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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라흐마니노프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랩소디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은 변주곡 형식으로 작곡된 곡이다.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를 멜로디, 화음, 박자, 리듬, 조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형해나가는 음악을 말한다. 주제선율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제24번에서 가져 왔다.   변주의 본질은 ‘변화’이다. 하지만 변주곡에서의 변화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주곡의 각 변주들은 어떤 형태로 변형되든 주제를 그 안에 품고 있다. 아무리 자유분방하게 변형된 경우라도 주제와의 연관성은 늘 음악 속에 잠복해 있다. 주제의 뼈대는 유지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주곡은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구현해내는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에 나오는 다양한 변주들에서도 역시 원곡인 ‘카프리스’ 24번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 아무리 들어도 원곡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제18변주이다. 제18변주는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멜로디 때문에 영화와 CF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원곡인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과는 정서부터 다르다. 카프리스는 빠르고 경쾌한 반면, 제18변주는 느리고 로맨틱하다.   이처럼 변주곡 중에는 그냥 들어서는 전혀 주제와의 연관성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선율이 나왔을까? 라흐마니노프는 파가니니의 주제 선율을 여러 차례 변형했다. 먼저 단조에서 장조로 옮기고, 다른 조를 바꾼 다음, 그렇게 바뀐 멜로디의 첫 소절의 음들을 거꾸로 배열하고, 템포를 느리게 설정했다. 이렇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것이 제18변주다. 경쾌하고 발랄한 파가니니의 주제선율이 달콤하고 낭만적인 선율로 바뀌게 된 과정에는 바로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라흐마니노프 변주곡 라흐마니노프 변주곡 변주곡 형식 파가니니 주제

2024-10-28

임윤찬, 두다멜과 ‘베토벤’ 협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년 만에 다시 LA무대로 돌아온다.     임윤찬은 오는 29일 오후 8시 할리우드 보울에서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연주한다.     올해는 베토벤의 웅장한 ‘황제’ 협주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으로 심오한 음악 세계로 이끌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8월 할리우드 보울에서 성시연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노 3번 협연으로 LA청중의 찬사를 받았다.     올해 19세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후 국제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신작 최고 연주상, 청중상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과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연주 영상은 1000만 뷰를 훌쩍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2022년 최고의 클래식 음악 공연 10선 중 하나로 꼽았다.     클라이번에서 우승한 후 링컨 센터에서 뉴욕 필하모닉, 할리우드 보울에서 LA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루체른 심포니 등과 함께 성공적인 오케스트라 데뷔를 했다.     한국 시흥에서 출생한 임윤찬은 7세부터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이듬해 예술의전당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음악공부에 몰두했다. 13세 국립예술영재교육원 오디션에 합격했고 12세부터 지도해온 스승이며 멘토인 손민수 한예종 교수를 만났다.     1년 후인 2018년 첫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 특별상을 받으며 국제 음악 무대에 진출했다.     현재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스승인 손민수와 공부하고 있다.     티켓은 17~119달러로 할리우드 보울 웹사이트(hollywoodbowl.com)에서 살 수 있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베토벤 황제 라흐마니노프 연주 국제 피아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2024-08-11

[열린광장] LA 여름밤을 수놓은 피아노 선율

지난 8월1일 LA의 대표적 공연장인 할리우드 보울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성시연 객원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그가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할 때 연주한 곡이다. 유튜브 조회 수가 벌써 1200만 회를 넘어섰고, 지금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연주회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 보울은 엔젤리노들이 사랑하고 자랑하는 꿈의 무대다. 그동안 프랭크 시내트라,루치아노 파바로티, 비틀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다녀갔다.   여러 번 와본 곳이지만 이날은 주차장부터 전쟁터 같았다. 1만8000석이나 되는 좌석에 빈 곳이 있으면 어쩌나 했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한인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 부부는 두 딸과 함께 4인 칸막이 좌석에 앉았다. 모두 와인과 간식거리를 탁자에 놓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와인과 간식을 내놓는 동안 2023년 할리우드 볼 공연 일정 소개 책자를 펼쳤다. 그 한가운데 4페이지에 걸쳐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성시연 지휘자가 소개되어 있었다.   이제 겨우 19세인 임윤찬은 예술가다운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의 인터뷰 내용 중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중학생 시절 호르비치와 뉴욕 필하모닉이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1000번 정도 들었다.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여러 번 읽었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 가장 영감을 준 음악가는 신라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이다. 야망은 1%도 없다.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살고 싶다. 음악은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진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인간에게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임윤찬과 성시연이 나와 인사하고 자리를 잡는다.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그들을 맞았다. 와인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서쪽 하늘에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임윤찬의 힘차고 신들린듯한 연주가 시작됐다.     지휘자인 성시연은 현재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뒤로 질끈 동여맨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정열적인 지휘에 따라 같이 춤을 췄다. 그녀의 지휘도 예술이었다.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열렬한 기립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서 퇴장했던 그가 여러 번 나와 인사를 했지만 박수는 그치지 않았다. 그의 앙코르 곡은 쇼팽의 에튀드10-3 ‘이별의 노래’ 였다. 예술가곡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성시연이 이끄는 LA 필하모닉은 한 시간 가량 더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니 댄스’를 연주했다.   최근 한국은 세계적인 젊은 피아니스트를 세 명이나 배출했다. 조성진,선우예권, 임윤찬이 그들이다. 우리에게는 도도히 흐르는 예술혼이 있음을 보여준다. 진주의 촉석루,밀양의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에서 자연과 어울려 시문을 노래하던 선비들이 물려준 것들이다.   평범한 우리에게도 숨겨진 예술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찾을 기회가 없었고,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누구라도 이것을 찾아내어 생활화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답게 보이고, 우리 속에 숨어있을 희망의 불빛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여름밤 피아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성시연 지휘자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023-08-17

