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년새 IT 55%·금융 40%·보험 18% 고용 감소
현재 고용 시장은 뜨겁다. 적어도 지표로 보면 그렇다.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매달 신규 일자리는 수십만 개에 이른다. 임금 상승도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방노동부가 지난달 5일 발표한 3월 신규 일자리만 해도 30만3000개가 늘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20만 개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새 일자리가 늘어나면 취업 시장은 좋아야 하지만 현실은 숫자만큼 좋아 보이지 않는다. 3월 일자리 증가를 부문별로 보면 전문직과 사무 서비스는 7000개에 그쳤다. 지난해 6월 이후 누적 증가분도 7만1000개 수준이었다. 이도 지난 1월 사무직 일자리가 갑자기 4만8000개나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때도 전문가들은 이 부문 일자리 급증의 원인을 뚜렷한 제시하지 못했지만 이를 2022년과 2023년의 경우 같은 기간에 생긴 27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일자리 증가가 많았던 부문은 크게 4개 영역으로 보건의료와 여가·접대, 건설, 레저·숙박업이었다. 의료 서비스는 고령화로, 레저·숙박업은 코로나19가 종료되면서, 건설업은 심각한 주택 부족으로 주택 건설 수요가 늘면서 채용이 증가했다. 반면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사무직은 코로나19 이후의 상황 변화로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았다. 우선 금리가 높아지면서 금융 부문이 위축돼 일자리 증가가 더뎠다. IT 분야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경제가 중요해지면서 고용이 과도하게 이루어져 팬데믹 종식과 함께 대규모 해고가 시작됐다. 또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소비자의 구매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바뀌면서 기업의 투자가 위축돼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IT 부문에선 빅테크의 대량 해고가 이어졌다. 이번 달 들어서도 구글이 핵심부서의 인력을 200명 이상 해고했고 테슬라도 이달 중순에 전체 인력의 10% 이상을 감원하겠다고 밝혀 IT업계의 일자리 감소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투자 관리사 뱅가드의 최신 고용보고서가 집계한 401k 가입률을 기준으로 보면 연봉 5만5000달러 미만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높게 유지됐다. 하지만 사무직이 많은 9만6000달러 이상 일자리는 최고 수준이었던 2022년 중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를 제외하면 2014년 이후 최악이었다. 화이트칼라 고용이 줄어든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임시직 파견 고용이 지난 1년 동안 18만1000개 줄었다. 그만큼 사무직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또 전통적으로 기업은 정규직 해고 전에 임시직을 해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임시직의 감소는 향후 일자리 전망이 좋지 않은 징조로 해석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단테 디안토니오 이코노미스트는 임시직 고용 회사의 급여가 2년간 감소하고 있다며 임시직 고용 감소가 더 많은 해고를 예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T업계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감소는 옥상옥에 해당하는 일자리 감축으로 해석된다. 메타 플랫폼스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관리자를 관리하는 관리자,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관리자”라고 불렀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줄이는 경우다. 인디드 조사에 따르면 IT 부문 고용은 1년 사이 55% 줄었다. 금융은 40% 이상, 보험은 18% 감소했다. 인디드의 닉 벙커 북미연구담당은 “많은 기업들이 중기적으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전망하고 고용 수준이 기업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벙커 담당은 이로 인해 기업들이 특히 마케팅과 관리 부문에서 고용을 줄인다고 분석했다. 회계법인 EY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기업 임원들이 1년 사이 시장의 수요가 훨씬 줄었다고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이런 경향은 금융과 정보 등 전문직과 사무 서비스 전반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일자리 감소를 복합적 현상으로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인들이 대규모로 회사를 그만두던 대퇴사(great resignation)가 잦아들고 동시에 고용도 줄어드는 현상이 결합했고 전문가들은 이를 ‘대정체’라고 부른다. 기업들이 퇴사한 이들이 많은 데도 빈자리를 채우지 않으면서 고용 지표가 좋음에도 다시 일자리를 얻으려는 이들에게는 경기 침체가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채용이 둔화한 사무직 전문가들은 경제 담론을 이끄는 경우가 많아 구직 문제가 더 심각하게 보이는 효과를 낳는다. 지난 3일 발표된 4월 신규 고용은 17만5000개였다. 전문가 예상치인 24만개보다 현저히 적었다. 그중에서도 의료 부문이 5만6000개로 가장 많았고 사회 지원 3만1000개, 운송·창고 2만2000개, 소매 2만개였다. 최근 몇 달간 탄탄했던 정부 부문은 지난 12개월 평균 5만5000개보다 훨씬 적은 8000개에 그쳤다. 화이트칼라는 더 줄어든 것이다. 노동시장 조사기관인 버닝글래스 인스터튜트의 가이 버거 경제연구 책임자는 조만간 전면적인 불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고학력 실업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도입이 본격화하고 전문직 영역 잠식이 시작되면 고임금 직종이 훨씬 불리하기 때문이다. 버거 책임자는 “해고가 급증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불만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이 3~4년 더 지속한다면 기업 내 불만과 사기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안유회 / 에디터FOCUS 감소 고용 일자리 감소 사무직 일자리 부문 일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