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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왜곡된 기억이 아니길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희미해진 기억을 정확히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나는 사진을 찍듯이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메모한다. 예전처럼 수첩에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 메모장, 스피커 폰에 대고 중얼중얼 기록해 놓는다. 시간이 지나면 나 편리한 대로 기억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한인 작가가 많지 않았다. 특별한 날엔 돌아가며 집에 초대해서 교분하고 전시회도 함께했다. 나이, 학교, 선후배 따지지 않고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만남이 안개 걷힌 듯 사라졌다. 한분 한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옛 시절을 떠올리며 메모장을 들여다본다.   오랜만에 나는 그 당시 어울렸던 작가들과 AHL 재단에서 그룹전을 하고 있다.   ‘AHL 재단은 2024년 9월 20일부터 10월 26일까지 아카이브 전시회인 Visionary Catalysts: Wolhee Choe and the Empowerment of Korean Identity를 발표하게 되어 기쁩니다. 현수정 큐레이터가 진행하는 이 전시회는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변혁기에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들의 진화하는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업적을 탐구합니다. 이 전시회는 영문학, 번역, 문화 옹호 분야의 선구자였던 최월희(1937.8.20 ~2013.5.27)의 아카이브에 초점을 맞춥니다. 참여 화가는 최성호, 조숙진, 정은모, 김향안, 김정향, 김미경, 김명희, 김포, 김차섭, 김환기, 김웅, 김원숙, 김영길, 이상남, 이수임, 임충섭, 민병옥, 백남준, 한용진.’   최월희 선생님은 내가 존경했던 분이고 참여하는 북클럽에서 강의하셨다. 2013년,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을 때 나의 메모장에는 ‘삼삼오오 몰려다니던 짙은 감청색 교복 속에 상기된 살구 같은 얼굴은 아니지만, 분을 뽀얗게 바른 친구들은 매달 두 번째 수요일 북클럽이 끝나고 나서도 리버사이드 공원에 앉아 강의를 복습한다.     선생님은 에디스 와튼(Edith Wharton)의 순수시대(The age of innocence) 강의에서 사람이 사는 모습에는 4단계가 있다고 하셨다. ’1단계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돈에 연연하는 삶, 2단계는 정신적인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삶, 3단계는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고 이끌어주는 삶, 4단계는 우리 나이에 딴 동네 취급하는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더 나은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몰랐던 세상에 눈을 돌리면서 미묘한 느낌과 기쁨을 느낀다. 또 다른 신세계를 볼 수 있는 다음 달 북클럽을 기다리며 마음이 설렌다. 우리는 훌륭한 스승을 옆에 둔 운 좋은 사람들이다.’라고 메모장에 쓰여 있다.   오프닝에서 누군가가 하는 소리를 들었다. ‘보기 드문 좋은 전시회다.’ 아무래도 오래 작업한 분들의 작품이라서 자연스러운 붓 터치와 색감이 주는 깊은 맛과 오래 숙성된 깊은 향을 내뿜는 따뜻한 전시회가 아닐까?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왜곡 기억 메모장 스피커 수요일 북클럽 최월희 선생님

2024-10-17

[명상과 북클럽 모임] '깨달음 이후 빨랫감' 명상 북클럽 회원 모집

정신과 의사 김자성 박사가 온라인 줌(ZOOM)으로 호스트하는 '명상과 북클럽 모임'에서 오는 7일(목)부터 새 책, '깨달음 이후 빨랫감'을 공부한다.   대부분의 영적 수행담이 깨달음에서 막을 내린다면 이 책은 깨달음의 황홀경, 그다음에 만나는 현실의 벽을 어떻게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친절히 안내한다.   세계적인 명상 스승이자 영적 지도자인 잭 콘필드(Jack Kornfield)의 베스트셀러로서 현실의 다양한 전통을 배경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영적 지혜가 페이지마다 가득 담겨있다.     김자성 박사는 "북클럽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현철 스님의 지도로 단체 명상를 체험해보는 시간도 가지게 된다. 일상의 삶에서 명상수행을 실천해 보고 싶은 분, 철학, 종교, 영성에 관심을 가진 모든 초보자들을 환영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명상과 북클럽 모임은 오는 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8시~9시 30분까지 줌 미팅을 통해 진행된다.      누구나 김자성 전문의에게 이메일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할 때 성명과 전화번호 등 간단한 정보를 기입하고 줌 링크를 받으면 된다.     ▶문의: (213)210-4429   ▶이메일: jasungkim@hotmail.com 알뜰탑 북클럽 명상

