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세계 문학 속 한국 시조 조명…시조시인협 내달 10일 줌강의

미주시조시인협회(회장 안규복)가 비교문학적 시각에서 시조 발전을 위한 방향 모색을 위한 문학 특강을 개최한다.     협회는 문학평론가인 박진임(사진) 평택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세계문학 속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시조 쓰기 방향성, 정체성, 그리고 시 영역의 확대에 대해 살펴본다.     특강은 10월 10일 오후 6시부터 무료 줌 화상 강연으로 열린다.     이번 강의에서 박진임 교수는 비교문학자로 시조 장르의 미학에 대한 이해와 평론가로서 시조 텍스트들을 분석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한다.     또 현대 시조의 영어 번역본 간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외국어 번역 이론을 소개한다. 시조 번역을 중심으로 언어와 사회, 한국 문화와 시, 시조와 ‘케빈 오룩(한국문학 번역자)’의 시조 영어번역, 현대 시조의 흐름, 아시아계 미국 시인 소개, 현대 시조 번역의 문제에 대해서도 강연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번역도 쉬워진 시대에 전 세계인의 정서에 호소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한국 문화의 특수성에 기대어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박진임 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 석사, 오리건주립대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7년 스탠포드 대학교 풀브라이트 강의 교수, USC 객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문학평론집 ‘비교문학과 텍스트의 국적’, ‘두 겹의 언어’, ‘탄성의 시학’ 등이 있다. 현재 평택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줌ID 532 898 8489, 패스코드spaa를 사용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문의:(818)687-4896   이은영 기자  세계 문학 비교문학자로 시조 한국문학 번역자 한국 시조

2024-09-29

[필향만리]

일부분만 전하는 『시경』의 일시(逸詩) 중에 “아름다운 꽃이여! 펄펄 날리는구나. 어찌 그대를 생각지 않으랴만 집이 너무 머오이다”라는 시가 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움에 어찌 멂이 있겠는가!”라고 평했다. 진정으로 그리워한다면 멀다 해서 못 찾아갈 리가 없을 테니 멀다는 것은 핑계이고, 실은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게 공자의 풀이인 것이다. 공자는 사랑에도 통달했던 것 같다. 진정한 사랑에는 핑계를 댈 틈이 바늘구멍만큼도 없음을 꿰뚫어 보았으니 말이다.   “하늘이 땅에 이었다 끝 있는 양 알지마소. 가보면 멀고멀고 어디 끝이 있으리오. 임 그림 저 하늘 위에 그릴수록 머오이다.…” 시조 시인 이은상이 작사한 가곡 ‘그리움’의 제2절이다. 그리움이 뻗히는 그 가없는 거리를 물리적으로 계산하여 멀다고 생각하는 순간, 순수하고 아름다운 먼 그리움은 사라지고 만다. 1년에 단 한 번 만나지만 어떤 핑계도 없이 마음은 항상 네게 있는 견우와 직녀의 그리움은 애가 타도 오히려 행복한 그리움이다. 허나, 하늘 끝보다도 더 먼 곳 북한 땅. 이산가족의 그리움에는 실지로 ‘멂’이 있다. 내 잘못 아닌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도 먼 그리움이 있다. 핑계마저 댈 수 없이 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시조 시인

2024-09-25

이초혜 시인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 출간

“귀한 민족시, 겨레 시를 모아서 시조집에 수록해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초혜(사진) 시인이 첫 시조집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시산맥·사진)’를 출간했다.     첫 시집 ‘창밖엔 치자꽃이’에 이어 11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시간의 바람결’에 이은 세 번째 출간이다.     올해 84세로 팔순이 훌쩍 넘은 이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출간 이후 12~13년 동안의 삶이 담겨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어언 반백 년의 삶과 신앙생활을 시조 문학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에는 1부 봄, 2부 여름, 3부 가을, 4부 겨울 등 총 4부에 81편의 시조 작품이 수록됐다.     유심시조아카데미 홍성란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45년, 적지 않은 텍스트에서 시인이 통과한 신고의 시간이 보인다”며 “단독 시조집을 내지 않은 만큼 다작은 아니지만 이초혜 시인 시조의 진폭은 크다”고 평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시절 시조부에서 이태극 교수로부터 시조를 배운 이 작가는 방언, 시조, 향가, 민요, 전설 등을 수집하며 시조를 연구했다. 졸업 후 동아일보 기자를 역임하고 197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6년 ‘문학세계’로 시등단을 한 후 ‘창밖엔 치자꽃이’, ‘시간의 바람결’ 등 시집을 출간했다. ‘해외동포창작문학상’, ‘미주PEN문학상’, ‘한미문학상’, ‘영매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방외국어대학(D.L.L.) 한국어 교수, 남가주한국학교 교장 등을 역임하며 미주지역에서 2세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 알리기에도 평생 힘썼다.  이은영 기자그리움 시인 그리움 뿌리 시인 시조 유심시조아카데미 홍성란

