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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없어지지 않는 한국 기업의 수업료

“한국에선 3개월이면 충분한 공사가 1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고 있네요.” 수년 전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한국 업체 대표가 토로했던 답답함이다. 그는 공사 지연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꼬여버렸다고 답답해했다. 모든 일정이 늦어지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까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수업료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야죠”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수업료를 내야 했던 것은 시장만 생각했지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던 탓이다.    미국의 법과 시스템,문화는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이는 기업 운영에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쉽게 해결 될 일이 미국에서는 어려울 수 있고, 한국에서는 통하는 방식이 미국에서는 위법이 될 수도 있다.  ‘한국식’ 잣대로 일을 처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싼 수업료’의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김창준 의원 선거 후원금’ 이슈다. 비록 30년 전 있었던 어이없는 일이지만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간략히 내용을 소개하면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이 1992년 처음 선거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한인 사회는 물론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적극 후원에 동참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치 후원금법에 대한 이해 부족이 문제였다. 외국 기업은 정치 후원금이 금지된 줄 모르고 후원금을 낸 곳도 있었고, 이를 피하려 편법을 사용했다 적발된 곳도 있었다. 수사는 몇 년이나 이어졌고 일부 기업은 후원금의 몇십배에 달하는 벌금을 낸 후에야 마무리가 됐다. 과잉 수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요즘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 비교해 격이 다르다. 규모와 내용 모든 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 이제는 단순히 한국에서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다. 협력업체 수 백개를 이끌고 오는 곳도 있고 미국 기업을 인수해 운영하기도 한다. 미국의 법과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하고 필요한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문제는 그런데도 여전히 수업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한국 대기업 미국 법인이 관련된 노동법 소송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해에는 조지아주의 현대차 공장 협력 업체의 미성년자 불법 고용이 문제가 됐었고, 지난달에는 북가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라는 업체의 노동법 피소 사실이 알려졌다. 이어 LG전자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LG전자 미주법인의 물류회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의 재계 순위 4대 그룹 가운데 3개가 미국에서 노동법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과 LG전자의 경우 한국에서 파견된 직장 상사의 ‘한국식 습관’이 문제가 됐다. 한국에서 하던 언행 그대로 한 것이 화근이었다.      미국의 직장인은 취업에 대해 계약 관계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평생직장 또는 직장 내 상하관계 등에 대한 개념은 약하다. 한국과 달리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 미국은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에 속한다. 최근 디즈니,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대량해고 사태가 수시로 벌어진다. 하지만 고용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화’에 공을 들인다. 한국적 경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 파견 인원을 최소하 하고 현지 채용을 늘리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위급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적 노사관이나 기업문화를 그대로 이식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간단한 원칙이 무시되는 것이다.      미국의 노동법 소송은 간단치가 아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도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계속 불필요한 수업료를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수업료 한국 한국식 습관 한국 업체 한국적 경영

2023-10-19

[살며 생각하며] 값진 수업료

스캠(Scam)이란 ‘속임수’라는 의미다. 원래는 기업이 거래처와 주고받는 이메일 정보를 해킹하거나 감청하여 거래처를 가장해 대금을 가로채는 돼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로맨스, 비즈니스, 신용 사기, 스캠코인 등 이름도 다양한 채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금품을 탈취하거나 금융정보를 빼가는 등 누구나 피해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무서운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 일행과 어울려 겨울 골프를 즐기던 중 한 사람이 최근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전자동풀카트 하나를 샀다고 하면서 이제는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언 손 호호 불어가며 고생할 일 없으니 모두 한 대씩 사라고 권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가 밝힌 횡재수준의 가격이었다.   MGI의 1500달러짜리 Navi라는 최신 전자동 풀 카터를 풀옵션에 배송료 포함 단돈 120달러에 샀다는 것이었고 증거로 전화기에 찍힌 영수증을 확인시켜 주었으니 우리는 모두 유구무언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필자에게 MGI Navigator는 익숙하다. 몇 개월 전 한 지인이 3년 전산Navi가 고장 나 속상해하는 것을, 4~5개월 싸워 무상 수리를 끌어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 회사가 고집불통하고 서비스나 가격체계에 엄정한지를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어떤 사람이 필드에서 실수로 리모컨을 분실하고 대체하는데 300달러를 지불했다는 볼멘소리도 들은 바 있다. 그런데 그 회사 최신 본체를 120달러에 샀다니 부아가 치밀지 않겠는가?   아무튼 그날 밤 문제의 Forxxx 광고에 접속하게 된다. 120대 한정수량에 한 사람이 한 대 밖에 구매가 제한된다는 말에 혹시라도 120번 이후가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컴퓨터를 잡은 손놀림을 가속케 하였다. 소위 말하는 지름심이 발로한 것이다. 홈페이지라는 것을 들어가니 모두 그럴싸했다. 자기들이 COSTCO의 자회사이고 본사의 전략적 판촉 목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말이 설득력을 더했다. 많은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5000달러짜리 안마의자를 99달러에 살 수 있단다. 그중 MGI의 99달러짜리Navi 동영상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음은 불문가지다.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구매 사인을 누르고 이름, 주소, 전화번호에 이어 카드 정보를 입력하였다. 이럴 경우 통상 거래가 완료된다. 그런데 일이 잘되려고그런 것인지, 또 하나 화면이 뜨면서 User Name과 Password를 타이프 하란다. 그런데 미치겠다! 별말과 숫자를 입력해도 틀렸다고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핸디녀 딸에게 구매대행을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필자는 동지섣달 강추위를 무릅쓰고 거래 은행 문 앞에 서서 문 열리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딸이 확인한바Forxxx는 가짜였다. COSTCO 자회사도 아니었고 MGI에서 제품을 대준 적도 없었다. 단지 나 같은 사람을 낚아 대금과 함께 금융정보를 빼가는 국제 스캠의 하나였다.   다행히 거래를 중지하였고 신용카드는 재발급 받았기에 손실은 없다. 단지 1500달러짜리를 120달러에 살 것이라는 스캠의 유혹에 현혹되었음이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러나 이 글이 스캠이나 보이스피싱에 경종으로 작동한다면 값진 수업료를 지불한 셈으로 여기고 감사해 하겠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수업료 5000달러짜리 안마의자 1500달러짜리 navi 전자동풀카트 하나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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