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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소리가 없기에 소리를 포용하는…

 지난 겨울 방학에 콘퍼런스 참석하기 위해 알래스카주에서 플로리다주로 날아갔다. 콘퍼런스가 끝난 후 플로리다주와 가까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사는 옛 친구를 만났다. 마침 마르디 그라(Mardi Gras)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뉴올리언스를 감싼 아프리카계·카리브계·프랑스계·스페인계 문화의 열기에 휩싸이면서 내 모국의 경계 밖에서 떠돌았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언어·예술·악기 등 문화적 요소는 (마치 미세먼지처럼) 지도상의 국경을 넘나들며 부유하고, 출신 국가의 정서와 미학을 공유한다. 그러나 일단 외국에 정착하면 그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존재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뉴올리언스에서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프랑스어 안내방송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공자가 연주했다는 중국 전통 현악기 금(琴) 연주자인 어느 교수와의 대담에 초청받았다. 우리의 임무는 중국 악기 금과 내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연주해 온 가야금 간의 철학적·음악적 연계를 논의·시연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금과 관련된 중국 정서와 미학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식으로 한국 국경을 넘어 새로운 전통을 심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캐나다에서 행사가 있기 몇 주 전 소셜미디어에 프로그램 공지를 했더니, 어느 중국 음악학자가 마치 내가 보리죽과 궁중요리를 비교하기라도 한 듯 “어떻게 가야금과 금을 비교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금에 내포된 문화·음악·철학적 가치는 중국의 정체성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금도’(琴道)에서 금은 연주 레퍼토리 이상으로, 그것과 관련된 본질을 구현하는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중국 죽림칠현(竹林七賢) 고사에서 금 연주자 혜강(223~262)은 ‘금의 미덕’을 관통·고요·불가측(不可測)이라고 봤다. 그는 “금이라는 조화는 고요하여, 완벽하고 심오하다”고 선언했다. 로위예층 교수는 『도의 동반자:도교 철학』 ‘칠현’ 장에서 “소리가 없기 때문에 모든 소리를 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 교수에 따르면 이 ‘소리 없는 소리’는 “악기나 인위적인 박자에 얽매이지 않는다.” 혜강과 로 교수의 말은 오른손으로 현을 뜯는 순간 아무리 왼손으로 조절을 해도 점차 사라져가는 소리를 내포한다. 금과 가야금을 비교하는 것은 이 고요한 상상 속 공간(우리의 귀가 아닌 생각 속에서 떨림이 머무르는 곳) 안에 있는 소리다.   서양 언어로 금을 탐구했던 동양학자 로베르트 한스 반 훌릭(Robert Hans Van Gulik)은 1938년 『금도』(琴道, Lore of the Lute)에서 금의 소리 없는 아름다움이 “각각의 음에도, 심지어 음의 연속에도 있지 않다. (…) 같은 음이 서로 다른 현에서 발생하면 다른 색채를 띠고, 같은 현을 검지로 뜯을 때와 중지로 뜯을 때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토록 다양한 음색이 발생하는 금 연주법은 극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 구절에서 저자는 가야금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가야금 연주자는 금 연주자와 상당히 유사한 방법으로 현을 뜯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거문고가 양반의 악기로 여겨졌다. 거문고는 금과 달리 술대로 연주했다. 유교 윤리와 도가 철학과 같은 맥락에서 남성적이고 심오한 금도를 구현하며, 남성 학자들의 사색을 돕는 도구로 여겨졌다. 조선시대에는 한시를 번역할 때 이런 맥락을 담아 금을 거문고로 대체해 번역하곤 했다.   그러나 가야금과 금을 비교해 보면 뜯고 퉁기는 기법이 매우 비슷하고, 악기 모양이나 세부 명칭(안족 雁足, 봉지 鳳池 등)에도 유사한 점이 많다. 현을 뜯으며 나는 소리를 꾸미는 왼손이 야생에서 자란 학 날개 같은 모양을 하는 점도 그렇다. 두 악기의 소리판이 상징하는 ‘하늘’과 ‘땅’ 위에 쭉 뻗은 현들을 연주할 때, 금 연주자와 가야금 연주자 모두 온 우주를 바라보고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과 가야금은 매우 상이한 미학적 영토에 거주하면서 매우 상이한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다.   금과 가야금의 이야기는 경계를 넘어 이루어지는 문화 구축의 핵심 원동력을 보여준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원래의 것과 각색된 것이 마주치고, 비슷한 철학적 이상을 좇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미학적 목적지에 도달한다. 이런 순간은 지도상의 어떤 선보다도 각 나라의 정체성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조세린 / 클라크 배재대 동양학 교수문화산책 중국 소리 가야금 연주자 전통 현악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2023-03-12