2023-12-05

[글마당] 우울하고 힘들 때

A 트레인 Dyckman St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가면 포트 트라이언 파크 안에 The Met Cloister 뮤지엄이 있다.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중세기 유럽 수도원의 건축물과 정원 분위기가 좋아 즐겨 찾는다.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갔다. 우리는 뮤지엄을 둘러보고 잔디밭에 부회장이 준비해 온 도시락, 수박, 커피, 마들렌, 베이커리를 꺼내 놨다. 친구의 며느리가 창업한 마쿠(Makku) 막걸리를  반주겸 건배했다. 달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깔끔하고 톡 쏘는 시원한 맛이다. 소풍 온 아이들도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릴 때 소풍 가면 풀밭에 선생님들이 모여 앉아 식사하는 것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났다. 선생님들의 도시락 반찬과 비슷한 우리들의 도시락은 불고기, 돼지고기, 명태 코다리, 연근과 멸치조림, 무와 시금치나물이다.     내가 부회장이었다면 김밥과 물 한 병씩 던져주고 말았을 텐데. 역시나 모임을 리드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리더십이 있다. 맛있는 도시락을 찾아 여러 곳에 둘러 맛보고 제일 맛있는 가게에서 사 왔단다. 잘 익은 수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왔다. 회장과 부회장이 리드하는 대로 잘 따라 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며 잘 먹고 즐기고 집으로 향했다.     Dyckman스트리트에서였다. 그 동네가 생소한 우리는 4학년(40세) 회원을 따라 정류장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참고로 우리 북클럽엔 4학년(40세)부터 7학년(70세)까지 있다. 덩치가 큰 허연 남자가 우리를 불러세웠다. “영어 할 줄 알아?” 시골에서 온 관광객이 길을 물어보는 줄 알았다.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그 동네를 잘 모르는 우리는 길을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다. 우리 넷은 아무 말 못 하고 멍하니 그 남자 얼굴을 쳐다봤다. “어디서 왔어? 아시아에서 왔어?” 길을 물어보는 태도가 영 아니다. 그와 제일 가까운 곳에 서 있던 내가 “웨스트 엔드 에비뉴에서 왔다.” 왜 그러는데 하는 표정으로 내가 사는 동네를 말했다. 서로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보같이 쳐다보다가 우리는 자리를 떴다.     이번 달 들어 두 번이나 길 가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팬데믹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수다를 풀고 싶어 하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그동안 없던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이상해서 길에서 여자들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그룹으로 있는 여자들 말고 혼자 있는 여자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쿨하게 다가가라.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접근하라. 이치에 맞는 편안한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스타일과 패션을 칭찬해라. 거절당하면 당황해서 몰아붙이지 말고 쿨하게 자리를 떠라.’ 이렇게 여러 번 연습하다 보면 성공할 확률은 점점 커진다. 싱글이라면 화창한 날 집에 웅크리고 앉아 우울증에 걸리지 말고 연습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자기 행복을 찾아서.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우울 도시락 수박 도시락 반찬 북클럽 회원들

