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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미주 한인들과 유가족 온라인 간담회

조지아주를 비롯해 인디애나주, 보스턴 등 전국에서 시민 30여명이 후회와 감사, 다짐을 나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잊지않는 애틀랜타 사람들의 모임'(애틀란타 세사모)이 12일 유가족과의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단원고 희생자인 시찬군의 아버지 박요섭씨와 창현군의 어머니 최순화씨, 예은양의 어머니 박은희씨가 한국을 넘어 10년간 이어지는 국제적 연대의 물결에 감사를 표하며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박은희씨는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잊지 않는 것을 알기에 외로워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또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참사를) 열린 결말로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이끈 장승순 조지아텍 재료공학과 교수는 "50대 중반 인생을 돌이켜볼 때 5분의 1은 세월호를 품고 살아왔다"며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해나가자"고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참사 이후 10년간 외쳐온 '안전한 사회 만들기'는 여전히 절실한 과제다. 최순화씨는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목소리의 동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안전 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으며 박요섭씨 역시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만들기가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3년 뒤 발생한 2017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이 반복되는 현실이 연대의 중요성을 더욱 깨우쳐준다는 독일 뮌헨의 클레어씨의 발언도 있었다.   희생자 추모는 오는 27일 조지아 로렌스빌에서 열리는 가수 홍순관씨의 ‘춤추는 평화’ 콘서트에서 이어진다. 조지아 평화포럼이 주최하는 이 공연은 평화와 인권,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기획됐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애틀랜타 추모 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 조지아 평화포럼

2024-04-15

'세월호 참사' 유병언 차남 한국 송환…미국 도피 9년 만에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역할을 하고 있는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가 4일 오전 한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미국으로 도피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2020년 체포돼 강제 입국하게 됐다.   한국 법무부는 3일 유씨의 신병을 미국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4일 오전 5시 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고 밝혔다. 유씨는 세월호 사건 관련 해외로 도피한 4명 중 한국으로로 송환되는 마지막 범죄인이다.   검찰은 유씨가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보고 있다. 세월호 수사가 시작된 뒤 도피 생활을 하다 2014년 6월 전남 순천의 야산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된 유병언 전 회장의 후계자로서 계열사 경영을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미국으로 도피했다. 2014년 4월 말 이후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유씨에 대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유씨는 2020년 7월 뉴욕에서 체포됐고, 법원은 유씨가 범죄인 인도 대상에 해당된다며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유씨는 이에 불복해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연방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에도 미 당국의 인도 승인 절차가 계속되자 법무부는 ‘한·미 형사협력 실무회의’를 열어 송환을 요청했고, 미국이 최종 승인하면서 유씨를 데려올 수 있게 됐다.   검찰이 파악한 유씨의 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는 559억원이다. 그간 유씨는 도피 생활 중에도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보도를 적극 반박하며 청해진해운과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앞서 유병언 전 회장의 장녀인 유섬나씨도 2017년 프랑스에 체류하다 한국으로 송환돼 유죄가 확정됐다. 세모그룹 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고, 자신이 운영하던 디자인컨설팅 회사가 매출자료를 허위로 꾸며 세무서에 제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철웅·심석용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미국 세월호 세월호 참사 한국 송환 세월호 선사

