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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베스트셀러…'호모 프롬프트' '도파밍'…알듯 말듯

신년을 맞은지도 며칠 안됐는데 벌써 1주일이 지나갔다.  이제 올해도 51주밖에 남지 않았다. 새해 결심(New Year Resolutions) 중에 책읽기를 골랐는데도 아직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두려워 하지 말라. 책 읽지 않는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일단 베스트셀러를 읽어볼 만 핟. 2023년 베스트셀러중 시니어들이 읽을 만한 책을 몇 권 꼽아봤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2023)   지난해 한국에서 '쇼펜하우어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의 책이다. 마흔의 삶에 지혜를 주는 쇼펜하우어의 30가지 조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특히 2023년 8월 출간됐는데 전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철학 교양서로는 최초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많은 사람이 나이 들며 겪는 환경과 감정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지혜를 책에서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철학과 함께 풀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일으킨 '쇼펜하우어 신드롬'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생각과 말이라면 시대와 상관없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자, 과학자, 심리학자, 문학가, 법조인, 음악가, 정치인 등 각 분야에 이론적 토대와 영향을 준 세계 거장들의 철학자다. 프리드리히 니체, 쇠렌 키르케고르,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카를 융, 바그너,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프란츠 카프카, 도스토옙스키, 에밀 졸라 등 수많은 사람이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 특히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책 한 권으로 철학자의 길을 걸었으며 바그너는 쇼펜하우어를 평생 찬미했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했지만, 그는 인생사를 고통으로만 결론 짓지 않았다. 고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인생의 무게 중심이 자기 바깥에 있는 '가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다른 하나는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자기 밖에서 자기 안으로 옮기는 '진짜 행복'을 위한 고통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에 고난과 괴로움은 어느 정도 필요하며, 진짜 행복을 좇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했다. 거기에서 누가 빼앗을 수도 없고 사라지지도 않는 자기 긍정, 자부심, 자립심, 당당함, 품격을 얻을 수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2023)   블로그 등으로 유명한 재야의 명저인 '세이노의 가르침'이 2023년 정식으로 출간됐다. 순자산 천억 원대 자산가인 필명 '세이노'는 2000년부터 발표된 주옥같은 글들이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그의 조언은 매우 실용적이고 심지어는 현실적이다.     정식 출간돼 나왔지만 이 책은 부자 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목차를 훑어보면, 재테크 기법 같은 것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돈이 삶의 우열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대신,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삶의 자세부터 바로잡고 '피보다 진하게 살라'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돈에 대해서는 물론, 직접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가난과 부의 실체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 사회에서 돈은 마치 '피'와 같다. 피가 우리 몸 전체를 순환하며 생명을 유지시키듯,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피가 부족한 이를 위해 피를 나누듯 썼다. 어디의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살아가면서 소중한 걸 포기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설명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 외, 2023)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분석을 통해서 태어난다. 첫 출간본부터 대학원 전공자들이 나서서 만든 시대를 초월한 베스트셀러다. 특히 2023년은 챗GPT의 출현으로 세상이 크게 요동쳤다. 챗GPT만큼 충격을 주는 것은 없었다. 이에 2024년도 다를 바 없다. 모든 학자들이, 모든 책들이 'AI'와 '인공지능', '챗GPT'를 얘기하는 이 시점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인간의 역할 혹은 역량에 주목했다. 이 책이 제시하는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올해 덜 놀랄 것같다.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사회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면서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AI는 프롬프 트만큼 똑똑하다." 인간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 이다. 이 키워드가 '호모', 즉 인간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I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화룡점정'의 역량은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한 인간만의 것이다.    ▶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  완벽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육각형인간'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강박적인 완벽함의 반향으로 작용한다. 