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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머신러닝이 이해한 뉴욕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뮤지엄 오브 모던아트 로비에 일 층부터 이층에 걸친 커다란 벽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었다. 이 특별전은 2022년 11월 19일 시작하여 올해 5월 말까지 계속된다. 로비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스크린의 크기가 관객의 관심을 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보통 작품 옆에 붙어있는 벽면 텍스트는 저 멀리 54가 쪽 출입구 벽에 붙어있다. 건너편 보조화면에서 작품의 이름이 ‘Unsupervised(감독 되지 않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작정 앉아서 보고 있노라면 대강 세 개의 시퀀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도 같은 물결이 시시각각 다른 색깔로 펼쳐지는 것이 하나이고 그다음은 드로잉 같은 이미지들이 줄지어 나오다가 마지막으로 컴퓨터 조정화면처럼 인공지능의 현재 상황을 모니터할 수 있는 그래프와 표 등이 나온다.     사람들은 무작정 비디오 아트처럼 쳐다본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공지능이 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 소장자료를 ‘학습’하여 깨우친 배움의 내용을 시각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무려 14만장에 달하는 자료를 학습하였다. 정확한 숫자는 138, 151이다.     한편 비슷한 이미지가 펼쳐지지만 오늘 보는 이미지는 어제 본 화면의 흐름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것은 전시 장소에 특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비슷한 전개과정의 화면이 색채와 조형적 요소에서 시시각각으로 매일매일 어제와 혹은 한 달 전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인공지능에 빛의 밝기, 바람의 세기 등과 같은 날씨 조건, 관람객의 움직임, 주변의 생활 소음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연결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오늘의 삶의 흐름이 한 달 전의 일상적인 하루와 똑같지 않은 환경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인공지능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경 조건과 외부 조건에 반응하여 ‘배움의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시퀀스와 시간 한계가 정해진 채로 무한 반복되는 비디오 아트와 다른 점이다.     ‘Unsupervised’는 터키 출신의 현대미술작가 레픽아나돌(Refik Anadol)의 창작이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경험하는 맥락이 소비자 민원을 해결하는 응답 소프트웨어 등에 국한되어 지극히 기계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의 흐름을 적용하였다. 많은 조건과 가상 시나리오 등에 국한된 활동 혹은 사고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머신러닝 응용 프로그램과 달리 이번 설치 작업에서는 최소한의 매개변수를 적용하여 인공지능이 ‘감독 되지 않은’ 환경에서보다 적응력을 가지고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꿈을 꾸는 인간의 두뇌처럼 ‘상상’ 같은 작용을 하도록 최대한 간섭을 아니 감독을 배제한 것이다. 따라서 부제는 기계의 환각(Machine Hallucination)이다.     StyleGAN2 라고 부르는 프로세스 소프트웨어는 NVIDIA 회사의 연구자들이 만든 것이다. 이 프로세스에 적응형 판별자 증강 adaptive discriminator augmentation(ADA)이라는 훈련용 기법을 적용하여 적은 데이터로 학습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아나돌 작가의 스튜디오가 맞춤형으로 따로 제작한 Latent Space Browser를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학습된 GAN의 잠재공간(Latent Space)에서 생산된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GAN은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라고 풀어쓰는데 한국어로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라고 번역한다. 비지도 학습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서 2014년 이언굿펠로우(Ian Goodfellow)라는 컴퓨터공학자가 몬트리올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에 발표한 것이다.     원래 머신러닝에서 입력데이터(input data)와 출력데이터(output data)를 연결하는 사고의 구조인 잠재공간(Latent Space)의 작용이 3차원 구체의 모양으로 보조화면에 나타난다. 대형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이렇게 사고과정을 거쳐서 학습한 내용이 시각화하여 표현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레픽아나돌의 작품이 현대미술관 로비에 전시되었다는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각적 표현물이 현대미술의 범주에 속한다는 개념적 태도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전에 해외뉴스토픽 등에 나오는 ‘신기하지만 이상한’ 인공지능 미술작품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람객들이 십 분이 넘도록 화면의 진행을 지켜보도록 시각적 매력을 선사한다는 것도 나름 긍정적이다. 배경음악은 아나돌과 협업하는 작곡자의 사운드 작품이다. 또한 2층에 큐알 코드를 입력하면 아나돌 작품의 NFT를 블록체인 화폐 지갑에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아트 앤 테크놀로지 뉴욕현대미술관 머신러닝 아카이브 소장자료 머신러닝 응용 건너편 보조화면

