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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사육된 남자가 던진 슬픈 문명 비판

인간이 만약 언어 교육과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신체만 어른인 상태로 성장한다면 사회는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돌보지 않는다(The Enigma of Kaspar Hauser)’는 독일 역사의 기이한 실화를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 특유의 실존주의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걸작이다. 1960년대 라이너 베르너 파스판버, 빔 벤더스와 함께 독일 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뉴저먼시네마’ 운동의 3대 명장 중 한명인 헤어조크는 광기에 가까운 실존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감독이다. 그의 독특한 영화 방식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영화는 미스터리, 생존과 죽음의 본질, 비애와 비밀을 간결하고도 리얼하게 표현한다. 1975년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돕는다.’   성경 구절인 듯 들리는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속담에서 유래됐다. 영화의 독일어 원제 ‘Jeder fur sich und Gott gegen alle’를 번역하면,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살고 신은 그에 반한다’(Every Man for Himself and God Against All)이고, 이를 좀 더 풀어 말하면 ‘모든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살고 신은 모든 사람을 상대로 그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1974년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될 때 ‘하늘은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돌보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기존 속담의 반어법적 효과와 헤어조크의 실존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다.     1828년 오순절 일요일 독일의 뉘른베르크 길가에 한 아이가 버려진다. 그의 이름이 ‘카스퍼하우저’이고 군인으로 징집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 한 장을 들고 있다. 모든 게 미스터리한 이 아이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어느 가난한 농부에 의해 지하실에 갇혀 동물처럼 사슬에 묶여 살다가, 그마저도 농부의 형편이 좋지 않아 버려졌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의 기이한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그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완전히 문명과 격리된 그의 백지상태는 사람들의 호기심 또는 지식인층의 실험의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서커스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카스파는 어느 교수의 집으로 도망을 한다.     교수는 몇 마디 말과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던 그에게 학문과 음악, 미술, 종교 등을 가르친다. 빠른 학습에 점차 ‘문명’에 눈을 뜨게 된 카스파의 말과 행동은 나름의 자아 세계를 형성한다. 곧 자서전을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게 된 카스파의 존재는 정치적으로 상류사회에 당혹스러운 존재로 떠오른다.   그가 귀족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카스파를 마을에 버린 망토를 두른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 사악한 이 자는 언어를 구사하게 된 카스파가 자신을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말을 할지도 몰라 두려워한다.     세상은 카스파를 발견하고 카스파는 세상을 발견한다. 세상에 낯선 사람으로 온 현명한 바보 카스파는 사회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만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사회이다.  카스파에게 문명이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는 도구이고 사람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들일 뿐이다.     학문과 논리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살고자 했던 카스파는 교수와의 대화 중에 그에게 모든 사람이 늑대였다고 토로한다. 그는 교회 회중의 침묵이 오히려 비명을 지르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왜 피아노를 호흡처럼 연주할 수 없나, 라고 반문한다. 토론에서 종교와 합리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며 오만한 논리학자를 제압한다. 그는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카스파는 1833년 두 번째 폭행을 당하고 가슴 깊숙이 칼에 찔린 채 살해된다. 사람들은 그의 기형성 또는 비정상성을 분석하기 위해 시체를 해부한다. 자신들의 지적 욕구를 위해서다. 공증인은 카스파의 뇌의 어느 한 부분이 변형됐다고 기록한다. 변형이라는 말 외에 더 나은 설명을 찾을 수 없던 독일 지식인들의 위선을 상징하는 듯, 영화는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공증인의 뒷모습으로 끝이 난다.     헤어조크는 카스파의 음울한 우화를 구체적이고 철학적인 탐문으로 이어간다. 그는 카스파에게 놀라운 통찰력을 제공함으로 서구 문명의 큰 축인 이성과 종교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문명을 조롱하는 ‘문명화된 카스파’와 문명화의 비극을 목도한다. 헤어조크는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에서 인간의 순수성을 포착해 낸다.     헤어조크 감독은 카스파 역에 브루노 슐라인슈타인이라는 43세의 비전문 배우를 기용했다. 그는 평생 보호 시설에서 보냈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 그의 삶을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익히 알려진 인물이었다.     슐라인슈타인은 연기 이상의 것을 연기한다. 순수하고 교활한, 그리고 선량하고 악의적인 카스파의 장난기를 과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표현한다. 젊은 카스파를 연기하기엔 나이가 좀 많긴 했지만 카스파 만큼이나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이 배우는 코믹한 카스파 역을 이질감 없이 잘 소화해 냈다. 낯선 세계에 휘둥그레진 어린 그의 눈은 영화의 중심 이미지이다.   헤어조크는 50년 전 사회 제도 또는 체제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 그리고 권력에 대한 민중의 두려운 심리를 리얼하게 파헤쳤다. 상상력과 지성에 기반한 이 영화는 후세대 거장들인 데이비드 린치의 ‘엘리펀트 맨’(1980), 라르스 폰 트리에의 ‘바보들’(1998),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최근 작품 ‘푸어 씽스’(2023) 등의 영화들에 영감을 주었다. 상류층 엘리트 계급이 주도하는 사회 제도가 그들 외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게 고통의 삶을 안겨 주고 있음을 비판한 영화들이다.     명상적이며 가슴 아픈 담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돌보지 않는다’는, 예의 바른척하는 지성인들의 학문과 이성은 문명의 오만함이며 혼돈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헤어조크는 이 영화를 통해 삶을 살고자 했던 카스파를 ‘학문적 창조물’로 인식했던 상류사회의 오만을 반성하고자 했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비판 문명 바보 카스파 칸영화제 그랑프리 서구 문명