2024-04-07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시조 창작 활성화·대중화 추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시를 낭송하는 시인을 방송에서 보면서 부러워했었다. 국제화에 성공한 모범적 예로 거론되는 일본 정형시 하이쿠에 대해서는 부언하지 않겠다. 한국 문화에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요즘, 잘 쓴 현대시조라면 국제화에 성공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영어 시조 그룹의 활동, 유튜브 영어 시조 강좌, 영어 시조전문지도 발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주 환경에서 ‘미래의 시조는 무엇을 원하는가, 시조의 미래’에 대한 탐구는 계속돼야 한다. 미주 시조가 재발족하면서 시조 창작 활성화와 대중화 추진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에 맞춰 협회 연간지 ‘미주 시조’에서는 시조 창작론 논문, 미주 시조 시인들의 작품 흐름 등을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 연례행사로 신인 발굴과 육성을 위한 미주 시조 신인문학상 공모전, 유명 시조 시인을 초빙한 무료 줌 화상 강연회로 시조 낭송법과 창작법 학습, 줌 미팅 형식의 시조 합평회를 신문에 공지할 계획이다. 신문 보듯이 시조가 독자에게 읽혀지고, 시조 읽는 즐거움으로 위안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은영 기자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활성화 대중화 시조 창작론 대중화 추진 영어 시조

2024-01-07

[시조가 있는 아침] 길림추(吉林秋) -안확(1886~1946)

강파(江波)에 바람 치니, 밝은 달이 구으른다   단풍이 서두르니, 도처마다 낙엽이라   만 리에 객의 수심이, 새로 수선하고나   -자산시선(自山詩選)   시조로 편 독립운동   일제강점기에 『조선문명사』 『조선문학사』 『조선문법』 등을 저술한 독립운동가 자산 안확(安廓)의 시조다. 안확은 고종의 해외 망명 유치 계획에 관여하고, 3.1운동 당시 마산 지역의 만세 운동을 주도했다. 1930년대 들어 일본의 식민지배가 무단통치로 바뀌어 학문적 탐구가 어렵게 되자 국내를 벗어나 만주와 중국, 노령의 연해주 지역과 하와이를 유랑하였다.   바람이 강의 수면을 치니 물결이 일고, 밝은 달이 굴러간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나무들은 서둘러 단풍을 떨어뜨리니 도처에 낙엽이다. 수난의 고국을 떠나 어언 만 리, 나그네의 수심이 새록새록 쌓인다.   안자산은 7년 동안의 유랑을 마치고 귀국해 어학과 고구려 문학, 시조.향가.미술사 등에 관한 글을 발표하였다. 일본어 쓰기를 강요하던 1940년 이후에는 아예 붓을 꺾었다. 그는 240수에 이르는 시조 작품과 이론을 발표했으니 거의 독립운동 수준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이런 선열들의 피땀 위에 서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길림 독립운동가 자산 시조 작품 연해주 지역

2023-11-10

[시조가 있는 아침] 마음이 어린 후(後) 서경덕(1489~1546)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가 하노라   - 병와가곡집   아름답고도 애절한 사랑 노래   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애틋하다. 시인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어리석다고 자책한다. 노심초사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한다. 겹겹이 구름 낀 산중에 님이 올 리가 없다. 그런데도 잎이 지고 바람 소리 들리면 행여 님이신가 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이 간절한 연시를 남긴 이는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이다. 이 시조는 당대의 명기 황진이를 생각하며 지은 것이라고 전한다. 진이는 성거산에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화담을 비 오는 날 찾아가 유혹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담의 인품에 반해 사제 관계가 되었으니 정신적 연인이었다. 황진이는 존경하는 스승과 박연폭포 그리고 자신을 일컬어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고 했다. 이 시조에 화답한 것이라는 황진이의 시조가 있다. 화담의 시조 종장에 이어 부른 것이다.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찌 하리오    한 시대를 풍미한 아름답고도 애절한 사랑이 시가 되어 남았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서경덕 마음 성리학자 화담 시조 종장 명기 황진이

