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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매아미 맵다하고

매아미 맵다하고
 
이정신(생몰연대 미상)
 
매아미 맵다하고 쓰르라미 쓰다하네
 
산채(山菜)를 맵다더냐 박주(薄酒)를 쓰다더냐
 
우리는 초야(草野)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 『청구영언』 육당본(六堂本)
 
숨어 사는 즐거움
 
매미는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는 쓰다고 운다. 산나물이 맵다는 거냐? 술이 쓰다는 거냐? 우리는 시골에 묻혀 있으니 맵고 쓴 줄을 모르는데·······.
 
이 시조는 ‘매미’에서 ‘맵다’는 감각을, ‘쓰르라미’에서 ‘쓰다’는 감각을 가져왔다. 어감을 살린 절묘한 대구(對句)라고 하겠다.
 
그리고 산채·박주를 연결해 맵고 쓴맛의 의미를 확장했다. 결론은 세상의 시비를 떠난 은둔거사의 안빈낙도. 숨어 사는 이의 즐거움을 노래하였다.
 
훗날 조지훈(1920~1968)은 1946년에 발표한 시 ‘낙화’에서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고 노래했으니 은둔에 대한 동경은 한국인의 오랜 심성이라고도 하겠다.
 
이 시조를 지은 이정신(李廷藎)의 호는 백회재. 조선 영조 때의 가객이다. 현감 벼슬을 지냈고 시조와 창에 능했다 한다. ‘청구영언’과 ‘가곡원류’에 시조 13수가 전하고 있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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