2023-06-30

[글마당] 뜻밖의 선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이따금 자신에게 한다.     답변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빠져나가는 내 머릿속에 책에서 읽은 지식이 남아있을 리 없다.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기억나지 않는 지식을 표현할 수 없어 불편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느끼지 않지만.     다행히도 요즈음은 색바랜 오래된 사진처럼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구글링하면 볼 수 있다. 그래도 많은 시간을 들여 책을 읽었는데 뭔가는 얻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작가의 지혜를 내 생활에 오버랩시켜 응용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꽤 삶이 재미있고 즐겁다.     책에 빠져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일생을 후회할 것 같아서 한동안 책과의 거리가 멀어졌었다. 아이들이 크고 난 후 책을 읽으려 했지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동네 도서실 북클럽을 기웃거리며 방황했다. 영어로 주절대는 노인들의 독후감을 듣는 것도 짜증이 날 즈음 한국말로 하는 북클럽에 들어갔다. 한국말은 버벅대던 영어로 마지못해 참석하며 축 늘어졌던 나를 짜릿짜릿 쑤셨댔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로 시작하는 카뮈 소설 ‘이방인’ 첫 문장이 나를 쳤다. 평생 아파서 병원을 들락거리던 엄마가 곧 죽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사형수가 죽을 날을 받아 놓고 기다리듯 늘 가슴 한편에 웅크리고 나를 짓눌렸었다. 유학 시절 엄마의 죽음을 안 것은 돌아가신 지 두 달 후였다. 아픔을 기억하고 표현하기 두려워 파묻어 버리고 모른 채 방황했던 나는 이방인 책에서 굳이 엄마의 죽음을 변명하려 하지 않는 주인공 뫼르소에게 빠졌다.     카뮈의 단편 ‘손님’에서도 황량한 광야에서 점보다 작은 살인자와 그 살인자를 죽음 아니면 삶으로 인도해야 하는 주인공의 갈등은 하루도 안 되는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들 스스로 옳은 길을 찾으려는 고통의 시간이 왜 그리 몇 갑년이 지난 듯 길게 느껴졌는지?     북클럽 회원들과 머리 맞대고 책이나 적당히 읽어야지 했다. 하지만, 늪에 빠지듯 책에 빠져든다. 나 혼자라면 그 많은 책 중에 어떤 것을 읽어야 할지 몰라 헤맬 텐데, 북클럽을 이끄는 회장님은 강사를 초대해 읽을 책을 정리 정돈해서 밥상을 차려주는 식이다. 나는 수저를 들고 잘 먹고 건강하게 내일에 몰두하면 된다.     인생에서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만남으로 결정된다.   북클럽의 회장님, 서로 주고받고 밀고 당기며 성장하는 회원님들 그리고 강사님들과의 만남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북클럽에서 선물을 풀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 삶에 응용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신세계를 볼 수 있는 다음 달 북클럽을 기다리며 마음을 설렌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뜻밖 선물 북클럽 회원들 오늘 엄마 카뮈 소설

