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비버 뒤에 한인 작곡가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블랙핑크, 카밀라 카베요. 이들의 세계적인 히트곡 뒤에는 한인 작곡가 브라이언 이(사진)가 있다. 그는 레이디 가가의 ‘Americano’, DJ 스네이크와 저스틴 비버의 ‘Let Me Love You’,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 등을 공동 작곡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씨는 지난 8일부터 시작된 화제의 음악 경연 대회 ‘오픈 벌스(OPEN Verse)’의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이 대회는 아시아·태평양계(AAPI)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오디션이다. 본지는 이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음악적 여정과 이번 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시간에서 태어나 뉴욕 퀸스에서 자란 이씨는 3살 때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기타를 배우며 록과 펑크에 매료됐다. 비치 보이스와 그린 데이 같은 밴드에 영향을 받았다. 음악적 기반을 다진 건 학교에서의 밴드 활동이었다. 이후 정식 밴드로 데뷔했지만, 작곡과 프로듀싱으로 방향을 틀었다. 레이디 가가의 ‘Americano’는 그의 이름을 알린 첫 번째 대표작이다. 이씨의 곡들은 예상치 못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Let Me Love You’는 비틀즈의 ‘Blackbird’에서 영감을 받아 처음에는 리한나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곡이었다. 그러나 여러 아티스트에게 거절당하며 묻힐 뻔했던 이 곡은 DJ 스네이크가 트랙을 재구성하고, 저스틴 비버가 보컬을 더하면서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완성됐다. 그는 “‘Work From Home’은 작곡 캠프에서 친구들과 수영장 파티를 하며 자연스럽게 만든 곡"이라며 “후렴구의 ‘Work Work Work’는 약간 도발적인 느낌을 의도해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 역시 본래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쓰였지만, 피프스 하모니가 녹음을 하며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다. 이씨는 “곡이 완성되기까지의 예측 불가능한 과정이 음악의 묘미”라며 “거절과 우연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K팝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 작곡에 참여하며 빌보드 글로벌 차트 1위와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6140만 회를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이씨는 “K팝의 화음 진행은 보이즈 투 멘 같은 감미로운 매력이 있는데다 독창적이고 멋진 문화”라고 했다. 이어 “K팝 작업을 통해 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았다”며 “어린 시절 인디애나에서 자랄 때는 한인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이 없었지만, 이제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아시아 인디 아티스트 경연 대회 ‘오픈 벌스’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록, 펑크, 인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독창적 에너지를 가진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대부분 새벽 1시에서 6시 사이에 가장 좋아하는 곡들이 탄생했다"며 “이 시간대가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특별한 순간인데, 여러분도 자신만의 그런 시간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스스로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작곡 프로그램 프로툴스를 배우고, 옛 곡들을 모방하며 영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제의 음악 경연 대회 ‘오픈벌스’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톱20에는 한인 아티스트 에이든 로랑, 글로리아 김, 태 혹, 미나 서, 주노플로, 저스틴 박, 키드 영 등 7명이 포함됐다. 대회는 오늘(2일)까지 2라운드가 진행된다. 결승은 오는 14일 LA에서 열린다. 결승전은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생중계되며, 우승자는 1만 달러 상금과 배급 계약을 받는다. ‘오픈 벌스’는 AAPI 아티스트들에게 글로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음악적 목소리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윤재 기자브라이언 히트곡 한인 작곡가 주역 한인 글로벌 히트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