2023-08-03

[기고] 어떤 애도

4월은 애도의 달이다. 4·3이 있고, 4·16이 있었다. 4·16 세월호 참사는 9년째인데도 애도는 희미해지지 않는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최근 몇 번 갔다. 논픽션 작가 마쓰모토 하지무라의 『궤도 이탈』을 편집하면서다.   2005년 4월 25일 JR 서일본의 다카라즈카발 도시샤마에행 쾌속 제5418M 열차가 사고를 일으켜 107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했다. 이 사고로 아내와 여동생을 잃고 딸이 중상을 입은 아사노 야마카즈라는 사람이 있다. 아사노는 유가족으로서 정부 및 대기업과 진실을 둘러싼 공방을 치열하게 벌이는데, 이 책은 한 작가가 그의 10년 궤적을 쫓는 내용이다.   책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11월 초로, 번역가는 세월호를, 나는 이태원 참사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편집 과정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께 원고를 읽어주길 부탁드리며 찾아뵈었다. “지금은 아이들을 기억하도록 해주는 일이라면 기자든 작가든 영상 제작자든 가리지 않고 다 만나지만, 결국 그 사람들은 일 마치면 끝이고 우리 유가족들은 섬처럼 고립되겠지요.” 고 최유진의 아버지 최정주씨는 프로젝트성 만남의 끝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는데, 그건 애도의 진정성을 분별하는 벼락같은 말이었다.   당신은 정말 애도했는가? 애도 후 자리를 떠 만개한 벚꽃 사이를 거닐며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면, 당신은 두 감정 사이의 널뛰기로 인해 자기를 비난할 수밖에 없게 된다. 파주에 사는 나는 2022년 9월 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슬픔과 분노에 젖어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추모 공간을 찾았지만, 그 김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들러 최우람 작가의 전시를 보면서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그날 자아분열을 겪는 것처럼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건 평소 SNS를 하면서 ‘슬퍼요’와 ‘좋아요’를 몇십 초 간격으로 누를 때도 느끼는 감정이다. 요즘의 탄식은 분초를 다투는 단발성 탓에 쓰라림·침잠·분노·참을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게 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늘 실패한 감정을 산다.(이것은 보르네오섬 다약족 사람들이 2~10년에 걸쳐 치르는 장례, 애도와 대척점에 놓인다.)   그러니 관건은 목격자로서의 반복, 되돌아감, 끈질김이다. 손쉽게 죄책감을 덜어내지 않는 것이 참사를 빈번히 목격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윤리성이리라. 『궤도 이탈』의 작가 하지무라는 유가족을 10년간 쫓았고, 미국의 사진작가 애니 아펠은 마리아라는 빈곤 여성을 카메라에 한 번 담았다가 그 가족에게 꼼짝없이 마음이 붙들려 25년간 아티스트이자 목격자로서 함께했다. 같은 선상에서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의 기록도 들여다볼 만하다.   그레이스의 어머니는 주한미군 기지촌에서 남자들을 상대하다 그중 한 명과 결혼해 미국에 이민 갔고, 훗날 딸은 그런 자기 어머니를 인류학적 연구 대상으로 삼아 『전쟁 같은 맛』을 썼다. 이 책은 한국전쟁, 전쟁고아, 미군 ‘위안부’ 여성, 미군의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먹던 친인척들, 이민자, 모국의 음식이 불러일으키는 기억, 인종차별과 정신질환의 관련성 등 온갖 층위가 복잡하게 얽힌 연구 에세이다.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에 나오는 유령처럼, 어느 날 ‘옥희’라는 유령의 목소리가 그레이스 엄마의 세계를 지배한다. 조현병을 앓게 된 엄마는 50대 중반부터 죽을 때까지 방 밖으로 거의 나오지 못했다. 이런 이의 삶은 비극으로 치닫게 마련이지만, 딸이 엄마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았다.   그는 엄마라는 장소로 첨벙 뛰어들어 유령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려고 노력한다. 방구석에서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문지방을 결코 넘지 못하는 엄마에게 다가가기 위해, ‘미친 사람’으로 지목된 엄마가 실은 사회적 요인으로 병자가 된 것임을 밝히기 위해 십몇 년의 세월 동안 엄마 곁에 붙어 위로하고, 먹이고, 이해하려 애쓴다. 엄마의 죽음 이후에는 오랜 애도가 이어지는데, 그 글들이 독자에게도 조현병자의 삶에 몇 번이고 들어가게 한다.   만남, 애도, 연구, 취재가 지속한다는 것은 세간에 떠도는 말과 상관없이 우리가 진실에 가까운 것들을 채집하도록 도와준다. 지속성을 갖는 이들은 종종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의 문제를 자기 안에 내포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그 자신이 유령을 다독이거나 유령과 싸우는 장소가 되면서 그 전에는 자기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조현병자나 양극성 장애인들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펼쳐 보여준다. 그건 스쳐 지나간 사람들, 짧게 머물렀던 사람들은 알지 못할 심원함이다. 시간의 축적은 마침내 한 사람의 마음속에 넓은 터를 만들어 역사가 그 안에 새겨지도록 하는 반면, 짧게 목격하고 떨쳐냈던 이들은 훗날 예전의 자신을 반추하면서 알맹이 없는 공허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기고 그레이스 엄마 사회학자 그레이스 세월호 참사

