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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미세한 소리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일이다. 그날 한 인디애나 의과대학 재학생이 임상 교육을 받으러 이 종합병원에 와서 나를 따라다니면서 회진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 마침 나는 신생아실에서 한 아기를 진찰하던 중인데 그 아기 심장에서 정상 박동이 아닌 murmurs 소리가 심장박동 사이에서 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주의 깊게 이 소리가 어떤 심장 질환과 연관이 있는 소리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 소리는 마치 조용한 바람 소리 같이 “사~악 사~악” 하는 아주 작은 소리이기에 때로 내 귀에 들리기도 하고 안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거기에 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곁에 서 있는 의과대학생에게 이 신생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하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설명하도록 했다. 그 학생은 한참 듣고 나서 신생아의 빠른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소리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다.  
 
나는 이번에는 다시 들어보면서 의사 선생님이 지금 말한 정상이 아닌 심장 소리가 분명히 박동 속에 들어 있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들어보라고 말했다. “아- 선생님. 그 이상한 murmurs 소리가 정말 들려요!” 환호하며 그 학생이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없다고 생각하고 듣는 것과 거기 분명히 있다고 믿고 시도하면 이렇게 결과가 다르다는 말이야” 하며 나는 그에게 힘주어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귀한 경험을 한 의사 지망생을 생각하면서 나는 구약에 나오는 엘리야 선지자가 경험한 경이로운 체험담을 생각해 보았다.
 
왕상 19장 11-12 “이제 곧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 너는 나가서, 산 위에, 주 앞에 서 있어라.” 크고 강한 바람이 주님 앞에서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었으나, 그 바람 속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 지진이 일었지만, 그 지진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가고 난 뒤에 불이 났지만, 그 불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불이 지난 뒤에, 부드럽고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필경 엘리야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행여 하나님의 모습을 놓칠세라 온 정신을 집중하여 주님의 모습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때마다 자기 모습을 그에게 보이지 않으셨다. 그때 엘리야는 얼마나 실망했을까? 그러나 그는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라는 주님 말씀을 굳게 믿는 믿음으로 실망하지 않고 산 위에 버티어 서 있었고 그의 긍정적인 믿음이 마침내 미세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이다.  
 
요즈음 우리 세대는 지진도 아니고 바람이나 불도 아닌 계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그 변이형(Variant)의 발생으로 인하여 끝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중에 어느 누군가 마치 전에 나를 찾아왔던 인디애나 의과 대학생처럼 아니면 선지자 엘리야처럼 창조주의 미세한 음성을 듣고 이 어려운 때를 살아갈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진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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