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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세계병자의 날’에

루르드 대성당 앞 광장 안으로 화려한 수백 대의 가마차들이 나란히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마치 임금님들이 행차하시는 것 같다. 대성당 이층에서 오전 미사를 봉헌하고 나와서 그 황홀한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꼈다. 엘리사벳 자매에게 혹시 맨 뒷자리에라도 앉을 수 있나 내려가 보자고 했다. 그녀는 볼멘소리로 냉정하게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함께 기도하며 가보자고 했다. 작은 체구의 그녀였지만 내리막길  이라서 오히려 그녀가 탄 휠체어에  내가 끌려가고 있었다.     일행중에 막내형제가 얼른 달려와 입구까지 가볍게 데려다 준다. 하지만 주교님들이 집전하시는 대 행사장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일 년 전에 예약을 했어야한다고 했다.  그래도 봉사자에게 한번 더 졸라봤다. 그가 누군가에게 물으러 간 사이, 그녀는 휠체어가 익숙지않아서인지 여전히 편치않은 표정이다.   그가 다시 뛰어와서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나는 노란 줄 밖에서 기다리라며 그녀가 탄 휠체어를 밀고 급히 달려서 맨 앞줄, 또 그 앞 중앙에 홀로 앉혔다. 마치 그녀가 그 날의 주역인 것처럼 말이다.     정말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운  크고도 큰 배려였다. 행사가  끝나고나서 그녀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 이라며 한참을 울먹였다.  그들 곁에서 강복을 받는 행운을 누린  나도 역시 그녀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파리공항에서 처음 본 그녀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루르드에 온 첫날 내가 휠체어를 빌려 갖고 나오자, 타본적도 없고 또 신세 지는 것도 싫다며 매몰차게 거절하던 그녀가, 헤어지던  날에는 내 두 손을 꼬옥 감싸쥐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리는 기분이  어떤건지 느낄수 있었어요”라며  예쁜 수정 묵주를 선물로 주고갔다.     함께한 순간순간들이 순례팀 모두에게 영원히 잊혀질수 없는 은총이 가득한 시간이었으리라! 켈리 조독자마당 세계병자 루르드 대성당 대성당 이층 엘리사벳 자매

2023-03-07

[독자마당] 루르드 침수예식

루르드에서 이틀째 되던 날, 이른 아침인데 동굴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끝이 안 보일 만큼 늘어서 있다. 침수처에 들어가기 위한 기다림이다. 그 누구도 초조해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은 없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기도하며 쉬기도 하다가 서서히 움직일 뿐이다.     기적의 약수로 알려진 동굴 속 물로 실제 7000건이 넘는 기적이 있었고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숫자만도 70건이 넘는다는 기록이다. (2020 현재)     그 물은 성모 마리아의 발현시에  벨라뎃다 성녀에게 주신 메시지로 발견된 게르마늄 성분의 미네랄 워터라 했다. 그 많은 기적 같은 일들이 과학으로도 증명된 물의 효과라 했다.     두 분의 봉사자 수녀님들이 양쪽에서 팔을 잡고 한손으로  머리를 받쳐주면 잠시 기도하고 나서 바위를 약간 비스듬히 깎아 만든 직사각형의 침수조에  미끄러지듯 풍덩 빠졌다가 나오는 예식이다.     동굴 속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물이 침수 조를 통과해서 그 앞 강물로 흘러 들어가는 아주 차가운  물이다. 가운만 걸친 채로 잠겼다가 나왔지만 한기도 느끼지 않고 몸에 물기가 남지 않은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장애인이나 일반  환자들은 기회가 되면 한 번이라도 더 그 예식에 참석하려고 많은  날들을 루르드에서 보낸다고 했다. 사람들이 손목에 묵주를 걸치고 묵주알을 굴리면서 평화롭게 걷는 모습은 그곳에서는 지극히  예사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많은 방문객이 모이는데도 거리가 아주 깨끗하고 시끄럽지 않은 것 또한 신기했다.   한편 도로변 기프트숍에는  그 물을 담아 갈 수 있도록 성모상이 그려진 크고 작은 플라스틱 통들이 진열되어있었다. 곳곳에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을 담아 갈 수 있게 장치도 되어 있다.   또 가고 싶다! 켈리 조독자마당 침수예식 루르드 루르드 침수예식 도로변 기프트숍 게르마늄 성분

2023-02-19

[독자 마당] 루르드에서

메쥬고리에 순례를 마치고 보스니아를 떠나 파리에서 밤 기차를 타고 시골 마을 루르드에 도착하니 아침이다. 우선 성모님 발현을 목격한 성녀 벨라뎃다의 생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작은 언덕 위에 있었다.  일반 관광객의 눈으로 본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집이다.   그곳에서 루르드 성지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듣고 성모동굴 위의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대성당 안에  모셔진 성녀의 미라도 접견했다.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둡게 변색하긴 했어도 잘 보존된 빨간색 예수님의 강보 귀퉁이 조각도 유리벽 너머로나마 직접 보고나니 어릴 적 ‘보지 않고 믿는 자가 진복자이니라!’를 되뇌던 것이 무색하게 모든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둠이 깔릴 무렵, 저녁 예절에 참석하러 숙소에서 나오니 이미  길에는 수많은 순례자가 마치  깊은 강물이 흘러가듯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묵직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촛불을 하나씩 받아들고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성가를  각자 자기네 언어로 조용히 따라 부르며 광장 안으로 들어간다.   봉사자들의 지시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각자 들고 있는 촛불만으로 밝혀진  광장에서 집전된 미사는 천상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그런 장관이었다.     그 많은 군중이 함께 조용히 따라 부르는 성가 역시도 천상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소리였다.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하느님 안에서는 한 형제자매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사 예절이 진행되는 동안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 있었지만 누구도  불편해 하는 이가 없다. 다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콧물을 훌쩍거리는 이는 많았다.     나도 그랬다. 촛불 사이로 가끔 눈이 마주치면 미소로서 서로 감동을 전한다. 무수한 하늘의 별들도 더 가까이  보이던 은총이 가득한 밤이었다. 켈리 조독자 마당 루르드 루르드 성지 미사 예절 저녁 예절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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