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체스터 장 컬렉션은 보물없는 보물 전시”

지난 6월 막을 내린 LA카운티미술관(LACMA)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의 일부 작품이 위작이라는 의혹에 대해 한국 미술계가 입을 열었다. 전시품을 기증한 체스터 장 박사는 현재 작품 수집 경로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본지 10월 17일자 A-1면〉 한 개입 수집가가 작품 거래 과정에서 장 박사가 작품을 강압적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거래자는 장 박사가 거래 중 ‘장물’이나 ‘위작’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LACMA에 작품을 전시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동국(사진) 경기도 박물관장은 본지가 지난 7월 보도한 LACMA의 위작 논란 부인 기사〈본지 7월 9일자 A-3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관장은 지난 6월 26일 LACMA가 제기된 위작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인물 중 한 명이다.       LACMA 측이 수년간 과학적 연구를 마쳤다는 입장에 대해 이 관장은 “과학 감정은 작품 감정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과학 감정이 진품으로 판정되더라도, 안목 감정과 프로비넌스(작가의 작업실에서 지금의 소장자에 이르기까지의 작품 이력을 추적하는 것)가 완벽히 일치해야 진품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대부분의 작품 수준이 C급, D급”이라며 “보물 전시회라고 하지만 보물급 작품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LACMA가 추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연구는 한국과의 공동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고미술계에서는 이미 체스터 장 컬렉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LACMA 측이 논란이 된 전시회의 도록(catalogue) 발간 계획이 없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관장은 “지난 6월 연구 토론회에서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원래 발간하려 했던 도록을 발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반 관장은 더 많은 연구 후 도록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장은 미술 전문지 ‘아트인컬처’ 8월호 칼럼에서 전시 큐레이터이자 LACMA 중국 및 동아시아 미술부장인 스티븐 리틀의 기획 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리틀이 과학 감정을 맹신하고 한국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선적으로 전시회를 열었기 때문에 위작 논란이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리틀이 과학 감정을 통해 작품이 진품임을 주장하더라도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위작 논란 작품 중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예로 들며 과학 감정 결과 진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위치와 모습이 제목과 맞지 않으며 박수근의 기존 대표작들과도 구도가 다르다는 점을 태현선 큐레이터(리움미술관)와 홍선표 교수(이화여대)가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보물과는 관련이 없는 수석 2점과 중국 청나라 시대 벼루와 먹이 전시된 것을 두고, 이 관장은 중국 미술 전문가인 리틀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장은 ‘보물’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 전시회가 한국 미술의 가치에 대한 ‘무지(無知)와 무시(無視)’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위작 논란이 LACMA를 비롯한 서구 미술계에서 여전히 한국 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한국이 한국 미술의 본질을 서구에 제대로 알리고,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방식과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LACMA 위작 논란 작품, 수집 경로<체스터 장 박사> 의혹 제기 김경준 기자보물 체스터 한국 미술계 작품 감정 이번 전시회