어차피 닿을 수 없는 목표라면, 포기를 즐기는 놀이이자 타인을 줄 세우기 위한 잣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육각형인간 트렌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다.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오늘날 '일물일가'의 법칙은 사라졌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빅데이터의 활용과 실시간으로 모든 변수를 측정해내는 AI의 발달은 시간, 장소, 유통 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일물N가'의 세상을 열었다. 소비자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 이제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  도파민 도는 일 뭐 없나? 재미는 늘 인간의 화두였지만 요즘만큼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된 적은 없었다. 게이머가 '파밍'하며 아이템을 모으듯, 사람들은 재미를 모은다. 엉뚱하고 기 발하고 지극히 무의미한 일들이 주목을 끌고 '역대급 도파민'이 매번 기록을 경신한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도파밍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예전 아빠들 같지않은 밀레니얼들 취미  결혼이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이 된 오늘날, 결혼 후 남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전에 없이 달라 졌다. 가사 노동과 육아, 가족 관계의 균형점이 이동하고 있다. 권위적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어가는 요즘남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없던아빠들이 가정과 기업, 나아가 소비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던 스핀오프가 이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비교적 저 예산과 유동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해보는 스핀오프는 기업 입장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고, 또 성공할 경우 예상 밖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들도 커리 개발을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변화의 시대, 스핀오프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  "나도"라는 의미의 'Ditto'가 소비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디토소비는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건너뛰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FOBO, 즉 실패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손쉬운 방편, 디토소비가 뜬다.    ▶El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인구는 감소하고 광역 교통은 발달하는 현대사회에서 유목적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는 소 비자가 늘어나며, 지역은 이제 하나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이동하고 흐르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이 주목받는다. 불균형 발전과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이 시대에 리퀴드폴리탄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돌봄경제  인간은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초개인화하는 나노사회, 1분 1초가 아쉬운 분초 사회에서, 돌봄의 시스템화가 중요해졌다. 돌봄은 이제 단지 연민이 아닌 경제의 문제다. 나 이와 건강 상태에 따른 사회적 약자들만이 그 대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세상이다. 돌봄경제는 바로 나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조직과 사회의 경쟁력이다.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정희원, 2023)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이 감속노화 실천법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노화'라고 하면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느린 걸음걸이 같은 특징적인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마다 얼굴과 성격이 다르듯 노화의 속도나 정도는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70세가 되었을 때 젊은 성인과 비슷하게 활기찬 삶을 영위하느냐, 침상에 누워 시간을 보내느냐의 차이는 지금부터의 내재역량 관리에 달렸다. 실제 미국의 성인 72만 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신체 활동, 식사, 수면, 사회관계, 스트레스 등의 생활 습관 요인에 따라 40세를 기점으로 남성은 24년, 여성은 21년의 수명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백세 시대,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은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단순히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아니라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이 책은 생애 주기에 따라 생활의 요소를 조절해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내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영양, 운동, 스트레스 및 정신 건강 관리법을 실천하면 누구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또래보다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이외 리스트]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앨런 피즈, 2020): 최신 뇌과학이 밝혀낸 성공의 비밀   ◇인생은 순간이다(김성근, 2023): 82세 현역 야구 감독 김성근 에세이     ◇돈은 모든 것을 바꾼다(김운아,2023): 실제 경험으로 깨달은 부자 되는 법     ◇모순(양귀자, 1998): 양귀자 3번째 장편소설   ◇하나님의 음성(김병삼, 2023): 말씀과 함게 하는 거룩한 습관, 매일만나 365 장병희 기자베스트셀러 프롬프트 쇼펜하우어 신드롬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철학자 과학자