2022-09-09

[살며 생각하며] 문장으로 배우는 영어

 새마을 운동의 기수였던 류태영 박사님은, 취약한 한국 농촌을 부흥시킬 수 있는 정책을 배우고 싶었다.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구두닦이 등을 하며 고학 중에도, 모범적 낙농국인 덴마크에 가서 농업을 공부하려는 꿈을 버리지 못해 어느 날, 주소도 몰라 그저 덴마크 국왕, 코펜하겐이라고 봉투에 쓰고, 자신의 염원을 적어 보냈다. 놀랍게도 프레데릭 9세에게 전달되었고 국왕 초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덴마크에 처음 갔을 때, 당연히 덴마크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입니까?,” “어디 사십니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500여개 문장을 골라 매일 10여개씩 외웠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그 문장들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연습을 하였다. 3개월이 지나자 웬만한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이스라엘 유학 시절에도 그 어려운 히브리어를 마스터하고 마침내 이스라엘 국립대학 교수까지 되셨다.   학교 재직 시절, 한동안 이 분 때문에 아이들을 엄청 핍박했다. 33세 나이로 3개월 만에 대화가 가능하게 된 이 분으로 인해, 나의 학생들은 내가 내준 문장들을 외우느라 입이 댓 발씩은 나왔었다. 그뿐이랴. 칼럼에 이 이야기를 소개한 후, 이곳저곳 아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문장을 외우라는 강요에 시달렸다는 후기가 있다.     영어가 느는 것은 절대적으로 본인 노력에 비례한다. 내 영어 북클럽 멤버 중 아주 맹공하시는 분이 계시다. 그 그룹에서 요즘 읽기 시작한 스캇펙 박사의 The Road Less Traveled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보통 어려운 책이 아니다. 한 페이지에 몇 문장 안 들어갈 정도로 긴 문장도 많다. 이 분, 자기 사업 중에도, 그 주 읽을 문장들을 노트에 적어, 단어도 찾아보고, 뜻도 나름 해석해보고 모임에 참여하신다. 앗, 요구 사항 절대 아니다! 걍 편하게 들어와도 된다! 하지만 이 분 이렇게 영어에 시간을 들이다 보니, 어느 날 회사에 온 영어 편지 문장들이 확 이해되더라며 신기해하신다.     영어는 문장으로 배우는 것이 최선인 것은 나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문법책이나 단어장으로 공부하는 것이 너무 지루해, 대신 문장들을 적어서 다녔다. 그리고  문장에서 기억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 구조에는 밑줄을 쳐놓았다. 그래서, 문장 속에서 문법을 설명하는 ‘삼위일체’라는 책과 1200개의 구문으로 된 ‘1200제’라는 책을 좋아했다. 특히 간단한 데부터 점점 복잡하고 긴 문장으로 나아가는 ‘1200제’를 읽는 중, 어느 순간, 아, 이제 어떤 영어 문장이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는 자신감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스케이트를 배울 때, 비틀대던  발목에 어느 순간 힘이 탁 주어지며, 제대로 탈 수 있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었다.     문장 속에서 기억된 문법 구조나 패턴은 말하기나 쓰기에 바로 사용이 된다. 단어들도 문장 속에서 쓰였던 상황을 기억하니 쉽게 오래 남는다. 곁들여서, 한국어에는 없는 문장 속의 전치사나 관용구적 표현까지도 익히려면 문장과 친해지는 길밖에 없다.   오늘부터 우리 전화기 바탕 화면에 단 몇 문장이라도 영어를 올려보면 어떨까. 하루에도 수없이 전화기를 열 때마다, 이 문장들이 마구마구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 문장들은 어느 순간 귀에 들려오고 입을 통해 나가게 될 것이다. 영어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배우고 싶은 다른 언어도 ‘문장’으로 한번 도전해보자!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문장 영어 문장 구조 대신 문장들 영어 북클럽