2024-10-20

[중앙칼럼] LA카운티미술관의 갈팡질팡 행보

무려 넉 달간 논란의 위작을 내걸었다. 파문이 일자 전시회 종료일과 맞물려 슬그머니 그림을 내렸다. 언뜻 보면 위작 논란 때문에 작품을 내린 것인지, 전시 일정이 마무리돼서 내린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상 꼼수에 가깝다. 최근 세계적인 예술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LA카운티미술관(관장 마이클 고반·이하 LACMA)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부터였다. LACMA측은 한국의 대표적 화가인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이라는 전시회를 가졌다. 그런데 미술계가 위작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LACMA측은 아직 관람객들에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 질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야 입장을 밝혔다.   전시회 이후 도록(catalog) 발간은 상징성이 있다. LACMA측은 뒤늦은 성명을 통해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 앞에서 도록 발간 취소를 언급했던 마이클 고반 관장의 발언을 번복했다. 위작 전시를 사실상 전면 부정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LACMA는 미국 서부지역 최대 미술관이다.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에 있기 때문에 특히 한인 사회와도 접점이 많다. LACMA측도 이를 알기 때문에 한국 관련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지난 2022년의 특별 기획전 ‘사이의 공간’도 LA에서 한국 근현대 명작들을 감상할 좋은 기회였다. 한국의 미술 명작들을 대규모로 전시해 주류 사회에 선보인다는 건 그야말로 한인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었다.     LACMA는 한인 예술가들에게는 꿈을 갖게 하는 곳이다. 언젠가 자신의 작품이 LACMA와 같은 유명 미술관에 걸리기를 희망한다. LACMA의 명성, 공신력은 그만큼 힘이 있다.     LACMA는 또한 대중적이다. 미술 애호가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서 친지 등이 오면 함께 즐기며,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도 좋다. 일례로 야외에 있는 ‘어반 라이트(Urban Light)’ 설치 작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념촬영 명소가 됐다.   LA의 중심부를 가르는 윌셔 불러바드를 오갈 때마다 보게 되는 미술관 건물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한 LACMA가 위작들을 내걸었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행위는 한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위작 전시 파문은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 전시회가 시작됐을 때부터 곳곳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LACMA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기된 문제점들을 마치 근거 없는 주장처럼 치부하고 폄하했다.   심지어 전시회를 기획한 스티븐 리틀 아시아 미술부장은 위작 의혹 제기에 “아마도 박수근, 이중섭의 그림이 LACMA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리는 작품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고 자신했다. 그랬던 LACMA측은 결국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위작 가능성을 인정했고, 계획했던 도록 발간까지 취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심각한 건 위작 인정 후 이를 다시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작 가능성을 인정한 순간 LACMA측은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일단 전시회부터 종료했어야 했다. 관람객들은 전시 종료일까지 이중섭, 박수근 그림의 위작 여부도 모른 채 돈을 내고 작품을 감상했던 셈이다.   이런 식의 행보는 LACMA가 한인 사회와의 접점을 지우는 일이다. LACMA는 유명 예술 기관이기에 앞서 커뮤니티 미술관이다.   LACMA의 소장품 관리 규정집에는 ‘예술작품의 제작, 품질, 내용, 출처, 목적, 의미 등 예술의 역사를 대중하게 알리는 것’이 사명으로 명시돼 있다. LACMA가 내세운 ‘대중’의 본질적 의미가 궁금하다. 갈팡질팡하고 불투명한 지금의 행보는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LACMA가 진정 공신력 있는 예술 전문 기관이 맞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la카운티미술관 행보 일자 전시회 한국 미술계 위작 전시

2024-07-14

LACMA ‘위작 전시’ 사실상 전면 부정

  LA카운티미술관(이하 LACMA) 측이 최근 전시된 한국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위작일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LACMA 측은 위작 의혹 작품들에 대한 간행물 제작 강행 의사까지 밝혀 예술계에 다시 파문이 일 전망이다.   LACMA 측은 ‘한국의 보물들·Korean Treasures’ 전시회의 위작 논란과 관련한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나흘만인 지난 6일 답신을 보내왔다.   먼저 LACMA 측은 “현재까지 연구를 통해 얻은 과학적 요소들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고 (기증자인 체스터 장의 작품들에 대한) 추가 연구를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해당 작품들에 대한 미술사적 중요성과 맥락 등은 추후 온라인과 인쇄물 등을 통해 ‘LACMA 간행물(LACMA publication)’에 게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LACMA 측이 지난달 26일 간담회를 열어 한국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이중섭, 박수근 그림 4점을 포함, 조선 시대 회화, 도자 등에 대해 위작 가능성을 인정한 것과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계획된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본지 7월1일자 A-1면〉   관련기사 “이중섭 그림, 타일에 베낀 위작”…LA미술관 전시 초유의 사건 [사설] LACMA 위작 논란 명성에 타격 LA카운티미술관 LACMA 위작 전시…문제 제기에 ‘묵묵부답’ LACMA 제시카 윤 홍보 디렉터는 “이 전시회에서는 ‘도록(catalogue)’ 제작을 계획한 적조차 없다”고 까지 주장했다.   즉, LACMA 관장은 도록 발행을 계획 했었다고 언급했으나, 윤 디렉터는 애초에 계획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LACMA 측은 6일 본지에 보내온 답변에서 ▶기증자인 체스터 장 등이 지난 2015년과 2017년 예술자료분석센터(CAMA)에 의뢰한 2건의 과학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이중섭, 박수근의 화풍과 일치하고 ▶작품에 쓰인 재료의 제작 시기는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동일한 기증자가 기부한 20세기 중반 한국 유화 작품을 조사했던 LACMA 회화보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작품의 마모, 손상  패턴을 봤을 때 1950~60년대 작품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특징이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LACMA 측은 이중섭, 박수근 그림 외에 위작 의혹이 제기된 도자들에 대해서도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LACMA 측은 “일부 작품은 지난 2007년 영국의 옥스퍼드 인증을 통해  조선시대 18~19세기 작품임이 명백히 입증됐다”며 “남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열발광분석법을 통해 모든 도자를 검증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작 가능성을 인정했던 간담회 이후 일단락 분위기로 접어들던 가짜 그림 전시 논란은 LACMA 측의 새로운 입장 발표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만약 LACMA 측이 향후 자체 조사 연구 등을 통해 간행물 발행을 강행한다면 작품의 진위 여부 공방은 다시 한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지는 LACMA 측 성명 내용과 관련해 추가 인터뷰를 공식 요청했으나 8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열·장수아·김경준 기자LA카운티미술관 LACMA 위작 논란 한국의 보물들 이중섭 박수근 LA 로스앤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장열 장수아 김경준 미술계 전시회

