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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값진 수업료

스캠(Scam)이란 ‘속임수’라는 의미다. 원래는 기업이 거래처와 주고받는 이메일 정보를 해킹하거나 감청하여 거래처를 가장해 대금을 가로채는 돼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로맨스, 비즈니스, 신용 사기, 스캠코인 등 이름도 다양한 채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금품을 탈취하거나 금융정보를 빼가는 등 누구나 피해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무서운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 일행과 어울려 겨울 골프를 즐기던 중 한 사람이 최근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전자동풀카트 하나를 샀다고 하면서 이제는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언 손 호호 불어가며 고생할 일 없으니 모두 한 대씩 사라고 권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가 밝힌 횡재수준의 가격이었다.
 
MGI의 1500달러짜리 Navi라는 최신 전자동 풀 카터를 풀옵션에 배송료 포함 단돈 120달러에 샀다는 것이었고 증거로 전화기에 찍힌 영수증을 확인시켜 주었으니 우리는 모두 유구무언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필자에게 MGI Navigator는 익숙하다. 몇 개월 전 한 지인이 3년 전산Navi가 고장 나 속상해하는 것을, 4~5개월 싸워 무상 수리를 끌어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 회사가 고집불통하고 서비스나 가격체계에 엄정한지를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어떤 사람이 필드에서 실수로 리모컨을 분실하고 대체하는데 300달러를 지불했다는 볼멘소리도 들은 바 있다. 그런데 그 회사 최신 본체를 120달러에 샀다니 부아가 치밀지 않겠는가?
 
아무튼 그날 밤 문제의 Forxxx 광고에 접속하게 된다. 120대 한정수량에 한 사람이 한 대 밖에 구매가 제한된다는 말에 혹시라도 120번 이후가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컴퓨터를 잡은 손놀림을 가속케 하였다. 소위 말하는 지름심이 발로한 것이다. 홈페이지라는 것을 들어가니 모두 그럴싸했다. 자기들이 COSTCO의 자회사이고 본사의 전략적 판촉 목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말이 설득력을 더했다. 많은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5000달러짜리 안마의자를 99달러에 살 수 있단다. 그중 MGI의 99달러짜리Navi 동영상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음은 불문가지다.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구매 사인을 누르고 이름, 주소, 전화번호에 이어 카드 정보를 입력하였다. 이럴 경우 통상 거래가 완료된다. 그런데 일이 잘되려고그런 것인지, 또 하나 화면이 뜨면서 User Name과 Password를 타이프 하란다. 그런데 미치겠다! 별말과 숫자를 입력해도 틀렸다고만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핸디녀 딸에게 구매대행을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필자는 동지섣달 강추위를 무릅쓰고 거래 은행 문 앞에 서서 문 열리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딸이 확인한바Forxxx는 가짜였다. COSTCO 자회사도 아니었고 MGI에서 제품을 대준 적도 없었다. 단지 나 같은 사람을 낚아 대금과 함께 금융정보를 빼가는 국제 스캠의 하나였다.
 
다행히 거래를 중지하였고 신용카드는 재발급 받았기에 손실은 없다. 단지 1500달러짜리를 120달러에 살 것이라는 스캠의 유혹에 현혹되었음이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러나 이 글이 스캠이나 보이스피싱에 경종으로 작동한다면 값진 수업료를 지불한 셈으로 여기고 감사해 하겠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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