2023-04-07

[분수대] 이태원동

이태원동은 예로부터 사람이 많이 다니던 곳이었다. 동 이름 자체가 조선시대 역원에서 유래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파발과 관리에게 말을 빌려주는 곳은 역(驛), 잠자리와 밥을 제공하던 곳은 원(院)이라고 했다. 현 이태원동과 멀지 않은 서울 용산동 용산고 부지 인근에 이태원이란 이름의 원이 있었다.   조치원이나 인덕원·장호원처럼 교통의 요지마다 ‘원’으로 끝나는 지명이 남아있는데 모두 역원이 있던 자리였다. 이태원도 그랬다. 고려시대부터 수도와 중부·영남지역을 연결하는 첫 길목으로 교통 요충지 역할을 했다. 영남과 수도를 오가는 많은 사람과 물자가 모이던 지역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 발간 『이태원 공간과 삶』)   그런 이태원에서 참사가 났다. 평소 휴일에도 수만 인파에 골목마다 길이 밀리던 곳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없이 보내는 첫 핼러윈 데이 주말이었다.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행사 주최자가 특정되지 않았던 탓에 제대로 된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파가 넘치는 가운데 사고는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혼란은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수많은 소방관·경찰관·의료진·시민 등의 분투가 있었지만 희생을 다 막을 순 없었다.   ‘왜 거기에 갔냐, 왜 그랬냐’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한켠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젊음은 죄가 없다. 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경기장에서, 종교행사에서, 공연장에서.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참담한 무력감과 바닥없는 우울이 한국 사회 전체를 덮쳤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는 없었으면 했던 국가적 재난을 또 목도하게 됐다. 8년 전 경험했던 비탄과 고통이 다시 밀려들었고 일상은 쓸려나갔다.   이태원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부상자가 지금도 생사를 오가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와 목격자, 그리고 유가족 등이 겪을 트라우마는 이제 시작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는 사고 수습이 필요한 이유다. 참사 원인과 과정에 대한 철저하고 엄중한 조사도 뒤따라야 한다. 많은 생명이 무참하게 사그라지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말이다. 조현숙 / 경제정책팀 차장분수대 이태원동 이태원 참사 이태원 공간 세월호 참사

2022-11-02

핼러윈 참사에 한인사회 충격

29일(한국시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후 5시30분 기준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쳐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벌어진 압사사고 중에선 최대 규모이며,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뉴욕·뉴저지 일원 한인사회도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충격과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팰리세이즈파크에 사는 김 모씨는 "실시간 뉴스 방송 화면을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숨졌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사망자 다수가 20대 젊은이로 알려지면서, 그 나이 무렵의 조카나 사촌을 둔 동포들과 또래 친구들을 둔 유학생들은 한국에 연락을 취해 안부를 물었고, 일부는 연락이 되지 않자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퀸즈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뉴스를 보고 놀라 바로 친인척들에게 전화했는데, 다행히 집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그래도 주변 지인 중 변을 당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한인 김예령(25)씨는 "인터넷으로 소식을 듣고 친구들에게 별일 없는지 연락했다"며 "이태원에 갔던 친구들은 있는데 다행히 사고 현장에 있던 친구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조카와 언니가 연락이 안 돼서 너무 불안하다", "사촌들이 전부 20대여서 카톡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아 심란하다"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번 참사로 20대 사촌 여동생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고 알린 한 동포의 게시글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젊은 나이에 숨지다니 너무 안타깝다"며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뉴욕 일원 한인 단체들도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이번 참사로 뉴욕 일원 한인사회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사고로 인한 피해자, 유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라며 철저한 사고 수습과 안전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관계기사 한국판·일간스포츠  심종민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한인사회 핼러윈 세월호 참사 압사 참사 핼러윈 데이