2023-09-28

[시조가 있는 아침] 팽이

  ━   팽이     이우걸 (1946∼ )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 한국대표명시선100 ‘어쩌면 이것들은’     ━   의인 열사가 그리운 시대     가혹한 자기 단련의 시다. 팽이를 치고 쳐서 최고의 속도에 이르면 무지개가 보인다, 아무리 나를 쳐도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겠다는 결기가 드러난다. 이 시조의 대단원은 역시 종장이다. 그 무수한 고통을 건너면 접시꽃 하나 피어난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시조 이미지 전개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의인을 만나기 드문 시대, 지사가 사라진 시대. 우리는 의인 열사가 그립다. 이런 지사는 어떤 가혹한 매가 내려치더라도 끝내 이를 견뎌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할 때 태어나는 것이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품듯, 시련 없는 성취는 없다. 한국은 의인 열사의 전통이 맥맥히 이어져온 나라다. 그런 의인들이 민족의 명을 이어 오늘의 우리가 있게 했다. 이 시대인들 왜 그런 이가 없겠는가? 어쩌면 이 순간 그런 지사가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승훈 시인은 “이우걸은 자연에서 현실을 읽고, 현실에서 고통을 읽고, 마침내 고통에서 그의 이상, 이상으로서의 자연을 읽는다”고 평했다. 1983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1995년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1983년과 2012년 윤금초·박시교·유재영과 함께 사화집 『네 사람의 노래』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냈다. 유자효·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팽이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의인 열사 시조 이미지

2023-06-08

[시조가 있는 아침] 가을 서운암 -전연희(1947∼ )

-큰스님 뵈어온 지 삼십 년이 지났어요- -지금 와 어쩌라고- 히히 호호, 호호 히히 귀 밝은 감나무 화르르 산문까지 발갛다 -다시 토르소(책만드는집)   오, 나의 부처님!   한국 3대 사찰 경남 양산 통도사의 19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은 조계종 종정인 성파 큰스님이 계신 곳이다. 종정께서는 시조 짓기를 즐겨 하시고, 좋은 시조를 쓴 시인에게 상도 주어왔다. 1999년에 성파시조문학상을 받은 전연희(全蓮喜) 시인이 스님께 그런 인연을 말했나 보다. 그에 대한 대답을 스님의 시조 ‘서운암’에서 인용했다. “히히 호호, 호호 히히”로 답하는 탈속의 언어. 동심 어린 그 대답을 산문의 감나무까지 알아듣고 발갛게 물들었다니…….   스님께서는 지난 17년 동안 ‘화중련’이란 반년간 시조 잡지를 내오셨는데 원고료 대신 유명한 서운암 된장이나 고추장을 보내주셨다. 스님께서는 또 팔만대장경을 도자로 만드셨는데, 도자 대장경은 한 면만 새기다 보니 앞뒤로 새긴 목판 대장경의 두 배인 16만장이다.   고대 북인도에서 왕자님으로 태어나신 부처님. 얼마나 많은 사람을 번뇌에서 건져내시고 어루만져주셨던가. 나의 부처님!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전연희 가을 성파 큰스님 시조 잡지 목판 대장경의

2023-05-29

[시조가 있는 아침] 탄로가(嘆老歌)

  ━   탄로가(嘆老歌)     우탁 (1262-1342)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청구영언     ━   가장 오래된 시조     이 작품은 전해지는 시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한 가장 오래 패러디되어 불리고 있는 시조이기도 하다. 춘향전에 ‘탄로가’가 나오고, 잡가 ‘백발가’도 이 시조의 발상을 그대로 따와 ‘오는 백발 막으려고 우수에 도끼 들고 좌수에 가시 들고 오는 백발 두드리며 … 가는 홍안 절로 가고 백발은 스스로 돌아와 귀 밑에 살 잡히고 검은 머리 백발되니’로 노래한다. 최고 최장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조라고 하겠다.   우탁은 호 역동(易東)이 암시하듯이 뛰어난 역학자였다. 고려사 열전에 ‘복서(卜筮)가 맞지 않음이 없다’고 기록되었다. 당시 새로운 유학인 정주학(程朱學)이 수용되고 있었는데, 이를 깊이 연구해 후학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는 충선왕이 패륜을 저지르자 목숨을 내놓고 극간해 왕을 바로잡은 선비 정신의 표상이었다. 조선조에 와서 이황의 발의로 1570년(선조 3년) 예안에 역동서원이 창건되었다.   그는 탄로가 한 수를 더 남겼는데 그 시조도 널리 불렸다.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적은 듯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탄로가 시조 가운데 고려사 열전 선비 정신

