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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 청년층에 인기

“아빠 그런데 이거 어떻게 플레이하는 거야?”   10대와 2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볼 수도 있는 말이다. 그리고 자녀의 손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들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년도 더 전에 끝났다고 생각됐던 카세트테이프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팔린 카세트테이프는 43만개에 이른다. 2013년과 비교하면 무려 5배나 뛴 수치다.     카세트테이프의 붐은 젊은층이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최고의 인기스타들이 앞다투어 카세트테이프로 음반을 발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압도적 인기를 자랑하는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해 본인이 이전에 내놓았던 음반을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해 큰 판매고를 올렸다. 이외에도 가수 저스틴 비버, 더위켄드, 찰리XCX, 아리아나 그란데, 두아리파 등도 새 음반을 카세트테이프로 선보인 바 있다.     스트리밍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팬들은 여전히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카세트테이프가 젊은층의 호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다.     빈티지한 감성에 호소한다는 매력도 있다. 좋지 않은 음질은 오히려 어딘가 그리운 느낌을 주는 소리라고 받아들여진다. 카세트테이프 개발자로 알려진 루 오튼스는 2016년 공개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에 나쁜 음질을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세트테이프가 최근에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에는 ‘휴대성’도 있다. 스트리밍이 아닌 저장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카세트테이프가 휴대하기 용이하다. 휴대가 불가능한 LP보다 카세트테이프를 선호하는 이유다. 1시간 이상 기차를 탈 때마다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고 밝힌 에밀리 테일러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Z세대에게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해서 음악을 듣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재생 자체가 어렵다. 45세의 몰리 클록은 WSJ과 인터뷰를 통해서 13살의 딸이 노르웨이 가수 오로라의 카세트테이프를 받았을 때 재생할 기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다락방에서 90년대에 쓰던 커다란 오디오 시스템을 꺼내야 했고 나중에는 이베이에서 40달러를 주고 워크맨을 샀다.   26세의 에이미 캠벨은 WSJ과 인터뷰를 통해 “빨리 감기, 되감기, 멈추기를 해야만 내가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며 카세트테이프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이 3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원희 기자카세트테이프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로 음반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 카세트테이프 이용

2024-08-13

다양한 매체 통한 공간의 조화

LA한인타운에서 캘스테이트 노스리지(CSUN) 예술대학 교수진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샤토 갤러리(관장 수 박)는 “예술대학 교수이면서 작가로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4명의 교수가 ‘공간의 조화(Spatial Harmonies)’라는 주제로 그룹전을 개최한다”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물질성을 초월하는 특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참여 작가는 에드워드 알파노, 마그다 아우디프레드, 레슬리 크레인, 마그디 리즈크 교수로 사진, 회화, 혼합매체, 설치 미술 등 40~50여 작품을 선보인다.     에드워드 알파노는 흑백 풍경 사진으로 시대를 초월한 조화를 강조하고 포착한 순간을 초월하는 이미지를 창조한다. 마그다 아우디프레드는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로, 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관객 사이 독특한 인간적 유대를 확립하는 물리적 표현을 만들어낸다.     레슬리 크레인은 생활 폐기물을 재료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프로세스를 혼합한 작업 방식으로 만든 독특한 콜라주와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마그디 리즈크는 기하학과 추상을 혼합해 과소비와 물질주의에 대한 혼란을 묘사하는 동시에 신성함과 세속적인 것의 상호 연결성을 탐구한다.   샤토갤러리는 “작가들의 예술에 대한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표현의 우아함과 개념적 교환을 통해 관객들은 공간의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특별한 예술 장르를 감상할 기회”라고 밝혔다.       전시 기간은 8월 3일부터 31일이며 오프닝 리셉션은 3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주소: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213)277-1960 이은영 기자아날로그 디지털 디지털 매체 디지털 프로세스 예술대학 교수진