2024-07-08

존재 가치와 의미, 예술로 답하다

      예술이라는 순도 짙은 영역에서 진정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찾아보는 전시회가 열린다.   미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 전시 기획사인 다녹(대표 강다영·홍한나)이 한국의 유망한 신진 및 기존 작가들을 조명함과 동시에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 ‘존재(Existence)’를 갤러리 웨스턴(관장 이정희)에서 다음 달 3일부터 9일까지 개최한다.     다녹은 미국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다양한 개인전 또는 그룹전을 기획한 전문가들이 모여 LA 중심가에 위치한 갤러리를 위주로 새로운 작가들을 미국 미술계에 소개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미주지역에서 각각 다양한 국제 공모를 진행하고 역량 있는 최종 12인을 선정해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참여작가는 구본근, 채정은(작가명 블루문), 개리정, 이라금, 김수영, 임수민, 나은혜(작가명 릴리 대즐링), 매튜 맥휴, 이본 펫커스, 로널드 곤잘레스, 데이브 핸슨, H.레드 등이다.     다녹은 “세상이라는 무한의 공간 속에서 ‘나’라는 것이 있어 ‘너’가 있고 ‘우리’가 있으며 세상이 있다”며 “하지만 현대 사회의 혼돈 속에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순수한 행위는 미약하고 불분명해져 여기서부터 이번 전시회 기획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전시회 참가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의미라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다.     강다영 다녹 대표는 “앞으로도 동시대 미술계의 동향을 추적해 더 다양한 필드의 현대 작가들을 조명할 수 있는 전시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홍한나 공동 대표도 “이번 전시회가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탐험하고, 지친 일상 속에 가려진 순수한 가치를 들여다보게 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프닝 리셉션은 다음 달 3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열린다.       ▶주소: 210 N Western Ave # 201, LA   ▶문의: (213)437-3238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존재 가치 존재 가치 예술 세계 동시대 미술계

2023-02-26

식민지에도 정체성 형성한 한국 근대미술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사이의 공간:한국미술의 근대(The Space Between:The Modern in Korean Art)’ 전시회를 9월11일부터 2023년 2월19일까지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개최한다.     LACMA는 “한국 미술계가 서구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한국의 현실에서 재해석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근대 미술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서양 문화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사이의 공간:한국미술의 근대’ 전시회에는 유화, 사진 및 조각을 비롯해 서양으로부터 수용한 새로운 예술 양식을 반영한 88명 화가의 총 130여점이 전시된다.     LACMA는 “한국이 마지못해 근대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과 민족 언어와 문화 말살 시도에 대응해 새로운 민족주의를 발전시켰다”며 “미술계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의 영향으로 한국 미술에 대한 해석과 실험의 시기를 맞이하며 한국 미술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이의 공간’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한국의 근대 미술이 일본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의 상처 깊은 시련과 함께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그리고 그런 영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근대와의 조우, 근대적 반응, 모던의 모멘텀, 신여성의 등장, 현대로의 발전 등 5개 전시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897년부터 1965년까지 연대 순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대한제국 시대(1897~1910)와 식민지시대(1910~45)에 일본을 통해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술과 전쟁의 혼란한 시기와 전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실험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현대 초기의 미술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예술 부문 큐레이터인 버지니아 문 박사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 프로그램의 두 번째 전시회다.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가 LACMA가 체결한 10년 장기 파트너십에 따른 전시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공동 주최된다.     마이클 고반 LACMA 최고경영자(CEO)는 “'사이의 공간'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조명해보고 다른 문화와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LA에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주소: 5905 Wilshire Blvd. LA   ▶문의: (323) 857-6000 이은영 기자근대미술 식민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미술사 한국 미술계