2024-01-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마음 따라 길을 가면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늘어져 한숨만 쉬고 있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게으름이 게으름을 낳고 나태는 더 큰 나태를 초래한다. 나태는 소극적인 의미의 게으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거부하는 것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행위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서 게으름보다 더 심각하다.   부지런 떨며 부엌과 서재에 새해 달력을 미리 갖다 놓는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장식했다. 올해는 애들도 오지 말라고 했다. 홀로 사는 연습을 한다. 언제까지 어제의 시간들에 매달려 오늘을 갉아먹을 수는 없다. 아파도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백번 천번 다잡아도 마음은 고삐 없는 송아지처럼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흘러간다.   아래층 화실 중앙에는 크고 둥근 구닥다리 시계가 걸려있다. 작품에 몰두하다 고개만 들면 몇 시인지 금방 안다. 칠칠치 못해서 작업하다 핸드폰 찿아 시간을 알려면 이리저리 헤매다가 알록달록한 물감을 여기 저기 묻힌다. 없는 걱정도 미리하는 스타일이라서 ‘배터리가 다 닳으면 작동을 멈출 텐데’라고 유심히 바라본다. 새 달력의 빈칸을 다 채우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기로 한다.   마음도 지치면 풀이 죽는다. 힘들고 무겁게 등에 진 짐을 내려 놓고 싶은 날, 이유 없이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괜시리 사는 게 허무해지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은 날.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날은, 그냥 멍 때리며 땅거미처럼 몰려드는 서러움에 몸을 맡긴다. 먹물이 뚝뚝 떨어지는 어둠은 세상 모든 근심을 집어 삼킨다. 빛이 바다 저 켠으로 가라앉는 날은 그냥 잠시 멈추고 싶을 뿐이다. 새 건전지로 갈아 끼우고 배터리가 충전 될 때까지 시간이여! 생의 고비 돌고 돌며 힘겹게 버텨온 세월 잠시 멈추고, 마음 추스를 여유를 줄 수 있겠나.   빌 게이츠는 힘들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나태한 사람을 찿는다’고 한다. 나태한 사람은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고 편리하게 해결한다고 평가한다.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멍부형(멍청하고 부지런한)리더’보다 ‘똑게형(똑똑하고 게으른)’리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태한 사람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 했을 때 무작정 뛰어들지 않고 최적의 해결 방법을 찿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는 말이다.   일시적인 게으름과 나태함을 무작정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게으름을 나쁘게 몰아부치고 잠깐의 여유나 휴식조차 게으름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 번아웃 증후군이나 우울증 등을 포함한 각종 정신적 문제가 발생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과도한 직무에 시달려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낄 때 발생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정신적인 탈진 증상이디. 몸은 마음 따라 움직인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강제로 휴식을 취하며 발생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학창시절 내 성적표는 분치기 초치기 시험공부의 결과물이다. 그림 그리기와 글짓기, 좋아하는 과목은 신나게 공부했다. 좋아하는 일 확실한 목표를 가지면 부지런해진다. 현대인은 무의식적인 시간 강박에 매몰되어 마음이 가는 길을 알지 못하다. 시도 때도 없이, 이유 없이 등장하는, ‘허무의 꼬리 잡기’나 ‘고장 난 배터리 신드롬’은 자기 소모의 결과로 발생하는 피로나 나태와는 구별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독일 속담에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1주일에 7번의 오늘이 있고, 게으른 사람은 7번의 내일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내일의 태양은 오늘 뜨지 않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마음은 천리 만리 길을 간다. 마음 따라 길을 가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마음 번아웃 증후군 배터리 신드롬 육체적 정신적

