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고] 준비 안된 이별의 빈자리

누나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12월치고는 따뜻했지만, 잔뜩 흐렸다.     허겁지겁 먼길을 달려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한 병원 신경과학 중환자실에서 만난 누나는 혼수상태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여러 개의 주사를 맞고 있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누나는 기계에 의지하여 숨을 이어갈 뿐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수많은 기계가 시시각각 그의 상태를 점검하는 중에 산소와 알지 못할 약물들이 희망을 희석하더니 끝내 누나는 깨어나지 못했다.   하루를 지나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매형과 가족들이 모여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동의했다. 산소호흡기가 제거된 후 14분이 지나자, 누나의 상태를 보여주던 모든 그래프가 수평선으로 바뀌었다. 조금씩 낮아지며 애태우던 숫자들이 파르르 떨며 꺼지더니 병실로 어둠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슬픔보다 더 큰 이별의 무게가 우리를 누르고 있었다. 누나는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날까지 친지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보냈다. 워싱턴에 사는 아들은 고모가 병원에서 숨을 거둘 때 임종하고, 장례식 전에 집에 다녀온다고 갔다가 고모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집에서 받았다며 또 통곡했다.   나보다 세 살 위의 누나는 사십여 년 전에 미국에 이민왔다. 그리고 부모님을 초청하고, 우리 형제가 다 미국에 자리를 잡는데 넉넉한 뒷배가 되어주었다. 신앙심이 깊어 이민 초기에 아버지를 도와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고, 찬양을 좋아하고 잘해서, 집이나 교회에서 찬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회 성도와 이웃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서 인근에 누나의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누나가 출석하던 교회는 매년 아이티 후원 헌금을 한다. 지난해 가을, 올해에는 예년보다 많은 헌금이 되었다며 누나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아이티 고아들을 사랑하시는 증거라고 했다.     우리는 새해 1월에 누나의 교회를 방문하기로 약속했었는데, 누나는 성탄절을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교회 회중 앞에 차갑게 누운 것이다.     장례 예배는 조문객들이 큰 예배당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다. 모두 너무 놀라며 한결같이 슬퍼했다. 매형에게도 누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이들에게 누나의 빈자리는 참 클 것이다. 그러나   누나는 나에게 가장 큰 빈자리를 남기고 갔다. 아이티 사역을 하면서 아내와 어머니와 누나의 기도가 큰 기둥이 되어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우리 아이티 사역을 더욱 세세히 묻고 기도했다. 아이티에 가면 가는 대로, 못 가면 못 가는 대로,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서로 기도의 파트너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로에게 기도의 동반자였던 누나를 하나님께서는 어느 날 갑작스레 하늘 찬양대로 부르신 것이다.아이티가 갱단에 의해 폭력적 상황이 되어가고 있을 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누나는 문자 메시지로 아이티 상황을 물어왔고, 기도했다. 그렇게 가까이서 기도해 주던 기도의 동역자가 너무 서둘러 하늘로 간 것이다. 물론 우리는 누나가 천국에서도 여전히 우리와 아이티 고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준비 안 된 이별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기도의 동역자가 있어 그분들의 기도로 아이티 고아 구호 사역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께서 하늘로 데려간 누나를 대신하여 사랑하시는 고아들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기도의 동역자를 보내주시리라 믿는다. 우리 사역은 기도가 아니면 헤쳐 나갈 수 없는 일이므로. 헨리 조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기고 이별 아이티 고아들 아이티 상황 번씩 누나

