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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 '박수근·이중섭 작품' 진품 확인됐다

지난 25일부터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전시 중인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작품 일부가 위작이라는 의견이 한국에서 나온 가운데〈본지 2월 29일자 A-2면〉, LACMA가 지난 4일 회원 및 비회원들을 초대해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를 설명하는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본지는 이날 강연자로 나온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관장을 만나 한국의 위작 논란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위작 논란을 들은 심정은.     “놀랍지 않다.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르기 때문에 이해한다. 아쉬운 건 위작을 거론한 사람들이 그림을 직접 보지 않았고 또 작품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박수근, 이중섭의 그림이 LACMA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LACMA는 작품을 기증받을 때 검증하나.   “모든 기증 작품을 검증하지는 않는다. 논란이 이는 작품일 경우 당연히 검증 작업을 거친다. 박수근과 이중섭 작품은 작년 말에 모두 검증 절차를 끝냈다.”   -어떤 검증 작업을 거쳤나.   “과학적인 방법도 사용하지만 다양한 기록과 자료를 찾고 비교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이중섭 작품의 경우 한지에서만 그림을 그렸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3년간 한국을 방문해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 이중섭은 한지뿐만 아니라 나무, 캔버스, 판지에도 그림을 그렸음을 확인했다. 또 소 위에 어린이가 앉아 있는 작품이 없다는 말도 있는데 기린, 말, 사슴, 용 위에 사람이 타고 있는 그림이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박수근 작품의 경우 아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그림 재질과 그림 기법, 색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 결과 (기증받은) 박수근의 작품이 모두 1963년 이전 것임을 확인했다. 한 예로 그가 쓴 종이는 뉴욕에 있는 종이 공장에서 1963년 이전에 생산된 것이다. 작품 뒷면에 찍힌 집코드(NY, 12, NY)와 종이 생산공장 이름 등이 이를 증명한다. 1963년 이전까지 미국은 2자릿수의 집코드를 사용했는데 당시 종이공장이 있던 뉴욕의 경우 12였다. 또 박수근은 자신의 후원자였던 마거릿 밀러에게 어떤 색을 작품에 썼는지 편지로 남겼다. 그 편지에서 그는 주로 어두운 색을 사용했지만,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드물게 분홍과 파란색을 썼다고 설명했다. 직접 작품을 보면 그가 말한 색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 화가 작품들에 대한 평도 있다.   “마침 어제 (3일) 중국의 관광문화청 관계자와 만났는데 북한 화가들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북한 화가들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 많은 중국인이 작품을 사려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북한 화가 작품을 볼 기회가 거의 없어서 낯설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뛰어난 북한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한인 커뮤니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작품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전시는 한국의 뛰어난 화가들,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니 꼭 방문해서 작품들을 관람하고 평가하기 바란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박수근이중섭 과학기법 박수근 작품 화가 작품들 이중섭 작품 LACMA 위작 논란 스티븐 리틀 큐레이터

2024-03-05

LACMA ‘한국의 보물들’ 전시작 위작 논란

지난 25일부터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전시 중인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작품 일부가 위작이라는 의견이 한국에서 나왔다.   LACMA의 이번 전시는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타이머이자 사회공헌활동가인 체스터 장 박사가 지난 2021년 LACMA에 기증한 한국의 고미술품 중 일부다. LACMA는 장 박사와 아들 캐머런 장 박사(전문의)가 기증한 초기 컬렉션 중 35점을 선정해 지난 25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위작 논란이 나온 작품은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이다.   야자수가 있는 해변 풍경이 담긴 박수근(1914~1965)의 ‘와이키키’와 또 다른 유화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1961년경), 이중섭(1916~1956)의 유화 ‘황소를 타는 소년’(1953년경)과 타일 그림 ‘기어오르는 아이들’이다.     한국내 감정 관계자들은 “사진 이미지로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박수근·이중섭, 그리고 북한에서 활동한 화가들로 구성된 그림들만큼은 출처와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선의의 기증이라도 미술관은 이를 검증해 전시 여부를 결정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그림들을 직접 본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전 관장은 “수장고에서 10여 점을 본 뒤 박수근·이중섭·김관호 등 몇 점에 대해 ‘위작’이라는 의견서를 써 줬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 LACMA와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전을 공동 개최했고, 윤 관장은 이때 해당 그림들을 봤다. 윤 전 관장은 “필요하면 한국의 전문가와 감정기관에 원격 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미술관이 전시를 강행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관객들이 ‘한국 근대 미술의 대표작이라는 것이 이런 수준인가’ 오해할까 싶다”고도 덧붙였다.     한국미술품감정가협회장을 지낸 그는 “그림값이 비싼 박수근·이중섭 등은 지금도 꾸준히 위작이 제조·유통되고 있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적은 미국의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수근의 장남 성남(77) 씨도 “거친 갈색을 주조색으로 우리 이웃들의 정감 어린 일상을 담은 아버지가 하와이의 파란 하늘을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인물화도 전형적 ‘짜깁기’다. 주요 인물 도상을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맥락 없이 붙였다. 아버지의 인물화는 여백 미가 있고 인물이 갖는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로 아버지의 이미지에 흠이 갈까 안타깝다”라고도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LACMA는 28일 본지에 “LACMA는 박수근, 이중섭, 김관호의 작품에 대한 우리의 연구를 확신한다. 우리는 이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추구할 것이며 우리의 미래의 출판물에 새로운 발견을 공유할 것이다”라며 위작 논란을 일축했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VIP 리셉션에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중국·한국·동남아 및 남아시아 미술관장이자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 박사는 “기증자인 체스터 장 박사 집안이 50년 이상 간직하던 작품들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라며 “작품 확인 등을 위해 지난 3년간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증자인 체스터 장 박사 역시 2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LACMA에서 미술품을 기증받은 후 오랫동안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수근 작품을 구입할 때 그의 아들(박성남)의 작품도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LACMA 기증품 중에는 아들의 작품도 여러 개 포함돼 있다. 만약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위작이라면 아들의 작품도 위작이라는 것”이라며 “위작 논란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연화.한국 중앙일보 권근영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한국 보물 위작 논란 보물들 전시품 박수근 이중섭

