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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마음은 언제나 30대

“우리 새 가게 이름을 ‘Forever 31’으로 지으면 어떨까?”   나보다 딱 10살이 많았던 사장님의 부인과 직원들이 오손도손 점심을 먹는 시간이었다. 사장님의 부인은 항상 거침없이 대화의 주도권을 이어나가는 분이었다. 그날도 우리는 그녀의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30분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로 오픈하는 의류 지점의 상호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화제였는데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가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 31살로 막내였던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굳이 서른 한살이 영원하다면 무엇이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나 혼자만 공감을 못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모두 40대 였던 동료 언니들은 미시족 고객이 대상인 만큼 그 이름이 좋다고 모두 맞장구를 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장님의 마지막 결정 과정에서 미끄러졌는지 새로운 가게 상호는 ‘포에버 31’이 아닌 다른 것으로 결정됐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내가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을 때 문득 동료 언니들의 격한 호응이 떠오르면서 과거 나의 서른한 살 때가 많이 그리워졌다. 사실 당시에는 올망졸망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느라 내 30대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도대체 기억이 안 났다. 나는 주위 친구 가운데 가장 먼저 아이를 낳고 키웠다. 당시 독신주의를 외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며 그렇게 의미 없이 10년의 세월이 지나간 줄만 알았다.   아이들에게 ‘어서 자라라’ 하며 시간이 달려가기만을 소망했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세월은 비호처럼 날아가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어 돌아보니 내게는 30대 시절이 인생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었다. 젊고, 순수했지만 웬만한 사랑 타령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시절이었다. 물론 신혼 초라 가끔 사랑싸움 때문에 며칠씩 다툴 때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남편은 금세 미안하다며 사과도 잘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사랑싸움도, 미안함도 필요 없는 척하면 다 아는 사이로 변했지만…. 지금은 결혼 초 투덜투덜 사랑싸움이 왠지 그립기도 하다.   나의 30대 시절, 아이들은 세상에서 엄마가 전부인 것처럼 나에게 의지했다. 13살 이후 사춘기가 와서 하루가 다르게 성숙해진 딸을 보며 낯설어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내 30대는 끝이 났던 것 같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말끝에 “그때 해맑았던 너의 모습이 그립다”고 했더니 눈치가 빠른 딸이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영원한 36살이야”라고 한다. 딸은 엄마가 좋아하는 말인 걸 알기에 “항상 엄마는 늙지 않는 것 같다”며 립서비스를 해주곤 한다. 미용실에라도 다녀오면 무뚝뚝한 아들도 “오늘은 엄마가 좀 젊어 보이네”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를 잠깐 한 적이 있다. 돌잡이 미만 아이들부터 5살 정도까지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이 30대였다. 그들을 대하면 마냥 밝고 이쁘게 보여 젊음이 참 부럽기까지 하다.   과거 20대 시절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옆에 있던 지금의 내 나이쯤 된 분이 수줍어하는 나에게 등을 밀어주겠다고 하시더니 “젊어서 좋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마 지금 똑같은 상황이 되면 나도 그분처럼 수줍어하는 아가씨 등을 밀어주며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가끔 30대의 엄마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가는 뒷모습을 보면 예전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순수했던  예전 모습을 찾고 싶어서.     왜 나는 30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까? 그때는 폴더용 휴대폰이라 사진도 많이 못 찍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나는 매일 애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던 거 같다. 이제 아득한 아기 엄마 때의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영원한 31세로 살아야겠다.   문득 거울에 보이는 새치 때문에 슬퍼하지 말고, 팔자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휴대폰 글자 크기를 키운다고 기죽지도 말아야겠다.   앞으로도 ‘포에버 40년, 50년’, 마음 먹은 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오늘 하루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즐겁게 보내야겠다. 이선경 / 독자문예 마당 마음 수필 아기 엄마 사랑싸움 때문 30대의 엄마들

2024-03-14

'유산균 샤워' 효과 아기 로션 "순하고 촉촉해"

