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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빛의 속도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찰나를 살던 우리 인간은 감히 빛의 속도를 체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빛은 속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가 올 때 번쩍거리고 나서 천둥소리를 듣던 우리는 소리에 속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일 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생각을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였다. 17세기 중엽에 갈릴레이는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실험을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빛의 속도를 알려는 인류 최초의 시도였다.     갈릴레이는 서로 마주 보이는 두 개의 산봉우리 꼭대기에 등불을 설치하고 빛이 왕복하는 시간을 측정해서 빛의 속도를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너무 과소평가한 까닭이었다. 갈릴레이의 장난 같은 실험 후 덴마크의 천문학자 올레 뢰머는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식 현상을 이용하여 26%라는 오차가 있었지만,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그나마 정밀하게 구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은 전자기파 중에서 우리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부분이다. 그래서 전자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았다. 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왜 빛의 속도가 우주 속도의 한계인지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근접할 속도를 내려면 물체의 길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현대 과학 기술 수준으로 빛의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쏘면 화살의 속도는 말이 달리는 속도와 화살의 속도를 합한 것이다. 그러나 달리는 말 위에서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 말의 속도와 상관없이 플래시 불빛은 항상 빛의 속도와 같다. 다시 말해서 빛의 속도는 빛을 내는 물체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항상 초속 30만km로 일정하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초속 0.34km인데 반해 빛은 일 초에 30만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고, 지구를 떠난 빛이 달까지는 1.3초 걸려 도달한다. 47년 전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태양계 끝자락인데 빛이 그곳까지 가는 데 22시간 걸린다. 보이저호는 지금 초속 20km 정도 되는 속도로 날고 있는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속도다. 로켓이 반세기 걸리는 곳인데도 빛은 만 하루 만에 주파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태양을 떠난 빛이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그 빛이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은하에는 그런 별이 무려 4천억 개나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우주의 외곽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니 거기서 출발한 빛은 절대로 우리 눈에 도달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우리를 중심에 놓고 모든 방향으로 약 460억 광년 떨어진 곳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한다. 조금 전에 얘기한 대로 로켓이 50년을 가는 거리를 단 하루에 주파하는 빛의 속도로 460억 년이 걸린다니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에서 빛은 속도의 한계이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속도 우주 속도 플래시 불빛 태양 표면

2024-08-09

연말연시 백 만 개의 불빛 속에 희망 가득

 임인년 호랑이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암울했던 지난 2년 연말 분위기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불빛 축제가 랭리에서 펼쳐진다.   랭리크리스마스불빛축제(Glow Langley)가 지난 23일 본격 개막돼 12월 31일까지 매일 밤 랭리의 한적한 외곽지역(6690 216 St, Langley, BC)을 밝게 수놓을 예정이다.     랭리의 불빛축제는 2017년 처음 시작됐다. 이후 캐나다 전역의 5개 도시로 확장됐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연말부터 연초까지는 랭리에서는 대면 접촉을 피해 자동차를 타고 불빛축제를 즐겨야 했다.     그리다 이번에 다시 도보로 즐기면서 백만 개가 넘는 조명으로 만들어진 불빛을 직접 즐길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캘거리, 에드몬튼, 핼리팍스, 사스카툰, 그리고 토론토 등 6개 도시에서 열린다. 또 남쪽 국경을 넘어 미국 하트포드에서도 불을 밝힌다.   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 연출하기 위해 산타에서 사슴이 끄는 설매, 극지방의 곰들과 팽귄, 그리고 동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이 밝은 불빛으로 형상화 됐다.   이런 LED 불빛 장식과 터널 등의 볼거리 이외에 어린이를 위한 보물찾기, 소형 기차 타기, 산타와 사진 찍기, 동화 속 공주와 사진 찍기, 다양한 노래 공연도 펼쳐진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 트럭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먹고 마시는 즐거움도 함께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품들도 판매를 해 불빛 축제를 추억할 수 있는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랭리불빛축제의 입장권은 성인은 19.99달러, 아이와 65세 시니어는 14.99달러, 2인 성인에 3인 어린이와 시니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족권은 69.99달러이다. 여기에 수수료와 세금이 더해진다.   관련 정보는 https://www.glowgardens.com/langley-christma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영태 기자연말연시 불빛 불빛 축제 불빛 장식 glow langley