2024-02-28

[그림세상] 박수근이 나무 그림을 그린 뜻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세 번째 봄이다. 첫해는 바이러스 공포에 전 세계인이 숨 막히는 봄이었고, 두 번째 봄은 백신에 희망을 걸며 역병의 종결을 꿈꿨던 시간이었다. 어느덧 코로나와 맞서는 세 번째 봄인데, 혼돈의 끝은 보이지 않고 모두들 지쳐가는 느낌이다. 동트기 직전의 깊은 어둠처럼 여전히 미몽의 시간이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추스르고 코로나 다음의 세계에 대해 냉철히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과거 사례를 놓고 볼 때 인류 문명은 팬데믹 이후에 극적인 반전의 역사를 써왔는데, 그 극단적 사례 모두가 지금 우리 앞에 가능한 선택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류 최악의 팬데믹이라고 하는 중세 흑사병 이후 유럽은 르네상스라는 빛나는 근대문명을 일궈냈다.     대역병 이후엔 희망적 사례뿐만 아니라 비극의 역사도 존재한다. 20세기 초 전세계 인류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그 결과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인류 공멸의 길이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은 팬데믹이 앞으로 어떤 역사로 나아갈지 혼돈스런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미술계는 전례 없는 호황으로 희망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특히 한국미술 시장은 지난해부터 ‘불장(Bull Market)’이 이어지면서, 지난주 화랑미술제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그야말로 지금 미술계만을 놓고 보면 봄기운이 완연하고 곧바로 르네상스가 새롭게 열릴 것 같은 기대감까지 든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포성으로 근심이 깊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경제적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팬데믹 이후 인력난과 물류난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먼 나라 이야기 같다가도 하루가 달리 올라가는 기름값을 접하면 세계화 속에서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점을 비로소 실감한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상황이 제2의 르네상스로 이어지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그럴 만한 조건도 충분하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 이후 미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은 미술이 기념과 구원의 매개물로 재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 중세인들은 미술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됐다. 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미술 구매 붐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곧바로 르네상스로 꽃피웠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이 호황인 것은 단순히 자산시장 팽창의 결과로 볼 수만은 없다. 코로나 사태로 고립과 고독의 시간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도 커졌지만 동시에 예술과 교감할 수 있는 정서적 성숙함도 깊어졌다. 요즘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면 작품과 심리적 교감을 나누려는 진지한 관람객을 예전보다 훨씬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분명 코로나 이후 우리는 미술의 정서적 치유능력에 훨씬 더 공감하게 됐다. 이러한 미술에 대한 재인식은 분명 최근 불고 있는 미술시장의 호황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박수근 특별전에서 본 나무 그림들이 마음 속 깊이 다가온다. 한국의 반 고흐, 또는 20세기 국민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수근은 화가의 길을 걸으면서 나무를 자주 그렸다. 특히 벌거벗은 죽은 듯한 앙상한 줄기의 나무가 처연하게 화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박수근의 나무 그림은 화가의 고된 삶을 그린 자화상이자 한국 근대사의 힘든 역경을 표현한 시대적 명작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박수근의 나무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면서 새로운 점을 깨달았다. 앙상한 가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미세하게나마 푸른 새싹과 작은 꽃망울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록이나 사진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실제 작품 앞에 서면 푸른 색채감이 잿빛 사이로 분명히 느껴진다. 마치 작가는 썩어 말라빠진 앙상한 고목이 죽은 것이 아니라 단지 추운 겨울 속에 웅크리고 있을 뿐이라고 조용히 읊조리는 듯하다. 박수근이 그린 헐벗고 황폐한 나무는 죽은 고목이 아니라 추위를 이겨내는 나목이었다고 소설가 박완서씨가 말했듯이 화가 자신도 나목 속에 초록의 푸른빛을 숨겨 놓은 것이다.   박수근의 나목을 바라보면서 이 봄을 지나고 나면 코로나로 얼어붙은 인류의 마음이 푸르른 생기를 되찾으면서 더 따뜻해지기를 꿈꿔봤다. 분명 코로나는 금세기 인류가 겪은 첫 번째 공동의 역경이었다. 그것이 파괴적 미래로 이어지기보다는 인류를 한층 더 성숙한 길로 인도하는 번영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양정무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그림세상 박수근 나무 한국미술 시장 전세계 인류 지난주 화랑미술제