2022-04-27

[살며 생각하며] 연금술사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을 가지고 영어 북클럽을 시작한 지 이 년이 넘었다. 이 책을 그렇게 권했던 사람은 남편이었다. 그때 뭐가 그리 바빠 못 읽었던 이 책을, 그가  세상을 떠나고 심리치료 일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읽게 되었다. 청개구리처럼. 그리고 지금 이 책은 내가 성경 다음으로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첫 문장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생은 어렵다(Life is difficult).’ 아, 그리고 이 책도 어렵다! 이 어려운 책을 지난 이 년간, 두 그룹과 영어로 정독했다. 그리고 저녁에 TV 보고 쉬는 대신, 이 힘든 책을 영어로 읽고 싶어하는 이상하고 기특한 분들을 또 만나, 하하, The Road 3기가 이번 주 시작된다.     어릴 적 고모 집에는 우리 집에 없는 문학 전집들이 즐비했다. 거기만 가면 책을 골라 들고 어느 방으로 숨어버리는 나 때문에, 죄 없는 사촌 언니들은 책 안 읽는다고 고모한테 구박을 받아야 했다. 또 다른 나의 아지트는 버스 종점 옆, 교회 이모의 헌책방이었다. 헌책 냄새 가득한 그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책 삼매경에 빠지던 나, 요즘은 책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과 북클럽으로 만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이다. 저녁 8시면 뇌가 통행금지에 걸려 혼수상태를 향해 가던 내가, 그 시간에 한 시간 반을 열강하고도 에너지가 더 넘치고 신이 나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닷!   다른 북클럽과 달리 영어 북클럽을 하는 이유는, 첫째 영어로 쓴 책은 영어로 읽는 게 가장 뜻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둘째, 2세가 아니라면 한인 누구에게나 있는 이 영어에 대한 갈증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갈증은 나에게도 있었다. 영어를 계속 나누고 싶은 갈증! 심리치료사가 되었지만, 평생 해온 영어교사 일을 안 하는 게은근 섭섭했었나 보다. 거기에 지금 하는 심리치료사로서의 경험까지 곁들이게 되니, 영어와 심리학이 결합한 이 독특한 북클럽이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원한 분들이 영어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긴 문장도 끊어서 해석하고, 꼭 필요한 문법과 표현을 알려드리고, 어려운 단어는 어원으로 풀어 설명하니, 별문제가 없다. 북클럽의 하이라이트는 그 날 읽은 내용을 자신의 삶과 상황에 비추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나눔의 힘은 대단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이런 안도감, 서로의 힘듦에 대한 위로, 그러면서 좀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격려하는 공동체가 되어간다.     나의 영어 북클럽 두 번째 책은 ‘연금술사(The Alchemist)’이다. 너무도 유명한 파울로 코엘료의 이 책은 삶과 꿈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이 책이 우리를 다시 꿈꾸게 하고 외면했던 나의 꿈과 대면할 용기를 줄 것이다. 줌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 어디서나, 심지어 한국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책 읽는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스마트폰 시대,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 지가 언제인지. 원래도 어려웠던 삶이 더 어려워지고 혼란스러워진 요즘, 좋은 책을 통해 영어도 배우고 정신적으로 함께 성숙을 향해 가는 삶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counselingsunflower@gmail.com이나 201-927-6379로 연락 주시면 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연금 술사 영어 북클럽 분들이 영어 헌책 냄새

2022-03-16

C2 에듀케이션 ‘북클럽’

랜초버나도에 위치한 학원 ‘C2 에듀케이션 샌디에이고 지점’이 오는 10월 초부터 북클럽을 시작한다. 북클럽의 장점과 수업구성 등을 이소현 디렉터와 문답식으로 살펴본다. Q. 북클럽의 장점은. A. 책을 읽지 않는 경우나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골라 읽는 편식형이 있다. 북클럽은 다양한 책을 함께 읽어가며 바르게 책읽는 습관을 잡아준다. 이를 통해 정확한 내용이해는 물론 본인의 생각을 글과 언어로 적절히 표현하고 다른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훈련을 한다. Q. C2 북클럽만이 갖는 특별한 점은. A. 교사의 재량에만 맡기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도서 선택부터 교수법 등 1년 계획이 미리 세워져 있다. 북클럽 역시 C2의 기본 교육방침인 학생의 수준을 정확히 진단해 개별적인 맞춤교육을 실시한다는 점도 장점. Q. 북클럽 수강 대상은. A. 3학년부터 9학년까지 이다. Q. 수업 구성은. A. 일주일에 1회 2시간씩 금,토에 열린다. 수업시간은 간단한 디스커션, 내용이해, 단어, 표현법을 살펴보고 퀴즈를 본 후 작문을 작성해 발표하고 디베이트한다. Q. 강사는. A. 스테파니 키일러 선생(사진)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 전공했고 뉴욕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은 북클럽 전문 강사. 1년 단위로 실시되는 북클럽은 10월 2일 부터 내년 5월 14일 까지 30클래스 이며 24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단, 영어나 수학 등 타과목은 개별지도함으로 수시로 접수한다. 서정원 기자

200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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