2022-11-24

[문장으로 읽는 책] 저 불빛들을 기억해

 대학 은사의 퇴임식에서 들었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정현종 선생님의 퇴임사는 시인의 마지막 인사답게 담박하고 여운이 있었다. 선생은 십여분 정도 말씀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자, 그만합시다. 실은 세상의 모든 말은 하다가 마는 겁니다”라고 끝을 맺으셨다. 그 중단된 말에 깃들어 있는 침묵이 오히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하다 만 말, 피우다 만 꽃, 타오르다 만 사랑, 듣다가 만 음악…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못다 채워진 존재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선생이 가르치다 만 제자로서 나는 스승의 하다 만 말을 지금도 되새김질하고 있다.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삶이 흔들린다. 일상은 마비되고, 사람들은 마스크라는 방호벽으로 서로 경계벽을 쌓는다. 언제 바이러스가 나를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매 순간 삶을 조여온다. 마치 할리우드 재난영화 같은 장면이 TV 뉴스에 연일 펼쳐진다. 이럴 때 과연 어떤 말이, 문장이 소용 있나.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 입을 다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인 나희덕이 에세이집을 펴냈다. 인용한 문장은 ‘못다 핀 꽃 한 송이’처럼 못다 채워진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지만, 요즘처럼 말문이 턱 막히는 세상에도 되새겨볼 만 하다. 거대한 고통이나 혼돈 앞에서 사람은 할 말을 잊는다. 당연했던 일상이 흔들리면서,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불빛 기억 시인 나희덕 정현종 선생님 할리우드 재난영화

2022-11-16

[이 아침에] 허영의 파장, 사랑의 파장

앞마당에 아기자기한 꽃이 한창이다. 한낮의 꽃밭은 노랑색, 빨간빛 등 온갖 원색이 모여 앉아 귀엽고 앙증맞다. 하지만 밤이 되어 온 세상이 까맣게 칠해지자 꽃들은 불 꺼진 무대 위의 배우들 같이, 존재조차 사라졌다.     밤낮으로 화단을 돋보이려는 욕심에, 낮에는 자연광으로 밤에는 태양 에너지로 켜지는 야시시한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어둠이 세상을 덮기 시작하면 부시시 잠에서 깨어난 불은 화사하고도 싱그럽게 밤을 밝혀 나갔다. 정열의 빨간불, 환상적인 파란불 그리고 깨방정을 떨며 꺼졌다 켜지며 반짝거리는 은색 불빛. 밤과 낮은 시작과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며 꽃밭은 화려한 인조 불빛으로, 자연광으로 고운 자태를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화단의 꽃들은 시들기 시작했다. 노란 들국화의 꽃망울은 피기도 전에 검게 멍드는가 하면 가제니안 뿌리 밑둥은 갈색으로 변해 마르더니 몸채가 절반으로 줄었다.     기운을 못 쓰는 꽃들은 밤마다 잠을 못 자서 일까 아니면 무서운 암덩어리가 몸 안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일까.     알 수 없었다. 꽃밭은 밤과 낮 모두가 화려한데 그곳의 화초는 왜 병 들어가는지. 그것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피에로 같았다.     그러다 문득 밤에 켜는 불빛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하지만 지속적인 전기파는 여린 화초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때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철 따라 이동하는 나비 떼의 날갯짓은 초기에는 미미한 여린 몸짓에 불과했으리라. 하지만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이어지며 동녘 해에서 시작해 서쪽 태양이 가라앉을 때까지 몇 날이고 지속되며, 그것은 작은 변화에서 더 큰 스케일의 변동을 이끌어내 마침내 여린 나비의 날개의 힘은 지구별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서둘러 꽃밭의 인조 불빛을 모두 제거했다. 화초에도 생명이 존재해, 자신을 위협하는 주변의 전기 파장을 느꼈으리라. 마치 내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온 몸으로 두려움과 불안을 감지하듯, 꽃들도 지속되는 위협적인 전자파에 심한 공포와 무서움으로 몸을 떨었으리라.     오늘은 내적인 실속보다 세상에 과시하려 했던 나의 헛된 욕심을 꽃들에게 사과하며, 무릎을 꿇고 꽃들의 발을 정성껏 씻겨 준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사랑하는 마음을 꽃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나의 가슴에서 따뜻한 마음을 내어, 푸근하고도 다정한 파장을 꽃들에게 전하며 그 마음을 달랠 것이다.     생명이 있으면 하찮은 꽃도 느낄 수 있는 사랑과 허영의 파장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따뜻하고도 진실한 마음의 파장을 보내면 그것은 서로의 영혼에 스며들어 훨씬 포근하고 편안해질 듯싶다. 온 세상에 따뜻한 사랑의 파장만 흐른다면 세간은 정이 넘치고 풋풋한 사랑으로 감싸여 넉넉하고도 살아볼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파장 허영 파장 사랑 전기 파장 인조 불빛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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