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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여고생 죽었는데 범인 직장 다녀

한인 여고생 안리안(사고 당시 15세)양이 두 명의 친구와 버지니아 비엔나 소재 옥튼 고등학교 근처 길을 걷다가 난폭운전을 하던 차에 치여 숨진 참변이 1주기를 맞았다.   그러나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현재 보석금도 내지 않고 풀려나 버젓이 직장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울분에 찬 유가족과 지인들은 사고 1주기를 맞은 7일, 참변의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의구현’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해 6월 7일 낮, 범인 우스먼 사히드(당시 18세)가 친구들과 함께 BMW 승용차를 몰며, 속도제한 35마일 2차선 도로를 81마일로 난폭운전하다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차량을 피해 핸들을 꺾어 인도를 걷던 안 양 등 학생들을 덮치며 발생했다.     사고로 안리안 양과 아다 가브리엘라 양이 목숨을 잃었고 카티야 가브리엘라 양은 중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페어팩스 카운티 케빈 데이비스 경찰국장은 “난폭운전하던 차량이 교통사고를 피하려다 하필 길을 걷던 학생들을 덮친 최악의 시나리오가 겹친 참변”이라고 사건을 설명했다.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스티브 데스카노 검사장은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고, 실제로 범인 사히드는 사건 직후 2건의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20년 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정의’는 아직도 구현되지 않았다.     캐나다 산불의 영향으로 잿빛 하늘에 짓눌린 7일 버지니아 비엔나의 한적한 도로. 1년 전 참변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현장에는 수십 개의 캔들과 꽃다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10여명의 한인이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피켓을 흔들고,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어머니 A씨는 “재판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구치소에 있던 범인은 보석금도 내지 않고 풀려났다”고 하소연했다. 더욱 A씨를 절망하게 하는 것은 검찰 측의 무성의한 태도. A씨는 “지난주 검사와 미팅을 했는데 ‘범인의 나이가 어리고,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해서 형량을 줄여 주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왔다”며 담당 검사가 ‘사실상 합의’를 종용해 “믿을 수 없이 분하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이후 사망한 안 양 가족 등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고 아직 병상에 있는 카티야 가브리엘라 양의 가족들은 쌓여가는 병원비를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시위에 함께 한 김영배 목사(킹스타운 침례교회)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인사회가 나서서 정의가 실현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00% 운전자 과실이고, 두 명의 목숨을 빼앗은 사건인데, 흐지부지된다면 유가족들의 슬픔,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주겠냐”고 호소했다.  글.사진=박세용 기자여고생 한인 한인 여고생 버지니아 비엔나 과실치사 혐의

2023-06-07

한인 여고생 참변 1주기 범인은 버젓이 "사회생활 중"

