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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이스] "세월호 추모가 왜 종북인가요"

이유진/모기지 프로세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지난 겨울, LA총영사관 앞의 어느 피켓에 적힌 구호다.

2017년 봄, 박근혜는 탄핵되고, 세월호는 올라왔다. 세월호가 올라오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가라앉은 배 한 척을 올리기까지 무엇 때문에 1000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생명에 대한 희망들이 가라앉고도 하염없이 긴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지난 4월 15일, LA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 모임과 음악회가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행사장인 영사관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긴 건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는 어르신들과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군가, 그리고 확성기를 통해 외쳐지는 그 분들의 음성이었다. "종북 빨갱이들은 물러가라! 세월호 귀신은 물러가라!" "지겹지도 않냐! 니들 부모한테나 잘해!"

나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 엄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잃어버린 생명들을 추모하느라 제각각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티셔츠를 입거나 혹은 노란 팔찌를 한 추모객들이 모인 장소였다. 굳이 말하자면 노랭이라고 불려야 할 우리가 그분들께는 '종북 좌파 빨갱이'였다.

80년대에 태어난 내게는 빨갱이라는 말이 즉각 공포와 죽음을 야기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다만 아주 어릴 적, 80년대 후반 즈음, 누군가가 대통령 험담을 하니까 어느 어른이 "그러다가 빨갱이로 잡혀가!" 라고 농반진반 주고 받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확성기에 대고 그 분들 중의 한 분이 기도를 한다. "이미 천국에 갔을 것들은, 다 갔을 것들이고…." 안타까운 죽음에, 피어보지 못하고 져버린 꽃들에, 그 가족들에게, 또 함께 분노하고 추모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란 딱지를 붙이는 이들. 세월호를 추념하는 노란 리본을 나누어주는 시간, 어느 분들은 혐오하는 손사래를 친다. 리본을 향해 손을 뻗는 손주들을 급하게 끌어당긴다. 리본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데.

이번 한국대선 캠페인 동안에도 어김없이 '종북몰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깨어난 국민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고 있다. 이젠 세상이 좀 바뀌는 것 같다.

귀 닫고 입 막고 가만히 있어야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던가 보다. 그러나 이제는 헌법 주권의 주인인 국민들이 정당한 권리를 말하고 떳떳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권을 되찾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눈을 뜨고 귀를 열자. 박근혜가 구속되었다. 재벌(삼성) 총수가 구속되었다. 김기춘이 구속되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혹자가 빨갱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시대정신에 깨어있는 시민들, 친구들, 사랑하는 자녀들이다. 박근혜가 구속된 것은 종북 때문이 아니라 그 정권의 과오와 부패 때문이다.

사드를 반대하는 건 나라를 사랑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함이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것은 안타깝게 져버린 생명들을 향한 따스한 눈물이고 기도이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빛처럼 찬란한 소망들이다. 이제 눈을 뜨고 귀를 열자. 그리고 마음을 열자. 생각이 다르다고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빨간 색칠놀이는 이제 역사의 창고에 넣어두자. 앞으로 어르신들의 자녀, 젊은이들이 원하는 세상을 그들이 만들어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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