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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와 함께해주세요”

뉴욕가정상담소가 오는 11일 가정폭력 종식을 위한 침묵행진을 실시한다.     뉴욕가정상담소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가정폭력 방지의 달인 매년 10월 플러싱 일대에서 침묵행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침묵행진은 오후 4시 플러싱 109경찰서 앞(37-05 Union Street, Flushing)에서 출발, 플러싱 퀸즈 도서관 앞 광장에서 마무리된다.   이지혜 소장은 “특별히 올해 침묵행진에서는 가정폭력 생존자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 자신의 얘기를 공유할 것”이라며 “다른 어느 때보다 뜻깊은 행사가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많은 시위 방법 중 ‘침묵행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려워 대부분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앤 김 아웃리치 매니저는 “가정상담소는 침묵 행진을 통해 생존자들에게 희망, 치유, 정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며 “가정폭력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폭력을 이겨낸 이민 생존자들의 회복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로 27주년을 맞는 이번 뉴욕가정상담소의 침묵행진에는 30곳 이상의 기관이 협력단체로 참여해 가정폭력 근절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예정이다.   참석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전화(929-300-6048) 또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할 수 있다. 글·사진=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가정폭력 뉴욕가정상담소 가정폭력 생존자 가정폭력 근절과 가정폭력 종식

2024-10-06

현대차 훔친 10대들, 검문 피해 도주하다 충돌...탑승자 4명 사망

지난달 28일 업랜드 지역에서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주하던 차량이 다른 차량과 충돌, 10대 세 명을 포함한 총 네 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1일 샌버나디노 셰리프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새벽 1시 48분 풋힐 블루버드와 아치볼드 애비뉴 인근에서 음주운전(DUI) 의심 차량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2018년형 현대 세단 자동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차를 세우라는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도주했다. 그로부터 약 6분 뒤, 5마일 떨어진 교차로에서 2010년형 머스탱 차량과 충돌한 뒤 전봇대를 들이받아 현장에서 네 명이 즉사했다.  셰리프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도주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헤수스 길렌(16)과 조엘 실바(16), 그리고 마이클 에이드리언 고메스(17) 등이다. 셰리프국은 네 번째 사망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해당 차량에는 13세 소년도 탑승해 있었으며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차량이 들이받은 머스탱에 타고 있던 35세 남성과 21세 여성 두 명 역시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이다.   한편 셰리프국은 사망자들이 타고 있던 현대 차량은 폰타나에서 도난 신고가 들어온 차량이며 장전된 총 한 정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검문 도주 차량 캘리포니아 음주운전 DUI 머스탱 현대 10대 생존자 병원 도난 차량 장전된 총 사망 즉사

2024-07-02

시카고 한인가족 참사 범인은 막내아들…유일한 생존자 장녀 회복중

지난 9일 시카고 인근 크리스탈 레이크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 총기 참사〈본지 8월 15일자 A-3면〉의 생존자가 수술을 마치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회사 홈페이지서 ‘열성 슈터’로 소개…일가족 ‘살해 후 자살’ 진 송씨 한인 추정 가정서 살해 후 자살…지난 9일 시카고 외곽 주택서 24일 가족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 일가족의 장녀로 알려진 50대 피해자 송씨는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고 지난 21일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의식을 차린 송씨는 현재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굉장히 단란한 가정이었고 불화가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 역시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들었다”며 “트라우마가 심하고 충격으로 인해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진 송(44)씨는 피해 일가족의 막내아들이며, 어머니 송창희(73), 작은 누나 유나 송(49), 아내 로렌 스미스 송(32)씨가 이번 사건으로 숨졌다. 생존자는 진 송씨의 큰 누나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주변 지인들은 진 송씨를 평소 예의 바르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으며 폭력적인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를 맡은 멕헨리 카운티 셰리프국은 이번 사건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개인의 가정사이기 때문에 범행 동기 등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생존자 송씨는 앞으로 두 달 이상 병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을 예정이며, 심리 상담도 병원에서 제공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시카고 총영사관 여태수 영사는 지난 23일 생존자를 직접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여 영사는 “생존자는 한국 국적자는 아닌 재외동포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시카고 한인회와 협력해 언제든지 최선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범죄 문제가 아닌 한 가정의 개인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무엇보다 우선되며 영사관이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한인가족 막내아들 시카고 한인가족 생존자 장녀 시카고 총영사관

2023-08-24

총기참사 한인 가족 “아이 옷 바꾸려다…”

