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주총연, 그들만의 리그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올해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6년간이나 기다렸던 축배를 든 것이다. 반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결국 2017년 우승당시 ‘사인 훔치기’ 오명을 씻는데 실패했다. 미식축구의 슈퍼볼 열기만큼은 덜 하지만, 월드시리즈는 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구촌으로 무대를 넓히면 월드시리즈 시청자수가 슈퍼볼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야구와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이다. 이 두 스포츠의 룰을 모르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야구가 미식축구보다 인기가 있을 경우, 미국사회는 더 스마트하다’는 야구 예찬론자의 칼럼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이 같은 프로야구도 한 때 존폐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이 군에 입대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부족, 프로 야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구단주들은 고육지책으로 여성들로 이루어진 야구팀을 결성했다. 1943년 설립된 전미 여자 프로 야구 리그(AAGPBL)는 1954년까지 존속했다. AAGPBL은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여자가 무슨 야구냐"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다소 관심을 끌었지만, 그마저도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나 선수들이 돌아오자 다시 시들해졌다. 결국 폐지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1992년 개봉한 페니 마셜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A League of Their Own)’는 이 여성 야구리그를 다룬 작품이다. 지나 데이비스, 로리 페티가 주연을 맡았다. 톰 행크스는 한물간 야구 선수이자 주정뱅이 코치로 등장한다. 가수 마돈나도 출연한다. 그녀가 부른 OST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담으로 톰 행크스가 했던 "There's no crying in baseball!”(야구에서 우는 게 어디 있어!)란 대사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제목의 뉘앙스 때문인지 ‘그들만의 리그’라는 표현은 지금도 여러 상황에 두루 쓰이고 있다. 좋은 뜻이 아닌 경우가 많다. 최근 화제가 된 ‘오징어게임’도 결국 ‘그들만의 리그’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했다. 피와 땀을 흘리면 성공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명제 속에서, 진정한 승자는 어쩌면 그 진흙탕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전하고 있다. 참가자는 생사를 건 게임을 하고 있지만, 이를 관전하는 VIP들은 흙 한 톨 묻히지 않고 돈을 버는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미주한인사회에도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탄받는 단체들이 있다. 그 중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가 있다. 말이 총연합회지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그로 그럴 것이 지난 2011년 제24대 회장 선거 이후 회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과 지루한 법정공방은 선거 때마다 재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총연합회 창립총회에서 배제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왜 그럴까? 미주한인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권에 눈이 멀어 다투기 때문이라고 언론계에선 꼬집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탓이다. 얼마전 한 지역한인회장은 그들의 일면을 꼬집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통합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2년전 미주 30개 지역 현직 한인회장들은 이 단체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8개 미주광역한인단체연합회도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재외동포재단의 압력(?)때문인지 최근 또 다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주총연은 통합을 위해 이달 20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29대 총회장 선거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전제조건인 갈등 봉합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주한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어차피 한인들의 실재 생활과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시론 리그 객원논설위원 여성 야구리그 야구 리그 올해 프로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