      한인 여고생 안리안(사고 당시 15세) 양이 두 명의 친구들과 버지니아 비엔나 소재 옥튼 고등학교 근처 길을 걷다가 난폭운전 하던 차에 치여 숨진 참변이 1주기를 맞았다. 그러나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현재 보석금(Bail Bond)도 내지 않고 풀려나 버젓이 직장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울분에 찬 유가족과 지인들은 사고 1주기를 맞은 7일, 참변의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의구현'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건은 2022년 6월7일 낮, 범인 우스먼 사히드(당시 18세)가 친구들을 잔뜩 실은 BMW 승용차를 몰며, 속도제한 35마일 2차선 도로를 81마일로 난폭운전 하다가 교차로에서 좌회전 하던 차량을 피해 핸들을 꺾어 인도를 걷던 리안 양 등 학생들을 덮치며 발생했다.     사고로 안리안 양과 아다 가브리엘라 양이 목숨을 잃었고 카티야 가브리엘라 양은 중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페어팩스 카운티 케빈 데이비스 경찰국장은 "난폭운전 하던 차량이 교통사고를 피하려다 하필 길을 걷던 학생들을 덮친 최악의 시나리오가 겹친 참변"이라고 사건을 설명했다.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스티브 데스카노 검사장은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고, 실제로 범인 사히드는 사건 직후 2건의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20년 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정의'는 아직도 구현되지 않았다.     캐나다 산불의 영향으로 잿빛 하늘에 짓눌린 7일 버지니아 비엔나의 한적한 도로. 1년전 참변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현장에는 수십개의 캔들과 꽃다발들이 아직도 나부끼고 있다. 10여명의 한인들이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피켓을 흔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어머니 A씨(요청에 따라 실명을 공개하지 않습니다)는 "재판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구치소에 있던 범인은 보석금도 내지 않고 풀려났다"고 하소연 했다. 더욱 A씨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검찰 측의 무성의한 태도. A씨는 "지난 주 검사와 미팅을 했는데 범인의 나이가 어리고,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해서 형량을 줄여 주는 것은 어떻겠느냐"며 담당검사가 '사실상 합의'를 종용해 "믿을 수 없이 분하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범인은 사고 당시 5만 달러짜리 실비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상태로 사망한 리안 씨 가족 등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또다른 피해자로 아직까지 병상에 있는 여고생 카티야 가브리엘라 양의 가족들은 쌓여가는 병원비를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시위에 함께 동참한 김영배 목사(킹스타운 침례교회)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인사회가 나서서 정의가 실현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00% 운전자 과실이고, 두 명의 목숨을 빼앗은 사건인데, 흐지부지 된다면 유가족들의 슬픔,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주겠냐"고 호소했다.  박세용 기자 [email protected]사회생활 여고생 한인 여고생 1년전 참변 버지니아 비엔나

2023-06-07

[삶과 예술] 매혹의 춤 살사!

댄스스포츠라 함은 볼룸댄스와 라틴댄스를 말하는데 볼룸댄스는 왈츠·탱고·폭스트롯·퀵스텝·비엔나 왈츠 5가지 종목을 얘기하고 라틴댄스는 차차·삼바·룸바·파소도블·자이브가 이에 속한다. 그리고 소셜 댄스 종목으로 스윙·살사·머렝게·허슬 등이 있다. 이 정도의 상식을 알고 있으면 일반파티 혹은 유럽여행이나 크루즈 여행에서도 기초적인 동작을 익혀둔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바디랭기지로 소통이 되는 것이다.   왈츠는 파도치듯이 우아하게 추어야 하고, 탱고는 화려한 육체의 움직임과는 달리 영혼으로 추는 춤이기 때문에 깊은 애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차차나 룸바, 삼바 등의 라틴댄스는 힙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구사하여 각각 춤의 비트에 맞게 리드미컬하게 움직여주어야 하는데, 수강생들은 이 부분에서 가장 난감해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안 따라와 준다고, 처음부터 너무 기대치를 높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춤 자체를 즐기다 보면 움직임의 원리가 터득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원숙미가 넘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우리의 몸도 자꾸 움직여 주어야 한다. 춤을 추든 조깅을 하든 자신의 환경에 맞게 녹슬지 않겠다는 각오로 모두가 산다면 우리는 절대 늙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에는 개인레슨, 소그룹 위주이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구령에 맞추어 열심히 제식훈련(?)을 한다. 초급에서는 스텝이 엉키고 힘들어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평소에 아팠던 무릎 통증도 어느새 사라졌다며 좋아하신다.   세계 각국에는 살사춤만을 고집하는 ‘살사 마니아’들이 있다. 그것은 좁은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테크닉이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진정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3분 동안 365걸음 이상의 걷는 효과도 있고, 춤과 동시에 절로 하체 단련과 몸매 교정에 도움을 주는 ‘살사’에 열광하나 보다. 자! 일어나 몸을 움직여보자. 녹슬지 않게!   춤은 육체로 표현하는 ‘시’라는 말이 있듯이 그야말로 살사댄스는 사랑스럽고 정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춤이다. 걸을 수만 있으면 누구나 출 수 있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서도 추고 남녀가 파트너가 되어서도 추는 춤이다. 살사는 푸에르토리코, 쿠바 등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퍼진 라틴댄스의 한 종류이다. 경쾌한 리듬이 있고 패션이 있는 일종의 문화적인 트렌드이며, 요즘 결혼식이나 파티장에서는 빠른 템포의 살사 춤이 대세다.   살사댄스를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한 직장여성은 춤을 추며 저절로 몸매 교정도 되고 ‘반복되는 일상에 큰 활력소’라며 함박웃음을 짖는다. 또 한 분은 평소에 마음이 가라앉고 자주 우울해지는 증상이 생겨 의사가 댄스를 배워보라고 하여 찾아온 경우다.   너무 골똘하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며 즐기면서 춤출 것을 권유하였다. 스텝에 충실하다 보면 재미가 난다. 그러면 성공이다. 일단 재미나면 그 매력에 빠져 지속해서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퀵퀵 슬로우~, 퀵퀵 슬로우~. 한수미 / 영댄스 대표삶과 예술 매혹 살사 살사 마니아 비엔나 왈츠 몸매 교정