자연분만 시 아기는 산도(産道)를 거치며 엄마의 질 내 유산균을 온몸에 묻히는 유산균 샤워를 한다.     아기와 엄마를 가장 잘 아는 60년 출산 명가 '차바이오그룹'의 전문가들은 유산균 샤워가 아기의 피부 면역력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하고,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을 비롯한 유산균 샤워의 핵심 요소와 식물유래 보습 성분을 최적으로 배합해 아기 피부의 보습과 진정에 도움을 주는 피토세린™을 설계했다.   그렇게 탄생한 '차앤맘 피토세린 모이스처 아기로션(240g)'이 미주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앙일보 '핫딜'에 새롭게 입고돼 화제다.     차바이오 피부 과학의 결정체로 연약한 아기 피부를 촉촉하게 케어해주는 보들보들한 로션의 핵심은 가로 보습, 세로 진정의 이중 잠금이다. 유산균 샤워에서 발견한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과 유익균이 피부 깊이 스며들어 자극에 민감한 여린 피부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동시에 피부지질과 가장 유사한 식물유래지질이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며 장벽을 강화해 준다.     또한 국내산 구기자 추출물이 건조에 의한 가려움 완화에 도움을 주고, 바이오 컨버전 기술이 적용된 해바라기씨 오일을 사용하여 피부에 더욱 빠르게 흡수되는 한편 각질층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까지 똑똑하게 막아준다.     좋다고 소문난 것이라면 아이에게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연약한 아기 피부에 어떤 로션을 발라줘야 하나 신경 쓰였다면 차앤맘 피토세린 모이스처 아기로션을 추천한다.     20가지 유해성분을 배제하고 100% 안심할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하여 정직하고 투명한 공정을 통해 만든 이 제품은 피부자극지수 0.00의 저자극 판정을 받았고 EWG ALL 그린등급과 맘가이드 클린마크를 획득했다.     현재 핫딜 입점을 기념한 20% 할인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차앤맘 피토세린 모이스처 아기로션은 순하고 보드랍게 씻겨주는 '피토세린 하이드로 아기 헤어 & 바디워시',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를 위한 '피토세린 인텐스 아기크림'과 함께 사용하면 더욱 좋다.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문의:(213)368-2611핫딜 유산균 샤워 유산균 샤워 효과 아기

2024-02-25

[이 아침에] 비즈니스를 닫으며

가게의 리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계약 여부를 묻는 건물주의 편지를 받았다. 재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10년이 묶인다. 소비성향이 점점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월마트, 타겟 등 대형업체와의 경쟁도 점점 힘에 부쳤다. 비즈니스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권리금을 주고 산 비즈니스를 되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가야 하니 억울했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벌었으니, 그만두어도 크게 가슴 아플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이들도 제 앞가림은 하고 곧 연금도 나오니 가게를 접기로 결심했다.   세월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짧은 봄날처럼 후딱 날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친정아버지를 포함, 지인 몇 분이 돌아가셨다. 이슬처럼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 게 인생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민 가장의 부담감으로 변변한 취미생활이나 장거리 여행도 제대로 못 해본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애틋한 사랑보다는 씩씩한 동지애로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 같은 남편, 훨훨 날아가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아마존에서 ‘폐업 세일’ 플래카드를 주문해서 달고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했다. 팔다 남는 물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비영리단체를 운영한다는 아가씨 둘이 와서 트럭으로 실어 갔다. 일을 덜었다.   문제는 인테리어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다. 선반과 디스플레이 장을 다 떼어내고 공간을 모두 비워야 한다. 중고 집기를 사 가는 업체에 연락하니 요즘 폐업하는 곳이 많아서 일부만 사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의 싼값을 부른다. 집기를 떼어내고 쓰레기 처리까지 해주는 철거업체에 알아보니 비용도 상당했다. 아는 플러머의 도움으로 며칠에 걸쳐 간신히 원상복구를 시켰다.   어느새 킨더가든을 다니는 페이즐리의 할머니가 은퇴 준비는 되었냐고 물으며 적은 액수지만 돈 봉투를 건네준다. 그녀가 버스 운전을 할 때 만났는데 이제는 버스회사 수퍼바이저가 되었다. 그녀의 딸이 페이즐리를 임신하고 아기 아빠가 사라졌을 때, 아기는 ‘가정의 축복’이라며 기도를 부탁해 더욱 가까워진 친구 같은 손님이다. 오랜 단골들은 서운하다며 감사 카드와 꽃, 화분을 가져오는가 하면 케이크와 쿠키를 구워오는 사람도 있다. 본인도 넉넉한 형편이 아닐 터인데 돈이 부족한 사람의 계산을 항상 도와주던 목사님도 자신의 교회에 광고해서 많은 손님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마음 착한 사람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큰돈은 못 벌었지만 좋은 이웃들도 사귀고 큰 사고 없이 지나온 세월이 감사하다.   20여 년을 하던 비즈니스를 닫으니 시원섭섭하다. ‘힘들었지만 잘 버티고 견뎌왔어,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휴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몇 군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란 가기 전에 계획 짜느라 설레고 집에 돌아와선 더 좋다더니 정말 그러하다. 아이들이 떠난 빈 둥지에서 집돌이 집순이가 되어 같이 시장 봐서 밥해 먹고 마치 신혼 초 둘이 소꿉놀이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한마디도 안 지고 말대꾸해서 뺀질이라고 불린 적도 있지만 나는 말랑말랑한 아내가 되기로 속으로 다짐했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비즈니스 버스회사 수퍼바이저 장거리 여행 아기 아빠