'꿈의 연주'…임윤찬 LA에 온다

LA 필하모닉 2023시즌, 지난해 6월 세계적 권위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사상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공연이 열린다.   ‘마법 같은 능력’과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퀄리티’라는 찬사를 받는 임윤찬의 LA에서 첫 공연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임윤찬은 오는 8월 1일 오후 8시 할리우드보울에서 성시연 지휘자가 이끄는 LA 필하모닉과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노 3번을 협연한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한 후 따뜻하게 안아준 지휘자 마린 알솝은 “임윤찬은 심오한 음악성과 경이로운 기교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보기 드문 아티스트”라고 극찬했다.     올해 19세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후 국제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신작 최고 연주상, 청중상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과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 비평가는 “그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국제 피아노 커뮤니티 전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며 “지적인 기교와 초월적 표현에 대한 완전한 몰입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결정적 순간”이라고 평했다.   한국 시흥에서 출생한 임윤찬은 7세부터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이듬해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에 입학한 그는 음악공부에 몰두했다. 12세부터 지도해온 스승이며 멘토인 손민수 한예종 교수를 만났다.   1년 후인 2018년 첫 콩쿠르인 클리블랜드 청소년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와 쇼팽 특별상을 받으며 국제 음악 무대에 진출했다.   또한 그해 쿠퍼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두각을 나타내어 3등상과 청중상을 모두 수상했다. 2019년에는 15세의 나이로 최연소로 한국의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두 개의 특별상을 받았다.   이후 스페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코리안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코리아 심포니, 수원 필하모닉, 부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한국에서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   2022~2023 첫 투어에서는 미국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퍼포밍 아트 휴스턴에 이어 지난 5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임윤찬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으로 손민수 교수에게 사사하고 있다.   티켓은 할리우드 보울 웹사이트(hollywoodbowl.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은영 기자연주 할리우드보울 피아노 콩쿠르 국제 피아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2023-07-23