2022-08-26

독립기념일 100배 즐기기 "인플레, 경제난 찾아와도 축제는 즐겁다"

     올해로 246주년을 맞는 독립기념일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1776년 선포된 미국 독립 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된 국경일이다. 미국의 현충일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얼 데이와 함께 대표적인 연방 공휴일이자 독립을 기념하는 날인 만큼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4일이 되면 작은 성조기를 들거나 국기 모양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사상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개스비 급상승, 예상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모두가 우울한 지금, 독립기념일의 화려한 불꽃놀이가 그 어느때보다 간절한 까닭이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불꽃놀이와 행사들을 즐기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모인다. 내셔널 몰 뿐만 아니라 DC 인근 다양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다.   이런가운데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올 해 불꽃놀이 행사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의 몇몇 카운티에서 인력부족의 문제로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메릴랜드 칼리지파크시와 메릴랜드 대학은 COVID-19의 영향으로 연례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전면 취소했다고 알렸다.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모일 예정인 내셔널 몰에선 올해도 최대규모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폭죽이 4일 오후 9시 9분에 타오른다. 이와함께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등 각종 행사가 오전부터 진행된다. 특히 올 해 행사는 거북선과 각종 한인단체들의 다채로운 모습도 찾아볼 수 있어서 더욱 뜻깊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등 각 지역에서 가족과 연인들이 다같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불꽃놀이 및 축제 행사를 소개한다.       ◆버지니아 △페어펙스: 4일 페어팩스시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50주년 패트리엇 퍼레이드 행사가 예정됐다. 5일 페어펙스 고교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이브닝쇼가 시작된다.   △그레이트 폴스: 터너 팜 파크서 6시부터 음악, 게임 및 푸드 트럭과 함께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비엔나: 비엔나 독립기념일 축하 및 불꽃놀이는 비엔나 코티지 스트릿부터 조지 스트릿 등까지 오후 7시부터 시작된다.   ◆메릴랜드 △오션시티: 불꽃놀이 행사가 7월 3일로 앞당겨졌으며, 작년보다는 작은 규모로 진행된다.   △하워드 카운티: 주민들로 항상 붐비는 콜롬비아 키타마퀀디 호수에서 오후 5시부터 시작되며 불꽃놀이 전까지 음악과 푸드트럭 등을 즐길 수 있다. △프레데릭: Wawa가 후원하는 불꽃놀이, 라이브음악, 놀이기구 및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이 베이커 파크에서 4일 정오부터 시작된다. 한편 독립기념일 로컬 축제는 가족단위로 모여 다같이 즐기는 만큼 안내견을 제외한 반려동물, 술, 담배 등이 금지된 곳이 많다. 한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진예영 인턴기자독립기념 인플레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비엔나 독립기념일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2022-07-01