2024-01-21

"아기 코뿔소 보러 오세요." 애틀랜타 동물원 경사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애틀랜타 동물원(Zoo Atlanta)에서 남부흰코뿔소가 태어났다.     동물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소식을 공유하며 "동물원 역사상 처음으로 남부흰코뿔소가 태어났다. 어미와 새끼 모두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원 134년의 역사 중 동물원에서 태어난 코뿔소는 지난 2013년 동부검은코뿔소 새끼 한 마리뿐이었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는 '키아지'라는 이름의 22세 코뿔소가 낳은 것으로, 애틀랜타로 오기 전 두 마리 새끼를 낳은 경험이 있다.     동물원 측은 키아지와 새끼가 다른 코뿔소들과 합사하기 전에 둘이서만 지내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흰코뿔소의 임신 기간은 평균 16~18개월로 동물 중 가장 긴 축에 속한다. 갓 태어난 흰코뿔소의 몸무게는 100~150파운드에 달하며, 이는 육상 포유류 새끼 중 가장 크다.     애틀랜타 동물원의 레이몬드 킹 대표는 코뿔소의 탄생에 기쁨을 전하며 "현재 모든 코뿔소 종들은 위험에 처해있는데, 애틀랜타 동물원은 야생 코뿔소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코뿔소는 크게 다섯 가지 종으로 나눌 수 있다. 남부'흰'코뿔소는 코뿔소 중 몸집이 가장 크며, 실제로 흰색이 아니지만, 윗입술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남부흰코뿔소는 야생에서 무리 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특히 밀렵꾼들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뿔소 뿔은 인간의 머리카락과 손톱에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물질인 케라틴으로 만들어졌으며, 아직 알려진 의학적 가치는 없다고 애틀랜타 동물원은 덧붙였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코뿔소 애틀랜타 동물원 아기 코뿔소 동물원 역사상

2023-12-26

2023 일리노이서 인기 많은 아기 이름

올해 일리노이 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자와 여자 아기의 이름은 노아(Noah)와 올리비아(Olivia)로 나타났다.     이름 분석 웹사이트 '네임스'(names.org)는 최근 미국과 각 주별 인기 남자 아기 이름과 여자 아기 이름 탑10을 발표했다.     네임스는 연방 사회보장국(SSA)의 자료를 기반으로 아기 이름 순위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서 가장 인기가 많은 남자 아기 이름은 노아였고 이어 올리버, 리암, 벤자민, 헨리, 테오도르, 마테오, 윌리엄, 잭, 그리고 알렉산더가 차례로 탑10을 형성했다.     일리노이 주서 가장 인기 있는 여자 아기 이름은 올리비아를 시작으로 에마, 아멜리아, 샬럿, 소피아, 아바, 카밀라, 이사벨라, 에벨린, 미아가 차례로 탑10에 올랐다.     흔하지 않은 이름들 가운데 유독 일리노이 주서 많이 보인 이름은 남자 아기는 테런스, 제롬, 모리스였고 여자 아기 이름 중에는 돌로레스, 로레인, 그리고 로즈매리가 많은 편이었다.     한편, 전국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남자 아기 이름은 리엄이 전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노아, 올리버, 제임스, 일라이자, 헨리, 윌리엄, 루카스, 벤자민, 그리고 테오도르가 차례로 2위~10위를 기록했다. 여자 아기 이름은 가장 많은 올리비아를 시작으로 에마, 아멜리아, 샬럿, 아바, 소피아, 미아, 이사벨라, 에벨린, 루나가 상위 10위권을 차지했다.     Kevin Rho 기자일리노이 인기 아기 이름 일리노이 주서 올해 일리노이

2023-07-12

차도로 향하던 유모차에 탄 아기, 구사일생

    많은 차들이 통행하는 차도를 향해 굴러가던 유아가 탄 유모차를 한 남성이 극적으로 막아세우는 일이 지난 2일 헤스페리아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장면은 인근에 있던 감시 카메라에 잡혔고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영웅적인 행동을 한 남성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건은 2일 오후 3시 30분경 베어 밸리 로드에 위치한 A1 카워시 앞 공간에서 발생했다.   영상을 보면 유모차를 끌던 여성이 차량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차안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유모차는 길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이를 알아채고 뛰어가서 유모차를 잡으려다 넘어졌고 다시 일어나다 넘어지며 긴박한 순간이 펼쳐졌다.   유모차는 거의 차도 가까이까지 굴러가고 있었다. 이때 화면상으로 오른쪽에서 한 남성이 뛰어오더니 유모차를 잡아 참사를 막았다.   유아의 생명을 살린 영웅은 로널드 네스만이라는 남성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고 유모차는 거의 차도까지 굴러 내려온 상황이었다"며 "본능적으로 유모차를 향해 달려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모차를 끌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여성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는데 도움을 주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네스만의 영웅적인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그는 대신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노숙자 생활을 했으며 최근 여동생과 함께 이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18년 함께 살던 여자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상처를 받았고 그 트라우마로 무기력하게 지냈다면서 이번 유모차 사건을 계기로 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네스만은 트럭 운전사로 일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직장을 구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구사일생 차도로 이번 유모차 순간 유모차 아기 구사일생