2023-11-14

[수필] ‘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지난 8월 한국서 압도적 흥행 1위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책을 바탕으로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를 다룬 전기 영화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물리학 지식이 없어 3시간 내내 긴장을 하며 봤다.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누가 누구인지 스토리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스크린에 터지는 폭탄과 같은 영상과 음향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얼마 후 오펜하이머 신드롬으로 관련 내용이 쏟아져  “아! 그게 그런 것이었구나” 했다.  또한 가까운 친구 남편에게 핵분열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친구의 남편은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퇴임 후 현재는 학술원 회원이다. 그 후 다시 한번 그 영화를 보니 이해하기 쉬워서 즐기면서 봤다.     오펜하이머는 하버드 대학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화학을 전공했으나 물리학이 자신에게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험 물리학의 성지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실험 물리학에 서툴러 지도교수에게 낙제생 취급을 받고 자존심이 상한다. 사과에 독성 물질을 넣어 그를 죽이려는 시도까지 한다. 지독한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정신질환으로 인정받아 정학처분만 받는다.     운이 좋았는지 이때 케임브리지 대학을 방문한 독일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를 만나 이론 물리학의 본산인 독일의 괴팅겐 대학에 편입한다. 그곳에서 박사 하위를 받고 젊은 엘리트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미국으로 귀국한다. 패서디나에 있는 캘텍과 UC버클리 교수로 임명되고 그것이 훗날 맨해튼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독일보다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려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그러나 루스벨트는 핵실험의 성공을 3개월 앞두고 갑자기 서거하고 트루먼 부통령이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다.) 오펜하이머는 그 프로젝트의 과학총괄책임자가 된다. 그는 뉴멕시코주의 사막 로스앨러모스에 거대한 연구단지를 건설하고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을 영입한다.  그곳에 모여든 대부분의 과학자는 자신의 임무가 원자탄 제조의 일부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성과 혼돈의 현장을 통합으로 이끈 사람이 바로 오펜하이머다. 프로젝트의 총괄 사령관인 레슬리 그로보스 장군은 자신이 가장 잘한 결정이 오펜하이머를 로스앨러모스의 연구소장으로 발탁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1945년 7월 16일,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다. 작전명은 ‘트리니티 테스트’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재현한 이 테스트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원자폭탄의 위력이 입증된 후 오펜하이머는 힌두교의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말을 떠올린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그는 6개국어에 능통했던 언어의 천재였으며 취미로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독일을 목표로 핵폭탄을 개발했으나 히틀러가 자살하고 독일이 항복했기 때문에 끝까지 저항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인들은 그의 애칭 ‘오피’를 연호하며 열광한다. 하지만 그 엄청난 영광과 환희는 오래가지 못한다.   트루먼 대통령은 오피를 백악관에 초청하여 축하한다. 오피는 “내 손에는 피가 묻어 있다”고 말한다. 트루먼은 손수건을 내주며 핵폭탄을 개발한 건 당신이지만 사용을 명령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  2차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된다.  트루먼은 수소폭탄 개발을 원한다. 그러나 오피는 수소폭탄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그로 인해 군부와 정치인들에게 미움과 의심을 사게 된다.   미국의 예상과 달리 소련이 얼마 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개발하자 오피는 소련의 간첩이라는 혐의를 받고 AEC(원자력 위원회) 청문회가 열린다. 오피가 한때 공산당 단체에 기부한 사실과 그의 친동생, 아내, 애인이 공산주의 사상에 빠졌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초반에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 잠깐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AEC 의장이었던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과 자기를 이간시킨다는 오해를 한다. 그 원한으로 스트로스가 그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운다.     게다가 청문회에서 애인과의 불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그는 배신자가 된다. 1954년에 오피는 비밀취급 인가를 박탈당하며 정부의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가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선사하고도 공산주의자로 몰린 건 1950년대 미국의 거대한 매카시즘 광풍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명예 실추와 함께 공직에서 쫓겨난 오펜하이머에게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3년, AEC 최고 상인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여한다. 그의 명예가 회복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인 면에서 약화된 상태다.     AEC가 1954년의 결정을 완전히 취소한 건 그의 사망 55년 후인 2022년 바이든 정부에 의해서다. 그는 68년 만에 소련의 간첩이라는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스트로스가 오해했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실제 대화 내용이 나온다.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 완료 후 아인슈타인에게 원자폭탄으로 인한 내적 갈등과 딜레마를 논의한다. 다른 국가들이 더 위험한 폭탄을 만들까 봐 두려워한다.     오펜하이머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의미심장한 말도 나온다. “자네가 버클리에서 나를 위해 리셉션을 열고 상을 준 일이 있지. 그런데 그건 날 위한 게 아니라 자네들 모두를 위한 것이었지. 이제 자네 차례야. 자네가 넉넉히 유명해지고, 벌을 받고 난 후에 세상은 자네에게 연어와 감자 샐러드를 대접하고 메달도 줄 거야. 모든 걸 용서했다고 말할 테지. 하지만 그건 자네를 위한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한 거야.”   영화는 수없이 많은 핵무기가 온 세상을 뒤덮는 환영을 보고 오펜하이머가 두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에서는 주로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오펜하이머의 천재적이며 정치적인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에 그가 미술관에 가서 본 피카소의 그림이 스크린 가득히 나온다. 스트라빈스키 음악을 들으며 T.S. 엘리엇의 황무지를 읽고 힌두교와 인도 문학에도 심취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도 보여준다. 그가 다방면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세계 2차 대전 중에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여러 나라가 노력했다. 실제로 독일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미국보다 몇 년 앞섰다. 그런데 유독 미국만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펜하이머라는 걸출한 인물의 리더십과 그가 막힘없이 일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오펜하이머 원자폭탄 오펜하이머 신드롬 원자폭탄 개발 천재 물리학자