2024-07-14

‘탁닥 탁닥 팅’ 타자기 소리가 주는 힐링

MZ세대의 중요 트렌드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LP판을 플레이어에 올려 듣는다. 이런 추세에 다시 타자기가 주목받고 있다.   한번 잘못 치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하는 타자기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 유명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도 찾는다는 타자기 판매 및 수리점인 타이프라이터 뮤즈를 찾았다.   쇼룸에 진열된 족히 30개는 넘는 아날로그 타자기들 가운데 업소 주인장인 밥 마셜은 선반에서 1972 헤르메스 3000을 꺼내 책상에 앉았다.     ‘이, 것, 은, 테, 크, 노, 폰, 트, 입, 니, 다.’    ‘탁, 탁, 탁, … 팅’   타자기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 줄 바꾸라고 재촉하는 벨 소리가 그의 쇼룸을 채웠다.   획 굵기가 얇은 소위 ‘타자기’체(테크노 폰트)와 필기체를 오갈 수 있다며 마셜이 으스댄다. 언더우드, 스미스 코로나, 레밍턴, 올림피아 등 굵직한 타자기브랜드 제품들 가운데에서도 그가 애지중지하는 타자기다. 민트색 외관에다 자판은 더 밝은 민트라는 점이 눈에 띄어서다.   ‘타자기의 역사’라고 쓰인 타자기에 관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다. 타자기 모형부터 타자기로 작업한 종이 뭉텅이까지 가게 안은 타자기와 그와 관련된 제품으로 빼곡하다.     6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그의 진열대에는 탭(tab) 기능을 탑재한 타자기부터 탭 기능이 없어 원하는 위치까지 종이를 옮기려고 스페이스 바를 꽤 눌렀을 법한 타자기, 한 개의 자판이 하나의 단어를 이루는 스티노그래피 타자기까지, 가격대도 300달러에서 수천 달러까지 다양한 타자기가 그의 가게 안에 진열돼 있었다.     그의 주요 고객은 작가, 시인, 영화계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 IT업계 관계자들, 타자기로 그림을 그리는 타이프라이티스트, 아날로그 감성에 취한 젊은이들이다.     시인은 타자기로 쓴 종이를 엮어 한 권의 시집을 만든다. 이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팔로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타이프라이티스트가 타자기의 특정 알파벳으로만 구현한 그림을 보면 그 정성과 노력에 입이 떡 벌어진다. 타자기로 그림을 그리는 타이프라이티스트 겸 콘텐츠 제작자 제임스 쿡이 그려낸 작품은 인물화와 풍경화를 넘나든다.   더욱이 하루 수 시간씩 모니터를 보면서 작업해야 하는 IT업계 종사자들도 그의 단골 중 하나다. 디지털 피로도에 짓눌린 그들은 모니터 없는 타자기에서 안식을 찾는다.     가장 특이한 고객은 바로 디지털 도·감청을 피하려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급진적 종교단체 관계자들이다. 그들은 디지털 이메일을 신뢰하지 않는다. 타자기로 작성한 편지가 주요 통신 채널.     이처럼 타자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신제품 생산을 중단했던 업체도 신제품을 선보였고 아마존, 엣시를 포함한 리테일 유통 채널에도 타자기가 다시 등장했다. 오피스디포,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타자기 판매를 재개했다. 50~200달러대에 아마존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점도 이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방증이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타자기의 매력에 대해.     대답 대신 그는 타자기를 직접 쳐보라며 타자기 한대를 내주었다.   처음엔 틀리면 지울 수가 없어서 한 자 한 자 조심히 눌렀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타자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자판 눌리는 깊이가 깊고 도장 찍듯이 종이에 글자가 새겨진다. 칠 때마다 들리는 ‘타다닥’ 소리도 경쾌하다. 속도가 붙으니 자판 소리와 글쇠의 종이 때리는 소리가 어우러져 신나는 리듬을 만든다.   편리함이 더는 신기하지 않은 현대인들은 타자기와 같은 번거로움에 매료된다.   직접 롤러 압판에 종이를 끼우고, 줄 바꾸기엔 레버를 밀어야 한다. 수정 테이프나 수정액을 사용하지 않고선 지울 수도 없다. 한글 타자기의 경우, 자음과 모음 모드를 수동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종이에 글자를 새기기까지 쏟는 번거로움이 디지털의 편리함에 익숙한 소비자에겐 오히려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니터 없이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글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책상 위 타자기에 비어있는 백색의 종이를 보며 타자 위에 두손을 올리면 마치 작가가 된 듯한 느낌도 일조한다.   타자기만 240개 이상 보유한 톰 행크스는 “타자기마다 고유의 인격(personality)이 있다”고 말했다.     타자하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고 본인에게 전달되는 감동이 다르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글·사진=서재선 기자 suh.jaesun@koreadaily.com타자기 힐링 아날로그 타자기들 타자기브랜드 제품들 관계자들 타자기

2024-07-03

[열린광장] 자녀 독서 교육, 잘하고 있습니까?