2023-05-04

캅 카운티 병원서 아기 유골 도난 사건

사산된 아기의 유해가 캅 카운티 병원에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스5뉴스 등 지역매체는마리에타에 위치한 웰스타케네스톤 병원의 전 직원 두 명이 아기의 유골함을 훔치고 유해 또한 없앤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키런매시의 아내는 지난해 8월 임신 6개월 차에 아이를 사산하고 그 유해를 담은 유골함을 곰인형 안에 넣어 보관했다. 1월 그녀는 케네스톤 병원에 곰인형을 들고 치료차 방문했으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병원에서 곰인형을 도난당했다.     체포영장에 따르면 경찰은 침대 시트를 갈던 직원이 곰인형을 훔쳐갔다고 추정하고 사건 당일 병원 세탁실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 애너리스프레드릭과 로스니 프레드릭을 최근 체포했으나 이들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경찰은 병원 수사 후 곰인형과 유골함을 찾을 수 있었지만 함 안에 들어있던 유해는 없어진 채였다.     웰스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 주장이 처음 제기됐을 때 해당 사건을 즉시 조사했으며, 연루된 사람들은 더는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임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에서 일한 적 없다"고 전했다.     아이의 아버지인 키런 매시는 채널2액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던 날 밤 새 울었다. 정말 적은 양의 유해였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윤지아 기자카운티 병원 카운티 병원 아기 유해 케네스톤 병원

2023-04-04

[시조가 있는 아침] 개화 -최도선(1949∼)

그대가 불러주면 꽃이 되고 싶었다   툭 치면 확 터지는 봉숭아 씨앗처럼   까르르 까르르 쏟아지는 봄날이고 싶었다   -나비는 비에 젖지 않는다(책만드는집)   이 봄은 밝은 빛이 가득하기를   김춘수 시인은 명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는데, 최도선 시인은 ‘그대가 불러주면 꽃이 되고 싶었다’고 했으니 두 시가 마치 대구(對句)와도 같다.   이 시조를 읽으며 참 오랫동안 웃음을 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외적으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아니, 웃기도 미안한 나날이었다.   그러나 때는 봄이다. 모두가 ‘툭’ 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그러면 쏟아질 듯한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릴 듯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참 오래도 웃음을 참고 살았다.   ‘아가가 쏘옥 내민/ 혀를 보고 있다// 환장할 일이다/ 미칠 일이다// 산수유 노란 꽃들이/ 온 하늘을 덮고 있다.’ (‘봄날’)   산수유 아름다운 이 봄날엔 세상이 아기 웃음소리 같은 밝은 빛으로 가득했으면 한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최도선 개화 최도선 시인 아기 웃음소리 김춘수 시인

2023-03-12

[잠망경] 미세한 소리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일이다. 그날 한 인디애나 의과대학 재학생이 임상 교육을 받으러 이 종합병원에 와서 나를 따라다니면서 회진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 마침 나는 신생아실에서 한 아기를 진찰하던 중인데 그 아기 심장에서 정상 박동이 아닌 murmurs 소리가 심장박동 사이에서 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주의 깊게 이 소리가 어떤 심장 질환과 연관이 있는 소리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 소리는 마치 조용한 바람 소리 같이 “사~악 사~악” 하는 아주 작은 소리이기에 때로 내 귀에 들리기도 하고 안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거기에 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곁에 서 있는 의과대학생에게 이 신생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하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설명하도록 했다. 그 학생은 한참 듣고 나서 신생아의 빠른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소리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다.     나는 이번에는 다시 들어보면서 의사 선생님이 지금 말한 정상이 아닌 심장 소리가 분명히 박동 속에 들어 있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들어보라고 말했다. “아- 선생님. 그 이상한 murmurs 소리가 정말 들려요!” 환호하며 그 학생이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없다고 생각하고 듣는 것과 거기 분명히 있다고 믿고 시도하면 이렇게 결과가 다르다는 말이야” 하며 나는 그에게 힘주어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귀한 경험을 한 의사 지망생을 생각하면서 나는 구약에 나오는 엘리야 선지자가 경험한 경이로운 체험담을 생각해 보았다.   왕상 19장 11-12 “이제 곧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 너는 나가서, 산 위에, 주 앞에 서 있어라.” 크고 강한 바람이 주님 앞에서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었으나, 그 바람 속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 지진이 일었지만, 그 지진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가고 난 뒤에 불이 났지만, 그 불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불이 지난 뒤에, 부드럽고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필경 엘리야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행여 하나님의 모습을 놓칠세라 온 정신을 집중하여 주님의 모습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때마다 자기 모습을 그에게 보이지 않으셨다. 그때 엘리야는 얼마나 실망했을까? 그러나 그는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라는 주님 말씀을 굳게 믿는 믿음으로 실망하지 않고 산 위에 버티어 서 있었고 그의 긍정적인 믿음이 마침내 미세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이다.     요즈음 우리 세대는 지진도 아니고 바람이나 불도 아닌 계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그 변이형(Variant)의 발생으로 인하여 끝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중에 어느 누군가 마치 전에 나를 찾아왔던 인디애나 의과 대학생처럼 아니면 선지자 엘리야처럼 창조주의 미세한 음성을 듣고 이 어려운 때를 살아갈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진수 / 수필가잠망경 미세 소리 심장 소리 murmurs 소리 아기 심장

