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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고객 신뢰 잃은 대한항공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시행하려던 스카이패스 마일리지 개편 때문에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소비자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차 ‘소비자 입장은 무시한 개악’,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 ‘개편안 철회’ 등의 비난과 요구가 쏟아졌다.  
 
개편안 비난에 대응하는 대한항공의 변명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2019년 보너스 항공권 이용객 4명 중 1명 만이 장거리 노선을 이용했기 때문에 중·단거리 노선 혜택을 늘리고 장거리 노선 혜택을 축소한 개편안으로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식이었다. 수치상으로는 대한항공의 주장이 맞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단거리 노선의 경우는 다수의 저가항공사가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어렵게 적립한 마일리지를 써가면서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시즌에 따라 1700~2800달러까지 치솟는 LA-인천 노선 등과 같은 장거리 노선 이용 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1달러 사용시 1마일을 적립 받기 위해 100달러에 육박하는 연회비를 내가며 스카이패스 크레딧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미주 한인들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개편 후 보너스 왕복 항공권 공제 마일리지가 LA-인천 노선은 1만 마일, 뉴욕-인천 노선은 3만 마일씩 더 차감된다니 크레딧카드로 1만 달러, 3만 달러를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비즈니스석인 프레스티지석은 LA-인천 노선 3만 5000마일, 뉴욕-인천 노선 5만5000마일을, 일등석은 8만 마일, 11만 마일을 각각 더 공제한다니 일 년에 한 번 한국을 다녀올까 말까 하는 한인들에게는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 됐다.
 


네티즌들도 본지를 비롯한 언론들의 대한항공 비판 보도에 찬동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D Ciderhouses는 “수십 년 동안 애용해온 고객을 기만했다. 머나먼 타국에 오갈 때 항상 나라를 먼저 생각해서 대한항공을 애용한 충실한 고객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즉시 마일리지 개악을 취소하라”고 성토했다.
 
급기야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 비판을 통해 원천적 불만 해소를 요구하는 등 정부, 정치권에서도 가세하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전용 좌석을 확대하고 6~10월 사이 LA, 뉴욕, 파리노선에 특별편 100편 투입, 내년 2월까지 미주노선 마일리지 좌석 최대 80% 확대 등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국토교통부에서는 “미흡하다”, 공정위에서도 “개편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개편안 시행 유보를 발표했다.
 
아시아나 합병을 앞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채로 간주되는 마일리지 부담을 줄여야 한다지만 고객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개악’이 최선의 방안이었을까.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고객 유치를 위해 내건 대한항공의 약속이요 소비자와의 계약이다.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가치절하는 강탈과도 다름없는 갑질이다.
 
조원태 대한한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며 회복하기도 정말 어렵다”고 강조하며 “고객에게 안전하고 감동적인 여행을 선사하기 위해 하늘길에 비행기를 띄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임직원들을 치하했다고 한다.
 
항공 전문매체 에어트랜스포트 월드(ATW)가 ‘올해의 항공업계 리더’로 조 회장을 선정했다. ‘최고의 전문가들’답게 상심한 고객들을 아우르며 신뢰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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