2023-10-05

[중앙시평] 왜 이제 와서 ‘오펜하이머 신드롬’인가

세계적 오펜하이머 신드롬에다 1980년대부터 과학사 강의를 했던 터라 간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흑백과 천연색의 비선형적 스토리 전개에서 휙휙 바뀌는 화면을 따라잡느라 3시간 내내 긴장했다.   과학사에서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던 전환기, 정치·경제적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파시즘에 대항할 이데올로기로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에 젖었던 격동기, 그 시대를 산 비범한 과학자가 제2차 세계대전의 신무기 개발 주역으로 이룩한 성취, 이후 세상의 파멸에 대한 공포 때문에 냉전시대 마녀사냥에 희생된 비극의 역정은 인간성의 이중성과 과학기술문명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각본의 원작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2006년 퓰리처상)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역사상 가장 모험적인 산학연군관 프로젝트로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원자도시’를 비롯해 테네시주 오크리지 우라늄235 생산시설, 워싱턴주 핸포드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와 분리공장,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60만 명이 참여했다. 원자도시에 모여든 6000여 명 중 90%는 자신의 임무가 원자탄 제조의 일부인지도 모르는 채 수수께끼 풀이에 몰두했다. 투입 예산은 22억 달러(현재 가치 330억 달러)였다.   개발 과정은 고전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과학기술계는 자율성을 중시하고, 군은 보안 위주의 관료주의를 고수했다. 기업의 경영진과 기술진, 과학자와 엔지니어 간의 긴장도 증폭됐다. 불확실성과 혼돈의 현장을 통합으로 이끈 ‘진정한 지도자’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오피)였다. 프로젝트의 총책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은 자신이 가장 잘한 결정이 오피를 과학 총괄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으로 발탁한 것이라 했다.   영화는 1954년 오피의 안보 청문회와 1959년 루이스 스트로스 상무장관 후보의 청문회를 긴박하게 오간다. 관련 인물의 성격과 신념 차이, 수소폭탄 개발을 둘러싼 이견, FBI 기밀문서 등 정치 상황이 얽혀 모두 패자가 된다. 오피는 공산주의와 엮인 배신자로 망가졌고, 스트로스는 상원 표결에서 46대 49로 상무장관 대행으로 그쳤다. 부결표를 던진 케네디 상원의원은 1963년 4월 대통령으로 오피에게 미국 과학자 최고의 영예인 페르미상을 수여하기로 서명한다. 그러나 그는 암살되고 2주일 뒤 존슨 대통령이 시상한다.   1944년 연합군이 독일 원자탄 개발이 초보 단계임을 확인하게 되자, 과학계의 핵무기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한다. 그때 로스앨러모스를 떠난 과학자는 영국의 조셉 로트블랫경 한 명이었다. 닐스 보어는 원자탄 개발 이후의 세계의 분열상을 경고하며 원자력의 국제적 관리를 주장했다. 1939년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 서명을 받았던 시카고 그룹의 레오 실라르드도 원자탄 투하 반대에 나섰다. 그러나 투하 결정은 군부와 트루먼 대통령의 몫이었다.   프로젝트 초기에 제기된 질문 중 하나는 원자폭탄 폭발이 대기 중에서 계속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었다. 영화에는 오피가 그 계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아인슈타인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픽션으로 실제로 만난 것은 시카고 그룹의 아서 H 콤프턴이었다. 놀런 감독은 일부러 관중이 잘 아는 아인슈타인을 택했다고 했다.   2022년 12월 제니퍼 그랜홀름 미 에너지부 장관은 “오펜하이머에 대한 편견과 불공정의 증거가 밝혀졌고, 그의 애국심을 확인해 스파이 혐의를 철회한다”고 했다. 핵무기 과학사학자 알렉스 웰러스타인은 이제 와서 정부가 스스로 과실을 인정하는 게 놀랍다고 했다. 이전에 출간된 책들도 다시 화제다. 냉전시대 핵무기 경쟁까지 다룬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1988년 퓰리처상),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미국이 과학으로 세계 강국이 되는 정치·사회적 배경까지 그린 데이비드 캐시디의 『J. R. 오펜하이머와 미국의 세기』(2004년) 등이다.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애국심으로 원자탄 개발을 지휘했으되 수소폭탄 개발과 핵확산을 반대했던 오피, 그가 두려워했던 것은 ‘의도치 않게’ 대량살상무기 개발 경쟁이 세상을 파멸시키는 연쇄반응, 핵 홀로코스트였다. 힌두교와 인도문학에도 심취했던 그는 1965년 NBC 인터뷰에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를 인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언급되고, 가장 빈곤한 국가에 속하는 북한이, 오피의 예측대로, 개발 비용이 낮아진 핵무기를 소유하게 된 상황은 그의 공포를 긴박하게 현실화하고 있다. 1962년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핵전쟁 종말의 공포를 경험한 세대라서 핵전쟁을 피해갔다. 그 역사적 기억은 날로 흐려지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진화가 어디까지 가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빚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그 잠재적 공포가 오펜하이머 신드롬의 배경이란 생각이 든다. 김명자 / 카이스트 이사장·전 환경부장관중앙시평 오펜하이머 신드롬 세계적 오펜하이머 맨해튼 프로젝트 산학연군관 프로젝트