2025-01-14

[삶과 믿음] 하늘로 간 기도 동역자

누나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날은 12월치고는 따뜻했지만, 잔뜩 흐렸다. 허겁지겁 먼 길을 달려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한 병원 신경과학 중환자실에서 만난 누나는 혼수상태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여러 개의 주사를 맞고 있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누나는 기계에 의지하여 숨을 이어갈 뿐 작은 움직임도 없었다. 수많은 기계가 시시각각 그의 상태를 점검하는 중에 산소와 알지 못할 약물들이 희망을 희석하더니 끝내 누나는 깨어나지 못했다.   하루를 지나 겨울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매형과 가족들이 모여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동의했다. 산소호흡기가 제거된 후 14분이 지나자, 누나의 상태를 보여주던 모든 그래프가 수평선으로 바뀌었다. 조금씩 낮아지며 애태우던 숫자들이 파르르 떨며 꺼지더니 병실로 어둠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슬픔보다 더 큰 이별의 무게가 우리를 누르고 있었다. 누나는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날까지 친지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보냈다. 워싱턴에 사는 아들은 고모가 병원에서 숨을 거둘 때 임종하고, 장례식 전에 집에 다녀온다고 갔다가 고모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집에서 받았다며 또 통곡했다.   나보다 세 살 위의 누나는 사십여 년 전에 미국에 이민을 왔다. 그리고 부모님을 초청하고, 우리 형제가 다 미국에 자리를 잡는데 넉넉한 뒷배가 되어주었다. 신앙심이 깊어 이민 초기에 아버지를 도와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고, 찬양을 좋아하고 잘해서, 집이나 교회에서 찬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회 성도와 이웃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서 인근에 누나의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누나가 출석하던 교회는 매년 아이티 후원 헌금을 한다. 지난해 가을, 올해에는 예년보다 많은 헌금이 되었다며, 누나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아이티 고아들을 사랑하시는 증거라고 했다. 우리는 새해 1월에 누나의 교회를 방문하기로 약속했었는데, 누나는 성탄절을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교회 회중 앞에 차갑게 누운 것이다. 장례 예배는 조문객들이 큰 예배당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다. 모두 너무 놀라며 한결같이 슬퍼했다. 매형에게도 누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이들에게 누나의 빈자리는 참 클 것이다. 그러나 누나는 나에게 가장 큰 빈자리를 남기고 갔다.   아이티 사역을 하면서 아내와 어머니와 누나의 기도가 큰 기둥이 되어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우리 아이티 사역을 더욱 세세히 묻고 기도했다. 아이티에 가면 가는 대로, 못 가면 못 가는 대로,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서로 기도의 파트너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로에게 기도의 동반자였던 누나를 하나님께서는 어느 날 갑작스레 하늘 찬양대로 부르신 것이다.   아이티가 갱단에 의해 폭력적 상황이 되어가고 있을 때, 일주일에 서너 번씩 누나는 텍스트 메시지로 아이티 상황을 물어왔고, 기도했다. 그렇게 가까이서 기도해 주던 기도의 동역자가 너무 서둘러 하늘로 간 것이다. 물론 우리는 누나가 천국에서도 여전히 우리와 아이티 고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준비 안 된 이별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기도의 동역자가 있어 그분들의 기도로 아이티 고아 구호 사역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께서 하늘로 데려간 누나를 대신하여 사랑하시는 고아들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기도의 동역자를 보내주시리라 믿는다. 우리 사역은 기도가 아니면 헤쳐 나갈 수 없는 일이므로.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동역자 하늘 기도 동역자 아이티 고아들 하늘 찬양

