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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새도 지치면 제 둥지로 돌아간다

창경궁 앞을 지나다 보니, 나무에 작은 새집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촘촘하게 잘도 지었다. 푸른 기운 도는 잔가지가 삐져나온 것이 지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새 둥지는 언제 보아도 흥미롭다. 짓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면 더 신기하다. 그런데 가로수 한 그루에만 새 둥지가 있는 게 아니었다. 옆의 나무에도, 그 옆의 나무에도 둥지를 틀었다. 빈 둥지로 보이는 것까지 하나둘 세다 보니, 무려 열일곱 개까지 세었다. 철새 서식지라도 되는 걸까? 창경궁 앞쪽 가로수에만 이렇게 집중해서 새들이 집을 짓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지인에게 창경궁 앞에 새 둥지가 참 많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책 한 권을 보내왔다.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 글)라는 책이다. 새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가 많았다. 새에게는 저마다의 특정한 둥지 형태가 있는데 어떤 새는 건초 줄기로 나뭇가지 사이에 둥지를, 어떤 새는 고목에 구멍을 뚫어 보금자리를 만든다.   그런 새의 건축본능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주어진다고 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 짓는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새는 저마다의 환경 적응 방식에 따라 둥지를 배치한다. 이를테면, 나무에서 활동하는 새는 숲에 집을 짓고, 지상에서 활동하는 새는 풀숲이나 바위틈에 둥지를 숨겨두며, 바닷새는 물결 따라 움직이는 수초처럼 보이도록 수면 위에 집을 짓기도 한다. 그리고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처럼 사람들과 친밀한 새라면, 우리가 사는 지붕의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으며 산다.   새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의 삶과 가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알다시피 세상의 모든 가정이 행복과 불행을 번갈아 겪으며 살아간다. 분명한 것은 집안의 가장이거나 부모라면, 어떤 세파가 몰아쳐도 끄떡없이 가정을 보호하려 들고, 될 수 있으면 가정을 튼튼하게 지켜내려 애쓴다는 점이다. 우리 부모님도, 저 윗대 조상님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오늘도 절에 와서 기도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원한다. 먼저 가신 부모님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엎드려 절하고, 화목한 가정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려 명상에 집중한다.   물론 나처럼 출가한 경우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출가한 자에게 있어 가정은 그리 큰 의미도 없고, 삶에 미치는 영향도 적은 편이다. 그때그때 시절 인연에 따라 조화롭게 어울려 살다 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생각은 늘 그러하나, 몸은 그러하질 못할 때가 많다. 고향 집 떠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나는 간혹 몸이 아프면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던 우렁이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새도 지치면 제 둥지로 돌아간다더니, 제아무리 출가했어도 마음이 여려지면 제 둥지를 찾지 못한 새처럼 허공을 헤매는 듯하다.   우리는 항상 어떤 것이 있다가 사라졌을 때, 더 크게 ‘없음(無)’을 인식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습관처럼 더 많은 것을 얻지 못함을 투정한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스스로 가진 게 없다고 괴로워한다. 나도 고향을 떠날 땐 고향이 소중한 줄 몰랐다. 산속에 살 때는 산속 절이 춥고 불편하기만 했다. 공기가 좋은 줄도, 물이 맑은 줄도 모르고 당연한 듯 여겼다. 그러다 산속 절을 떠나 도심에 깃들어 살아보니 이제야 알 것 같다. 머물고 있던 그 자리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내 곁에 없는 소중한 것들은 어느덧 내 기억 속에만 흔적으로 남았다. 출가 여부를 떠나 지난 생의 기억들을 돌아보면, 새의 귀소본능만큼이나 우리에게도 그런 회귀본능이 있는 것 같다. 치유가 필요한 어느 순간이 오면, 떠나온 둥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곳이 꼭 고향 집이나 부모님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안온하게 쉴 수만 있다면, 어느 빈 둥지인들 어떠랴 싶다.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 영국의 철학자 조지 에드워드 무어가 남긴 귀소에 대한 의미를 불교에서 찾으라 하면, 곧장 마음의 근본 자리로 돌아갈 것을 권하리라. 중생의 마음을 넘어 부처의 마음자리로 가는 길 말이다. 게다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만 여의면 언제든 가능한 마음자리니, 본질만 꿰뚫으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부처 마음 따로 있고 중생 마음 따로 있지는 않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듯’, 그저 마음 씀씀이에 따라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되는 법이다. 자, 그럼 어떻게 마음의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둥지 근본자리 둥지 형태 부처 마음 중생 마음