2022-08-28

[문화 산책] 미술계 ‘여풍’과 어머니 마음

‘베네치아 여인천하.’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소식을 알리는 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세계 최대 미술축제 중의 하나인 베네치아비엔날레 127년 역사상 가장 거센 여풍(女風)이 불어닥쳤다는 소식이다. 1895년 비엔날레 창설 이래 가장 극적인 성비(性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호들갑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공식 개막한 본 전시 초청 참여 작가 213명 중 188명이 여성으로 약 90%를 차지했다. 최고상 역시 모두 여성 작가에게 돌아갔다. 본 전시 황금사자상 수상자는 미국 조각가 시몬 레이(55)였고, 국가대표 대항전 성격의 황금사자상은 영국관의 작가 소냐 보이스(60)가 차지했다. 역대 영국관 첫 흑인 여성 작가다.   지난해 가을 ‘루브르박물관 228년 역사상 첫 여성 관장 탄생’이란 기사를 읽는 순간, 드디어 여성들이 미술계의 정점을 찍기 시작했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는데, 이번 베네치아의 소식은 미술계에서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명실상부 주류로 떠올랐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기나긴 세월 완고하게 버티고 있던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벽을 통쾌하게 깨부순 것이다. 일그러진 사회제도 때문에 그동안 억눌려 있던 여성들의 재능이 화산 폭발하듯 터져 나온 것이다.   바야흐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대세다. 특히 문화, 예술 쪽에서 그렇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세계 미술계의 중심 화두는 여성미술이었다. 세계 여러 곳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의 여성미술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이 큰 유감이다.   한국의 미술계에서도 젊은 여성작가들이 도약하여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2019년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 4명 모두가 여성작가였고,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공식 참여한 한국 작가들도 전원 여성이었다. 서울, 부산, 대구 시립미술관을 이끄는 수장도 모두 여성이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미술계 우먼파워가 경매, 화랑, 화단을 장악했다’는 평가는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 미주 한인 문화예술계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압도적이다. 작품의 질에 대해서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일이지만, 숫자적으로는 문학, 미술,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작가가 월등하게 많다.   “여성이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남성에 비해서는 ‘반박할 여지없이’ 우수한 존재다. 현대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는 권좌를 지키는 데 몰두해 온 노쇠한 남성 정치가들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리더십 관련 강연에서 주장한 말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여성미술가들을 믿고 희망을 거는 까닭은, 어머니의 마음이 예술의 근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케테 콜비츠의 작품에 담겨 있는 어머니의 사랑이 주는 짙은 감동은 여성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세계다.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를 전장에서 잃었다. 그러므로 그이의 전쟁 반대는 그저 관념적인 구호가 아닌 것이다.   여성 미술의 도약을 주목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모든 예술 뒤에 있는 어머니의 그림자를 읽고, 냄새를 맡는 일도 소중할 것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 산책 미술계 어머니 여성미술 전시회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여성 관장