2025-01-09

[삶과 믿음] 그래도 믿습니다

아이티는 지금 유배지처럼 격리되어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의 민항기 운항 금지 조치가 3개월 연장된 후에, 공항은 문을 열었지만, 민간인의 미국으로 출국도, 아이티로 입국도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수도 포토프린스에서 타지로의 이동은 막혀 있다. 마이애미행 비행기가 있는 아이티 북부 캡 헤이션까지는 거액의 비용을 내고 민간 헬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나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고립 탓에 아이티는 식량과 생활필수품의 절대적 부족 현상을 겪고 있고, 1100만이 넘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WHO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수십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가운데, 갱단의 점령으로 이미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떠돌고, 올해에만 6000명 이상이 갱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이제는 납치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숫자를 헤아리지도 않고 있다. 몇 개 남지 않은 병원이 갱들의 공격으로 초토화되고, 경찰서는 여전히 공격받고 유엔에서 파견한 경찰도 갱들과의 전투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다.   전 세계의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사이에, 나라는 결딴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리는 총소리에 사람들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의 공포를 머리에 이고 거리를 뛰어다닌다. 일상이 위협받고 무너진 지가 너무 오래되어 사람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게 되었는데 그사이에 고아원은 고립무원의 지경이 되었다. 늘 부족한 식량은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인내를 시험하고 있고 학교는 문을 닫아 아이들은 여전히 뜨거운 햇볕 아래 더디 가는 시간을 견디고 있다.   예수 믿는다고 다 편안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겪는 모든 일은 예수를 믿는 성도도 같이 겪는다. 그런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때로 믿음은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고난을 견디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하지만 밤낮으로 콩 볶는 듯한 총소리를 들으며 생존이 위협받는 공포를 고스란히 맨몸으로 견디는 아이티 사람들에게 폭력과 굶주림의 두려움은 믿음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믿음은 상황을 바꾸는 기적의 열쇠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믿음은 고난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도록 붙들어 준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갱단의 위협 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아이티 고아들과 함께 소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남은 소망의 믿음이 하나님께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삶을 절대 외면하지 않으시며, 고난 속에서도 함께하시라는 믿음을 우리가 아직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대한 파도 같은 폭력의 공포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끼니의 두려움과 쉬이 떠나지 않는 질병 가운데 쉽게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우리는 아이티의 고아들이 믿음 안에서 고난을 이겨낼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또한, 아무리 상황이 나빠져도, 아니 상황이 나쁘니 더욱, 우리는 우리의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갱단의 위협 속에서도,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도, 아이들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평안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우리가 지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내는 지금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도 새해의 소망을 꿈꾸고 있다. 배가 고파도 꿈꾸며 기도할 수 있으니, 우리는 부족한 식량을 간신히 채우며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 그래도 우리는 믿습니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아이티로 입국 아이티 고아들 아이티 북부

2024-12-26

[삶과 믿음] 관심에서 행동으로

어쩌다 만나는 분 중에 아직도 아이티에 다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하면 위험해서 어찌하느냐고 염려하기도 하고, 수고한다고 하기도 하고, 아직도 다닌다는 것을 꽤 신기한 일인 듯 여기기도 한다. 많은 분이 우리의 아이티 고아 지원 사역에 관심을 두거나, 우리를 만나면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메일로 보내드리는 소식을 읽는 분들은 자주 안부를 묻기도 하고 뉴스에서라도 아이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생각이 난다며 연락을 하는 분들도 있다.   선교하는 일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겠지만, 그런 관심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 중에 우리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는 분들이 있고, 그 기도가 우리가 아이티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큰 힘이 되고 능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물어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힘이 날 수밖에 없다. 관심은 사랑을 품고 있고 관심이 있을 때 기도하게 된다. 기도 자체가 관심이기 때문이고, 우리 사역 또한 따듯한 관심 속의 기도로 힘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도는 세상의 많은 일에 관심을 둬야 한다. 그리고 그 관심은 기도로 이어지고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관심을 두고 살펴야 일이 많다. 기후 문제가 그렇고, 여러 나라의 전쟁이 그렇고,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 같은 정치가 그렇다. 자기가 태어나고 살아가던 땅을 떠나 떠도는 난민이나 아이티 고아들처럼 나라가 아무리 갱단의 폭력으로 두려움의 땅이 되어도 떠날 곳도 떠날 수도 없는 사람도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도 우리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 모든 것에 깊은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심에서 비롯된 기도는 한 발 더 나가 행동으로 이어져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은 아이티 고아이다. 우리는 관심을 두고 기도하며 도와주는 분들의 뜻을 모아 고아들이 먹고 배우며 자라는 일을 돕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기도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희생하는 분들을 통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아이들이 위험하고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도 자란다.   예수님은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셨다.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직접 다가가셨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셨다. 예수님은 행동하셨다. 성경은 언제나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로 대표되는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나님을 믿는 자들의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가르친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품사는 동사라고 한다. 사랑이란 단순히 마음에 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과 발을 움직여 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큰 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는 많은 기회를 만난다. 가난한 이들의 필요를 생각하고 돌보는 것은 단순한 관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난과 고통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한탄하는 것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관심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 사는 가난한 이들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적극적인 행동으로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우리 이웃이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처럼, 헐벗은 형제자매에게 말로만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라고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야고보서 2장 15~16절) 이제는 관심에 머물지 말고, 행동으로 나설 때이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관심 행동 아이티 고아들 아이티 이야기 기도 자체