2022-10-30

[살며 생각하며] 잔인한 달 4월을 보내며

2022년 4월 30일, 4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달 내내 천로역정 이야기에 몰두하며 세월을 잊고 살았던지 길 건너 이웃집 울타리를 장식한 노란 빛 개나리의 만개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늦게나마 둘러보니 사방이 봄치례로 한창인데 내일이면 벌써 5월이다. 이대로 4월 보내기가 민망하다.   4월 하면 흔히 잔인한 달로 치부한다. 기독교에서 4월은 십자가와 죽음이 있는 잔인함도 있지만 소망의 부활이 혼재한 고마운 달이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4월은 제주 4·3사건, 4·19의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참혹하기 그지없는 달이다. 4월이 ‘잔인한 달’로 자리매김 당한 원인은 미국 태생 영국시인 엘리옷(T.S Eliot 1888~1965)이 쓴 시 ‘황무지(The Waste Land)’ 때문이다. 여기에 2005년 결성된 한국 인디 록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4월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덧칠을 해 재론의 여지를 봉쇄해 버렸다.   “사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는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는 망각의 눈으로 덮어 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주었다….” 433행에 이르는 황무지의 시작 부분이다.   “거짓말 같던 사월의 첫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데, 왠지 나만 여기 홀로 남아, 가야 할 곳을 모르고 있네… 나만 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의 지금은, 깊어만 가는 잔인한 계절, 봄이 오면 꽃들이 피어나듯, 가슴 설레기엔 나이를 먹은, 아이들에겐 갈 곳이 없어, 봄빛은 푸른데.”   브로콜리 너마저 의 ‘잔인한 사월’ 노랫말이다.   흔히 엘리옷의 ‘황무지’를 두고 방향과 의욕을 잃은 채 의미 없이 살아가는 서구 현대인들의 모습과 정신세계를 적절히 묘사한 시대의 넋두리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의 핵심은 4월이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들어 깨우지만…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하고,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구근으로 먹여 살려주니… 겨울이 더 좋다는 귀여운 억지 논리와 인위적 역설이 전체를 아우르는 시다.   사실 20세기 초반 서구를 강타한 종교적인 불신(不信), 기쁨조차 사라진 불모(不毛) 재활의 희망조차 없는 듯 한 불활(不活)의 시대에, 희망없이 퀘세라 세라 하며 겨울같이 살던 사람들에게, 아니야! 아직 소망이 있어, 아직 가능성의 문은 열려있어 하며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기를 독려하는 4월의 모습은 교활한 희망 고문이자 그들을 한없이 볼품없게 만드는 잔인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으로 지금도 상당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엘리옷은 1910년 프랑스 유학 시절 장 베르드날이란 한 의대생을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눴다고 한다. 두 살 아래였던 베르드날은 제1차대전에 참전, 1915년 갈리폴리 해전에서 전사한다. 슬퍼할 기력조차 잃었던 엘리엇은 쫓기듯 한 무용수와 결혼했지만 생활은 불행했다. 고민 끝에 1921년 스위스 로잔으로 요양을 갔고 거기서 ‘황무지’를 완성한다. 따라서 시에 등장하는 라일락, 추억과 욕망, 봄보다는 겨울이 따뜻하다는 등의 역설은 친구 베르드날을 떠나보낸 뒤 찾아온 아픔과 인생의 허망함을 토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잔인 라일락 추억 19의거 세월호 서구 현대인들