2024-09-18

[신복룡의 신 영웅전] 왕양명의 정치 비판

왕희지(王羲之)의 후손인 왕수인(王守仁·1472~1528)은 저장(浙江)성 콰이지(會稽) 출신으로 호가 양명(陽明)이다. 17세에 장가가는 날 어느 고명한 선생을 만나 학문을 배우다가 장가가는 것도 잊고 다음 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과에 급제해 촉망받았으나 환관의 잘못을 비판하다가 변방의 역참(驛站) 관리로 좌천됐다. 3년 만에 병부에 복귀해 두 번의 반란을 평정했다.   전선의 별빛은 인간을 고뇌하게 만들고, 그 고뇌에서 철학이 나온다. 그래서 무인 중에 철학자가 많고, 조선 왕조의 이름 있는 현판 중에는 무인의 글씨가 많다. 그는 남들처럼 주자학을 공부했으나 미심쩍은 점이 많았다.   특히 왕실에서 『주자대전(朱子大全)』으로 과거를 치르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주자는 『대학』을 편집하면서 ‘백성을 사랑하라’(親民)는 구절은 비슷한 글자를 잘못 읽은 것이라며 ‘백성을 가르치라’(新民)로 바꿔 해석했는데, 이를 두고 왕양명은 ‘그 바람에 주자가 선비들의 입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왕양명은 “허다한 진리를 어찌 그대만 알고, 그대만 옳은가”라며 주자에 항명하니 후세가 이를 양명학이라 불렀다.   그의 제자들이 『전습록(傳習錄)』을 지어 후대에 남겼다. 제자들이 “왜 세상이 이토록 어지럽습니까”라고 여쭈니 왕양명은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학문을 바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天下不治 學術不明)”이라며 정치인들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왕양명은 아는 것과 행실이 같지 않은 무리를 경계했다.   지금 한국 정치는 해방 정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 정치인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도서관 대출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어를 전공한 어느 국회의원이 “대통령이 비서진을 호가호위(狐假虎威)한다”며 사자성어를 잘못 사용했다. 듣고 있는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왕양명 정치 정치 비판 한국 정치 호가 양명