2024-11-07

[삶과 믿음] 가장 좋은 것으로

오래전에 아이티 고아원에 스피커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식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을 보고 아이티에서 사역하는 어느 선교사가 글을 올렸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데, 그냥 노래하고 말하면 되지 무슨 스피커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충전해서 사용하는 포터블 스피커를 열 개 고아원에 공급했고, 여러 해 동안 고아원에서는 그 스피커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우리가 고아원 아이들에게 닭 다리 얹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인다고 했을 때 그 선교사가 자기는 밥을 직접 해서 먹인다며, 그게 다 밥 장사하는 사람들 배만 불리는 것이라고 했다. 왜 고아원 아이들은 닭 다리 얹은 도시락을 먹으면 안 되는지, 그걸로 돈을 번들 얼마나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인지, 그 밥장사는 돈 벌면 안 되는지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고, 요즘도 우리는 아이들을 센터로 초청해서 닭 다리 얹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아이들과 나누고 있다. 그 선교사는 우리가 빈곤 포르노에 의지해 후원자를 선동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고아들을 향한 동정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랑으로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지금은 운송이 어려워져 중단하고 있지만, 몇 년 동안 고아원에 새 옷을 일일이 세트로 포장해서 나이별 성별을 구분하여 보내주는 분도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헌 옷도 보냈는데 옷을 모을 때, 그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잘 개서 가져다주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후원자는 자기 아이와 똑같이 자기가 후원하는 아이의 학용품과 옷가지를 챙기기도 한다. 우리가 쓰고 누리는 것을 우리와 똑같이 아이티 고아들이 다 누릴 수는 없겠지만, 아주 작은 일부라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아이티니까, 고아니까, 적당히 해주고, 아무거나 주어도 된다는 발상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리도 실수했다. 무엇이든지 귀한 곳이니, 뭘 줘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질보다 양이 우선이어서 특별히 좋은 것보다는 무엇이든 많이 나누려고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티 고아들도 좋은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식량을 공급할 때 쌀과 식용유만 지원하지 않는다. 콩과 생선 통조림도 공급하고, 설탕과 화장실 휴지와 빨랫비누도 공급한다.   아이티는 지금 전쟁터 같은 처지이다. 10월 들어 많은 마을이 갱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 명이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나고 있다. 경찰서가 공격받고, 경찰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다반사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낮이고 밤이고 총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무기력한 마음으로 아이티의 평화를 위해, 고아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여전히 고아들에게 전할 좋은 것을 찾고 있다. 공포와 혼돈의 땅이 되어 바깥출입조차 불안하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라고, 잘 먹고 잘 배우자고 등 두드려주고 싶다.   물론 우리에게는 자원의 한계라는 형편이 있으니, 그 형편 안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나누고 섬기려 애쓰고 있다. 예수님을 대접하는 심정으로 설렁탕을 끓인다는 어느 식당 주인처럼, 우리도 예수님께서 받으시고 잘했다고 애썼다고 고마워하실 만한 먹거리, 학용품, 의복 등을 고민한다.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보면, 고아도 하나님의 자녀이므로 가장 좋은 것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아이티 고아원 동안 고아원 고아원 아이들

2024-10-24

"우크라·아이티 청소년 도와요"…무궁화합창단 자선음악회

무궁화합창단(단장 강성희, 지휘 지경)이 오는 14일(토) 오후 5시30분 세리토스 선교교회(12413 E. 195th St)에서 우크라이나 전몰장병 자녀와 아이티 어린이를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연다.   합창단은 제23회 정기 연주회 주제를 ‘분쟁 지역 청소년 선교장학기금 모금’으로 정하고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성희 단장은 “이번 연주회를 통해 몇 년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갱단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아이티의 어린이들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창단은 성가곡 ‘만유의 하나님’으로 연주회를 시작한다. 이후 ‘목련화’ ‘바람’ 등 널리 알려진 가곡을 비롯한 친근한 레퍼토리를 기악 앙상블 반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휘는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출신으로 은혜한인교회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지경씨가 맡는다. 지경 지휘자는 “남성합창단인 오렌지미션콰이어(지휘 강민석)가 특별 출연해 한층 다채롭고 풍성한 연주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창단은 연주회 입장료를 받지 않고 행사 당일 기부금을 모금한다. 올해 창단 31주년을 맞은 합창단은 3·1절과 광복절 기념식을 비롯한 다양한 한인 커뮤니티 행사와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단원은 60~80대 41명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세리토스 선교교회에서 연습하고 있다.   합창단은 노래를 사랑하는 이의 가입을 기다리고 있다. 가입 및 연주회 문의는 전화(213-465-9890)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우크라 아이티 아이티 어린이 우크라이나 전몰장병 은혜한인교회 부지휘자

