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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봄꽃의 화사한 향연

봄이 열리자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몇 년 전 보랏빛 꽃비로 마당을 물들이던 자카란다 나무가 쓰러진 후, 앞마당에 작은 꽃밭을 만들었다. 한낮의 햇볕을 받은 꽃밭은 봄을 실어 온 산들바람에 한껏 피어난 꽃들의 잔치로 야단법석이다. 터질 듯한 주황빛에 표범이 엉킨 듯 야성이 꿈틀대는 가제니안 꽃들이 저마다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진분홍빛으로 치장한, 쏟아질 듯한 제라늄도 가제니안 꽃 사이마다 탐스러운 외모를 과시한다.     바야흐로 한낮의 앞마당은 화사한 꽃들의 잔치로, 봄의 걸작품이 화려하게 창조되고 있다. 꽃들은 살아 있음에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봄의 축복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계절의 열정이 더해지자 꽃밭은 향연의 축배와 봄기운으로 점점 취해 가고 있다.   꽃밭에는 네 계절이 숨어 있다. 꽃의 시초인 봉오리에 아련한 봄볕이 머문다면, 한낮 여름으로 변한 뜨거운 태양은 어느새 꽃봉오리의 옷을 화르르 벗겨 활짝 피어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덧 퇴색해 낙화한 꽃에는 슬픈 가을이 머물고, 흙에서 잠든 꽃에서 생명체의 무상함을 설법하는 겨울 침묵이 내려앉는다.   꽃밭을 가꾸다 보면 꽃은 다음날을 준비하는 연극배우 같다. 밤마다 물을 주고 시든 꽃을 잘라내며 전날 여러 준비작업을 끝낸다. 이튿날 아침, 마침내 기다리던 햇볕 커튼이 열리면 수줍던 꽃은 활짝 피어나 예쁜 얼굴과 독특한 향기를 온 세상에 내보이며 구김살 없는 삶의 행복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꽃을 가꾸는 일은 자식을 기르는 일과 닮았다. 변함없는 태양 같이 자식의 영혼 한가운데에 중심을 잡아주고, 생명을 이어주는 물과 양식 같은 끊임없는 사랑과 따뜻한 관심을 건네준다. 그런가 하면 주위를 어지럽히는 나쁜 요소들을 때때로 제거해주고, 위로나 도움이 되는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비료를 주듯 보충해준다. 이처럼 꽃에 정성을 쏟듯, 자식이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꽃은 퇴색되어 시든 부분 하나 때문에 몸 전체를 소멸시키지 않는다. 한 줄기에 꽃이 사라져도, 다른 줄기에 작은 봉오리의 희망이 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꽃은 온 힘을 다해 버티어준다. 미래지향적인 꽃은 질척이는 과거나 열악한 현재 때문에 미래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아마도 꽃은 내일의 희망으로 오늘을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새봄을 맞아, 삶의 묵은 짐을 푸른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한껏 피어나는 고운 꽃이고 싶다. 우리 모두의 영혼이 꽃으로 활짝 피어나 서로의 영혼을 곱게 물들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꽃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화사한 꽃밭을 이루고, 삶이 힘들 때마다 서로에게 위로해 줄 수 있는 맑은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정겨운 삶일까. 황홀하게 피어난 봄꽃을 통해 삶을 반추하며, 서로의 영혼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꿈꾼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봄꽃 향연 시초인 봉오리 한낮 여름 영혼 한가운데