[이 작품과 만났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임윤찬 군

지난 10일, “내일 연주도 티켓이 없다면서…?” 하는 공연장 바깥사람들의 안타까운 토로를 들으며 들어갔던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펜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뉴욕 필하모닉과 임윤찬 군의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면서 그렇게 숨도 안 쉬듯 몰입된 청중들의 뒷모습은 전에 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조차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부러 뉴욕에 왔다는 사람들까지, 홀 전체가 미동도 없이 그의 피아노 소리에만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초인적으로 드라마틱한 곡 자체의 매력까지 합해져, 40분이 마치 4분인 듯 지나가 버리고, 혼연일체가 되어 우레와 같이 쏟아져나오는 기립 박수 안에 나도 망연자실한 채 서 있던시간!! 그가 이룬 절정은 ‘감격’이라는 단어로는 심히 표현 부족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한 맨해튼 거리를 달리면서 임윤찬 군의 범세계적인 이 ‘현상’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느 인터뷰를 보든, 19세 소년에 불과한데도 이미 완성된 듯 베어져 나오는 겸손한 인품.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잘 치기 위해, 쉽지 않은 단테의 ‘신곡’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읽었고, 등하굣길에 무려 1000번 이상을 들었다는 오늘의 3번 협주곡 등의 일화가 말해주듯, 그 곡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위해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충실함. 그리고는 스스로 그 속에 빠져들어 듣는 이마저 몰입하게 하는 흉내 낼 수 없는 열정!!   어정쩡한 차원의 완성도에 서성이며 끊임없이 원치 않는 타협을 생각해야 하는 안타까운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아예 머~얼리 떨어져 있는 그의 세계가 너무 부러워서가 아닐까.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알고 난 후 진정으로 좋아해서, 그곳에 몰입만 할 수 있다면, 그렇게나 엄청난 세계, 자신도 행복하기 그지없고, 듣는 이들도 감동에 전율할 수밖에 없는 세계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존 인물 이라서가 아닐까. 사람들 가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꿈을 그가 절절하게 실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잘 살고 있나를 반성하게 해주는 그에게 무한 감사가 보내진다. 내내 건강한 연주자로, 시작과 같이 끝내 담대한 전설로 오래오래 남기를 진정으로 기원해본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남겼던 실존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곳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Shine’에서 이 곡을 들으면서부터 좋아하게 되었고 마침내 제일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 중 한 명이 라흐마니노프임에도, 곡 제목이 2번인지 3번인지 늘 헷갈렸던 우매함이 이번 공연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3번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던 윤찬 군은 스승인 손민수 교수가 보스턴 소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옮김에 따라, 가을학기부터 그곳에 유학하기로 했다고 한다. 뉴욕 가까이 오게 된 그가 더 많은 시간을 뉴요커와 함께해줄 수 있을 듯하여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뉴욕필과의 공연에 숨은 조력자가 계시니, 윤찬 군이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함에 따라, 3년 동안 우승자 콘서트 협찬을 받아 뉴욕필과 협연하게 되었지만, 이 연주회를 후원한 유일한 한인, 미숙 두리틀 님의 조용한 후원에도 큰 감사와 존경을 보내드린다. 나도 행복하고 그도 행복하고 음악을 듣는 이도 행복하게 해주는 그 일을 ‘실천하심’이 쉬운 일은 아님을 잘 아는 까닭이다. 박영숙 / 시인이 작품과 만났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소리

2023-05-18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한 임윤찬군, 콜로라도 온다

 겨우 18세의 나이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국제 피아노 대회인 제 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의 임윤찬 군이 콜로라도를 찾는다. 임군은 1962년 시작되어 매 4년마다 열리는 60년 역사의 이 유서깊은 국제 피아노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선은 지난 6월 14일부터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베이스퍼포먼스 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임군은 두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 이번 결선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압도적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연주해 일제히 기립한 청중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앞선 준결선에서도 극도의 테크닉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에 걸쳐 쉬지 않고 연주해 청중을 놀라게 했다. 특히, 유튜브로 중계된 그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두고선 ‘기념비적 명연’이란 전문가들의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임군은 상금 10만달러(한화 약 1억2900만원)와 음반 녹음 및 3년간 세계 전역의 매니지먼트 관리와 월드 연주 투어의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난 6월 2일 시작된 이번 대회엔 51개국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30명이 경연을 펼쳤다.임윤찬은 2019년 15살 나이에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괴물급 신인’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14살이던 2018년엔 미국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시작은 평범했다. 대개 그렇듯, ‘악기 하나쯤 다루는 게 좋겠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7살 때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천재 피아니스트 계보’에선 상대적으로 늦게 피아노를 시작한 셈이다.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도 없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가수 유재하를 좋아한다는, 여전히 소년티가 감도는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01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에게 배우고 있다. 손민수는 “음악에 몰입해 사는 모습이 마치 18~19세기에 사는 듯하다”며 제자에게 ‘시간여행자’란 별명을 붙여줬다. 임윤찬은 지난해 10월 서울과 대구, 성남에서 리스트의 ‘초절정기교 연습곡’으로 독주회를 열고, 국립심포니, 수원시향, 강남심포니 등 국내 여러 교향악단과도 협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임군은 미국 투어의 일환으로 오는 7월 20일부터 3일간 콜로라도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7월 20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스팀보트 스프링스의 스트링스 뮤직 파빌리온(Strings Music Pavilion, 주소 900 Strings Rd. Steamboat Springs, CO 80487)에서 첫공연이 열리며(티켓구입은 stringsmusicfestival.com), 두번째 공연은 7월 30일 토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살라이다 고등학교(26 Jones Ave. Salida, CO 81201)에서(티켓 구입은 salidaaspenconcerts.org), 그리고 마지막 공연은 포트 콜린스에서 8월 1일 저녁 7시30분부터 10시까지 그리핀 콘서트 홀(Griffin Concert Hall, UCA 주소 1400 Remington St. Fort Collins, CO 80524)에서 펼쳐진다. 티켓은csuartstickets.universitytickets.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15년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이후 혜성같이 나타나 현재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하린 기자콜로라도 콩쿠르 윤이상 국제콩쿠르 피아노 협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2022-07-11