2024-09-05

[삶과 믿음] 끼니

몇 주 전, 경상북도 구미시의 한 식당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 라면 무료”라는 내용으로 붙은 안내문이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폐지를 주워 용돈을 버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라면을 무료로 끓여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노령 인구의 삶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라면 한 그릇 따뜻하게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많은 네티즌이 감동의 댓글을 남겼다.   세상에는 끼니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식사하셨느냐’는 물음이 가장 대중적인 인사말이었던 적이 불과 수십 년 전이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이제는 경제적으로 풍요한 나라에서조차 끼니를 해결할 수 없어서 눈물 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계적으로 보면, 빈곤의 아픔 속에 끼니를 체념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돈이 많아 주체를 못 하는 사람을 찾기보다 훨씬 쉽다. 세상이 발전하고, 점점 더 살만해진다고 해도 빈곤으로 끼니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아이티는 서반구에서 가장 빈곤율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1100만 명이 넘는 인구의 절반은 기아로 허덕이고, 어린이 수십만 명이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해 있다. 아이티에는 정부가 통계를 내지 못할 만큼 많은 고아가 있다. 하루 한 끼를 장담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고아로 산다는 것은 끼니를 채울 수 없는 삶의 바닥 중 가장 아래 어디쯤에 아이들이 놓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티에서 고아의 삶이란 굶는 일이 일상이란 뜻이다.   아이티 고아원에서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가 바로 ‘끼니’이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중략)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끼니 앞에서 무기력하면 삶은 가장 비참해진다. 먹지 못한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할 수 없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하루 한 끼는 쌀밥을 먹을 수 있게 하자고 시작한 우리의 목표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끼니 앞에 때로 모래성처럼 무력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라고, 숫자는 늘어나는데 후원은 한정되거나 오히려 줄어든다. 공급되는 식량을 나누다 보면 밥이 옥수수죽이 되고, 죽은 물이 되기도 한다. 하루 두 끼 식사 중에 아침에 죽 먹고, 저녁에 물 마시고 잠들어야 하는 절대 빈곤 가운데 때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끼니는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공급하는 우리 모두를 두렵게 한다.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라면을 무료로 대접하겠다는 경북 구미시의 식당 주인은, “배고프면 먹어야 하지 않나. 배고프면 눈물 나는 게 사람인데 밥이라도 한 끼 먹어야 살아갈 수 있지 않냐”고 했다. 아이티 아이들은 배고파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울어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배고픔은 아이들에게는 눈물조차 메마른 두려움이다. 사람은 끼니때가 되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먹어야 한다. 아이티에서 우리는 쉬지 않고 밀어닥치는 끼니의 두려움을 이기는 꿈을 꾼다. 하루 두 끼 끼니를 거르지 않고 삶이 행복해지는 꿈을 계속 꾸고 있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끼니 아이티 고아원 아이티 아이들 경상북도 구미시

2024-07-25

[삶과 믿음] “하나님 여기 계시니…”