[이 아침에] 비엔나 소시지의 추억

추억은 그립다. 지나간 것들은 물안개 속 피어오르는 풍경처럼 아름답다. 찌들고 가난했던 시절도 아련한 향기로 다가온다. 쭈글쭈글한 양은냄비에 라면 한 봉지 끓여먹던 그 행복했던 시절. 비엔나 소시지 한 깡통 넣어 먹는 날은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특식 먹으며 큰 횡재를 만난 것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젠 고급 식당에서 소문난 셰프가 만들어 주는 요리를 먹어도 감격하지 않는다. 그때 그 시절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보글보글 끓어오르던 소세지 든 라면의 달달하고 짜릿한 냄새처럼 가슴을 따스하게 하지 않는다.   추억은 흘러간 시간의 되새김질이 아니라 가슴으로 새기는 삶의 무늬다. 빛바랜 일기장 속에 적어둔 사랑의 고백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별처럼 반짝인다. 추억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실핏줄 속에 흐르는 흔적이다.   나는 아직도 마트에 가면 작은 깡통에 든 비엔나 소시지를 산다. 다행히 포장도 안 바뀌고 예전 그 모양대로다. 두 개를 사면서 빛 바랜 초등학교 사진 속에 해맑게 웃는 단발머리 소녀 얼굴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는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요리 달인인 딸은 촌스러운 내 취향에 깔깔대지만 그 작은 깡통 속에는 내 행복했던 시절의 빛나는 증거물이 차곡하게 들어있다.     세상에서 처음 접했던 핑크빛의 미국 소시지 맛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경이로웠다. 미국 군인과 결혼한 친척 집에서 처음 먹었던 말랑말랑하고 신기한 그 맛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아련한 동경으로 떠오른다. 가정교사 월급 받는 날에는 대구교동 양키시장으로 달려가 소시지와 교수들이 좋아하는 미제 커피를 샀다. 양키시장은 미군부대가 주둔한 도시에서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들을 주로 팔았는데 이방의 거리처럼 신비로웠다.     전쟁의 상흔이 지나간 그 곳은 만물상회의 풍요로움과 정상적인 유통과정에서 구하기 어려운 밀수품이 난무했다. 추잉껌, 시바스, 코냑, 말보로, 바셀린로션, 아스피린, 초콜릿, 비스킷, 레브론 샴푸…. 동동구리무 대신 미제 크림과 코티분도 있었다. 수시로 나타나는 단속반을 신출귀몰하게 피해 도깨비시장이라 불렀다. 미국 물건은 냄새부터 달랐다. 미국은 멀리 있지 않았다. 따뜻하게 입고, 달콤하게 먹고, 촉촉하게 바르고, 짜릿하게 유혹하는 냄새 나는 물건들이 있는 곳이 우리가 아는 미국이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금순이를 목 놓아 찾던 사람은 부산 국제시장 아니라 대구 교동 장사치로 전해진다. 1952년 여름, 가수 현인과 오리엔트레코드 사장 이병주, 작곡가 박시춘 등이 대구 양키시장 옆 교동 강산면옥에서 냉면을 먹은 후 거리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향 가면 익숙하던 그 길에서 나는 방황한다. 지금은 몸 하나 누일 공간밖에 안 되는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점방들이 벌집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시장통은 썰렁하다. 과거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추억은 떠올리며 가슴 설레는 것. 되돌아서면 흩어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뒹굴 뿐이다. 이름만 부르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은 얼굴들이 안개꽃처럼 흔들린다. 세월은 가고 사람도 사라지고 먼지만 뒹굴어도 추억이 있기에 남은 날들이 외롭지 않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대표이 아침에 비엔나 소시지 비엔나 소시지 대구교동 양키시장 대구 양키시장