2022-05-12

[기고] 투기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코로나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 이제 세계는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3년 만에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했고, 팬데믹 기간에 조용히 자국에 머물렀던 미술 애호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술을 쫓아 베니스로 향했다. 오는 6월에 열릴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에도 글로벌 컬렉터들과 미술 관계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전 세계 미술계는 우려와는 달리 호황을 기록했다. 경매 기록이 연일 경신됐고, 갤러리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활활 타오르는 미술 시장을 경험했다.   팬데믹 기간에 세계적으로 갈 곳을 잃은 유동성 자산이 유독 미술품에 몰렸다. 서구의 경매회사들에서 전통적으로 미술품을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 하는 세 가지 요소로 3D를 자주 언급한다. 이는 사망(Death), 이혼(Divorce), 그리고 빚(Debt)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미술 수석기자인 조지나 아담은 팬데믹 기간에 이 3D 중에서 사망과 이혼으로 인해 미술시장이 더더욱 호황을 이뤘지만 나머지 하나인 빚은 전혀 해당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넘쳐나는 자산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된 것이 호황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20년 전에 미술시장이 호황일 당시에 화제가 됐던 미술품 투자나 미술 펀드 등이 다시 이슈가 됐고, 암호화폐를 장착한 디지털 형태의 미술품인 NFT 시장은 혁명을 맞이했다. 억만장자가 아니면 소유하기 힘든 쿠사마나 피카소 작품의 먼지 크기만한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론칭한 마스터웍스와 같은 스타트업 회사에 회원이 갑자기 20만 명이 넘어가고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블루칩 작품의 지분에 투자했다. 실제로 집에 피카소를 걸지는 못하지만 “나는 피카소를 소장했다”라고 말하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그러나 지나치게 과열된 시장의 이면에는 ‘투기’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함을 잊지 말자. 얼마 전에 한 작가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판매된 며칠 후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갤러리 판매가보다 비싸게 거래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영국의 한 갤러리스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컬렉터들로부터 현재 전시 중인 작가의 작품을 사고 싶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100개도 넘게 받았다는 그는 한국 고객들이 사는 작품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판매를 망설인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작가들에게 직접 연락을 해 작품 직거래를 의도하는 컬렉터들도 매우 많다. 그리고 유독 한국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성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 경력이 아닌 경매 기록으로 먼저 평가되며 다수의 사람이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부 작가들의 상업적인 성공을 우르르 쫓아다닌다.   경매는 1차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리세일을 담당해야 함에도 갤러리들이 하는 1차 시장 역할을 하며 작품 가격의 모호한 상승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컬렉터를 가장한 투기꾼들은 오늘 산 젊은 작가의 작품을 내일 경매에 출품한다. 건강한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바이러스는 이렇게 한국 미술계를 감염시키고 세계 미술계에 한국 미술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아트는 단기 수익 대상이 아니다. 적어도 10년을 내다보아야 하고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창작한 작가나 이들을 소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갤러리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라는 선의의 투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미술시장이 활황이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미술품에 대한 진정한 투자는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가뭄에 강물이 말라붙었을 때도 창작의 정신만은 메마르지 않도록 소장과 지원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소신의 노를 계속 저어가는 것이 아닐까. 최선희 / 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기고 바이러스 투기 미술품 투자 세계 미술계 피카소 작품

2022-05-03

[이 아침에] 정직할 수 있는 용기

 친하게 지내는 아우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들아이가 미술계 학교로 진학하는 인터뷰와 포트폴리오 면접을 보고 실기시험을 치렀는데 순진한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이야기다.     전말인즉 아이가 제출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본 면접관이 전부다 너 혼자 한 작품이냐? 묻더란다. 아이는 “제가 다했지만 마지막 손질은 선생님이 도와주셨어요”하고 정직하게 말했단다.   같은 학원에서 준비하던 아이들은 모두 제가 혼자 다 했어요 했는데 눈치 없는 자기 아들만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할 거라며 지레 걱정이다. 나도 그 시간에 맞춰 기도했기에 그 엄마의 노심초사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정직이 최선인데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건 정당한 경쟁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땐 “너만 못나게 왜 그랬어”하지 말고 “정직하다. 훌륭해”하고 칭찬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우리 인생에서 받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는 개인적 성취를 위해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하다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더 필요한 잠재력. 경험 많은 노 면접관도 그걸 아시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의 한 도시에 있는 여학교에 가정 선생으로 부임을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남들에게 자꾸 그 도시가 아닌 수원에 있는 학교라고 하신다. 그 이유인즉 그 도시는 기지촌이어서, 그곳에서 교사생활했다고 하면 혼삿길에 지장이 있다는 거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 딸을 위한 거짓말에 나는 침묵으로 동의하는 죄를 지었다. 그 학교에 근무하는 7년 동안 마음이 늘 불편했다. 미국에 오려고 학교를 그만두니 얼마나 후련하던지.   거짓말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처럼 시작되지만, 일찍 근절되지 않으면 곤란 지경에 빠질 때까지 계속 힘을 행사한다. 한 번 부정직해서 뭔가 얻는 것이 생기면, 다시 부정직해지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그 흔적을 덮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부정직한 행동을 하게 된다. 부정직은 어두컴컴한 뒷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여러분 자신이 진실해야 한다. 마치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그렇게 진실이 여러분과 늘 함께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거짓으로 대할 수 없다.”(윌리엄 셰익스피어)   정직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거짓말쟁이에 분노하기보다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직하게 잘 키운 아들로 인해 아우에게 마음의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며.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정직 용기 미술계 학교 포트폴리오 면접 아우가 근심

2022-02-2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