2022-03-27

이중섭·박수근 작품 1차 이송에 포함…체스터 장 기증 미술품

체스터 장(82) 박사가 LA카운티미술관(LACMA)에 기증하기로 한 한국 미술품 1000여점의 이사가 시작됐다.   LACMA 아시아관 담당 국장이자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 박사와 미술품 이동 전문팀은 13일 장 박사의 미술품 100점을 LACMA 수장고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이동한 미술품은 한국 조선 시대 중기와 후기에 이름을 날린 김득신·유은홍·김명국의 작품과 이중섭·박수근 등 한국 근대미술 작품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수 시간에 걸쳐 각 미술품을 일일이 포장한 후 2대의 트럭에 나눠 싣고 이동했다.     소장품의 이사 과정을 일일이 챙긴 체스터 장 박사는 “섭섭하다. 그러나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틀 박사에 따르면 1월부터 매주 또는 격주마다 미술품을 이동하게 되며 한 번에 100점씩 옮기게 된다. 이동된 미술 작품들은 LACMA에서 소독 과정을 거친 후 영구 보관된다.   리틀 박사는 “기증받은 미술품의 도록 작업도 벌써 시작됐다”며 “앞으로 매년 1권씩 발간해 10년간 총 10권의 책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LACMA는 내년에 장 박사의 기증을 기리는 기념행사를 열고 늦어도 2년 안으로 기증품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전시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장 박사는 지난 10월 LACMA에 자신과 가족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고미술품 등 1000점을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미술관이 기증받은 한국 미술품 규모로는 가장 크다. 〈본지 10월 14일 자 A-1, 3면〉   주류 사회에서 한국 문화재 기증자로 잘 알려진 장 박사는 한인으로는 처음 연방항공청(FAA) 검사관직을 맡았으며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교(NDU) 재단과 LACMA 이사로 활동하면서 USC,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등에 꾸준히 한국 미술품을 기증해왔다. 장연화 기자이중섭 박수근 기증 미술품 한국 고미술품 한국 미술품