불법입국자 추방 종료에 제동…법원 기존 정책 유지 판결

23일은 미국으로 오기 위해 멕시코 북부 국경에 모인 각국 이민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었다. 팬데믹 코로나19 유행 이후 2년여간 유지해온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정책을 종료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의 제동으로 추방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멕시코에 머물던 미국행 이민자 수천 명이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른바 ‘42호’(Title 42)로 불린 이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도입한 대표적인 이민자 억제정책이었다.   연방 당국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3월부터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미국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이민자들을 즉시 추방해왔다.   이 때문에 육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오려던 중남미 출신 이민자 190만명 가량이 망명 신청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추방됐다.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의 보건 상황과 코로나19 대처 능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이민자들의 입국 권리를 막는 조치가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5월 23일부터 이 정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일 루이지애나주 연방법원은 이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판결했고, 23일에도 국경은 굳게 닫혀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민자들은 절망감을 표출했다. 멕시코에서 2년 가까이 기다렸다는 온두라스인 막스 알레한데르(24)는 로이터에 “처음엔 망명 신청자들에게 국경을 열어준다고 했다가 이젠 안 열어준다고 한다”며 “더는 못 견디겠다. 너무 지쳤다”고 말했다. 아내, 5살 아들과 함께 온두라스를 탈출한 크리스티안 살가도는 ‘42호’가 유지된다는 소식에 “이젠 희망이 없다”고 한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42호’가 모든 이민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멕시코 등 출신의 이민자들은 미국과 멕시코간 합의에 따라 멕시코로 추방되지만, 쿠바처럼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추방이 더 까다로운 국가 출신 이민자들은 추방을 면하곤 한다.   밀입국을 시도하다 걸려 붙잡혀 추방된 온두라스인 조엘 곤살레스(34)는 “쿠바인들은 자동 통과”라고 AP통신에 전했다. 불법입국자 종료 불법입국자 추방 루이지애나주 연방법원 각국 이민자들

2022-05-23

[커뮤니티 광장] 루이지애나주 선거구 재조정과 애틀랜타 한인들

조지아, 앨라배마를 비롯한 남부 주의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 끝나가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은 매 10년마다 헌법에 규정된 센서스 인구조사에 따라, 연방하원과 주의원, 카운티 및 시장 선거를 실시하는 선거구 경계선을 다시 긋는 절차다.   조지아 등 인종 차별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남부 주들은 10년마다 선거구 재조정이 끝나면 반드시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소송전이 어진다. 지난 6일에는 연방법무부가 텍사스주의 새로운 선거구 조정안이 소수인종을 차별한다며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라티노와 흑인등에게 불리하게 선거구가 조정돼 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선거구 재조정 절차가 이웃주인 루이지애나(Louisiana)에서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현재 루이지애나 선거구 재조정 공청회(Legislative Redistricting Roadshow)가 주 전역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2022년 1월 20일 주도인 배턴 루지에서 마지막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공청회가 끝나면 내년 2월 새로운 선거구가 주의회에 송부돼 승인 절차를 밟는다고 로이 듀플레시스(Rep. Royce Duplessis) 주하원의원이 소개했다.   민주당 출신인 존 벨 에드워즈(Gov. John Bel Edwards) 주지사는 공화당이 주도한 선거구 재조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주지사가 거부권을 발동하더라도 주의회 과반을 장악한 공화당이 선거구를 재통과시킬 수 있다.   선거구 재조정은 단순히 누가 선거로 선출되느냐를 의미하지 않는다. 선출직 공직자는 유권자 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을 대표할 의무가 있다. NOLA 가리푸나 커뮤니티 서비스(NOLA Garifuna Community Services)의 드니즈 라모스 커뮤니티 오거나이저(Denise Ramos, Community Organizer)는 선거구 재조정이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들이 우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면 먼저 우리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을 비롯한 루이지애나주의 아시안들은 공청회 및 선거구 재조정이 소수민족을 배제한채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VAYLA New Orleans의 재클린 탄 소장(Jacqueline Thanh, Executive Director)은 “아시안에 대한 외국인 혐오와 배제는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확장하고 다가가려는 정치적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접근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베트남계 이민자의 출신인 탄은 공청회에 아시안 언어 지원이 부족하다며 “미국의 문화, 사회, 정치적 역동성은 언어 접근성에 좌우된다. 통역 서비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흑인과 라티노 커뮤티와 함께 단합하여 일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 커뮤니티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록 루이지애나는 조지아나 앨라배마처럼 한인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남부 정치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주이다. 애틀랜타 한인들 상당수도 루이지애나에 개인적, 사업적으로 많은 관계를 갖고 있다. 조지아의 선거구 재조정은 끝났지만 현재 진행중인 루이지애나의 선거구 재조정이 한인 등 소수민족의 표심을 반영할수 있도록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 광장 루이지애나주 애틀랜타 선거구 재조정안 재조정 공청회 선거구 조정안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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