2024-07-28

웬디스 음식값 유동제 비판 높자 시행 안 해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가 최근 논란이 된 ‘음식 가격 유동제(Dynamic Pricing)’ 시범 운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28일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최근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한 웬디스의 ‘음식 가격 유동제인 다이내믹 프라이싱’ 2025년 운영에 대해서 하이디 샤우어 웬디스 부사장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우버 요금처럼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의 가격을 높이고, 반대로 수요가 적을 때는 가격을 낮추는 탄력적인 가격 시스템이다. 스포츠와 티켓 예매 및 차량 공유 앱에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 15일 실적 발표 당시 커크 태너 웬디스 최고경영자가 “2000만 달러의 디지털 메뉴 투자를 통해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일 단위 상품 제공 등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주요 언론들이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대에 웬디스를 사 먹으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에 소비자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업체가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행에 대해 공식 부인하면서 진화에 나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재선 기자 [email protected]음식값 유동제 음식값 유동제 다이내믹 프라이싱 비판 여론

2024-02-28

서사라 목사 요한계시록 세미나 성료

서사라 목사(사진)의 요한계시록 강해 세미나가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뉴욕 하크네시야 교회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 집회로, 마지막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를 영적으로 깨우기 위해 열렸는데 ▶계시록 서론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 ▶성경이 말하는 성안과 성밖▶일곱인-일곱나팔-일곱대접재앙▶두 번의 휴거 전쟁-휴거-표 ▶아마겟돈 전쟁 ▶혼인잔치▶계시록 7장 하나님의 인 순서로 진행됐다.   서사라 목사는 “이번 9번의 강의로 요한계시록을 다 다루기는 무리가 있어서 다음번에 한 번 더 이러한 시간을 가져야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그러나 참석한 많은 성도들이 이번 9번의 시간을 통해 계시록의 많은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말한다”며 “서 목사는 다음 강의에도 많은 분들이 와서 듣고 은혜받고 이 마지막 시대를 사는 우리가 주님 다시 오심을 예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천국과 지옥을 보아서 책을 9권을 저술했는데, 그중에 특히 주목할 것은 ‘요한 계시록 이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무려 800페이지에 달하는 간증수기이면서도 신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책으로, 한편에서는 ‘이 책을 여러 번 읽는 자는 계시록이 뚫린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박종원 기자서사라 목사 서사라 목사 요한계시록 강해 서사라 목사 요한계시록 강해 세미나 뉴욕 하크네시야 교회 서사라 목사의 천년왕국설 비판 권호덕 교수

2023-12-04

명문대생들, 취업 우려에 이스라엘 규탄 입장 번복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과 관련, 그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성명을 낸 하버드대 학생들이 비판 여론에 밀려 입장을 바꾸고 있다. 성명에 참여한 학생들이 월가의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새다.   11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정권이 이번 폭력 사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성명에 서명한 34개 하버드 학생 모임 중 최소 5개 모임이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일부 학생 모임은 철회 소식을 알리면서 성명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하버드대의 서남아시아 학생 모임은 성명을 통해 “성명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다”며 “테러 조직 하마스의 학살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다른 학생 모임의 일부 임원들은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거리를 두기 위해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에는 성명 발표 후 큰 논란이 일어서다.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이들을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하게 성명을 철회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소셜미디어에 관련 성명들을 언급하고,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혹시라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 졸업생을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학생 모임 명단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크먼 회장의 게시글 이후 다수 기업 CEO들이 찬성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일부 하버드대 학생들은 이스라엘 비판 성명을 낸 동료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나섰다. 전날 하버드대 17개 학생 모임은 500여명의 교직원과 함께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비판 성명은 완전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뉴욕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뉴욕대 로스쿨 학생회장 리나 워크먼은 최근 “이스라엘은 이 엄청난 인명 손실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워크먼은 취직이 결정됐던 로펌의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고, 로스쿨 학생회도 워크먼에 대한 회장직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이스라엘 명문대생 이스라엘 비판 이스라엘 비난 이스라엘 정권

2023-10-12

칙필레 '너무 깨어있다' 비판 무슨 일?