2021-12-13

[문화 산책] 여성을 ‘성자’로 그린 박수근

삶이 고달프고 쓸쓸할 때 음악이나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 나는 화집을 꺼내서 어머니를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고, 어머니와 나눈 애틋한 대화를 상상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가 가졌을 축축한 감정도 함께 느끼려 애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스하고 편안해진다.   많은 화가들이 어머니를 그린 작품을 남겼다. 로트렉, 피카소, 마네, 고흐, 고갱, 세잔느, 샤갈, 휘슬러, 변월룡, 김종영 등 하나같이 감동을 주는 그림들이다. 어머니야 말로 인류를 지탱해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만 귀한 것이 아니다. 그 정점인 성모(聖母)부터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소중하고 성스럽다. 어머니란 그런 존재다.   예를 들어, 박수근(1914~1965)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여인들도 모두 어머니요, 아내이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은 일하는 모습이다. 아기를 업고 절구질을 하고, 행상을 하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일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살림’을 하는 여인들이다.   그는 여성을 ‘거룩한 성자’로 그렸다. 일하는 아낙네, 노인네 등 자신의 이웃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세속적 종교화처럼 그렸다. 존경하는 밀레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박수근을 당시 사회를 리얼하게 그려낸 모더니스트로 평가하기도 한다.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나목(裸木)들은 지금은 헐벗었지만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상징한다.   ‘국민화가’, 또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의 주인공 등으로 불리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우선 한국적이고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이나 조형적 기법에서 그렇다. 박수근은 서양의 유화로 한국적 조형미를 잘 표출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고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것임을 보여준 작가다. 그래서 훌륭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화강석 표면을 연상시키는 두껍고 울퉁불퉁 거친 마티에르가 특징이다. 절제된 색채의 물감을 여러 겹 쌓아올린 질감과 입체감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발명품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은 소박하고 따듯하고, 정겹고 편안하다. 단순한 구성미, 마치 암각화 같은 단단한 조형은 한국의 냄새를 풍긴다. 김치나 된장찌개의 냄새 같은 것이다. 사람냄새 뭉클하다. 착한 인간성과 돈독한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냄새다.   ‘박수근 아내의 일기’에 나오는 일화다. 박수근이 창신동 살 때다. 밖에 비가 내려 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는데 행상을 하며 길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 셋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박수근은 과일을 한 곳에서 사지 않고 여러 곳에서 나눠 샀다. 부인이 왜냐고 물으니 “한 아주머니에게만 사면 딴 아주머니들이 섭섭하지 않겠어?”   ‘박수근 회고전’ 지금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이 소개되는 역대 최다 전시로, 그동안 못 본 박수근 작품을 실컷 볼 수 있는 아주 드믄 기회라고 한다.   가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 엉덩이가 들썩거리지만 갈 수가 없으니 약이 오른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 산책 박수근 여성 박수근 작품 박수근 화백 박수근 아내

2021-12-03

"미군부대 매점 이용권으로 이중섭 작품 구입"

LA카운티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LACMA)에 평생 수집한 한국 미술품 1000여 점을 아들과 함께 기증하는 체스터 장 박사와 그의 소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 박사는 최근 본지에 한국 근대 미술사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은 물론 한국의 고미술품을 LACMA에 기증하기로 지난 3월 서약했다고 밝혔다.       장 박사가 기증하는 한국 미술품 규모는 미국 내 미술관으로는 최대 규모다.         장 박사가 14일 공개한 소장품을 보면 그림 작품 외에 도자기, 조각품 외에 자개 등 공예품까지 다양하다. 또 중국, 일본, 티베트, 베트남 등 해외를 여행하며 수집한 작품들도 30여 점 포함돼 있다.         고미술품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 후기 작품까지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한국전쟁 시절 제작된 한국 근대 작품도 다수 있다.       장 박사에 따르면 고미술품은 외증조부와 어머니(고 민병윤)로부터 대부분 물려받았으며, 한국 근대 작품은 장 박사가 1970년대 초 대한항공의 미주 취항을 돕기위해 연방 항공청(FAA)교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틈틈이 수집했다.       또 북한 작품의 경우 워싱턴DC 등에서 열린 비공개 전시회 등을 통해 샀다고 밝혔다.         아버지(고 장지환)가 외교관이었다는 장 박사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 한국 미술품을 이용해 분위기를 꾸미고 대화를 이어갔다”며 “그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좋은 작품은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한국 근대 작품 구입 배경에 대해서도 “당시 한국의 화가들은 가난했고 작품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림을 그릴 도구도 부족해 미군에서 나오는 두꺼운 박스 종이에다 그림을 그렸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한 예로 이중섭의 '소년과 소’를 보여주며 당시 미술 도구와 물감이 없어 올리브 오일과 미군 차량 기름을 이용해 박스에다 그렸다고 설명했다.         1948년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온 장 박사는 경기고등학교와 LA고교를 졸업한 후 USC 교육학 석사와 오클라호마대 인간관계학 석사, 라번대 행정학 박사 등을 거쳤다.         롱비치 스튜어드 데이비스 항공사에서 근무하다 연방항공청(FAA) 지명검열관을 거쳐 서부지역 운항담당 매니저로 42년간 근무했다.       1만 시간이 넘는 비행 기록이 있으며 지난 2015년에는 한인으로는 처음 ‘라이트형제 마스터 파일럿 어워드’를 수상했다. FAA에서 수여하는 이 상은 항공계에서는 최고 명예로 꼽힌다.       2003년부터 LACMA 이사로 활동했다.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하와이대 한국연구센터에 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기증했다. 또 USC와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등에도 다양한 작품을 기증해왔다.       한편 LACMA는 장 박사가 기증한 한국 미술품을 전시하는 특별 전시회를 빠르면 올해 말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새로 문을 여는 LACMA에는 ‘체스터 장 전시관’으로 명명한 상설 전시관도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장연화 기자     체스터 소장품 박수근 와이키키 서양화 선구자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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