2023-09-08

한류 돌풍 뿌리는 '비빔밥 정신'

 "21세기 한류 허리케인은 국풍인가? 국뽕인가?"   박숙희(사진) 작가는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한류 신드롬에 대해 정리한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를 지난 1일 출간했다.   본지 기자 출신인 박 작가는 지난 27년간 문화 담당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주류 문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한인들을 발굴해 소개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는 K팝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 예술을 뛰어넘어 한식, 화장품까지 한류 문화에 빠졌다"며 "어떻게 한류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분석과 한국에 대해 모든 것을 파헤치고자 책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에는 한국의 역동성을 독해하는 키워드를 33가지로 정리했다. 책은 한국 문화, 조선, 음주·가무, 한국인의 유전자 등 크게 6가지 주제로 나뉜다.   박 작가는 "책의 제일 첫 번째 카테고리는 '한국인의 비빔밥 정신'"이라며 "비빔밥은 개방성과 융통성, 균형과 화합을 상징하는 한식임과 동시에 우리의 존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할리우드의 전통 장르 영화 규칙을 벗어나 범죄, 코미디, 사회풍자를 혼합해서 만든 영화이며 방탄소년단의(BTS) 음악도 한국 가요에 록, 힙합, 펑크 등이 곁들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퓨전에 강한 민족이다 보니 다른 문화권에서도 한류가 사랑받을 수 있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밥 위에 다양한 나물과 고추장을 넣어 섞어 먹는 비빔밥은 장르를 교차 및 혼합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준 셈이다. 박 작가는 한국인은 자기 앞의 그릇 안에 담긴 다양한 식재료를 섞어 비비는 것이 자연스러운, 개방성과 융통성을 포용하는 습관이 있는 민족이라고 전했다.   박 작가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알고 싶을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한인들이 정체성과 잠재력, 자부심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타민족을 위한 영문판 제작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숙희 작가는 지난 1996년에 뉴욕에 이민 와 뉴욕중앙일보에서 8년간 문화 기자로 일했다. 이후 지난 2012년부터 뉴욕컬처비트(NY Culture Beat)를 운영하며 한류에 대한 칼럼을 기재하고 있다. 이 책은 알라딘 서점, YES24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박숙희 인터뷰 한류 문화 한류 신드롬 한류 허리케인

2023-06-12

<범죄도시 3> 관람권 응모 이벤트

  북미 극장가를 싹 쓸어버릴 준비가 된 〈범죄도시 3〉가 6월 2일 북미지역 동시 개봉을 기념하여 중앙일보와 함께 관람권 응모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번 이벤트는 오는 6월 8일까지 이며 미주 중앙일보 공식 웹사이트(www.koreadaily.com)를 통해 진행된다. 대상지역은 최대 한인커뮤니티 지역인 LA를 비롯하여 뉴욕, 애틀란타,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 5개 지역이다. 이벤트 응모자를 대상으로 추첨하여  총 103명에게 ‘범죄도시3 관람권(2인)’을 제공한다. 이벤트 당첨은 별도의 공지 없이 오는 12일 응모 시 입력한 이메일로 당첨여부를 개별 안내한다.   영화 〈범죄도시3〉는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영화로 3번째 후속작이다. 전작인 ‘범죄도시2’는 2022년 개봉 당시 팬데믹 기간임에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하였으며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운바 있다. 시리즈마다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과 관객들을 빵빵 터지게 하는 유쾌한 유모로 수많은 유행어와 패러디까지 양산하며 ‘범죄도시 신드롬’을 일으킨 전력으로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문의 : lee.sungil0122@gmail.com 〈이벤트 응모하기〉범죄도시 이벤트 이벤트 응모자 관람권 응모 범죄도시 신드롬