2022-04-29

[살며 생각하며] 잊지 말아요

 목련은 결국 피지 못했다. 벌겋게 물들었던 꽃봉오리는 이제 갈색이 되어 있다. 꽃이 핀 것을 시샘한다는 추위 때문이다. 봄이 오면 견디기 힘든 것이 폭죽처럼 한꺼번에 피어나는 목련의 화려함이다. 언제나 봄맞이에 서툰 나는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꽃이 피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발상인가.   삼사월 꽃들이 피면서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인다. 얼었던 땅은 녹아 꿈틀거리고 배고픈 울새들은 커다란 눈을 들어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다. 지빠귀는 지붕 꼭대기에 올라 고운 노래로 짝을 부른다. 이렇게 세상은 분주한데 목련은 피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그리고 4월이 왔다. 시인 토마스 엘리엇(Thomas Sterns Eliot, 1888~1965)는 젊은 시절 친구를 잃은 슬픔과 제1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마음을 황무지에 비유하며 4월을 잔인하다고 표현했다.     일 년을 더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꽃이라 가슴이 저렸다. 갈색의 꽃들은 을씨년스럽게 달려있다. 며칠전 세월호 사건 8주년이 지났다. 세상을 초월한다고 지은 이름이라는데, 세상에 빌붙어 욕심껏 살던 사람이 지은 것이라 어쭙잖다. 8년 전 그날 무책임한 정부와 정부의 각 기관이 서로 머뭇거리며 책임 전가를 하고 있었다. 선장은 뒤도 안 돌아 보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배에서 도망쳤다. 뭐라도 해서 아이들을 구하려던 사람들과는 달리 정부기관은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동안 착한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에 남겨졌다. 그나마 생명을 건진 학생들은 일반 어선이 구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이라는 사람들의 그 날 행위를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 내 친척도 피붙이도 아닌데도 이렇게 목이 메어오는데 유족들과 남은 친구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자기 일 아니라고 하며 온갖 욕설과 비방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제 그만 이야기하자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어찌 그날의 일이 남의 일이 되는 것일까? 화장도 안 하고 길을 나선 여성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불편하다. 남에게 민낯을 보인다는 것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그렇다.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날은 대한민국의 세수도 안 한 민낯이 온 세상에 알려진 참담한 날이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린아이들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꽃다운 아이들이 물속으로 사라진 날. 그날을 어찌 잊겠는가? 물망초처럼 푸르고 예쁜 아이들. 꽃말처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목련으로 올 줄 알았던 3월 말의 봄이 꽃샘추위 때문에 망가졌다.   따스한 제주도를 얼어붙게 한 4·3 사건. 순수한 학생들의 희생으로 민주주의가 싹튼 4·19도 4월에 벌어진 일이다. 다 잊지 말아야 한다. 힘이 없어 남에 의해 두 동강 난 나의 모국이 안쓰럽다. 이념이 다르다고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난다. 잊힌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이겠는가? 존재 하나로 기쁨과 신비로움이었던 아이들. 세상이 온통 어둠이어도 아이들만 있으면 살만하다던 부모님들이 가슴속 깊이 아이들을 묻었다. 가수 백지영의 노랫말처럼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잊지 말라고 한다. 잊지 말아요. 부탁드려요. 목련보다 화려하던 아이들을 부디 잊지 말아요. 고성순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며칠전 세월호 thomas sterns

2022-04-20

미 법원, 세월호 유병언 차남 '한국 송환 중단 청원' 기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법원이 한국 송환을 막아달라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유혁기(49) 씨의 청원을 기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의 캐시 세이벨 판사는 이날 한국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혐의로는 한국으로 송환될 상당한 근거가 없다는 유씨 측의 인신보호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이벨 판사는 제기된 범죄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한미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 대상이 아니라는 유씨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미 국무부가 판단할 부분이지 법원의 몫이 아니라고 밝혔다. 유씨는 유 회장의 2남 2녀 중 한국 검찰이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인물이다.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주주로서 허위 상표권 계약 또는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총 29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지만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기소중지했다. 미 영주권자인 유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한국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도 귀국을 거부해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이 됐고, 도피 6년여 만인 지난 7월 뉴욕주 자택에서 체포됐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폴 셰흐트먼은 로이터통신과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제시한 증거는 유씨의 신병인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신병 인도될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항소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씨 가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대 속에서 그가 비극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7월 같은 법원의 재판부는 유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관련된 필요조건을 만족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제기된 범죄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송환 대상이 아니라고 맞선 유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 문제를 판단할 권한이 미 국무장관에게 있다고 밝혔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월호 유병언 한국 송환 한국 검찰 한국 정부

2021-11-02

참사 당일 10시 20분까지 무슨 일 있었나…'물음표' 여전

[앵커] 검찰이 어제(28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지만 아직 불분명한 대목이 있죠. 당일 평일 오전 10시 20분까지 박 전 대통령은 왜 침실에 계속 머물렀고, 전화도 문자도 받지 못하는 상태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기는 합니다. 심수미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0분, 관저 침실에서 세월호 사고 소식을 처음 보고받았습니다. 그 전에는 전화도 두 차례 이상 받지 않았고 안봉근 전 비서관이 여러차례 부른 뒤에야 비로소 침실 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오전 10시 40분쯤 가글액을 전달받은 점에 비춰 이즈음 잠에서 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참사 전날부터 당일 오전 10시 20분까지 침실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보고시각 조작이라는 범죄 혐의의 수사 대상도 아니었고 박 전 대통령이 조사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일단 김영재·김상만 등 '비선진료' 의혹으로 앞서 기소된 인물들은 세월호 참사를 전후해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청와대를 다녀갔다고 하더라도 경호처 출입 기록이나 진료 차트를 남기지 않아 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018-03-29