2023-01-27

육영신 씨 리서치 펠로우 선정

비영리 한인 미술인 지원 단체 알재단(AHL Foundation.대표 이숙녀)이 올 해의 알-그레이스 채러티재단 리서치 펠로우쉽 (AHL - Grace Charity Foundation Research Fellowship) 수상자로 육영신(사진) 씨를 선정했다.     2015년부터 알재단과 그레이스 채리티 파운데이션(Grace Charity Foundation)은 매년 미주 한인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연구 및 아카이빙 할 수 있는 펠로우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육 씨는 서울대에서 ‘백남준의 독일시기(1959-1963) 퍼포먼스와 전쟁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시건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등에 글을 기고했고,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텍사스 댈러스미술관의 학예팀에서 인턴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미시건대 미술관에서 아시아관 담당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전후 한국미술사 및 이론을 연구하고 있다.   한편, 매년 리서치 펠로우가 참여하게 될 연구 프로젝트인 ‘재미 한인 미술가 아카이브(AKAA : Archive of Korean Artists in America)’는 2013년, 미주 한국계 미술 작가들에 대한 자료를 한 곳에 모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시작됐다.     AKAA는 한인 문화 예술 유산을 보존하고, 한인 작가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미술사 연구자 간 활발한 학문적 교류를 위한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으로 육 씨는 오는 9월부터 알재단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작가 인터뷰 및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 수집과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알재단 육영신 알-그레이스 채러티 재단 그레이스 채리티 파운데이션 재미 한인 미술가 아카이브

2022-08-21

[J네트워크] 카네기홀 첫 공연 누가 했을까

 뉴욕 카네기홀 첫 공연에서 미국인만 연주했을까. 아니다. 주인공은 러시아의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였다.   1891년 5월 5일 화요일 오후 8시 당시 ‘뉴뮤직홀’이었던 카네기홀이 문을 열었다. 이날 무대의 주요 지휘자는 당시 51세이던 차이콥스키. 난생 처음 미국을 방문해 자신의 ‘대관식 행진곡’을 지휘했다. 나흘 후엔 그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지휘하면서 미국 대표적 공연장의 오프닝과 함께했다.   차이콥스키는 예민하고 내성적이었다. 뉴욕에서 느낀 첫 감정은 향수. “내 바람은 딱 하나다. 집으로! 집으로! 집으로!” 이런 일기를 쓴 그에게도 새로운 문명은 매혹적이었다. “어디를 가든 유럽에 비하면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으리으리한 이 공연장에는 수백만 달러가 들어갔는데 음악 애호가들이 냈다고 한다. 우리 고향엔 이런 것들이 없다.”   미국도 차이콥스키를 열렬히 반겼다. 미국 교향악단들은 차이콥스키 작품을 이미 열심히 연주하고 있었고, 뉴요커들은 어디에서든 그를 알아보고 열광했다. 카네기홀 아카이브가 정리한 당시 신문 리뷰를 보면 “남의 것을 흉내 내지 않고도 강력한 예술을 한다. 젊은 러시아의 완벽한 본보기”라 평하고 있다.   차이콥스키는 가장 러시아적인 작곡가였다. 고유의 전통을 고민한 그의 음악에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탈피한 러시아 자체가 들어있다. 따라서 미국과 그의 첫 만남은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는 일이었다.     차이콥스키는 카네기홀 설립자 앤드루 카네기를 만나 “전보를 배달하던 소년이 미국 최고 부자가 됐다”며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인상을 기록하고, 나이아가라 폭포에 방문하고, 필라델피아·볼티모어에서 연주하며 한 달을 보냈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언급한 ‘카네기홀의 차이콥스키’가 바로 이 스토리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한 공연 전에 기자 간담회를 열어 “차이콥스키의 카네기홀 공연과 같은 일을 희망한다”고 했다. 다음 날 공연에서 21세기의 한국 청중도 다른 문화를 만났다. 팬데믹으로 한동안 없던 외국 오케스트라의 음악이었기에 생경함은 강렬했다.   지난달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그리고 게르기예프가 한국에 다녀갔다. 팬데믹 중 짧게 열렸던 문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섞였다. 해외 음악가들이 더 뛰어나거나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그들의 무대가 필요하다.   이달 3일부터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열흘이 됐고, 연말 예정됐던 내한 공연이 취소되고 있다. ‘카네기홀의 차이콥스키’가 언제 다시 가능할까. 지난달 내한 공연들이 1891년만큼이나 아득히 멀다. 김호정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카네기홀 공연 카네기홀 공연 뉴욕 카네기홀 카네기홀 아카이브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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