2024-03-31

뉴욕시, 각 부처 예산삭감 조치 철회

뉴욕시가 시정부 부처 예산삭감(PEG·Program to Eliminate the Gap) 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21일 에릭 아담스 행정부는 “예상보다 나은 세수 확보 현황과 망명신청자 지원 비용이 절감됨에 따라 오는 4월 예정돼있던 각 정부 부처 5% 예산 삭감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독립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가 “뉴욕시는 망명신청자 위기에 대응해 지출 삭감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다”는 분석을 낸 지 하루만에 나온 조치다.     앞서 뉴욕시정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망명신청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의 예산 삭감을 강행했고, “오는 4월 5%의 추가 삭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 교육국과 소방국, 뉴욕시경, 청소국 등 예산 삭감이 예정됐고 큰 반발이 일자 아담스 시장은 일부 예산 삭감을 복원했다.     하지만 아담스 시장이 개인 망명신청자는 30일, 가족은 60일만 셸터에 머무르게 하는 기한을 설정해 망명신청자 지원 비용이 줄고, 세수가 많이 걷히며 2023~2024회계연도 예비예산안보다 70억 달러 늘어난 2024~2025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4월 예정된 추가 삭감은 없던 일이 됐다.     앞서 아담스 시장은 지난달 1094억 달러의 2024~2025회계연도 예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예정됐던 추가 삭감의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시정부는 “지난 1월 망명신청자 지원 비용을 20% 줄였다고 밝힌 데 이어, 관련 지출 계획을 10% 더 줄여 추가 삭감 조치를 철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정부 부처의 채용 동결 역시 해제될 예정이다.     아담스 시장은 “뉴욕시의 안전과 청결을 방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난 거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고 전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예산삭감 뉴욕 부처 예산삭감 시정부 부처 소방국 뉴욕시경

2024-02-21

뉴욕시, 거센 비판에 예산삭감 폭 완화

뉴욕시가 1094억 달러 규모의 2024~2025회계연도 예비 행정예산안을 공개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를 위한 1094억 달러 규모 예비 행정예산안을 발표했다. 당초 아담스 시장은 급증한 망명신청자를 지원하기 위한 부담이 큰 만큼, 대폭 삭감한 예비 행정예산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보다는 삭감 폭이 적었다. 특히 세수가 많이 걷히면서, 1년 전 2023~2024회계연도 예비예산안(1027억 달러)보다 오히려 70억 달러 늘어난 예산안을 발표하게 됐다.     특히 아담스 시장은 부담이 컸던 망명신청자 관련 예산을 예상보다 20억 달러 가량 줄였다. 당초 뉴욕시는 망명지원자 지원에 필요한 금액이 3년간 12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시정부는 필요 예산을 106억 달러로 추정했다. 아담스 시장은 “개인 망명신청자는 30일, 가족은 60일만 셸터에 머무르게 하는 기한을 설정해 비용을 줄였다”고 전했다. 뉴욕주정부 예비 행정예산안에서 망명신청자 지원에 24억 달러를 배정한 것도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망명신청자 지원 절감을 비롯, 아담스 시장은 각 부처 예산삭감(PEG·Program to Eliminate the Gap)을 통해 31억 달러를 추가로 줄였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내년 6월 말까지 뉴욕시에서 줄일 예산은 6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욕시의 필수 시스템이 마비된다는 지적에 따라 뉴욕시경(NYPD)·시 소방국(FDNY)·시 청소국(DSNY) 등은 PEG에서 면제됐다. 시 교육국(DOE)·소셜서비스국(DSS)·노인국(DFTA) 등도 부분적으로만 예산을 줄였고 뉴욕·퀸즈·브루클린 도서관도 예산을 유지했다.   필수분야 예산을 복원하면서 공공안전, 위생, 청년교육 등에는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없어질 예정이었던 600명 정원의 경찰학교 학급 5개 중 1개가 복원될 예정이며, 정규직 복귀가 어려운 190명의 소방관 급여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새 디자인의 쓰레기통도 계속 설치된다. 청년 직업훈련 프로그램 폐지도 없던 일이 됐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예산삭감 완화 부처 예산삭감 2024회계연도 예비예산안 뉴욕주정부 예비