아이티를 다녀왔다. 공항이 폐쇄되었다가 다시 문을 열고, 항공기들이 다니기 시작해서, 4개월 만에 아이티 땅을 밟았다. 공항 옆에 유엔에서 파견한 케냐 경찰 막사가 설치되고 거리에는 아직 팽팽한 긴장이 감돌기는 하지만 뜨거운 햇살 아래 많은 사람이 길거리 장사에 나서서 사람 통행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은 붐비고 있었다.     갱들의 위협으로 비행기가 오 가지 못하던 시간 동안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는 고립되어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보내는 헬리콥터 몇 대가 갱이 점령한 도시를 탈출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그마저 금방 끊어지고 말았다. 그 고립된 시간 동안,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봉투에 담아 파는 쌀이나, 길거리 행상이 파는 달걀, 플랜틴 정도로 연명해야 했다.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고아원도 식량이 넉넉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날이 다르게 자라는데 한정된 식량으로 한 달 한 달을 간신히 버텨내야 했다.   이번 방문에서 살렘고아원 원장인 쟌 목사를 선교센터에서 만났다. 16년째 후원하며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는 그에게 미안하고 슬픈 마음으로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다. 그 사이 잔주름이 확 늘어 더 늙어 보이는 쟌 원장은 거침없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한 번 가리키고, 땅을 한 번 가리키더니, “하나님이 여기 계시니…” 했다. 두려움과 배고픔과 슬픔의 시간 동안 하나님이 계셨다고 했다.   우리는 늘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아이티를 평화롭게 해 주시기를, 아이티 사람들이 갱들의 폭력,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더없이 삶이 고단한 고아들을 위해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아이들의 배고픔을 덜어주시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아이들에게 적절히 도움이 전달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아이들이 어떻게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는 늘 의심받았다. 아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자라기에는 나라가 너무 황폐했다. 사실은 후원도 조금씩 줄어드는 고아원 지원은 힘에 부치기도 했고, 아이티는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지고 있기도 했다. 끝을 모르는 고난이 우리의 믿음을 흔들었다. 매일 소망을 꿈꾸자고 하며 기도한다는 우리마저 먼 미래의 아이들을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사역이 아니라 사랑이다. 소망을 잃은 것 같은 거친 땅 아이티에서 사는 ‘고아’를 사랑하는 일이다. 고아는 하나님이 아버지가 되어주신 아이들이라고 믿고 있기에 그 사랑은 몹시 거룩하고 숭고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도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힘든 과정을 거쳐 아이들을 만나고 안아주고 사랑을 나누어도 하나님께서 얼굴을 돌리신 듯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고 여겼다.   그때 쟌 목사를 통해 들었다. ‘하나님 여기 계시니’. 하나님께서는 아들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주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거기 계셨다. 우리가 하나님께 얼른 아이들을 도와달라고 기도할 때, 하나님은 거기 계셨다. 유다 백성이 바벨론 포로가 되어 고난을 겪을 때, 그발 강가에서 에스겔을 만나주신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아이티 땅 두려움과 슬픔과 배고픔이 가득한 고아원에 아이들과 함께 계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임마누엘로 오셨다. 임마누엘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우리는 고난 가운데 자주 ‘여기’ ‘지금’ 함께 계신 하나님을 잊고 산다. 조항석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하나님 계시 하나님 여기 고아원 지원 아이티 사람들