일요일마다 문을 닫고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등 신앙심과 보수적인 가치를 강조해온 조지아의 대표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Chick-fil-A)'가 '너무 깨어있다'는 이유로 보수파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파 트위터 유저들이 최근 며칠 사이 칙필레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부서'가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보이콧을 하겠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애틀랜타 저널(AJC) 등 다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칙필레DEI 홈페이지에 따르면 부서는 자사 직원들의 다양한 배경을 존중하고 서로를 위하는 사내 문화와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앞장서는 곳으로, 2020년 만들어졌다. 최근 '타겟' 등과 같은 기업이 6월 'LGBT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다양성 존중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며 칙필레의 이러한 행보도 주목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트위터 유저는 칙필레를 언급하며 "그 자리(DEI 부서)를 지키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다른 유저는 칙필레가 기독교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DEI 부서를 둔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며 비즈니스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유저는 자신의 트위터에 "칙필레는 반-LGBTQ 혐오 단체에 기부하는 기업"이라며 "칙필레가 다양성을 지지한다고 비난하는 보수파들이 우습다"는 의견을 남겼다. 윤지아 기자비판 보수파 트위터 트위터 유저 다양성 존중

2023-05-31

[중앙 칼럼] 고객 신뢰 잃은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시행하려던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개편 때문에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소비자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차 ‘소비자 입장은 무시한 개악’,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 ‘개편안 철회’ 등의 비난과 요구가 쏟아졌다.     개편안 비난에 대응하는 대한항공의 변명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2019년 보너스 항공권 이용객 4명 중 1명 만이 장거리 노선을 이용했기 때문에 중·단거리 노선 혜택을 늘리고 장거리 노선 혜택을 축소한 개편안으로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식이었다. 수치상으로는 대한항공의 주장이 맞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단거리 노선의 경우는 다수의 저가항공사가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어렵게 적립한 마일리지를 써가면서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시즌에 따라 1700~2800달러까지 치솟는 LA-인천 노선 등과 같은 장거리 노선 이용 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1달러 사용시 1마일을 적립 받기 위해 100달러에 육박하는 연회비를 내가며 스카이패스 크레딧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미주 한인들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개편 후 보너스 왕복 항공권 공제 마일리지가 LA-인천 노선은 1만 마일, 뉴욕-인천 노선은 3만 마일씩 더 차감된다니 크레딧카드로 1만 달러, 3만 달러를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비즈니스석인 프레스티지석은 LA-인천 노선 3만 5000마일, 뉴욕-인천 노선 5만5000마일을, 일등석은 8만 마일, 11만 마일을 각각 더 공제한다니 일 년에 한 번 한국을 다녀올까 말까 하는 한인들에게는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 됐다.   네티즌들도 본지를 비롯한 언론들의 대한항공 비판 보도에 찬동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D Ciderhouses는 “수십 년 동안 애용해온 고객을 기만했다. 머나먼 타국에 오갈 때 항상 나라를 먼저 생각해서 대한항공을 애용한 충실한 고객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즉시 마일리지 개악을 취소하라”고 성토했다.   급기야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 비판을 통해 원천적 불만 해소를 요구하는 등 정부, 정치권에서도 가세하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전용 좌석을 확대하고 6~10월 사이 LA, 뉴욕, 파리노선에 특별편 100편 투입, 내년 2월까지 미주노선 마일리지 좌석 최대 80% 확대 등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국토교통부에서는 “미흡하다”, 공정위에서도 “개편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개편안 시행 유보를 발표했다.   아시아나 합병을 앞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채로 간주되는 마일리지 부담을 줄여야 한다지만 고객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개악’이 최선의 방안이었을까.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고객 유치를 위해 내건 대한항공의 약속이요 소비자와의 계약이다.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가치절하는 강탈과도 다름없는 갑질이다.   조원태 대한한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며 회복하기도 정말 어렵다”고 강조하며 “고객에게 안전하고 감동적인 여행을 선사하기 위해 하늘길에 비행기를 띄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임직원들을 치하했다고 한다.   항공 전문매체 에어트랜스포트 월드(ATW)가 ‘올해의 항공업계 리더’로 조 회장을 선정했다. ‘최고의 전문가들’답게 상심한 고객들을 아우르며 신뢰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대한항공 고객 미주노선 마일리지 대한항공 비판 마일리지 보너스

