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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타인종에 불교 가르침 전할 터”

가든그로브와 인근 지역 한인 불교 신자들이 마음 수양을 하는 공간 ‘오렌지카운티 법보선원’이 새 선원장을 맞는다.   지난 1997년 법보선원을 설립, 선원장을 맡아온 정정달(86) 법사가 이임하고 오는 6월 UCLA 불교학 박사 과정을 마치는 덕일(56) 스님이 내달 6일 취임하는 것. 선원장 이, 취임식은 이날 오전 11시 법보선원(12732 Gilbert St, Garden Grove)에서 열린다.   덕일 스님은 서울대 재학 시절 불교 동아리 ‘선우회’를 통해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1996년 김천 수도암 원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지난 2009년 스리랑카 뻬라데니야 대학에서 불교 고전어를 공부했다. 이후 버지니아 대학 종교학 석사를 거쳐 현재 UCLA 불교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덕일 스님은 “한국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가 많았지만 이곳 한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여기 남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정 법사는 “오렌지카운티와 LA에서 덕일 스님의 설법을 듣고 인연을 맺은 신도들과 함께 법보선원에 남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동안 타인종 승려, 불교 신자가 찾아와 교류를 청해도 응하지 못했는데 덕일 스님이 선원장을 맡게 돼 법보선원이 한 단계 성장할 것 같다.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덕일 스님은 “불교에 관심을 갖는 2세와 타인종에게 이해하기 쉽게 교리를 설명하려고 한다. 책을 출간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법보선원 측은 덕일 스님의 선원장 취임과 때를 같이해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다. 덕일 스님은 “4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 공사는 거의 마쳤고 ‘선열당’이란 이름의 명상을 위한 방 공사가 한창”이라고 설명했다.   덕일 스님은 “법보선원을 세대와 인종을 초월해 불자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덕일 스님은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오전 10시30분 법회를 열고 있다. 문의는 전화(714-583-8737)로 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타인종 불교 불교학 박사 불교 신자들 불교 동아리

2024-03-21

프리랜서·온라인 강좌 수강 활용하면 인턴 아니라도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

오늘날의 경쟁적인 취업 시장에서는 많은 인턴십조차 사전 관련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 대학생들이 자주 나에게 묻곤 하는데, 인턴십조차 사전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첫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은 필수적이다.     다음은 인턴십 외에도 대학생들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7가지 제안이다.   1. 진로 관련 동아리에 참여하라: 거의 모든 대학들이 컨설팅 동아리, 엔지니어링 동아리 또는 보험계리학회와 같은 진로 관련 동아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나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은 기업에서 일할 때 직면할 수 있는 것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동아리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참여하는 것은 실제 팀의 역동성을 반영할 수 있어 학생들이 리더십과 조직 및 대인관계 기술을 함양하는 동시에 비슷한 마음을 가진 동료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자원봉사를 하라: 지역 자선단체, 지역사회 단체 및 NGO는 자주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역할에 참여하면 학생들이 운영 업무, 관리 등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학과 학생들은 지역 비영리 단체를 도와 저비용 주택 프로젝트나 지역사회 공원을 설계하여 실용적인 설계 경험과 지역사회 봉사를 결합할 수 있다.   3. 스스로 직접 하라: 개인 프로젝트는 자주 열정에서 비롯된다. 앱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고, 브랜딩에 변화가 필요한 지역 비즈니스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체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진취성, 창의성 및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고용주에게 입증한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들은 면접 중에 기억에 남는 대화 포인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4. 작게 시작하라: 학생들은 작은 인턴십이나 단기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다. 일부 미래  지향적인 기업들은 한입 크기의 과제를 주어 업계 운영의 축소판을 제공하는 것의 가치를 깨달았다. 학생들은 이러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이중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데, 업계의 기대에 익숙해지고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적인 노력 없이도 말이다.   5. 온라인 강좌를 활용하라: Coursera, Udemy 등과 같은 디지털 학습 플랫폼은 교육에 혁명을 일으켰다. 학생들은 평가, 동료 상호 작용 및 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산업에 걸친 강좌들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학생들은 잠재적인 고용주에게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의지를 알린다. 또한, 이러한 강좌의 실용적인 구성 요소들은 자주 직업 관련 작업을 모방하여 학생들에게 실제 도전 과제를 맛볼 수 있도록 한다.   6. 연구하라: 대학의 학문적 환경은 탐구하기에 무르익어있다. 교수들과 협력하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종합적인 논문에 몰두하여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심도 있는 탐구를 할 수 있으며 또한 면접 시 보여줄 수 있는 일련의 작업을 만들어 분석력과 헌신을 강조할 수 있다.     7. 프리랜서로 일하라: Upwork, Fiverr 등과 같은 웹사이트들은 학생들이 전 세계의 클라이언트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진짜 장점은 다음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동안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증언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 두 가지 모두 미래의 고용주에게 인상을 주는 데 중요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전문적인 경험을 얻는 길은 전통적인 인턴십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풍경은 탐험하기를 기다리는 기회들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이러한 길을 수용하여 계속해서 지평선을 넓혀나가야 한다. 인턴십을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차별화하는 다양한 기술을 갖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의:(949)630-8729   www.lacareercoaching.com 제임스 박 대표 / LA 커리어 코칭프리랜서 온라인 동아리 프로젝트 온라인 강좌 개인 프로젝트