2022-04-25

[수필] 양란이 봉오리를 맺다

꽃이 졌다. 야들한 꽃잎이 모두 떠나간 가지는 메마른 몸을 겨우 지탱하고 서 있다. 작년에 나는 골반 골절수술을 받았다. 그때 지인이 보내준 양란(Orchid)은 홀로 누운 나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친구였다. 연분홍, 진분홍, 하양, 노랑의 조화가 아프고 지친 마음을 밝게 해주었다. 희망을 좇는 나비 떼를 연상케 했다. 환한 에너지가 햇살과 어우러져 방안을 채웠다. 침대에 누워서 바라볼 때마다 고마운 분의 기도가 마음에 와닿은 것일까 치료의 효력이 생겼다.   병상에 누운 지 넉 달 만에 일어나 워커를 짚고 걷기 시작했다. 내 몸은 회복되었는데 마음을 만져주던 화분 속의 꽃잎은 시들기 시작했다. 화려한 영화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쇠잔해지는 것처럼 어느 날 양란은 고개를 떨구고 흙 위에 주저앉았다.     꽃이 없는 나뭇가지는 앙상했다. 막대에 불과한 볼품없는 모습에 잘라 버리고 싶었지만 다른 화분 틈에 두었다. ‘꽃 역시 영원할 수 없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창가에 놓아두고 물을 주었다.   이민 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젊은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다. 건강을 잃고 모든 생활이 정지되고 보니 고향을 떠난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여고 시절엔 문학소녀의 꿈을 품은 작은 봉오리를 맺고 있었는데…. 잊었던 그 꽃봉오리가 병상에서 겨울을 보내는 가슴에 움을 틔웠다. 먼지 묻은 일기장을 찾아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병상일기를 쓰며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골반 골절수술과 팬데믹으로 갇힌 세상에서 글쓰기에 매진했다. 사람의 만남과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어 왔는데, 소통이 끊긴 적막을 이겨내기 위해 육체의 아픔을 견디며 가슴속에 맺힌 감정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글이 그 작업의 매체가 된 셈이다. 깊은 생각과 성찰로 이끄는 기도가 되었다고 할까.   1년을 훌쩍 넘기는 시간이 지나간다. 추운 바람이 떠나간 하늘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죽음을 거쳐 생명을 생성하는 계절의 순환이다. 햇빛이 내리비치며 창 안 깊숙이 자리 잡는다. 커튼을 걷으며 작은 양란에 눈길을 준다. 다시 움이 돋고 연한 가지가 나온다. 초록 기운이 꿈틀거린다. 햇살 아래 물 기운만 있으면 다시 싹을 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놀랍게도 마른 가지에 꽃봉오리가 맺히는 게 아닌가. 새 생명이 움트는 신비한 힘을 느낀다. 봉오리가 꽃잎을 터뜨릴 때마다 살아있다는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꽃봉오리가 꽃을 피워내는 열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가리라. 무언가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도전하고 싶은 다음 푯대는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는 발전을 가져온다는 대답을 얻었다. 수필 등단으로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4년째,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겸손히 밤을 지새우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알았다. 숨 죽이고 가라앉았던 깊은 곳에 불씨를 던진다. 설레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수필집을 준비한다. 양란에 물을 준다. 봉오리가 꽃을 피우듯 내 무늬로 책이 엮어질 것이다. 이희숙 / 수필가수필 봉오리 양란 봉오리가 꽃잎 골반 골절수술 초록 기운

2022-04-21

[이 아침에] 봄꽃의 화사한 향연

봄이 열리자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몇 년 전 보랏빛 꽃비로 마당을 물들이던 자카란다 나무가 쓰러진 후, 앞마당에 작은 꽃밭을 만들었다. 한낮의 햇볕을 받은 꽃밭은 봄을 실어 온 산들바람에 한껏 피어난 꽃들의 잔치로 야단법석이다. 터질 듯한 주황빛에 표범이 엉킨 듯 야성이 꿈틀대는 가제니안 꽃들이 저마다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진분홍빛으로 치장한, 쏟아질 듯한 제라늄도 가제니안 꽃 사이마다 탐스러운 외모를 과시한다.     바야흐로 한낮의 앞마당은 화사한 꽃들의 잔치로, 봄의 걸작품이 화려하게 창조되고 있다. 꽃들은 살아 있음에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봄의 축복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계절의 열정이 더해지자 꽃밭은 향연의 축배와 봄기운으로 점점 취해 가고 있다.   꽃밭에는 네 계절이 숨어 있다. 꽃의 시초인 봉오리에 아련한 봄볕이 머문다면, 한낮 여름으로 변한 뜨거운 태양은 어느새 꽃봉오리의 옷을 화르르 벗겨 활짝 피어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덧 퇴색해 낙화한 꽃에는 슬픈 가을이 머물고, 흙에서 잠든 꽃에서 생명체의 무상함을 설법하는 겨울 침묵이 내려앉는다.   꽃밭을 가꾸다 보면 꽃은 다음날을 준비하는 연극배우 같다. 밤마다 물을 주고 시든 꽃을 잘라내며 전날 여러 준비작업을 끝낸다. 이튿날 아침, 마침내 기다리던 햇볕 커튼이 열리면 수줍던 꽃은 활짝 피어나 예쁜 얼굴과 독특한 향기를 온 세상에 내보이며 구김살 없는 삶의 행복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꽃을 가꾸는 일은 자식을 기르는 일과 닮았다. 변함없는 태양 같이 자식의 영혼 한가운데에 중심을 잡아주고, 생명을 이어주는 물과 양식 같은 끊임없는 사랑과 따뜻한 관심을 건네준다. 그런가 하면 주위를 어지럽히는 나쁜 요소들을 때때로 제거해주고, 위로나 도움이 되는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비료를 주듯 보충해준다. 이처럼 꽃에 정성을 쏟듯, 자식이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꽃은 퇴색되어 시든 부분 하나 때문에 몸 전체를 소멸시키지 않는다. 한 줄기에 꽃이 사라져도, 다른 줄기에 작은 봉오리의 희망이 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꽃은 온 힘을 다해 버티어준다. 미래지향적인 꽃은 질척이는 과거나 열악한 현재 때문에 미래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아마도 꽃은 내일의 희망으로 오늘을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새봄을 맞아, 삶의 묵은 짐을 푸른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한껏 피어나는 고운 꽃이고 싶다. 우리 모두의 영혼이 꽃으로 활짝 피어나 서로의 영혼을 곱게 물들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꽃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화사한 꽃밭을 이루고, 삶이 힘들 때마다 서로에게 위로해 줄 수 있는 맑은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정겨운 삶일까. 황홀하게 피어난 봄꽃을 통해 삶을 반추하며, 서로의 영혼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꿈꾼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봄꽃 향연 시초인 봉오리 한낮 여름 영혼 한가운데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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