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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여성을 ‘성자’로 그린 박수근

삶이 고달프고 쓸쓸할 때 음악이나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 나는 화집을 꺼내서 어머니를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고, 어머니와 나눈 애틋한 대화를 상상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가 가졌을 축축한 감정도 함께 느끼려 애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스하고 편안해진다.
 
많은 화가들이 어머니를 그린 작품을 남겼다. 로트렉, 피카소, 마네, 고흐, 고갱, 세잔느, 샤갈, 휘슬러, 변월룡, 김종영 등 하나같이 감동을 주는 그림들이다. 어머니야 말로 인류를 지탱해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만 귀한 것이 아니다. 그 정점인 성모(聖母)부터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소중하고 성스럽다. 어머니란 그런 존재다.
 


예를 들어, 박수근(1914~1965)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여인들도 모두 어머니요, 아내이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은 일하는 모습이다. 아기를 업고 절구질을 하고, 행상을 하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일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살림’을 하는 여인들이다.
 
그는 여성을 ‘거룩한 성자’로 그렸다. 일하는 아낙네, 노인네 등 자신의 이웃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세속적 종교화처럼 그렸다. 존경하는 밀레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박수근을 당시 사회를 리얼하게 그려낸 모더니스트로 평가하기도 한다.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나목(裸木)들은 지금은 헐벗었지만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상징한다.
 
‘국민화가’, 또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의 주인공 등으로 불리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우선 한국적이고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이나 조형적 기법에서 그렇다. 박수근은 서양의 유화로 한국적 조형미를 잘 표출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고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것임을 보여준 작가다. 그래서 훌륭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화강석 표면을 연상시키는 두껍고 울퉁불퉁 거친 마티에르가 특징이다. 절제된 색채의 물감을 여러 겹 쌓아올린 질감과 입체감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발명품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은 소박하고 따듯하고, 정겹고 편안하다. 단순한 구성미, 마치 암각화 같은 단단한 조형은 한국의 냄새를 풍긴다. 김치나 된장찌개의 냄새 같은 것이다. 사람냄새 뭉클하다. 착한 인간성과 돈독한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냄새다.
 
‘박수근 아내의 일기’에 나오는 일화다. 박수근이 창신동 살 때다. 밖에 비가 내려 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는데 행상을 하며 길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 셋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박수근은 과일을 한 곳에서 사지 않고 여러 곳에서 나눠 샀다. 부인이 왜냐고 물으니 “한 아주머니에게만 사면 딴 아주머니들이 섭섭하지 않겠어?”
 
‘박수근 회고전’ 지금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총 174점이 소개되는 역대 최다 전시로, 그동안 못 본 박수근 작품을 실컷 볼 수 있는 아주 드믄 기회라고 한다.
 
가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 엉덩이가 들썩거리지만 갈 수가 없으니 약이 오른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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