[영보이스] "세월호 추모가 왜 종북인가요"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지난 겨울, LA총영사관 앞의 어느 피켓에 적힌 구호다. 2017년 봄, 박근혜는 탄핵되고, 세월호는 올라왔다. 세월호가 올라오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가라앉은 배 한 척을 올리기까지 무엇 때문에 1000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생명에 대한 희망들이 가라앉고도 하염없이 긴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지난 4월 15일, LA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 모임과 음악회가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행사장인 영사관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긴 건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는 어르신들과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군가, 그리고 확성기를 통해 외쳐지는 그 분들의 음성이었다. "종북 빨갱이들은 물러가라! 세월호 귀신은 물러가라!" "지겹지도 않냐! 니들 부모한테나 잘해!" 나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 엄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잃어버린 생명들을 추모하느라 제각각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티셔츠를 입거나 혹은 노란 팔찌를 한 추모객들이 모인 장소였다. 굳이 말하자면 노랭이라고 불려야 할 우리가 그분들께는 '종북 좌파 빨갱이'였다. 80년대에 태어난 내게는 빨갱이라는 말이 즉각 공포와 죽음을 야기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다만 아주 어릴 적, 80년대 후반 즈음, 누군가가 대통령 험담을 하니까 어느 어른이 "그러다가 빨갱이로 잡혀가!" 라고 농반진반 주고 받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확성기에 대고 그 분들 중의 한 분이 기도를 한다. "이미 천국에 갔을 것들은, 다 갔을 것들이고…." 안타까운 죽음에, 피어보지 못하고 져버린 꽃들에, 그 가족들에게, 또 함께 분노하고 추모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란 딱지를 붙이는 이들. 세월호를 추념하는 노란 리본을 나누어주는 시간, 어느 분들은 혐오하는 손사래를 친다. 리본을 향해 손을 뻗는 손주들을 급하게 끌어당긴다. 리본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데. 이번 한국대선 캠페인 동안에도 어김없이 '종북몰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깨어난 국민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고 있다. 이젠 세상이 좀 바뀌는 것 같다. 귀 닫고 입 막고 가만히 있어야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던가 보다. 그러나 이제는 헌법 주권의 주인인 국민들이 정당한 권리를 말하고 떳떳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권을 되찾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눈을 뜨고 귀를 열자. 박근혜가 구속되었다. 재벌(삼성) 총수가 구속되었다. 김기춘이 구속되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혹자가 빨갱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시대정신에 깨어있는 시민들, 친구들, 사랑하는 자녀들이다. 박근혜가 구속된 것은 종북 때문이 아니라 그 정권의 과오와 부패 때문이다. 사드를 반대하는 건 나라를 사랑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함이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것은 안타깝게 져버린 생명들을 향한 따스한 눈물이고 기도이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빛처럼 찬란한 소망들이다. 이제 눈을 뜨고 귀를 열자. 그리고 마음을 열자. 생각이 다르다고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빨간 색칠놀이는 이제 역사의 창고에 넣어두자. 앞으로 어르신들의 자녀, 젊은이들이 원하는 세상을 그들이 만들어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017-04-27