2023-02-23

‘시조 기초 이론과 창작법’ 강좌

미주시조시인협회(회장 안규복)가 올해 첫 시조 강좌를 연다.     시조사랑운동의 첫걸음으로 시조 짓기의 대중화를 위해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김민정(사진) 시조 시인을 강사로 초빙해 오는 28일 오후 7시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이번 시인 교실에서 시조 기초 이론과 창작법에 관해 살펴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 시조와 자유시의 차이점, 시조 형식 이해, 시조 용어와 시조 종류, 시조의 주제와 소재, 표현법, 감상과 시평 이해 등에 관해 수업한다.     안규복 미주시조시인협회 회장은 “오늘날 현대시조가 한국 시단의 중추를 이루어가고 있다”며 “자유시로도 표현 가능한 것을 시조라는 표현 양식을 고수하는지,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번 강의를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정 시조 시인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시조로 박사 학위 취득했고 1985년 시조 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협작가상, 월하문학상, 성균문학상, 선사문학상, 시조시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무료 화상 강좌에 참여하려면 줌 미팅 아이디 532 898 8489, 패스 코드 spaa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818)687-4896창작법 시조 안규복 미주시조시인협회 시조 강좌 시조 기초

2023-02-19

[시조가 있는 아침] 매아미 맵다하고

매아미 맵다하고   이정신(생몰연대 미상)   매아미 맵다하고 쓰르라미 쓰다하네   산채(山菜)를 맵다더냐 박주(薄酒)를 쓰다더냐   우리는 초야(草野)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 『청구영언』 육당본(六堂本)   숨어 사는 즐거움   매미는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는 쓰다고 운다. 산나물이 맵다는 거냐? 술이 쓰다는 거냐? 우리는 시골에 묻혀 있으니 맵고 쓴 줄을 모르는데·······.   이 시조는 ‘매미’에서 ‘맵다’는 감각을, ‘쓰르라미’에서 ‘쓰다’는 감각을 가져왔다. 어감을 살린 절묘한 대구(對句)라고 하겠다.   그리고 산채·박주를 연결해 맵고 쓴맛의 의미를 확장했다. 결론은 세상의 시비를 떠난 은둔거사의 안빈낙도. 숨어 사는 이의 즐거움을 노래하였다.   훗날 조지훈(1920~1968)은 1946년에 발표한 시 ‘낙화’에서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고 노래했으니 은둔에 대한 동경은 한국인의 오랜 심성이라고도 하겠다.   이 시조를 지은 이정신(李廷藎)의 호는 백회재. 조선 영조 때의 가객이다. 현감 벼슬을 지냈고 시조와 창에 능했다 한다. ‘청구영언’과 ‘가곡원류’에 시조 13수가 전하고 있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시조 13수 훗날 조지훈 귀촉도 울음

2022-09-15

"한국 고유 문학장르 '시조' 주류 문화로"

