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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루르드에서

메쥬고리에 순례를 마치고 보스니아를 떠나 파리에서 밤 기차를 타고 시골 마을 루르드에 도착하니 아침이다. 우선 성모님 발현을 목격한 성녀 벨라뎃다의 생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작은 언덕 위에 있었다.  일반 관광객의 눈으로 본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집이다.
 
그곳에서 루르드 성지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듣고 성모동굴 위의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대성당 안에  모셔진 성녀의 미라도 접견했다.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둡게 변색하긴 했어도 잘 보존된 빨간색 예수님의 강보 귀퉁이 조각도 유리벽 너머로나마 직접 보고나니 어릴 적 ‘보지 않고 믿는 자가 진복자이니라!’를 되뇌던 것이 무색하게 모든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둠이 깔릴 무렵, 저녁 예절에 참석하러 숙소에서 나오니 이미  길에는 수많은 순례자가 마치  깊은 강물이 흘러가듯 어둠속에서  소리없이 묵직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촛불을 하나씩 받아들고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성가를  각자 자기네 언어로 조용히 따라 부르며 광장 안으로 들어간다.
 


봉사자들의 지시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각자 들고 있는 촛불만으로 밝혀진  광장에서 집전된 미사는 천상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그런 장관이었다.  
 
그 많은 군중이 함께 조용히 따라 부르는 성가 역시도 천상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소리였다.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하느님 안에서는 한 형제자매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사 예절이 진행되는 동안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만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 있었지만 누구도  불편해 하는 이가 없다. 다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콧물을 훌쩍거리는 이는 많았다.  
 
나도 그랬다. 촛불 사이로 가끔 눈이 마주치면 미소로서 서로 감동을 전한다. 무수한 하늘의 별들도 더 가까이  보이던 은총이 가득한 밤이었다.

켈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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