2023-01-02

[이 아침에] 인생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기 유익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자신보다 타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에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마치 헤엄을 못 치는 아버지가 아들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이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특히, 기독교의 초자연적인 사랑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와 목적까지도 포함한다.     러시아의 대표적 작가인 톨스토이는 일반대중이 기독교의 사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을 썼다. 톨스토이는 작품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 세 가지 질문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첫 번째 질문은 ‘사람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였다. 가난한 구두장이 부인 마트료나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었기에, 그녀는 추위에 떨며 굶주린 마이클에게 러시아의 호밀 맥주인 크바스와 빵을 대접할 수 있었다. 그러자 하늘 나라의 천사였던 마이클이 그녀를 향해 웃음을 보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였다. 작품 속의 부자는 자기에게 일상 생활을 위한 장화가 필요한지, 아니면 자신의 장례용 슬리퍼가 필요한지를 몰랐다. 그는 인간에게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며,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하나님의 사랑은 감정 이상이며 능동적인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심이 없는 사랑이며 자기의 유익이 배제된 사랑이다. 특히,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며 끝까지 성실한 희생의 사랑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가장 깊은 사랑은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침묵은 인간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용서를 나타내는 표시이며 하나님의 침묵 속에는 엄청난 도움의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적 완성을 위한 정신적 토대는 사랑에 있다. 인간은 사랑의 온기로 마음이 따뜻해질 때 생겨나는 힘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는 약하지만 남을 위해서는 강하다. 우리 곁에서 사랑의 온기를 건네주는 이웃 덕분에 모진 세월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모순은 사랑으로서만 해결되고 해결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왔다. 성탄절은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연약한 아기 예수로 오셔서 인간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시고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날이다. 예수의 탄생이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의 태에 잉태되어 여자에게서 났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가 참으로 인간이며 우리 중 하나가 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인간을 향한 사랑 때문에 하나님이 직접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갈등하며 멀어진 인간을 화해시키기 위해 하나님이 아기 예수를 우리의 중재자로 보내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사랑의 다리를 놓았듯이, 우리도 이웃과의 화목을 위해 사랑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이 아침에 인생 사랑 사랑 때문 아기 예수 온기로 마음

2022-12-19

[이 아침에] 인생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기 유익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자신보다 타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에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마치 헤엄을 못 치는 아버지가 아들이 물에 빠진 것을 보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이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특히, 기독교의 초자연적인 사랑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와 목적까지도 포함한다.     러시아의 대표적 작가인 톨스토이는 일반대중이 기독교의 사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을 썼다. 톨스토이는 작품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 세 가지 질문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첫 번째 질문은 ‘사람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였다. 가난한 구두장이 부인 마트료나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었기에, 그녀는 추위에 떨며 굶주린 마이클에게 러시아의 호밀 맥주인 크바스와 빵을 대접할 수 있었다. 그러자 하늘 나라의 천사였던 마이클이 그녀를 향해 웃음을 보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였다. 작품 속의 부자는 자기에게 일상 생활을 위한 장화가 필요한지, 아니면 자신의 장례용 슬리퍼가 필요한지를 몰랐다. 그는 인간에게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며,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하나님의 사랑은 감정 이상이며 능동적인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심이 없는 사랑이며 자기의 유익이 배제된 사랑이다. 특히,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며 끝까지 성실한 희생의 사랑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가장 깊은 사랑은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침묵은 인간을 향한 무한한 사랑과 용서를 나타내는 표시이며 하나님의 침묵 속에는 엄청난 도움의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인간적 완성을 위한 정신적 토대는 사랑에 있다. 인간은 사랑의 온기로 마음이 따뜻해질 때 생겨나는 힘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는 약하지만 남을 위해서는 강하다. 우리 곁에서 사랑의 온기를 건네주는 이웃 덕분에 모진 세월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모순은 사랑으로서만 해결되고 해결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왔다. 성탄절은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연약한 아기 예수로 오셔서 인간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시고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날이다. 예수의 탄생이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의 태에 잉태되어 여자에게서 났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가 참으로 인간이며 우리 중 하나가 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인간을 향한 사랑 때문에 하나님이 직접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과 갈등하며 멀어진 인간을 화해시키기 위해 하나님이 아기 예수를 우리의 중재자로 보내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사랑의 다리를 놓았듯이, 우리도 이웃과의 화목을 위해 사랑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이 아침에 인생 사랑 사랑 때문 아기 예수 온기로 마음

