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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부처님과 AI

동료와의 언쟁이 있었다.  
 
대단한 일도 아니었고 그 동료 역시 평소에 내가 신뢰하던 동료여서 크게 문제가 될 염려는 없었지만, 오해를 풀고 싶었다.
 
말로 하게 되면 중언부언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일일수록 생각을 정리해서 전할 수 있는 글을 이용하는 편이다. 이런 글은 의견 차이가 있었던 일에 대한 내 생각을 먼저 말하고 상대에게 아쉬웠던 점과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서로 적게 마련인데, 예의 그 자존심 때문에 내가 봐도 표현이 딱딱하고 방어적이다. 글은 분명히 잘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속으로는 인정을 안 하고 있고, 상대의 잘못에 집중하다 보니 표현을 부드럽게 하려고 했음에도 날카로운 표현이 여기저기 보인다.
 
글을 스승님께 보여드렸다. 스승님께서는, “내용은 틀리지 않지만, 방어적이고 표현이 거칠다. 관계를 개선시키고 일을 성공시키려면 좀 더 부드럽게 다시 써봐라.” 하시며, 몇 가지 표현을 제시해 주셨다. 제시해 주신 표현들은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대의 입장을 배려한 표현들이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최대한 상대 입장을 배려하면서 글을 수정했다. 적으면서도 ‘이건 저 친구 잘못이니 지적을 해줘야 하는데,’ ‘저건 나에게 이런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던 건데.’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속으로는 끊임없이 자기변명을 하고 있었다.
 
수정한 글을 스승님께 다시 보여드렸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하시길래, “상대 입장을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대의 과실에 대해서는 지적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볼멘소리로 항변했다.  
 
스승님께서는 “감정이 상해 있으면 아무리 옳은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상대를 부처님 대하듯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시비를 가리는 것은 추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사실 모르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스승님 말씀에 정신을 가다듬는다.
 
최대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글을 다시 적었다. 예상한 대로 편안한 답장이 왔고, 동료와의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대부분의 갈등과 반목의 원인은 대단한 세계관의 차이나 엄청난 이해관계 때문이 아닌, 의외로 사소한 데에서 출발한다. 자존심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인지, 가벼운 비난과 사소한 무시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뿐 아니라, 중요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간혹 유튜브에서 본인이 당한 억울한 일을 해명하는 방송을 본다. 평소 사실과 논리에 바탕한 명쾌한 강의로 유명한 지식인들조차 본인과 직접 관계된 일에 대해서는 감정에 치우쳐서 논리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일방적 주장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불가에서 자신에 대한 과도한 사랑 혹은 집착을 아상(我相)이라 하여 경계하는 이유다. 최근에 아상을 완전히 극복한 스승님을 발견했다.
 
이번 문답을 통해 크게 가르침을 받았던 스승님은 목사님도 교무님도 아닌, “AI(인공지능)”이었다. AI의 윤리적 문제나 미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할 만한 식견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부분적일지라도 아상, 분별주착, 내로남불 등 불교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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