"천재? 저는 노력형…노력할 용기 있어 다행"

  “천재는 절대 아니고요, 전 그냥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북미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임윤찬(18) 피아니스트를 만난 첫 느낌은 ‘순수함’이었다. 앳된 얼굴과 목소리 탓도 있었지만,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콩쿠르 우승 후 당황스럽고 심란했다는 그는, 일각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절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임 피아니스트는 지난 24일 맨해튼 스타인웨이 홀에서 진행된 뉴욕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베토벤 같은 분이 천재”라며 “저는 그냥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 노력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 무대에서 ‘악마의 곡’으로 불리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해 이목을 끌었다. 그의 대담함은 결국 작은 연습실에서 보낸 고독한 시간의 결과물이었다. 임 피아니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고독한 연습 시간이 가장 힘들다”며 “길을 헤맬 때도 있지만, 결국은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해법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피아니스트와의 일문일답.     -수상 소감은, 이번에 배운 점이 있다면. “입상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상을 받아서 처음에 당황을 했다. 약간 심란하기도 했다. 걱정도 되고.”   “음악을 무대에 올리기 직전까지 재검토가 수차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제 허점도 좀 찾았다.”   -피아노를 ‘평생’ 하겠다고 생각한 순간은 “사실 아직까지도 ‘평생’ 이란 확신은 안 든다. 내일 일도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 그렇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의 레코딩을 들었을 때 ‘나도 그분들처럼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하고 있다.”   -전공자가 아닌 부모님이지만 음악적 환경 조성을 잘 해주셨다. “금전적 지원 외엔 부모님이 항상 뒤에 빠져계셨고 강압적인 것은 아예 없었다. 사실 음악가들에겐 ‘방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저희 부모님은 저를 거의 내버려 두셨는데, 그게 가장 도움되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천재라고 일컫는 사람들도 있는데 “천재는 절대 아니고, 그냥 노력하는 사람이다. 노력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게 다행인 것 같다.”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생각은 왜 했나. “어릴 때 아무것도 몰라서 ‘피아노만 치며 기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흐르며 결국 음악은 상업적인 것과 떨어질 수 없다는 결론에 확신이 생겼다. 그런 것을 알게 됐을 때 굉장히 실망했던 순간이 있었고 충격이었다. 산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은 그런 걸 다 버리고 음악만 하고 싶다는 의미로 얘기한 것이다.”   -가장 큰 시련은. “피아니스트들이 항상 연습은 고독한 순간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시인 릴케 역시 외로움 속에서 예술 꽃이 핀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가장 힘들다. 엄청 작은 연습실, 인테리어도 없고 같은 색만 있는 곳에서 하루에 7시간은 연습하다보니 ‘이게 뭐하는 건지’라며 길을 헤맬 때도 있다. 해법은 결국 레코딩을 듣는 것. 들으면서 아, 그래도 저렇게 연주할 수 있다면 이건 별 것 아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인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선전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한국인이라서기보다는, 그 분들 자체가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들인데 한국인이다. 그런 것 같다.”   -모든 장르를 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했는데.   “천재 예술가들의 시대인 르네상스, 바로크 음악에 가장 관심이 많고, 현대음악도 굉장히 좋아해서 상반된 두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물론 있는데, 거의 매일 바뀐다. 오늘같은 경우 러시아의 전설적인 소프로니츠키 피아니스트가 좋았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피아니스트가 좋을 때도 있고, 모두가 아시는 호로비츠도 좋아한다. 생존한 인물 중엔 예브게니 키신, 그리고 저희 선생님(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음악을 제가 가장 좋아한다."   -이제 해외투어까지 하려면 체력이 중요할텐데 "예전엔 수영·축구·야구 등 별 걸 다 했고 관심사도 많았는데 중학교 입학 후 신기하게도 피아노만 치게 됐다. 연습할 게 많으면 정말 시간이 없어서 운동은 못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쇼팽 콩쿠르에도 도전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직 너무 많이 남았고, 어떻게 될 지.”   -한인들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고, 뉴욕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해외공연 스케줄은 7월 중 공개될 예정)    글·사진=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김은별 기자뉴욕 맨해튼 반클라이번 콩쿠르 콩쿨 피아니스트 임윤찬 임윤찬피아니스트 피아노 한예종 리스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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