2023-02-21

[시 론] ‘비판적 인종이론’과 폭동 30주년

 최근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찬반 논란이 한인 사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중고교에서 가르치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것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이미 대학에서는 보편화되어 가르치고 있다. 특히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UC리버사이드에서는 30여년 전부터 소수인종학이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의 모든 학생들은 비판적 인종이론을 배우고 있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중고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야 이 이론을 접할 수 있다.   비판적 인종이론의 핵심은 미국 역사, 특히 인종 관련 문제를 백인의 시각이 아닌 소수자의 시각으로 검증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가령 예전에는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을 ‘발견’했다고 가르치면서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미국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고 ‘도착’한 것이다. 이미 수 백만 명의 아메리칸 원주민(인디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노예제도를 옹호하면서 백인 농장주들의 일기 등을 인용해 노예들이 만족하면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흑인 노예들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되기 위해 엄청난 저항을 했으며 조직적으로 북부로 탈출하기도 했다.     역사를 소수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미국 인종 문제의 오해와 진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비판적 사고 방식을 키우게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미국의 ‘악’인 인종차별 역사를 비판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백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학문적 이론에 대한 찬반이 있을 수 있다. 이론은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거스르는 것이다.   필자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론을 가르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모든 고교생들이 소수인종학(ethnic studies)을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주 한인사 레슨 플랜도 7개나 포함시켰다. 이는 비판적 인종이론이 필수인 소수인종학의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미국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한인 차세대들이 꼭 접하고 배워야 할 이론이다. 물론 반대 할 수는 있다.     올해는 4·29폭동 30주년이다. 한인 1세대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바로 이해해 차세대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 장태한 / UC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시 론 인종이론 비판 비판적 인종이론 최근 비판적 비판적 사고

2022-04-10

[시론] ‘비판적 인종이론’과 폭동 30주년

최근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찬반 논란이 한인 사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중고교에서 가르치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학부모가 많다는 것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이미 대학에서는 보편화되어 가르치고 있다. 특히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UC리버사이드에서는 30여년 전부터 소수인종학이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의 모든 학생들은 비판적 인종이론을 배우고 있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중고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야 이 이론을 접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왜 중고교에서 이러한 이론을 가르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비판적 인종이론의 핵심은 미국 역사, 특히 인종 관련 문제를 백인의 시각이 아닌 소수자의 시각으로 검증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가령 예전에는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을 ‘발견’했다고 가르치면서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미국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고 ‘도착’한 것이다. 이미 수 백만 명의 아메리칸 원주민(인디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노예제도를 옹호하면서 백인 농장주들의 일기 등을 인용해 노예들이 만족하면서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흑인 노예들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되기 위해 엄청난 저항을 했으며 조직적으로 북부로 탈출하기도 했다.     역사를 소수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미국 인종 문제의 오해와 진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비판적 사고 방식을 키우게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미국의 ‘악’인 인종차별 역사를 비판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백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백인 모두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학문적 이론에 대한 찬반이 있을 수 있다. 이론은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거스르는 것이다.   필자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론을 가르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모든 고교생들이 소수인종학(ethnic studies)을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주 한인사 레슨 플랜도 7개나 포함시켰다. 이는 비판적 인종이론이 필수인 소수인종학의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미국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한인 차세대들이 꼭 접하고 배워야 할 이론이다. 물론 반대 할 수는 있다.     올해는 4·29폭동 30주년이다. 한인 1세대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바로 이해해 차세대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  장태한 / UC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시론 인종이론 비판 비판적 인종이론 최근 비판적 비판적 사고