좀 지난 얘기지만, LA타임스 일요판에 재미있는 만화 하나가 실렸었다. 4컷짜리 만화였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했다. 중년 부부와 틴에이저 아들이 등장하는 만화의 첫 컷은 이집트에 여행 간 그들이 사막에서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부부는 감탄하는데 아들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하품을 한다.     두 번째는 중국의 만리장성에 서서 끝없이 펼쳐지는 장성의 길이와 규모에 앞도 된다. 2700년 전 북방 이민족의 침략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 장대한 성을 쌓아야 했던 한족의 삶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은 무슨 미련한 생각이냐는 듯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세 번째는 성능 좋은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본다. 부부는 어린 시절 꿈꾸었던 세상을 생각하며 회상에 젖는데 아들은 짜증까지 내며 돌아선다.   마지막 컷은 반전이다. 첨단 과학관에서 다양한 새 기능이 내장된 첨단 스마트폰을 본 아들은 열광하며 테스트를 한다. 하지만 부부는 멀찌감치 서서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본다.     한집에 살아도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세계를 사는 것 같은 현대의 많은 가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철기의 발견, 산업혁명 등 인류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사건들이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아날로그 세계가 디지털 세계로 바뀐 지금의 변화는 이전의 어떤 사건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폭도 크다.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가르쳐야 하는 교훈마저 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변화이다.     삶의 양식은 변할 수 있어도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이상과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유사 이래로 계속되어온 세대 간의 문화와 가치 전달이 우리 세대에서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걱정하게 한다.     우리가 자녀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독서다.     인간은 누구나 꿈꾸는 세계가 있다. 이 꿈꾸는 세계가 바른 것이 되어야 하고 우리 자녀들이 꿈꾸는 세계도 바른 것이어야 한다. 꿈은 생각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구체화 된다.     생각은 독서를 통하여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다. 독서를 통하여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책은 부모가 경험하지 못하고 전해 줄 수 없는 세계를 보여준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세계만 믿는 한계가 있지만 책은 더 많은 세계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디지털화한 세계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은 책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독서를 권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열린광장 자녀 독서 자녀 독서 아날로그 세계 디지털 세계

2024-05-14

[문화산책] 내 마지막 종이책에게 위로를…

얼마 전에 새 책을 냈다. 오늘날의 미술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근본 문제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쓴 책이다. 제목은 ‘그림 그림자’.   내게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이 훌륭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이 마지막 책이라고 생각하고 냈기 때문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다. 종이책으로는 마지막 책이라는 제법 비장한 마음으로 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을 받아들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조금 비감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신 차려보니 사람들이 종이책을 안 읽는 세상이 되었다. 독자들이 우르르 e-북 동네로 몰려가더니, 조금 지나니 그것마저 귀찮다며 오디오북을 듣는다. 다른 일 하면서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이야기다.   눈부시게 발달하는 첨단통신기기 덕에 긴 글을 멀리하게 되더니, 드디어는 책 자체를 읽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독자가 아예 없어진 것이다. 급기야는 인공지능이 작품을 쓰는 세상이다. 작가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물론 종이책이 아주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끝끝내 살아남는 책은 아주 특별한 극히 일부의 책일 것이니, 나 같은 허름한 글쟁이에겐 해당 없는 희망 사항이다. 오랜 시간 낑낑대며 힘쓰고, 시간 들이고, 돈 써가며 책을 내봤자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말짱 헛짓이다.   그러니 새로운 길을 찾을밖에 도리가 없다. 블로그, 유튜브, 카톡, SNS 등 방법은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디지털 세계로 이민을 가라는 말이다. 내용만 재미있고 좋으면 성공 보장이라는 친절한 조언도 뒤따른다. 하지만, 컴퓨터 까막눈인 내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장님 문고리 더듬기이니 아득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막막하다. 자신이 안 서고, 답이 안 나온다.   “머릿속에 든 것을 그냥 가지고 가는 것은 죄악이다”라는 말씀을 믿고, 부지런히 쓰고 말하고 가르치느라 애써왔는데….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나이 먹을수록 더 힘들어진다. 더구나 요즘처럼 빠르고 급격하게 달라지는 세상에서는….   나 같이 완고한 아날로그 꼰대가 현란한 디지털 문명에 적응하는 것은 어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어려움투성이다. 가령, 가물거리는 눈을 부릅뜨고 휴대전화기의 조그마한 글자판을 잔뜩 노려보면서 손가락에 힘을 주어야 한 글자 한 글자 콕콕 찍어대고 있자면 짜증이 저절로 나고 서글퍼진다. 이건 도무지 선비가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그 앙증맞은 기계로 온갖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 작은 연장이 못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능을 가지고 있단다. 그리고 배우기도 너무너무 간단해서 어린아이들도 척척 한단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배우려 애써본다. 하지만, 새 기술을 가까스로 익혀서 써먹어 볼까 하면, 어느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있다. 가령, 이메일에 제법 익숙해졌다 싶은데, 이미 사람들은 모두 전화기로 몰려가 카톡이니 뭐니에 빠져버린 식이다. 정말 정신이 한 개도 없다. 기계의 노예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울 때도 잦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뒤꽁무니만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쯤에서 나도 살길을 찾아야겠다. 내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포기하는 것이다. 빠르고 편리한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도 능력이다.   이렇게 옛날 방식에 머물며, 변하는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을 유식한 전문용어로 ‘문화 지체’라고 한단다. 낙오자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겠다.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다. 아날로그 지킴이를 자처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면 된다. 천천히 걷고, 가다가 지치면 쉬어가면 그만이다. 아날로그 세상에는 디지털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가치와 재미들이 가득하다.   그런 고마운 마음으로 내 마지막 종이책의 행복을 비는 바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종이책 위로 마지막 종이책 아날로그 지킴이 디지털 세계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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