2024-01-16

정부 부처·은행 등 쉬고 한인 마켓·식당들은 영업

새해 첫날인 1월 1일 월요일은 연방 공휴일로 대부분의 관공서가 문을 닫지만 한인 마트를 포함한 많은 소매업체들은 정상 영업한다.   폭스29뉴스에 따르면 연방 우정국과 카운티 도서관 등 정부 기관은 새해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연방 우정국을 포함한 페덱스, UPS 등 배송업체들은 1월 1일 우편 및 소포 배달을 하지 않는다.   은행들도 휴무에 들어가 신한은행, 뱅크오브호프 등 한인 은행을 포함한 체이스, 웰스파고 등 은행들은 문을 닫는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도 이날은 문을 닫을 예정이다.   또 법원 등 모든 연방 사무소도 영업을 하지 않지만 주 정부 차원에서 일부는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지사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는 것이 권장된다.   반면, 타겟, 월마트 등 주류 소매업체와 가주마켓, H마트, 시온마켓 등 한인 마트들은 일제히 문을 열고 영업한다. 타겟은 새해 전날인 31일에는 오후 9시까지,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는 정상 영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와 세이프웨이 등은 정상 영업한다. 또 약국체인점인 CVS와 월그린도 정상 운영을 할 예정이다.   용궁, 용수산, 선농단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음식점들도 정상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매장에 따라 다르지만, 새해 첫날에는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칙필레(Chick-Fil-A), 크리스피크림, 서브웨이, 웬디스, 버거킹, 애플비스, 파네라브래드, 타코벨, 판다익스프레스, 도미노피자, 올리브가든, 치즈케이크 팩토리, 아이홉, 던킨도너츠, 맥도널드 등은 새해에 문을 연다.   한편, 코스트코와 샘스 클럽, 트레이더조스, 알디 등은 새해에 문을 닫는다. 단, 매장에 따라 영업시간이 다르거나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정부 부처 한인 마트들 한인 은행 정상 영업