지난 주말 텍사스주 댈러스 외곽 도시인 앨런의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총기 참사로 한인 일가족 3명이 숨진 가운데, 이들 가족은 선물로 받은 큰아들의 옷을 교환하러 몰에 들렸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관계기사 2면〉   지난 6일 오후 3시 36분쯤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 쇼핑몰 앞 주차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8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이 사건으로 한인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와 3세 아들이 숨지고, 그들의 6세 첫째 아들만 살아남았다.     8일 개설된 고펀드미 페이지에서 피해 가족의 친구라고 밝힌 작성자는 “규(조규성씨)와 신디(강신영씨), 윌리엄(큰아들), 제임스(작은아들)는 앨런 아웃렛 몰을 방문했다”며 “윌리엄은 나흘 전에 6번째 생일을 축하했고 제임스는 3세로, 그들은 윌리엄이 생일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아웃렛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6살 아들 윌리엄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고 슬퍼했다.     피해자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 가족은 다른 지인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모임이 끝난 뒤 쇼핑몰에 들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지인은 “(이 가족이) 5분만 더 있게 잡았더라면”이라며 애통해 했다는 전언도 전해졌다.   현지 한인 매체들에 따르면 부모를 따라 어릴 적 이민 온 조씨와 강씨 부부는 한국어를 편하게 구사한 1.5세 시민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조씨는 변호사로, 아내 강씨는 치과의사로 현지에서 좋은 평판을 얻었고 한인 교회를 다니며 봉사활동 등 주변 한인들을 돕는 각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댈러스 한인회는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좋은 평판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아름다운 한인 가족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인 커뮤니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며 한인동포들이 좀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며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특별히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주실 것을 다시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8일 오후 피해 가족들을 위한 고펀드미 페이지(gofundme.com/f/allen-tx-shootingrip-kyu-cindy-and-james-cho)에는 목표 모금액(5만 달러)을 넘어 70만 달러에 육박하는 기금이 모였다.    장수아·김예진 기자 [email protected]총격사망 총격사망 한인가족 생존자 큰아들 아내 강신영씨

2023-05-08

한국 긴급구호대 생존자 5명 구조…골든 타임 지났지만 무사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 급파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가 활동 첫날인 9일 오전(현지시간) 생존자 5명을 구조했다.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났는데도 무사히 구조돼 희망을 안겼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활동 중인 KDRT가 이날 오전 11시 50분까지 구조한 생존자는 70대 중반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5명이다.   구조자 중 35세 여성은 손가락 골절을 입었지만 생존자 모두 건강 상태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한 KDRT는 튀르키예 측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5시부터 안타키아에서 구호 활동을 진행했다.   안타키아는 하타이의 주도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인구는 21만8000명이다.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주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으로, 이번 지진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KDRT는 외교부 1명, 국방부 49명, 소방청 62명, KOICA(한국국제협력단) 6명 등 총 118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정부가 파견한 긴급구호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긴급구호대 생존자 한국 긴급구호대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긴급구호대 가운데

2023-02-09

[사설]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에 도움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이틀이 지난 8일 현재 집계된 사망자만 해도 튀르키예 8500명, 시리아 2600명 등 이미 1만1000명을 넘어섰다. 더구나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1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는 소식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유가족, 가족이나 친지의 생사여부를 몰라 울부짖는 사람들…. 특히 많은 생존자가 휴대폰이나 육성으로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구조 작업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평온하던 곳이 하루 아침에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절규만 남은 지옥으로 변한 것이다.     국제사회도 신속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 65개국이 구조대 파견이나 구호물품 전달에 나섰다. 특히 한국 정부는 대규모 구조대를 신속히 파견해 이미 현지에서 구조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튀르키예는 6·25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돕기 위해 4차에 걸쳐 총 2만2000명을 파병했던 나라다. 이런 인연으로 양국 관계를 ‘형제의 나라’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구조대를 신속하게 파견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피해 지역엔 구조 인력과 장비뿐만 아니라 약품 등 각종 물품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한인들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도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이번 지진은 자연재해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다. 특히 가주도 강진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인 만큼 집에 지진 대비 용품이라도 준비해 뒀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사설 지진 도움 대규모 구조대 생존자 구조 구조 인력