2022-12-15

[귀고리] 삶의 뜨락에서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애들이 키가 부쩍 커지면서부터 유별난 질문을 하거나 전에 없던 엉뚱한 요청을 해 오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딸은 자기도 다른 친구들처럼 귀에 예쁜 귀고리를 하고 다니고 싶다며 부디 엄마가 자기 귀에 구멍을 뚫는 것(pears ear)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그때 우리 부부는 한참 이일로 인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공연히 성한 몸에다 손을 대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딸은 민감한 사춘기 시기였기에  혹시 이 일로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할까 하는 생각에 그리하도록 허락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아들이 요즈음 유행은 남자들도 귀고리를 한다며 자기도 누나처럼 귀에 구멍을 뚫겠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다 큰 사내아이가 귀에다 보석을 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이건 우리가 그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닌 큰 두통거리로 다가온 것이다.   여자에게는 예쁜 얼굴 모습이, 그리고 남자에게 어깨와 팔에 탄탄한 근육이 매력의 초점이라면 남자가 귀에다 보석장식을 하고 다니는 것은 도대체 이 둘 중에 어디에 속한단 말인지,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이 모두가 경우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경우에 알맞게 살아야 하는 게 바른길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그런 설명을 덧붙여 가며 단호히 너의 귀고리는 안된다고 거절했다. 더는 떼를 쓰지 않기에 우리는 항상 착한 우리 아들을 고맙게 생각했다.   그 당시 내 소아 진료소에 찾아오는 환자의 반수 이상이 남미, 주로 멕시코계 아이들이었다. 남미 사람들은 여자아이가 태어나서 약 1개월이 지나면 거의 모두가 집에서 그 작은 아기 귓밥에 바늘로 구멍을 만들고 작은 금장식을 달아주는 풍습이 있다. 가끔 아기 부모가 내 병원으로 찾아와서 그걸 나에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나는 그것만은 사양했다. 내 마음속에는 ‘우리의 몸은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고전 6:19)’이라는 성경 말씀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에게 첫해에 놔주어야 하는 예방주사가 자그마치 6~7개가 되는데 그 주사를 놔줄 때마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 울음소리를 아기 엄마와 함께 나도 가슴으로 삼켜야 하는 것이 내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에게 다른 어떤 아픔도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해 여름 방학에도 아들은 야구 캠프에 다녀왔다. 약 3주간의 캠프 생활 동안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다리도 길어지고 키도 훌쩍 커진 것 같았다. 누렇게 햇볕에 탄 얼굴을 자세히 보다가 그의 귀에 부착된 금속 귀고리를 보게 되었다. 너도 기어이 귀에 구멍을 냈구나! 얼마 동안 나는 몰려오는 실망과 배신감을 참으며 할 말을 잃고 서 있는데 아들은 웃는 표정으로 “엄마 나 내 귀 안 뚫었어요. 이거 봐 이건 앞뒤가 자석이지 않아?” 부모를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아들의 예쁜 마음을 나는 그날 밤 하나님께 한껏 감사드렸다. 황진수 / 수필가귀고리 뜨락 아기 엄마 아기 부모 아기 울음소리