한국인의 멋과 정취가 담긴 '시조'를 어떻게 하면 미국 교실에서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미국 교사들을 위한 '시조 교육' 교본이 출간됐다.   '시조, 한국의 시 형태'(SIJO, Korea's Poetry Form)로 제목이 붙은 총 273쪽 분량의 이 책은 미국 주류 사회에 한국 고유의 문학 장르 '시조'를 널리 알리고 뿌리 내리게 하는데 힘써 온 시카고 기반 비영리단체 '세종문화회'가 발간했다.   2004년 설립 이래 세종문화회를 이끌어온 루시 박 사무총장(71·일리노이대학 의대 교수)은 "그동안 주류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조 교육 연수를 해왔다. 시조 교육 지침서에 대한 요구가 높아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단순히 시조 교육 지침서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일선 교사 외에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했다.     총괄 편집은 루시 박 사무총장과 위스콘신주 현직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조겐슨이 맡았고 표지 그림·삽화는 일리노이주립대학(ISU) 출신 중견 화가 김원숙 씨가 그렸다.   집필에는 세종문화회와 함께 미국내 시조 보급에 힘써온 하버드대학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데이비드 맥캔 교수 포함 1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있다.   '1장 시조, 한국의 시 형태'에서는 한국 시조와 중국의 한시·절구, 일본의 하이쿠 등을 비교하고 미국 사회에 시조가 보급된 역사, 한글 외 언어로 시조 짓기 등에 대해 알아본다.   '2장 시조 교육 계획'에서는 미국 교실에서 시조 가르치기, 한국 시조가 미국 역사 수업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 시조 읽고 쓰기 연습, 시조 작문 평가와 개선 방법 등을 설명한다.   '3장 나의 애호 시조'에는 세종문화회가 2006년부터 개최해온 시조 경연대회 수상작 24편과 작품 해설 및 평가 등이 담겨있다. 독일어를 비롯 필리핀어, 러시아어, 스와힐리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여진 시조를 볼 수 있다.   루시 박 사무총장은 "지난 17년째 시조 경연대회를 꾸준히 개최해온 덕분에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시조에 대한 관심이 늘고 경연대회 참가자들도 많아졌다"며 지난해 미 전역과 캐나다에서 1500여 명이 시조 경연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는 지난해 이와 별도로 미국과 캐나다 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제1회 국제 시조경연대회'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박 사무총장은 "19개 국에서 200여 명이 참가했다. 1등은 베트남 하노이의 영어 교사에게 돌아갔고 장려상은 케냐의 프리랜서 작가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는 일본 하이쿠가 미국 초등학교 정규 교과 과정에 도입된 것처럼 한국의 얼과 정신이 담긴 시조를 미국 주류 문화의 구성 인자로 뿌리내리도록 하고 전세계에 확대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내놓은 책은 여러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1천 권은 미국과 캐나다의 시조 교육 교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지역 도서관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는 미국 주류 사회에 기반을 다진 시카고 지역의 전문직 종사 한인들이 지난 2004년 한국 문화유산에 관한 인식과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취지로 설립해 일리노이주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   이들은 세종 작문 경영대회(시조·수필)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시조 교육 연수, 한국의 전통 가락과 정서가 담긴 곡을 연주하는 음악경연대회(피아노·바이올린), 작곡경연대회 등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세종문화회는 9월 30일까지 2022 시조를 포함한 작문 대회 작품을 모집 중이며 음악경연대회는 오는 10월 1일 참가 작품 접수를 마감한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미국 문학장르 한국 시조 시조 한국 시조 경연대회

2022-09-09

[시조가 있는 아침] 편견 -유안진(1941∼ )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랑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 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조로 즐기는 재치   그렇다. 우리 생애에 오를 수 없는 산 하나쯤은 있어야겠다. 그 산을 품고 사는 게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 산에 바치는 강 같은 울음이 절창이 되리.     이 같은 절절한 고백을 바치고 시인은 제목을 슬쩍 ‘편견’이라고 붙이며 외면을 한다.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다운 재치라고 하겠다.   유안진 시인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학과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에서 봉직했다. 산문집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낙양의 지가를 올린 롱셀러다.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렸을 때 들은 할아버지와 숙부의 시조 가락이 귀에 익다는 그의 재치 있는 시조 한 수를 더 감상해 보도록 하자.   ‘얼음이 녹으면?/ 이 한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물이요 물!/ 아이들의 합창// 봄인데 봄이 오는데 한 아이만 중얼거렸지.’ (‘과학시간’)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유안진 편견 유안진 시인 서울대 사범대학 시조 가락

2022-06-22

“헤쳐온 길이 도착해 보니 꽃길”…원로 시조 시인 김호길 씨

원로 시조 시인 김호길 씨가 시조집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창연· 사진)를 출간했다.     김 시인은 1963년 개천예술제 제1회 시조백일장에서 수상을 시작으로 지난 60여 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지난 3월 출간된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는 5부로 구성되고 ‘시인의 마음’ ‘운초 운초 그리운 이여’, '풍경 속으로' 등 총 60여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시인의 말에서 김 시인은 “산수를 앞둔 나이에 여전히 치열하게 시조를 짓는다는 것은 분명 보람 있는 일일 수도 있다”며 “내가 헤쳐온 길이 도착해 보니 꽃길이었다는 것이 이 시조집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호길 시인은 1995년 '미주시조시인협회'를 창설하고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미주에 시조 문학을 정착시키는데 일조했다.   1967년 '시조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조시학상, 현대시조문학상, 펜시조 문학상, 유심 작품상 외 2017년 재미시인협회 주최 '2017 재미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조집으로는 '하늘환상곡' '절정의 꽃' '사막시편' '수정목마름' 등을 출간했다. 이은영 기자김호길 꽃길 김호길 시인 시조시학상 현대시조문학상 원로 시조

2022-05-0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