2022-05-1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비엔나 소시지의 추억

추억은 그립다. 지나간 것들은 물안개 속 피어오르는 풍경처럼 아름답다. 찌들고 가난했던 시절도 아련한 향기로 다가온다. 쭈글쭈글한 양은 냄비에 라면 한 봉지 끓여먹던 그 행복했던 시절. 비엔나 소시지 한 깡통 넣어 먹는 날은 부자가 된 기분이였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특식 먹으며 큰 횡재를 만난 것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젠 고급 식당에서 소문난 셰프가 만들어 주는 요리를 먹어도 감격하지 않는다. 그 때 그 시절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보글보글 끓어오르던 소세지 든 라면의 달달하고 짜릿한 냄새처럼 가슴을 따스하게 하지 않는다.   추억은 흘러간 시간의 되새김질이 아니라 가슴으로 새기는 삶의 무늬다. 빛바랜 일기장 속에 적어둔 그대 향한 사랑의 고백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별처럼 반짝인다. 추억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실핏줄 속에 흐르는 흔적이다. 깍지 낀 그대 손 영원히 놓지 못하는 것처럼, 행복했던 시간들은 사는 것이 힘들고 슬퍼도 그냥 묵묵히 견디는 거라고 따스하고 촉촉하게 등 두드려준다.   나는 아직도 마트에 가면 작은 깡통에 든 비엔나 소시지를 산다. 다행히 포장도 안 바뀌고 예전 그 모양대로 있다. 두개 사 팬추리에 넣어두고 빛 바랜 초등학교 사진 속에 해맑게 웃는 단발머리 소녀 얼굴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는다. 푸드스타일리스트에 요리 달인인 딸은 촌스런 내 취향에 깔깔 대지만 그 작은 깡통 속에는 내 행복했던 시절의 빛나는 증거물이 차곡하게 들어있다.   세상에서 처음 접했던 핑크빛의 미국 소시지 맛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경이로왔다. 미국 군인과 결혼한 친척 집에서 처음 먹었던 말랑말랑하고 신기한 그 맛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아련한 동경으로 떠오른다. 가정교사 월급 받는 날에는 대구교동 양키시장으로 달려가 소시지와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미제 커피를 샀다. 양키시장은 미군부대가 주둔한 도시에서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들을 주로 팔았는데 이방의 거리처럼 신비로왔다. 전쟁의 상흔이 지나간 그 곳은 만물상회의 풍요로움과 정상적인 유통과정에서 구하기 어려운 밀수품이 난무했다.     츄잉껌, 시바스, 코냑, 말보로, 바셀린로션, 아스피린, 초콜릿, 비스킷, 레브론 샴푸, 동동구리무 대신 미제 크림과 코티분도 있었다. 수시로 나타나는 단속반을 신출귀몰하게 피해 도깨비시장이라 불렀다. 양키들의 물건은 냄새부터 달랐다. 미국은 멀리 있지 않았다. 따뜻하게 입고, 달콤하게 먹고, 촉촉하게 바르고, 짜릿하게 유혹하는 냄새 나는 물건들이 있는 곳이 우리가 아는 미국이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동생 금순이를 목 놓아 찿던 사람은 부산 국제시장 아니라 대구교동 장사치로 전해진다. 1952년 여름, 가수 현인과 오리엔트레코드사 사장 이병주, 작곡가 박시춘 등이 대구 양키시장 옆 교동 강산면옥에서 냉면을 먹은 후 거리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향 가면 익숙하던 그 길에서 나는 방황한다. 지금은 몸 하나 누일 공간 밖에 안 되는 한 평도 못 되는 작은 점방들이 벌집처럼 촘촘히 박혀있는 시장통은 썰렁하다. 과거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추억은 떠올리며 가슴 설레이는 것. 되돌아서면 흩어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뒹굴 뿐이다. 이름만 부르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은 얼굴들이 안개꽃처럼 흔들린다. 세월은 가고 사람도 사라지고 먼지만 뒹굴어도 추억이 있기에 남은 날들이 외롭지 않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비엔나 소시지 비엔나 소시지 대구교동 양키시장 대구교동 장사치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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