2022-04-05

비판적 글 읽기는 평생 자산…봄방학에 최소 한 권 정독을

이제 곧 학교마다 봄방학이 시작된다. 1주일에서 2주일로 시작하는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각자 밀렸던 AP시험 공부와 성적 올리기 등 다양한 자신만의 계획이 학년마다 있을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초·중학교에서 전 과목에 A를 받았던 학생이라도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성적 격차를 경험하고 하나같이 영어의 중요성을 말한다.     모든 과목의 근본적인 문제는 영어가 기본인 것을 알고 있지만  단순히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책을 읽어야 영어 실력이 향상되어 독해력과 고등학교의 영어 부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비판적인 읽기, 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른다. 이번 봄방학을 활용하여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정독으로 정확하게 읽는 방법을 배워 보자.     ▶비판적 글 읽기의 중요성   비판적인 글 읽기는 독자가 그 책을 읽고 더 깊은 수준까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며 독자에게 책을 분석하고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읽기를 말하며 이런 읽기 방법은 자녀들의 독해력을 향상해 영어는 물론이며 모든 과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나아가 대학과 그 이상의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도 절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1. 비판적 읽기의 6가지 요소   비판적인 읽기에는 목적, 활동, 초점, 질문, 방향, 응답 등 중요한 6가지 요소가 있다. 이런 요소를 생각해 가면서 책을 읽을 때면 좀 더 명확한 내용 파악과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표준 시험(SAT/ACT/ISEE) 등 다양한 종류의 시험 치러야 하는 과정에서도 독해력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을 읽더라도 좀 더 효율성이 있다.     자녀들이 일반적으로 흥미 중심의 책을 읽는 때는 읽기의 목적은 읽는 책의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만 읽는 반면 비판적인 사고의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 읽는 것이며 읽고 있는 내용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6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면서 읽는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가끔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책을 1년에 2~3권밖에 읽지 않는다고 읽는 양에 대한 불만이 있겠지만 알고 보면 한 장 한 장을 정독으로 몇 개월에 걸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다독보다는 정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평가가 되기 위한 연습   1. 폭넓게 읽기= 비판적인 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폭넓은 읽기이며 주제에 대하여 더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은 새로운 전문 지식들을 읽기에 적용할 수 있으며 비슷한 다른 주제의 자료들을 읽는다면 책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더 쉬워진다.   2. 같은 질문하기= 한 가지 질문을 다른 유형에도 계속해서 물어보는 반복 연습을 한다.     3. 작가의 청중 되기= 작가는 글을 쓸 때 읽는 대상을 전체로 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쓰이는 분야에 대하여 알고, 글의 목적을 이해하여 작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오픈 마인드= 작가의 주장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특히 정치든 종교이든 민감한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과 철학에 맞지 않는다 하여도 작가에 대한 적대감을 갖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한다.   책을 읽을 때 메모를 하는 것도 중요한 습관이 되며 고전을 읽으면서 어려운 부분을 천천히 다시 한번 읽으면서 메모를 한다면 나중에 다시 한번 읽을 때면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자책보다는 종이로 된 책자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고등학교의 영어 교과서는 딱히 특정 교과서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학교마다 그 학년에 이 읽으면 좋을 고전들을 책으로 선정하여 읽는다. 고전은 읽기 쉽지 않지만 이런 비판적인 글을 읽는 것에 연습을 한다면 좀 더 넓은 영역의 영어 공부를 포괄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이번 봄방학엔 쉬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책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한다면 앞으로의 영어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문의: (323)933-0909   www.Thebostoneducation.com 수 변 원장 / 보스턴 에듀케이션봄방학 비판 비판적 읽기 영어 교과서 이번 봄방학