추모행사에서 "세월호 귀신 물러가라" 시위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 행사가 일부 목사 및 보수 단체의 방해로 얼룩졌다. 이 때문에 LA경찰국(LAPD)이 추모 행사장에 출동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 15일 LA총영사관 앞에서는 LA지역 시민들의 모임인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행동 LA본부'가 주최한 추모 행사(4·16 세 번째 봄: 기억하고 함께하는 봄)가 열렸다. 하지만 행사 도중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모인 일부 교계단체와 보수단체 회원 20여 명은 확성기를 통해 추모식 항의 구호를 외치는 등 반대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들은 추모 행사에 참석한 한인들을 향해 "세월호 귀신은 물러가라" "종북 물러가라" 등의 자극적인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추모식 장소 바로 옆에서 확성기를 통해 행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추모 행사 반대 시위를 이끈 단체 관계자는 성명에서 "모임의 주체가 추모식도 아니고 '기억식'이라 하니 염려와 걱정이 먼저 든다"며 "특히 남가주에서 나라의 슬픔과 아픔을 다시금 들추어내는 어떠한 모임도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추모 행사의 일환으로 음악회 장소를 제공한 한인 교회(마가교회)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성명은 또 "(교회가) 종북 성향으로 판정이 난 단체와 불순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장소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복음이 위반되는 것에 걱정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월호 참사 3주기는 특히 기독교계의 부활절과 날짜(4월16일)가 겹치면서 남가주 지역 기독교인들의 참여가 많았다. 추모 행사에 참석했던 한 교인은 "종교와 정치적 신념을 떠나 비극적인 슬픔에 대해 같은 국민으로서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라며 "집회 내내 고의적으로 확성기를 틀며 행사를 방해하고 '귀신아 물러가라'며 구호를 외치고 그런 행동을 목사가 앞장서서 한다는 게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우린(36)씨는 "왜 세월호 추모가 종북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며 "추모 행사 때마다 저런 방해가 많았고 앞으로도 있을 거지만, 많은 이들이 세월호의 아이들을 기억하는 행사에 계속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 행사는 LA지역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것으로 시민단체, 로컬 뮤지션 등을 비롯한 기독교, 원불교, 성공회 등 종교 단체 관계자까지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지윤·김재라 인턴기자

2017-04-17

금문교를 밝힌 노란물결…북가주 한인단체 ‘공감’ 주최

15일 샌프란시스코 대표 관광지인 금문교에 세월호 참사(2014.4.16)를 애도하는 북가주 한인들의 노란 물결이 빛났다. 한인단체 ‘북가주 공감’이 주최한 세월호 3주기 추모행진에는 한인단체 회원들을 비롯. 40여명이 모여 금문교에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 날 오후 2시 금문교 남쪽 웰컴센터(Welcome Center)에는 가슴에는 노란 뱃지, 손에는 노란 바람개비와 우산을 들은 한인들이 모였다. 한인들은 한국으로 전해질 노란 종이배에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작성했다. 침묵의 시간을 가진 이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와 함께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참여하며 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금문교를 행진하며 많은 주변인들에게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알렸다. 추모행사를 주최한 북가주 공감 한인 단체 남미숙 회원은 “ 한국에서 직접 50개의 노란 바람개비와 우산을 공수해왔다. 바람을 타고 천개의 바람이 되어 아이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날아갔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한인 박찬욱씨는 “자녀를 두었던 부모로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확하게 풀리지 않은 원인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노란색을 보며 우리모두 다시 각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이번 세월호 3주기 추모행진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더했다. 전현아 기자

2017-04-17

“세월호 희생자 잊지 말자”

최근 세월호가 인양되어 다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세월호 사고 3주기를 기념하는 추모식이 시애틀에서도 열렸다. 늘푸른연대가 주축이 된 ‘세월호 3주기 준비위원회’는 16일 오후 3시 시애틀 드림교회에서 60여 명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추모식을 치렀다. 추모식은 세월호 사고를 기념하는 노래인 ‘떠난 보낸 날’과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시작으로 유가족 대표인 ‘예은 아빠’ 유경근씨의 인터뷰 동영상 관람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 지역 청소년들로 이뤄진 ‘시애틀 청소년합창단’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했다. 행사 중간에는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 선언’을 한 소절씩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4.16 인권선언은 2015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선언의 날’에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에서 제시한 인권 선언운동으로 작년 세월호 2주기에 맞추어 발표되었으며 전문은 전체 5장 24개조로 구성돼 있고 선언이 추구할 가치, 반성과 성찰, 피해자를 비롯해 참사의 영향을 받은 자들의 기본적 인권의 내용, 사회 구성원으로 져야 할 정치적 책임, 국가의 의무를 담고 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사고 사망자 모두의 이름으로 만든 곡인 ‘이름을 불러 주세요’의 동영상에 맞추어 기억의 꽃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다같이 ‘잊지 않을께’를 합창하며 행사를 마쳤다. 한편 주최측은 “2011년 한진중공업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의 주인공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시애틀을 방문했다”고 말하고 “방문일정 행사 중 하나로 한진중공업 사태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들의 섬’을 17일 워싱턴대학에서 상영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상영 후에는 이 영화를 제작한 김정근감독과 김진숙지도위원, 또 함께 방문한 황이라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상담소장이 참석하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양우기자)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세월호 추모곡 ‘잊지 않을께’를 부르고 있다.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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