2024-07-11

[삶과 믿음] 무관심의 비극, 무관심의 죄

1994년 전 세계는 르완다 대학살을 마주했다. 불과 100일 동안 80만 명이 넘는 투치족이 학살을 당한 사건은, 당시 학살을 멈추게 할 의지가 없었던 전 세계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끄럽게 하고 있다. 프랑스나 미국 같은 세계 여러 나라가 개입해서 멈추게 할 수 있었던 학살 사건을 두고 지금까지도 인류는 르완다에 빚을 졌다는 탄식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아이티는 어떨까?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는 지금 갱단 때문에 지옥과 같은 형편이다. 갱들이 선량한 시민의 거주지를 약탈하고 폭력을 일삼아 올해에만 58만 명이 집을 떠나 뜨거운 햇볕이 가려지지 않는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올해 6개월 동안 갱단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납치된 사람의 숫자도 5000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 1100만 명 중 절반이 식량부족에 시달려 영양실조에 이르고 있고, 전기, 식수, 휘발유 등 기초적인 생필품의 공급 부족으로 나라 전체가 정체되어 살아 있는 것이 기적으로 여겨진다.   이런 비극의 땅이 아메리카 대륙의 한가운데 있지만, 국제 사회는 별 관심이 없다. 대통령이 암살된 3년 전부터, 갱단이 폭발적으로 그 세력을 키우며 납치와 폭력을 일삼고,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수없이 앗아갈 때도, 선교사나 국제기구 봉사자들조차 납치를 두려워하고 갱단의 폭력을 피해 떠나는 지경에 이르렀어도 어느 나라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아이티에 갱단이 준동하고 온 국민이 신음하는 중에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넘어가고,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국제 뉴스를 덮었다.   아이티의 비극은 무관심이다. 아이티는 아주 간간이, 그것도 감옥이 습격을 당해 수천 명의 죄수가 탈옥했다거나, 미국인 선교사들이 집단으로 납치되거나, 젊은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살해되었을 때, 다른 나라의 뉴스에 단편으로 등장하고 곧 사라진다. 백성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아무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누구에게도 손 벌려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아이티는 갱단 때문에 공항이 폐쇄되어 나라가 완전히 고립되기도 했었다. 이 비극의 땅에 우리는 책임이 없을까? 르완다의 대학살과 비교할 정도는 절대 아니라지만, 뉴욕에서 불과 네 시간이면 닿는 땅에서 벌어지는 이 비극은 혹시 먼 훗날 우리의 수치가 되지는 않을까?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 당하는 비극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절망이다. 수렁에 빠져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응답하는 이 없는 그 좌절 속에 다들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을 때, 가족도 없는 고아들은 외롭고 두려운 세상의 비극을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너무도 부족한 아이티에서 고아로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믿음은 높은 파도를 만난 조각배처럼 흔들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배고픈 군중을 염려하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던 주님의 말씀을 다시 듣곤 한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주님은 강도 만난 이의 이웃이 된 사마리아인에 관한 말씀으로 우리를 깨우치시는데, 아이티를 향한 우리의 무관심을 주님은 어떻게 보실까,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오래도록 아이티 고아 구호 사역을 하다 보니 무관심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은데 우리는 먼 훗날 역사 속에서, 먼 훗날 주님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항석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무관심 비극 비극 무관심 아이티 고아 르완다 대학살

2024-06-27

아이티에 4만 명분 식품 지원

OC한인라이온스클럽(이하 OCKALC, 회장 차정섭)이 대규모 봉사 활동으로 2023년을 시작했다.   OCKALC는 최근 기근으로 고통 받는 중미의 빈국 아이티 국민을 위해 1만 달러를 들여 4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오트밀과 설탕, 계피 등을 구매하고, 이를 밀 팩(meal pack)으로 포장해 보내는 대규모 봉사 활동을 주도했다.   OCKALC는 지난 1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에나파크의 로스코요테스 컨트리클럽에서 밀 팩 포장 봉사 이벤트를 열었다.   이 행사엔 OCKALC 회원 부부 30명, 봉사 이벤트 자문위원인 조장래 전 OCKALC 회장과 그 가족, 조 전 회장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직원 22명을 포함, 총 130여 명이 참가했다.   숙명재단 회원 10명, 로스알라미토스 고교 9명 외에 실비치, 헌팅턴비치, 터스틴, 라하브라 등 인근 지역 라이온스클럽과 차이니즈아메리칸 라이온스클럽, 라이온스클럽 4L4 가버너스 그룹 회원 60여 명도 힘을 보탰다.   골프장 측은 장소를 제공했다. 비영리단체 하비스트 팩(Harvest Pack)은 OCKALC이 식료품을 원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돕고, 밀 팩 운송 비용도 부담했다.   OCKALC의 차정섭 회장은 “이번 봉사 활동의 실제 가치는 약 4만 달러에 달한다. 도움을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남 봉사위원장은 “앞으로 매년 초, 이런 봉사 이벤트를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환 기자아이티 OC한인라이온스클럽 식품 지원