2023-06-01

[독자 마당] 마누라 중독 증후군

제때 식사 챙겨 먹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약도 시간 맞춰 잘 먹으라고…. 길 떠나는 어머니가 어린 자식에게 채근하듯 나에게 거듭 당부하고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밀고 인파 속으로 총총히 사라져갔다.     밤 12시30분. 아내는 비행기를 타고 그리운 고국으로 훌쩍 날아갈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는 어머님의 사랑이 녹아 있는 어릴 적 같이 놀던 따뜻한 형제들 손을 잡고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타임머신을 타고 꿈속 여행을 떠날 것이다.   갑자기 혼자라는 느낌에 힘이 쭉 빠져 집으로 돌아오는 프리웨이 밤길이 칠흑 같았다. 젊었을 때 아내가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다니러 집을 나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격조했던 친구에게 전화해서 술 한잔 하자는 약속도 하고 역전다방 보조개가 예쁜 이양 얼굴도 보고 싶어지고, 하여튼 해방된 들뜬 기분에 신바람이 났었는데….   조여청사 모성설(朝如菁絲 暮成雪)이라, 젊었을 때의 검은 머리는 어느새 백설이 휘날리는 모습으로 변했으며, 좋은 세월 다 보내고 황천 문턱까지 왔다. 한창때는 아이들 키우고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가 잘난 남편(?) 덕에 편하게 잘사는 줄 알았다. 나만 가족 먹여 살리려고 동분서주 뼈 빠지게힘든 줄 알았다. 집에서 아이들 키워주고 살림 잘하는 아내가 있어 내가 밖에서 마음 편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랜 세월 아내의 보이지 않는 내조의 큰 힘 덕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마누라 신드롬’은 백약이 무효, 현대 의학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병인 듯하다. 나는 자금 한시도 마누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마누라 중독 증후군’ 환자가 되어 버렸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란 성경 말씀처럼 지금 마누라는 나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마누라 만세.   이산하 / 노워크독자 마당 마누라 증후군 마누라 중독 마누라 신드롬 마누라 만세

2023-02-26

유대인 구한 가짜 전염병 ‘신드롬 K’

야드 바솀(Yad Vashem)은 나치 독일에 의해 희생된 홀로코스트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3년 예루살렘에 건립된 국립기념관이다. 기념관 측이 ‘의로운 사람들’이란 칭호를 부여하고 업적을 기리는 세 명의 의사들이 있다.     이들은 2차 대전 당시 나치 박해의 상징인 로마의 ‘파테베네프라텔리(Fatebenefrateli) 예수성심병원’을 유대인들의 피난처로 바꾼 이탈리아 의사들이다. 여느 위인들이 그랬듯, 이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악명 높은 공포의 장소를 ‘생명의 집’으로 전환시켰던 반전의 주인공들, 이들은 그 시대의 위대한 ‘세계 시민’이었다.     1943년 9월 로마를 점령한 나치는 즉시 로마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때를 같이해 로마에는 ‘신드롬 K’라 불리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발한다. 로마 바티칸시의 빈민가 지역에 위치한 이 가톨릭 병원은 유대인들을 수감시킬 강제 수용소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드롬 K가 갑작스럽게 유행하면서 보균자들을 격리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의사들은 피난처를 찾은 많은 유대인들을 숨기고 이들을 나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신드롬 K’라는 가짜 전염병을 만들어 낸다. 전염병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역이용하여 유대인들을 질병에 감염된 전염병 환자로 위장시킨 것이다.     신드롬 K는 반파시스트 운동가였던 아드리노오시니(Adriano Ossicini)의 제안에 비토리오 사세도(Vittorio Sacerdoti), 조반니보로비오(Giovanni Borromeo)가 가세하면서 탄생한다. 이들은 신드롬 K를 주제로 한 논문을 작성해 나치 측에 신드롬 K가 경련, 치매, 마비 등의 증세를 동반하며 궁극적으로는 질식으로 인한 사망을 초래하는 신경질환이라고 보고했다. 의사들은 유대인 환자들에게 큰소리로 기침을 하고 결핵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위대한 지혜의 발로였다.     나치의 의심이 고조되자 그들은 이탈리아 남부에서 전투 중인 연합군이 로마로 진격할 때까지 시간을 끈다. 신드롬 K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거꾸로 생명을 구한 역사상 유일한 가상 전염병이다.     나치의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신부와 의사들은 유대인들을 보다 안전한 은신처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44년 5월,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나치들이 병원을 습격, 유대인 5명이 체포했다. 이들 5명을 제외한 모든 유대인들은 병원으로부터 안전하게 탈출했다.     지난 5월 타계한 레이 리오타(Goodfellas)의 유작. 그가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김정 영화평론가신드롬 영화 신드롬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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