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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투기라는 이름의 바이러스

코로나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 이제 세계는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3년 만에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했고, 팬데믹 기간에 조용히 자국에 머물렀던 미술 애호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술을 쫓아 베니스로 향했다. 오는 6월에 열릴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에도 글로벌 컬렉터들과 미술 관계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전 세계 미술계는 우려와는 달리 호황을 기록했다. 경매 기록이 연일 경신됐고, 갤러리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활활 타오르는 미술 시장을 경험했다.
 
팬데믹 기간에 세계적으로 갈 곳을 잃은 유동성 자산이 유독 미술품에 몰렸다. 서구의 경매회사들에서 전통적으로 미술품을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 하는 세 가지 요소로 3D를 자주 언급한다. 이는 사망(Death), 이혼(Divorce), 그리고 빚(Debt)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미술 수석기자인 조지나 아담은 팬데믹 기간에 이 3D 중에서 사망과 이혼으로 인해 미술시장이 더더욱 호황을 이뤘지만 나머지 하나인 빚은 전혀 해당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넘쳐나는 자산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된 것이 호황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20년 전에 미술시장이 호황일 당시에 화제가 됐던 미술품 투자나 미술 펀드 등이 다시 이슈가 됐고, 암호화폐를 장착한 디지털 형태의 미술품인 NFT 시장은 혁명을 맞이했다. 억만장자가 아니면 소유하기 힘든 쿠사마나 피카소 작품의 먼지 크기만한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론칭한 마스터웍스와 같은 스타트업 회사에 회원이 갑자기 20만 명이 넘어가고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블루칩 작품의 지분에 투자했다. 실제로 집에 피카소를 걸지는 못하지만 “나는 피카소를 소장했다”라고 말하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그러나 지나치게 과열된 시장의 이면에는 ‘투기’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함을 잊지 말자. 얼마 전에 한 작가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판매된 며칠 후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갤러리 판매가보다 비싸게 거래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던 영국의 한 갤러리스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컬렉터들로부터 현재 전시 중인 작가의 작품을 사고 싶다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100개도 넘게 받았다는 그는 한국 고객들이 사는 작품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판매를 망설인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작가들에게 직접 연락을 해 작품 직거래를 의도하는 컬렉터들도 매우 많다. 그리고 유독 한국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성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 경력이 아닌 경매 기록으로 먼저 평가되며 다수의 사람이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부 작가들의 상업적인 성공을 우르르 쫓아다닌다.
 
경매는 1차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리세일을 담당해야 함에도 갤러리들이 하는 1차 시장 역할을 하며 작품 가격의 모호한 상승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컬렉터를 가장한 투기꾼들은 오늘 산 젊은 작가의 작품을 내일 경매에 출품한다. 건강한 투자가 아닌 ‘투기’라는 바이러스는 이렇게 한국 미술계를 감염시키고 세계 미술계에 한국 미술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아트는 단기 수익 대상이 아니다. 적어도 10년을 내다보아야 하고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창작한 작가나 이들을 소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갤러리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라는 선의의 투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미술시장이 활황이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미술품에 대한 진정한 투자는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가뭄에 강물이 말라붙었을 때도 창작의 정신만은 메마르지 않도록 소장과 지원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소신의 노를 계속 저어가는 것이 아닐까.

최선희 / 초이앤초이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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