2023-12-28

[삶의 향기]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이다

산색은 벌써 가을을 머금었다. 밤나무 아래 이른 밤송이가 떨어져 뒹군다. 갈색빛 작은 밤송이를 두 손으로 잔뜩 쥐어들고 횡재했다는 표정을 짓는, 산책길에 동행한 대중들 덕에 한참을 웃었다. 아침이면 산안개 가득하고 낮에는 햇볕이 따갑다. 덕분에 나무와 곡식 열매가 익어간다. 텃밭 가꾸는 손길이 분주하다. 봄부터 여름까지 입안 가득 향기를 담아주었던 채소를 뽑아낸 자리에 배추·무·상추·시금치·고수 등 가지가지의 가을 씨앗을 뿌렸다. 할 일을 마친 듯 개운하다.   여름철 학생에게는 방학이 있고, 직장인에게 휴가가 있다. 산중 절에서도 뭔가 역할이 있지 않을까 하여, 매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삐 지내고 있다. 사람들과 솔바람을 나누고, 모든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게 텅 빈 마당을 선물하기 위해서이다.   쉴 틈 없이 뛰어다닌 뒤에 맞이하는 나의 9월은, 그래서 할 일을 해 마친 고승의 마음마냥 자유롭다.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부지런히 정리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지난여름에 만난 사람 모두가 내게 스승이었고 부처님이었다.   들어오는 생각 때문에 괴롭고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이제까지 힘들게 살아왔던 시간으로 충분하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연민하는 감정, 내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이 떠올라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정 나는 누구인가!’ ‘이제까지 누구를 위해서 살아왔는가?’(김○○)   온갖 갑옷 속에 갇힌 내 모습을 보았다. 저 단단한 갑옷 속에 있는 ‘본래 고요한 마음’을 찾을 수 있을까. 찾고 싶다. 다시 수많은 생각 속에서 헤매고 싶지 않다. 이제 살고 싶다. 슬픔이 계속 찾아오더라도 위로하고 그런 나를 살피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서운하다고 힘들다고만 했는데 모두 감사하다. 내가 만든 틀 속에서 생각해왔구나, 자각하며 살아야겠다.(한○○)   금강 스님께서 나를 찬찬히 바라보실 때, 스님께서 일러주신 말씀, “나의 본래 마음아, 참 곱기도 하구나! 안녕? 그때야 수줍게 숨어있던 나의 본래 마음이 인사를 합니다”가 떠올랐습니다. 네, 스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본래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지혜를 얻고 자비를 실천하며 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세상에 도움 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삶을 살 것입니다.(최○○)   나의 룸메이트는 자식을 잃었다. 그녀의 아픈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룸메이트인 게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애도와 그 치유 과정을 공부한 내가 그녀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웬걸, 나는 그녀의 고통스러운 수행의 여정을 지켜보며 오히려 그녀가 나를 돕고 있다는 걸 알았다. 최선을 다해 아픔을 직면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의 덜 익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삶과 생명에 대한 이해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손○○)   부처님은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보고 대하라고 가르치셨다. 화엄경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완전한 지혜와 자비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달마 대사는 “성인과 중생은 동일한 참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했고, 혜능 대사는 “그대의 본래성품은 평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가르쳤다. 이렇듯 눈 밝은 선각자는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의 바탕인 완전한 근본성품을 본다.   누군가가 나를 볼 때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으로 보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온전한 존재로 있는 그대로 보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고, 불안한 눈빛을 거두고,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눈빛을 거두고, 나의 겉껍질인 게으르고, 욕심부리고, 질투하고, 짜증을 내는 마음마저도 따뜻한 자비의 마음으로 감싸주며 “너의 본마음은 밝고, 청정하고 지혜롭다”고 확인해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신라 의상 스님은 화엄경 60권을 배우고 ‘화엄일승법계도’라는 한 장의 그림에 덧붙인 210자의 ‘법성게’를 지었다. 우주만물은 서로 조화롭게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무한히 돕고 있다는 법계연기설과,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고 번뇌와 깨달음이 둘이 아니며 모든 중생 이대로가 완벽한 부처라는 불이중도의 깨달음이 법성게에 담겨 있다.   법성게의 첫 구절 ‘텅 빈 우리의 마음과 우주는 원만하고 조화롭다. 그 모든 현상은 움직임 없이 본래대로 고요하다’는, 깨달음의 눈으로 본다면 개개인이 부처이고 우주 전체가 진리의 몸이라는 가르침이다.   과거에 만난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이었고, 오늘 만나는 사람들이 부처님이며, 내일 만날 사람도 부처님이라면, 모든 만남이 얼마나 기쁘고 가슴 벅차게 기다려질까. 이런 마음으로 꾸려가는 삶의 모든 행위는 조화롭고 완전하다. 또한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그대로가 큰 꽃밭(世界一花)이다. 금강 스님 / 중앙승가대 교수삶의 향기 꽃밭 가을 중생과 부처 본래 마음 금강 스님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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