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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문장으로 배우는 영어

 새마을 운동의 기수였던 류태영 박사님은, 취약한 한국 농촌을 부흥시킬 수 있는 정책을 배우고 싶었다.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구두닦이 등을 하며 고학 중에도, 모범적 낙농국인 덴마크에 가서 농업을 공부하려는 꿈을 버리지 못해 어느 날, 주소도 몰라 그저 덴마크 국왕, 코펜하겐이라고 봉투에 쓰고, 자신의 염원을 적어 보냈다. 놀랍게도 프레데릭 9세에게 전달되었고 국왕 초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덴마크에 처음 갔을 때, 당연히 덴마크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무엇입니까?,” “어디 사십니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500여개 문장을 골라 매일 10여개씩 외웠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그 문장들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며 연습을 하였다. 3개월이 지나자 웬만한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같은 방법으로 이스라엘 유학 시절에도 그 어려운 히브리어를 마스터하고 마침내 이스라엘 국립대학 교수까지 되셨다.
 
학교 재직 시절, 한동안 이 분 때문에 아이들을 엄청 핍박했다. 33세 나이로 3개월 만에 대화가 가능하게 된 이 분으로 인해, 나의 학생들은 내가 내준 문장들을 외우느라 입이 댓 발씩은 나왔었다. 그뿐이랴. 칼럼에 이 이야기를 소개한 후, 이곳저곳 아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문장을 외우라는 강요에 시달렸다는 후기가 있다.  
 
영어가 느는 것은 절대적으로 본인 노력에 비례한다. 내 영어 북클럽 멤버 중 아주 맹공하시는 분이 계시다. 그 그룹에서 요즘 읽기 시작한 스캇펙 박사의 The Road Less Traveled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보통 어려운 책이 아니다. 한 페이지에 몇 문장 안 들어갈 정도로 긴 문장도 많다. 이 분, 자기 사업 중에도, 그 주 읽을 문장들을 노트에 적어, 단어도 찾아보고, 뜻도 나름 해석해보고 모임에 참여하신다. 앗, 요구 사항 절대 아니다! 걍 편하게 들어와도 된다! 하지만 이 분 이렇게 영어에 시간을 들이다 보니, 어느 날 회사에 온 영어 편지 문장들이 확 이해되더라며 신기해하신다.  
 
영어는 문장으로 배우는 것이 최선인 것은 나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문법책이나 단어장으로 공부하는 것이 너무 지루해, 대신 문장들을 적어서 다녔다. 그리고  문장에서 기억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 구조에는 밑줄을 쳐놓았다. 그래서, 문장 속에서 문법을 설명하는 ‘삼위일체’라는 책과 1200개의 구문으로 된 ‘1200제’라는 책을 좋아했다. 특히 간단한 데부터 점점 복잡하고 긴 문장으로 나아가는 ‘1200제’를 읽는 중, 어느 순간, 아, 이제 어떤 영어 문장이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는 자신감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스케이트를 배울 때, 비틀대던  발목에 어느 순간 힘이 탁 주어지며, 제대로 탈 수 있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었다.  
 
문장 속에서 기억된 문법 구조나 패턴은 말하기나 쓰기에 바로 사용이 된다. 단어들도 문장 속에서 쓰였던 상황을 기억하니 쉽게 오래 남는다. 곁들여서, 한국어에는 없는 문장 속의 전치사나 관용구적 표현까지도 익히려면 문장과 친해지는 길밖에 없다.
 
오늘부터 우리 전화기 바탕 화면에 단 몇 문장이라도 영어를 올려보면 어떨까. 하루에도 수없이 전화기를 열 때마다, 이 문장들이 마구마구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 문장들은 어느 순간 귀에 들려오고 입을 통해 나가게 될 것이다. 영어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배우고 싶은 다른 언어도 ‘문장’으로 한번 도전해보자!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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