2023-02-08

[기고] 생존자, 후손, 구경꾼

“사람들은 다큐 감독을 인간쓰레기라고들 하지요.”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감독 양영희가 최근 관객과의 대화에서 꺼낸 첫마디다. 그는 재일코리안 2세로 자기 가족 이야기를 26년째 화면에 담고 있는 “잔인한” 사람이다. 그의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여러 모서리 중 하나에 제주 4·3을 배치했다. 어머니가 겪은 역사다. 이 이야길 읽고 다음날 나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제주 4·3평화공원을 다녀온 뒤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4·3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광적인 구경꾼의 위치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구경꾼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4·3을 겪지 않았고, 그런 가족을 두지 않아 트라우마 없이 공원을 거닐고 영화를 관람하며 독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경꾼의 안전한 위치를 역사상 수많은 학자와 문필가가 고찰했고, 파선한 배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을 고찰하며 한스 블루멘베르크는 ‘난파선과 구경꾼’이라는 역작을 펴낸 바 있다. 다행히 근대에 들어 헤겔이 구경꾼에게 ‘반성적 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구경꾼과 난파선 생존자 간의 거리감은 좁혀졌다. 게다가 국가나 사회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팽배한 현대에는 구경꾼조차 땅 위에 서서 널빤지를 잡고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한다.   어떤 재난이나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상당수는 침묵을 지킨다. 대체로 20세기의 참사들은 이념과 긴밀히 엮여 있어 권력이 함구를 명했고, 사람들은 입을 여는 순간 목이 날아가리라는 위협을 느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로즈너의 어머니가 그랬고,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가 그랬다. 하지만 난파자의 2세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걸 글로 쓰거나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부모의 입이 언젠가 열릴 것을 알아 작가로서 기량을 연마했다가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제 몸속에 새긴다.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 감독은 역사가와 비슷한 임무를 띤다. 즉 인간의 고통을 잘 전달하기 위해 초연한 르포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양 감독은 어머니의 말문이 트이길 오래 기다렸다. 자신의 입은 닫은 채. 인터뷰어가 재촉하면 상대는 오히려 말을 삼킨다. 한번 다물어진 입은 웬만해선 열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좀더 객관적으로 증언하게 할 매개체가 우연히 주어졌으니, 양 감독이 남북 이데올로기와는 동떨어진 일본인 남자를 사귀게 된 것이다. ‘백지상태’의 인물이 등장하자 어머니는 친절하게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기 시작했고, 감독은 70년도 더 된 이야기를 눈앞의 현실처럼 목격할 수 있었다.   이야기에는 논픽션과 픽션이 있다. 둘 다 중요한 역할을 떠맡는다. 유대 신비주의 연구자 숄렘은 ‘역사 기록’을 통과하지 않은 채 현실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물들의 본질에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큐 감독 역시 가만히 놓인 사물을 통해 역사에 침투해 들어간다. 역사를 탐구하는 일과 이야길 들려주는 일은 사실상 동일하다고 숄렘과 아감벤 등은 강조한다.   이때 작가가 주의할 점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은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각해야만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검은빛 조각들”이 있다. 망각한다는 것은 양영희식으로 바꾸면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곧 죽거나 치매로 기억을 잃을 위험이 있어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애가를 참을성 있게 읽지 못하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송가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작가라고 할 수 없다.”(크라카우어)   영화와 글을 보는 구경꾼은 자칫 방관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니 이들도 생활세계 속에서 자신을 역사가의 위치에 놓으려고 애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어리석은 채 즐기는 이가 되거나 혹은 사건들이 주는 두려움에 꼼짝없이 붙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4·3이든 10·29 참사든.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기고 생존자 구경꾼 생존자 후손 난파선 생존자 다큐 감독