2023-01-18

아이티의 '노란버스' 절망을 희망으로…이현우 선교사 인터뷰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Haiti)는 절망만이 가득한 땅이다. 아이티커넬선교회 이현우 선교사(72)는 그곳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한의사인 이 선교사는 '노란 버스'를 타고 아이티 곳곳을 누빈다. 한 손엔 성경 다른 한 손엔 침술 가방을 들고 아이티 주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있다. LA를 방문한 이 선교사와 지난 13일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 밀알의 의미를 물었다.   선교 사역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총구를 머리에 겨눴다. 이현우 선교사는 아내의 손을 꼭 붙잡았다.   "죽으면 죽으리라". 평소 선교 현장에서의 죽음을 선교사의 숙명으로 여기고 있었다. 오히려 죽음과 마주한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더니 평온해졌다. 이 선교사는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이티 갱단 한인 선교사 납치 사건의 당사자다. 당시 이 선교사를 포함한 5명의 사역자는 무려 '17일'간 감금돼있었다. 현실은 공포였지만 이 선교사는 그 시간이 오히려 하나님과 '그들'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17일 동안 물만 먹고 금식했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며 "두렵지는 않았다. 선교사에게 선교지에서의 죽음은 당연한 길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이티 갱단의 두목은 복면을 잘 벗지 않는다. 신분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 선교사의 기도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었다. 감금 생활 10여 일 즘 갱단 두목이 복면을 벗고 이 선교사의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이 선교사는 "그 두목이 갑자기 집 사람에게 가더니 '우리 엄마처럼 예쁘다'고 하더라"며 "아내가 그들의 마음을 토닥여줬다. 그때부터 그들과 대화하며 삶을 나누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석방 후 이 선교사 부부는 잠시 휴식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납치 사건을 조사했던 연방수사국(FBI)은 이 선교사 부부에게 아이티 복귀를 만류했다. 그러나 아이티 땅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선교사 부부는 한 달 만에 다시 아이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선교사는 "선교 사역은 내 삶에서 숙명과 같다. 선교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라며 "그 땅은 질병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다. 하루에 한끼도 못 먹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요즘 아이티에서 노란 버스 두 대로 의료 사역을 진행중이다. 팬데믹 사태 때 미국에서 스쿨 버스 두 대를 구입해 의료 선교를 위한 차량으로 개조했다. 지금은 아이티 현지인 사역자 5명과 함께 노란 버스를 타고 100여 개 마을을 대상으로 순회 진료를 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수많은 마을을 다니다 보니 아이티 구석구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이 선교사는 아이티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뭄이 심해 농사도 힘들고 문맹률도 높다. 성병이 만연하고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있지 않은 나라다. 지난 2010년 대지진은 물론 무정부 상태의 장기화 치안 악화 각종 시위 격화 등으로 혼란이 가중하면서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이 선교사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을 정도로 어디를 가나 극빈 지역"이라며 "한번은 한 임신부가 배 속의 아이가 죽었는데도 병원을 갈 수가 없어 그대로 지내는 모습도 봤다. 그런 땅을 위해 나 같은 선교사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아이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요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니세프 역시 유엔에 아이티에 대한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 선교사는 "국제사회의 원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아이티 땅 이면의 아픔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티에는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아픔이 있는데 아직도 15세 미만의 노예가 25~30만 명 정도 있다"며 "그 아이들은 하루종일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시멘트 바닥에서 하루 한끼만 먹으며 혹독한 삶을 보내고 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현실을 알고 함께 기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아이티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지난 5월 최동인 프로듀서(N마당)를 통해 선교 사역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은 온라인 기부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com)'에서 'Save this YELLOW BUS in Haiti'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이 선교사는 1950년 생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났다. 당시 아이티는 한국에 2500달러를 지원했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이 선교사는 아이티 땅을 살리기 위해 한 알의 밀알로 심어졌다. 그에게 왜 '아이티'를 사역지로 결정했는지 물었다. 이 선교사는 "그동안 50여 개 국을 다니며 선교 활동을 해왔는데 아이티만큼은 어떠한 답도 찾을 수 없었다"며 "그만큼 절망이 가득한 땅이었다. 그곳을 위해 남은 삶을 헌신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란 버스에 시동을 걸 때마다 아이티 땅의 절망은 희망으로 변하고 있다.   ▶선교 지원 문의: (443) 800-1755 장열 기자아이티 버스 선교사 부부 이현우 선교사 한인 선교사

2022-10-17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