2022-11-25

[수필] 가을 맞이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다. 우리 집 벽장에도 여름옷들은 뒤쪽으로 물러가고 가을, 겨울옷들이 얼굴을 내밀고 앞으로 나와 있다.   우리 집은 방이 세 개인데 2층은 남편과 내가 쓰는 안방이고 계단 3개를 올라가면 3층에 작은 방 두 개가 나란히 있다. 방 하나는 손님방으로 침대와 스탠드만 있고 옆방에는 두 개의 침대와 그 외 많은 물건이 즐비했다.  침대 하나는 더블로 15년 전 내가 손녀를 키우려 미국에 다닐 때 쓰던 것이고 하나는 우리 손주들이 쓰던 아기 침대다. 코로나 이전에는 손자가 셋인 아들 식구가 오면 좁아도 요긴하게 다 사용하였다. 이제는 손자들도 다 커서 아기 침대는 내놓아야 했는데 무엇을 버리지 못한 내 습관때문에  우리는 아기 침대 위에 화장지 더미나 키친타월 등을 올려놓고 사용하였다.     작은 방에 침대가 두 개니 별로 공간이 없었다. 거기에 10여 년 전 한국을 떠나올 때 줄이고 줄여서 가져온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 골라 철 따라 벽에 그림도 바꿔 걸며  30여년 전에 찍었던 가족사진도 벽에 걸었다. 겨울이면 육촌 동생이 수놓은 6쪽짜리 자수 병풍도 치고 벽장에 넣어두면 잘 보이지 않아  가방들도 철 따라 꺼내어 나란히 아기 침대 위에 올려놓고 사용했다. 한쪽으론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림 도구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그 방은 남이 보면 창고이고 나에겐 모두가 사연이 담긴 소중하고 의미 있는 물건들로 가득했다.     나는 가끔 그 방에 들어가 이것저것을 뒤적이곤 했다.  앨범을 보며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오래전 내가 그린 그림에서 잘잘못을 찾아내고, 내가 써놓은 일기장들을 뒤적이며 그때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거의 읽은 책들이지만 다시 한번 더 읽으며 옛날에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곤 하였다. 결혼 50주년 때도 믿기지 않은 우리 부부의 칠순, 팔순 때도 그 방에 앉아 희노애락의 지난날을 회상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마치 농부가 가을에 수확한 곡물들을 곡간에 채워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부자가 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올여름 너무 더워 그 곡간에 위기가 왔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둘째 딸과 사위가 정기적으로 우리 집을 방문해 주는데 이번 여름에는 너무 더워  방 하나를 더 쓰고 싶어하였다. 서향으로 향한 방이고 지붕 바로 아래 방이니  여름 더위에는 에어컨도 능사가 못되었다. 그전에도 몇 번 필요 없는 아기침대, 옷, 책들을 정리하면 방 하나가 더 생길 텐데 왜 그렇게 못 버리냐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 방을 정리하면 내가 살아온 자취들이 없어질 것만 같아 귀담아듣지 않았다.  물건들로 방은 가득 찼지만 우린 질서 있게 배치해 두었으므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식이 거듭 한 말을 건성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옛 성현의 말씀인 여자의 삼종지덕이 생각났다. 어려서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결혼해서는 남편의 말을 듣고 늙어서는 자식의 말을 따르라는 가르침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의 막바지에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손녀가 쓰던 침대를 길가에 내놓았다.  머릿장과 매트는 누가 금방 가져갔다. 이제는 우리가 사는 시의 법이 바뀌어 가구를 내놓으면 벌금을 문다고 하였다. 돈을 주고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필요한 사람을 찾아보자고 하였지만 결단력이 빠른 남편은 침대를 분해해서 재활용 통에 버렸다. 아직은 입을 수 있는 옷들을 굿일(Good Will)에 갖다 주고 손주들이 내놓았던 어린이 도서와 장난감 등을 깨끗이 정리하여 어린아이 둘이 있는 딸 후배 집에 보냈다. 멀쩡한 방을 정리한다고  화를 내던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치우다 보니 딸 말대로 이제는 필요 없는 물건들도 많이 나왔다. 우리 부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수 없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80고령에도 무거운 짐들을 순식간에 옮기고 버려준 남편의 행동에 다시 한번 놀랐고 젊은 날의 남편을 본 듯 든든했다.  화장지나 키친타월 등의 큰 덩치도 벽장 안으로 헐렁하게 넣을 수 있었다. 방 하나만이 아니라 온 집을 정리하게 되었다. 정리하는데 5일 정도 걸렸다. 옛말에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고 하였는데 자식 말을 들으니 침대와 책장과 의자만 있는 단정한 또 하나의 근사한 방이 생겼다.     며칠 전에 두 딸 가족이 왔다. 짐들로 가득 찬 방이 깨끗이 정리된 것을 보고 모두 놀라워했다. 그리고 수고했다고 칭찬도 하며 자기들이 하려고 했는데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하였다. 자식 말을 따라 준 우리도 한편 홀가분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그 방이 낯설다. 깨끗하게 치워진 그 방이 나에겐 익숙지가 않다. 저녁에 씻으러 갈 때도 그 방을 들여다보면 왠지 썰렁하다. 일부러 들어가 의자에 앉아 보지만 금방 일어선다. 아직도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에 얽매어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천재 시인 윤동주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하고 읊은 시가 있다.  중간쯤에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이 구절에는 비교적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물어온 질문들, 사람들을 사랑했느냐, 상처 준 일이 없느냐, 삶이 아름다웠느냐, 어떤 열매를 얼마나 맺었느냐, 이런 질문에는 대답이 잘 나오질 않는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의 가을에 와 있다. 이제 지나간 일들은 잊고 못다 한 일들을 하기 위해 매진해도 늦은 나이다.  많은 사람이 말한다. 노년에 지켜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지나간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힘을 기르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앞으론 깨끗이 치워진 그 방에 앉아 조금은 늦은 감이 들지만 내 인생에 진짜 가을이 오는 날을 위해 시간을 내어야겠다. 윤동주 시의 맨 마지막 구절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 가겠습니다’처럼 노력할 것이다. 그러려면 습관이 되어버린 모든 말과 행동과 싸워야 할 것 같다. 그 싸움에 지지 않고 보기 좋은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야겠다. 내 인생에 겨울이 오기 전에.     이영희 / 수필가수필 가을 맞이 가을 맞이 가을 겨울옷들 아기 침대