2022-11-21

[기고] 생존자, 후손, 구경꾼

“사람들은 다큐 감독을 인간쓰레기라고들 하지요.”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감독 양영희가 최근 관객과의 대화에서 꺼낸 첫마디다. 그는 재일코리안 2세로 자기 가족 이야기를 26년째 화면에 담고 있는 “잔인한” 사람이다. 그의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여러 모서리 중 하나에 제주 4·3을 배치했다. 어머니가 겪은 역사다. 이 이야길 읽고 다음날 나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제주 4·3평화공원을 다녀온 뒤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4·3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광적인 구경꾼의 위치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구경꾼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4·3을 겪지 않았고, 그런 가족을 두지 않아 트라우마 없이 공원을 거닐고 영화를 관람하며 독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경꾼의 안전한 위치를 역사상 수많은 학자와 문필가가 고찰했고, 파선한 배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을 고찰하며 한스 블루멘베르크는 ‘난파선과 구경꾼’이라는 역작을 펴낸 바 있다. 다행히 근대에 들어 헤겔이 구경꾼에게 ‘반성적 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구경꾼과 난파선 생존자 간의 거리감은 좁혀졌다. 게다가 국가나 사회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팽배한 현대에는 구경꾼조차 땅 위에 서서 널빤지를 잡고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한다.   어떤 재난이나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상당수는 침묵을 지킨다. 대체로 20세기의 참사들은 이념과 긴밀히 엮여 있어 권력이 함구를 명했고, 사람들은 입을 여는 순간 목이 날아가리라는 위협을 느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로즈너의 어머니가 그랬고,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가 그랬다. 하지만 난파자의 2세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걸 글로 쓰거나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부모의 입이 언젠가 열릴 것을 알아 작가로서 기량을 연마했다가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제 몸속에 새긴다.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 감독은 역사가와 비슷한 임무를 띤다. 즉 인간의 고통을 잘 전달하기 위해 초연한 르포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양 감독은 어머니의 말문이 트이길 오래 기다렸다. 자신의 입은 닫은 채. 인터뷰어가 재촉하면 상대는 오히려 말을 삼킨다. 한번 다물어진 입은 웬만해선 열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좀더 객관적으로 증언하게 할 매개체가 우연히 주어졌으니, 양 감독이 남북 이데올로기와는 동떨어진 일본인 남자를 사귀게 된 것이다. ‘백지상태’의 인물이 등장하자 어머니는 친절하게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기 시작했고, 감독은 70년도 더 된 이야기를 눈앞의 현실처럼 목격할 수 있었다.   이야기에는 논픽션과 픽션이 있다. 둘 다 중요한 역할을 떠맡는다. 유대 신비주의 연구자 숄렘은 ‘역사 기록’을 통과하지 않은 채 현실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물들의 본질에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큐 감독 역시 가만히 놓인 사물을 통해 역사에 침투해 들어간다. 역사를 탐구하는 일과 이야길 들려주는 일은 사실상 동일하다고 숄렘과 아감벤 등은 강조한다.   이때 작가가 주의할 점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은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각해야만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검은빛 조각들”이 있다. 망각한다는 것은 양영희식으로 바꾸면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곧 죽거나 치매로 기억을 잃을 위험이 있어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애가를 참을성 있게 읽지 못하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송가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작가라고 할 수 없다.”(크라카우어)   영화와 글을 보는 구경꾼은 자칫 방관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니 이들도 생활세계 속에서 자신을 역사가의 위치에 놓으려고 애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어리석은 채 즐기는 이가 되거나 혹은 사건들이 주는 두려움에 꼼짝없이 붙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4·3이든 10·29 참사든.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했던 말인 “더 많이 본 사람은 더 많은 부담을 떠안는다”는 오늘날의 구경꾼에게도 해당된다. 나와 함께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본 화가 P는 고향 함양을 떠올렸다. 산청·함양·거창 양민 학살사건에 집안 어른들이 희생됐기에 4·3의 난파로부터 살아남은 양 감독의 어머니 강정희씨를 구경하며 발 하나를 파도 속에 밀어 넣더니 언젠가 자기도 작품 속에서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했다. 다큐든 그림이든 사료는 남아 구경꾼 속에서 자기 확장을 낳을 것이다. 이 사료를 통과한 우린 더 이상 이전의 자신이 아니게 될 것이다.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기고 생존자 구경꾼 남아 구경꾼 난파선 생존자 다큐 감독

2022-11-18

자살 생존자 무료 상담 신설…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센터

부에나파크의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센터(KCS, 총디렉터 엘렌 안)가 자살 예방의 달인 9월을 맞아 자살 생존자와 자살 시도 생존자를 위해 개인, 그룹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자살 생존자는 가족 또는 친한 이의 자살 후 남겨진 이들, 다시 말해 자살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이들 중 많은 이가 대재난을 겪은 것과 비슷한 정도의 심적 타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자살 시도 생존자는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는 이다.   수전 이(사진) 결혼·가족상담치료사(AMFT)는 “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으로 평균 6명의 가족과 20명의 주변인이 자살 생존자로서 영향을 받는다”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은 경험은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 중 하나이며, 그 고통은 오랜 기간 지속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나누게 된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희망과 도움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KCS의 지원 프로그램은 오렌지카운티 정부 기금과 디디허시 자살예방센터의 협조로 마련됐다. 도움이 필요한 이는 수전 이 상담치료사에게 전화(714-449-1125) 또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연락하면 된다.   한편, 오는 4~10일까지는 전국 자살 예방 주간이며, 10일(토)은 전국 자살 예방의 날이다.생존자 자살 자살 생존자 자살 시도 자살 예방

