간에 500달러가 들었다. 하 회장은 “이민생활에 짓눌린 한인들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도 ‘조금만 참자’, ‘정신과는 사치’ 등의 생각을 하며 병을 키우는 것을 꼭 막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재단의 모든 프로그램이 100% 무료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헬프라인 ▶성인·청소년이 이틀간 고민을 나누는 힐링캠프 ▶정신건강 응급처치 코스 ▶부모·청소년 서포트그룹 ▶정신건강 세미나 등이 재단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하 회장이 재단 운영을 통해 가장 이루고 싶은 부분은, 한인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인식’(Awareness)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0명이 등록한 행사에 정작 20명만 왔을 때, 재단 한계상 전문의와 협업이 어려웠을 때, 정신질환자의 협박성 전화를 받을 때 등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하 회장은 “에스더하재단 덕분에 살았다, 이 한마디만 들으면 모든 게 치유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에스더하재단을 거쳐 간 이들은 약 2만명. 5년간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자녀 때문에 힘든 마음을 토로하러 온 부모, 연봉 50만 달러를 벌던 아이가 우울증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자 찾아온 어머니, 아이비리그 졸업식을 일주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가족 등 많은 한인의 이야기가 재단에 남았다.
하 회장은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분들이 호소하러 왔다가 본인의 행동을 바꾸고 가족까지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떻게 보면 다들 본인이 살기 위해 재단을 찾아온 셈이다. 마치 제가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0주년 갈라에서 모인 기금은 총 33만 달러다. 하 회장은 향후 10년간은 기부자를 다양화하고, 재단을 더 키워 단독 건물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501(c)(3) 등록이 돼 있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정부 지원을 끌어낼 계획이라고도 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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