2022-11-03

[살며 생각하며] 마법의 지팡이

작년부터 고춧가루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전에는 고춧가루는 물론 멸치, 미역, 다시마 등을 한국에서 가져다 먹었다. 내가 살았던 미국 시골은 탄광으로 알려진 척박한 곳이었다. 한국 식품점은 물론, 변변한 쇼핑몰도 없었다. 내 옷, 아들 옷, 남편 옷이 색깔별로 들어있는 상자가 절기마다 도착했다. 세관에서 비즈니스라고 오인했는지, 세금 딱지가 붙어서 오기도 했다.     아들이 한 살 무렵에 살고 있었던 웨스트버지니아는아팔라치안 산맥이 있는 동네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언덕 위에 있었다. 눈썰매를 타듯 브레이크를 밟으며 언덕길을 내려오면 평지에 대학 건물 파킹장이 있다. 그 옆에 잡풀이 자라는 공터에 필리핀 가게가 있었다. 동양 학생들은 아쉬운 대로 두부, 숙주 같은 것을 사곤 했고 주인아줌마의 수다스러운 웃음을 덤으로 얹어 갔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빈약한 선반에는 건조물과 통조림이 듬성듬성 있었다. 아들 돌을 차릴만한 식재료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한국에서 한 보따리 물건이 또 왔다. 버섯, 나물, 해삼, 생선, 조개 말린 것들이 왔다.     내일이 아들 돌이다. 학생 부부들을 손님으로 청해 놓았다. 전날 밤에 나물과 버섯을 종류별로 한 움큼 물에 풍덩 담갔다. 아침에 부엌에 나가 보니 이게 웬일, 내 눈은 대야만큼 커졌다. 그것들은 하마처럼 불어서 부엌 곳곳에서 대야 밖으로 넘치고 있었다. 흐물거리고 있는 나물과 버섯을 일단 없애야 했다. 손님들이 돌아갈 때 사정해 가며, 한 봉지씩 안겼던 기억이 난다. 건조식품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던 애송이 시절이다.     지금은 안다. 그 물건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이곳의 즐비한 한국마켓에 나가도 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경동시장까지 발품을 팔고 노심초사 골라서 비싼 운임으로 부친 것이라는 것을. 어디 먹거리뿐인가. 그 시절의 나는 한국을 다녀오면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곤 했다. 탱글한 파마에 윤기 나는 피부에 유행하는 옷을 입고 미국에 돌아왔다. “이제야 제 모습이 나오는구나”라며 읊조리는 그분의목소리를 뒤로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어머니의 마법 지팡이는 길어야 석 달이면 효력이 다했다. 파마는 늘어지고 피부는 거칠해지고 옷은 후줄근해졌다. 담가주신 김치는 떨어졌고, 챙겨주신 밑반찬은 바닥이 보였다. 그분의 지팡이도 미국 땅까지는 세력을 뻗치지 못했다. 나의 일상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봄이면 나는 고추를 심는다. 안 매운 고추, 아삭이 고추를 심어도 어느 정도 자라면 매워서 먹을 수가 없다. 아기 고추 몇 개를 따 먹다가, 가을볕에 고추가 빨개지도록 그냥 두었다. 깊고 그윽한 햇볕을 받아서 대롱처럼 매달린 고추를 줄기에서 낚아챈다. 반을 갈라서 건조기에 밤새도록 말린다. 집안에 알싸하고 매캐한 냄새가 퍼진다. 가을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오그라든 고추를 다시 한번 해를 보게 한다. 이제 가루가 될 준비를 마쳤다.     마법 지팡이로 나를 ‘팡’ 건드려 주던 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보따리가 오지 않아도 그럭저럭 해결되고 있다. 시월 어느 따뜻한 날을 골라서, 햇고춧가루로 김장을 해야겠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지팡이 마법 마법 지팡이 아기 고추 한국 식품점

2022-10-11

[글마당] 만남은 또 다른 만남을

나이가 든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나는 예전엔 무관심했던 노인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찾아서 본다. 내 남은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통해 지혜를 얻고 싶어서다.   1960년 1월부터 늦가을 한 해 사이에 일어난 ‘Mrs. Palfrey at the Claremont’(클레어몬트의 팰프리 부인, 2005년) 영화를 봤다.     노인들이 묵고 있는 런던의 한 호텔에서 가족에게 버림받은 노파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오후 그녀가 길에서 넘어졌다. 지하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소설가 지망생 청년이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상처 난 다리를 치료해주고 호텔로 데려다준다. 노파는 청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저녁 식사에 초대하여 우정을 쌓아가며 서로는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젊은 작가 청년은 노파가 가장 좋아하는 소피아 로렌과 리처드 버튼 주연인 ‘Brief Encounter’(짧은 만남, 1974년) 영화를 빌려보기 위해 비디오 가게에 갔다. 그 비디오를 먼저 집어 든 젊은 여자와 맞닥뜨려 또 다른 만남이 생겨나 그 둘은 연인이 된다. 청년은 노파가 클레어몬트 호텔에 대해 그에게 해준 말을 바탕으로 소설 집필을 한다.   그냥 지나치지 않은 작은 친절과 격려가 삶을 성장, 변화시키며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다.     영화를 본 다음 날 나는 홀푸드 마켓에 들렀다가 집으로 오는 도중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내 옆에 서 있는 남자아이가 입고 있는 검은 옷이 예사롭지 않다. 그 옆에 서 있는 아기 엄마에게 물었다. 보통 때 같으면 바쁜 젊은 사람 방해하기 싫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어제 본 영화 영향이었을까?   “아기 옷을 손수 만들었나요?”   “아니요, 한국에서 가져왔어요.”   “어머! 한국 사람이세요.”   “네.”   검은 면 드레스를 입은 엄마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곱다. 단아하다. 세련됐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아기 엄마도 너무 예쁘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볼펜 화가 내 남편의 오프닝 날이었다. 그제 본 그 아기와 엄마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놀랍고 반가웠다.     “저 알아보시겠어요?”   “누구신지…?”   “어퍼웨스트 건널목에서 아기 옷이 하도 예뻐서 물어봤던 사람이에요.”   “어머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   “제 남편 개인전이에요.”   “어머머 이런 인연이.”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아기 엄마 어퍼웨스트 건널목 소설가 지망생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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