2022-08-31

서부지역 6·25 참전 생존자 겨우 80여명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웠던 6·25 참전용사 가운데 해외 거주자가 700명 선으로 크게 줄었다.     6·25 참전용사 중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이 어느덧 90세를 넘긴 상황에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참전유공자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생존 6·25 참전용사 중 해외 거주자는 불과 734명.     2019년 820명에서 2020년 772명으로 감소했고 2021년에는 734명으로 급속히 줄고 있다.     LA를 포함한 6·25 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는 현재 등록 인원이 80명이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사망자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생존 인원은 더 적을 것으로 관계자는 예측했다.     6·25 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 서상만 사무처장은 “5년 전만 해도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경우 40여명 정도가 참석했지만, 요즘에는 20명도 겨우 나온다”며 “그도 그럴 것이 제일 어린 회원이 90세이고 최고령자는 97세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참전용사들은 사라져도 후세들에게 역사는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도 생존 참전용사가 줄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참전유공자 현황에 따르면 한국 내  6·25 참전 유공자 중 생존자는 6만3829명으로 집계된다.   2018년 10만431명으로 1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생존자 수는 2019년 8만7494명으로 줄면서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2020년 7만5243명, 2021년에는 6만3829명으로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이 90세를 넘긴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생존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며, 참전유공자의 노령화로 지속해서 생존자 수가 감소할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생존자 중 90~94세가 3만9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85~89세가 2만7993명, 95~99세가 3335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자료는 ‘참전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참전 명예 수당을 받는 생존 참전용사만 집계한 것으로,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등록하지 않은 참전 용사는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종민·장수아 기자서부지역 생존자 참전 생존자 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 생존 참전용사

2022-06-24

23년전 콜로라도 컬럼바인 참극 생존자

 23년전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자가 최근 텍사스주 유밸디 타운내 롭 초등학교 총기 참사 희생자의 장례식을 찾아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영국 더타임스, 덴버 지역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희생자 장례식이 시작된 지난 5월 30일 유밸디에는 특별한 조문객이 방문했다. 미국 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참사 중 하나로 꼽히는 컬럼바인 고교 참사의 생존자인 로렌 본(39)과 미셸 윌리엄스(41)가 그들이다. 23년전인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리틀턴 타운 소재 컬럼바인 고교에서는 재학생 2명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 등 13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치는 참극이 일어났다. 총격범 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15살이던 본은 사건 당일 학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이었다. 그는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 모두 도망쳐!”라는 한 젊은 남자의 외침을 들은 그날,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본은 구내식당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지 않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후 그는 비슷한 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다른 지역 사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본은 “컬럼바인 고교 생존자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성장했다. 또 다른 총기 난사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전화와 이메일을 받고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우리가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힘을 얻는다. (유족에게)혼자가 아니며,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참사 당시 18살로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었다는 윌리엄스는 “유밸디 주민들이 회복하고 또 용서하길 바라지만,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본과 미셸은 신앙생활이 고통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본은 “우리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경험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23년전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신의 은총 덕분이었다”고 추모객들에게 고백했다. 윌리엄스는 “혼자 극복하려 하지 말고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찾으라. 쉽지 않겠지만, 여러분 곁에는 지원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혜 기자콜로라도 생존자 참극 생존자 고교 생존자들 콜로라도 리틀턴

2022-06-06

위안부 기림비 모금 완료…5월 콘스티튜션 파크에 설치

한인 고교생들의 마음이 담긴 뉴저지주 포트리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건립 기금 모금이 성공리에 완료됐다. 18일 김산옥 전 뉴욕한인상록회장 가족은 기림비 건립을 주도하는 '유스 카운슬 오브 포트리(YCFL)'에 1만 달러의 후원금을 전했다. 이로써 기림비 건립에 필요한 3만5000달러 모금에 성공했다. 기림비는 제막식은 오는 5월 19일에 열릴 예정이다. 기림비는 조지워싱턴브리지 초입에 위치한 '콘스티튜션 파크'에 설치된다. 이 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비가 세워져 있는데 위안부 기림비는 바로 맞은 편에 세워진다. 이날 기림비 건립 예정지에서 YCFL 소속 학생들을 만나 후원금을 전한 김 전 회장은 "기림비 관련 신문 기사를 읽다가 막내 아들과 이야기를 했다. 경찰로 일하고 있는 아들은 '고교생들이 뜻을 모아 기림비를 세우는 만큼 꼭 돕고 싶다'고 밝혀 후원까지 이어졌다"며 "어린 학생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YCFL 측은 "김 전 회장을 비롯, 100여 명 후원자들의 정성이 더해져 기림비가 세워지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을 본 포트리 지역 학생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YCFL은 1년 6개월 동안의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타운의회의 건립안 승인을 이끌어냈다. 위안부 역사를 배운 어린 학생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기림비를 세우는 최초의 사례다. 기림비는 5피트 높이로 원형 조형물에 한복을 입은 소녀의 실루엣이 새겨지는 형태다. 하단에는 끔찍한 일을 당했던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시가 새겨진다. 서한서 기자 [email protected]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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