2022-03-20

[왜 음악인가] “저 정치인 아닌데요”의 종말

 2014년 12월. 러시아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기부금을 냈다. 받는 쪽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공연장, 금액은 100만 루블(당시 기준 약 2000만원).   8년 만에 다시 보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행동이었다. 도네츠크 지역은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자인 올레그 차레프가 통치 중이었고, 주민들은 피신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네트렙코는 노보로시야(Novorossiya), 즉 블라디미르 푸틴의 ‘새로운 러시아’ 깃발을 차레프와 함께 들고 사진을 찍었다. AFP·가디언 등은 네트렙코의 기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어내며 비판했다.     최근 상황에 비하면 약한 비난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세계 무대의 러시아인들은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다. 음악계의 입장은 강경하다. 푸틴 대통령의 친한 친구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상황은 놀라울 정도다. 음악계의 황제로 불렸던 그는 뉴욕 카네기홀의 빈필 지휘를 하루 전 취소 ‘당했고’, 소속사에서는 방출됐다. 뮌헨 필하모닉은 그가 러시아 비판 입장을 내지 않으면 상임 지휘자로 3년 남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선포했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도 같은 조건으로 공연 취소를 내걸었다. 게르기예프는 내몰리는 러시아 아티스트를 대표하긴 하지만, 유일하진 않다.     몇몇 러시아 음악인들은 빠르게 입장을 내놨다.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도 베를린필을 통해 “푸틴의 흉악한 공격은 세계 평화 전체에 대한 야비한 칼날”이라고 했다.   안나 네트렙코도 움직였다. 덴마크에서 오페라 공연이 취소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성명이다. “전쟁에 반대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고국을 공개 비판하는 일도 옳지 않다.” 다소 석연치 않은 입장문이고 여론은 여전히 매섭다.   8년 전 과감한 행동 뒤에도 별 탈이 없었던 네트렙코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성악가는 정치인이 아니고, 지휘자가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명확한 태도를 기대한다. 책임을 질만큼 혜택을 그동안 누려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SNS 등으로 모두의 ‘입장 표명’이 아주 쉬워졌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평화와 안전이 모두에게 더욱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게르기예프의 카네기홀 취소를 전하며 표현했듯,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the whole world has changed)’. 김호정 / 한국 문화팀 기자왜 음악인가 정치인 종말 지휘자 블라디미르 러시아 비판 지휘자 발레리

2022-03-02

"귀넷 선거구 조정 소수계 소외 안돼"

    조지아주의회에서 '귀넷 카운티 행정위원회(커미셔너)선거구 조정안'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 조지아주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한인 정치인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민주, 로렌스빌)이 추진했던 '귀넷 카운티 행정위원회(커미셔너)선거구 조정안'에 대한 하원 자체의 변경안을 요구했다.     통상 카운티의 선거구 재조정안은 해당 지역 의원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인계하면 하원의 정부 내 조정위원회에서 지역입법 절차로 통과키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귀넷의 조정안을 다수당이 공화당인 하원에서 일반 입법절차를 거쳐 다시 손보고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 의원이 조정안은 귀넷 커미셔너 수를 5명 규모 그대로 유지한다는 안을 포함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조지아주 상원에서 귀넷을 지역구로 둔 클린트 딕슨 주 상원의원(공화당, 뷰포드)이 상정한 커미셔너를 9명으로 늘리는 법안에 대응하는 안이었다.     이번 선거구 조정에 따라 향후 10년 간 귀넷 카운티 커미셔너의 지역구 지역이 확정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귀넷 카운티 커미셔너에 의석이 없는 공화당으로선 자신들에 유리한 선거구 획정이 절실하고 민주당은 현재 의석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 25일 "조지아주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는 카운티에서 백인 권력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유권자들을 분열하려고 하고 있다"고 공화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화당은 역사상 첫번째 흑인 귀넷 커미셔너 의장을 끌어 내리려고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백인 권력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귀넷 카운티 커미셔너와 귀넷 하원 대표단은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조지아주 상·하원에서는 공화당이 다수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결국 박 의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무시하고 위원회 지역구를 획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공화당 소속 클린트 딕슨 조지아주 상원 의원은 "카운티 북부의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보수적 다수가 있다"면서 "우리에게서 어떤 종류의 권력 장악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재우 기자공화당 비판 카운티 커미셔너 커미셔너 지역구 조지아주 하원의원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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