2023-09-17

“한인사회 최대 네트워크가 장점”…외대 LAGCEO 15기 모집

‘제15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글로벌 CEO 프로그램·LAGCEO)’ 회원을 모집한다.     LA GCEO 15기 과정은 7월 25일~8월 26일이다. 첫 3일은 한국외국어대 교수진이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한다. LA GCEO(회장 샐리 김)는 2008년 처음 시작해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고 현재까지 총 443명 원우를 졸업시켰다.     샐리 김 회장은 “경제·경영, 와인 등 다양한 과목에 관한 강좌가 준비돼있다”며 “강좌 외에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이 프로그램의 장점을 설명했다.     LA GCEO가 상공회의소를 통해 창설되는 과정을 도운 정동완 운영위원장은 “본업이 회계사라 창설 멤버임에도 수강을 못 하다가 4기 때 참여했다. 10년 전 같이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이 이제는 모두 60대가 됐다. 취미 생활도 크리스마스 행사도 같이하는 가족 같은 관계가 됐다”고 자랑했다.   제 15기 LA GCEO는 ▶4차 산업과 일자리의 미래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 시대의 행동심리 투자전략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고객관계 관리의 시작 ▶ 부동산과 사업체의 세법·상법·상속법 ▶와인강좌 등 10개 강좌가 마련돼 있다. 동아리 활동은 골프, 탁구, 해외여행, 사진 등으로 다양하게 하고 있다.     문의는 ▶LA GCEO 총원우회 213)384-1189/ 323)823-7570/ 213)820-7495로 하면 된다. 글·사진=김수연 기자한인사회 네트워크 한국외국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한인사회 최대 동아리 활동

2022-06-28

고교생들이 10만불 주식투자

고등학생들이 거금 10만 달러를 직접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어 화제다.   뉴저지 세인트 베네딕트 고등학교의 '그레이 비(Gray Bee)' 투자 동아리 학생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10만 달러가 입금되어있는 그로스먼 학생 투자 펀드(GSIF) 자금을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그로스먼 패밀리 파운데이션(Grossman Family Foundation·GFF)은 재테크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이 학교 투자 동아리에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학교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의 80%는 흑인·히스패닉계다. 마이크 스캔런 교장은 “2020년 투자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들은 금융권에서 일하는 선배들과 화상 회의를 통한 모의주식 투자부터 시작했다”고 전했다.   스캔런 교장은 이후 GFF 기금을 받고 학생들이 실제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동아리 활동을 전환했다.   학생들은 회의를 통해 수수료와 수익률 등을 고려해 반에크(VanEck) 반도체 ETF에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동아리 회장 로드리게스는 결정 과정에서 학교 재무 이사회에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학생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주가 변동이 심해 재무 위원회와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스캔런 교장은 “주가가 떨어지면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는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교육 차원에서는 아주 좋은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동아리는 투자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재테크 교육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데이비드 코트렐-밀러 동아리 회계부장은 “동아리 활동 후 전공 희망이 경제학으로 바뀌었다”며 “언젠가 그레이 비의 어드바이저가 돼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 재테크 교육을 하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수연 기자주식투자 고교생 투자 동아리 학교 투자 동아리 활동

2022-04-22

[삶의 뜨락에서] 보고 싶은 동아리 풍경

신입생이 되면 여러 가지 새로운 길이 눈앞에 드러난다. 새롭게 시작하는 많은 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많은 길 중의 하나가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열려있다.     그리고 동행한다. 같이 가는 그 귀한 시간을 즐기면서 신입생은 신입에서 벗어나고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온 길과 또 많은 사람의 발자국을 보며 둘레길 가듯 가슴에 남는 풍광을 기억 속에 담으며 성장한다.     모국을 떠나 살기로 작정하고 바다 건너 이국의 선착장에 도착하면 신입생으로 첫발을 내딛는 자세가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적대적인 듯하고 모든 것이 친절한 듯하고 모든 것이 흥미롭게 보이고 그렇게 여러 개의 길이 다른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는 질문 뒤로 여러 모양의 얼굴들이 표정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다. 만나고 말을 섞고 웃고 울고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딪친다. 같이 가는 시간은 경험으로 바꾼 수업료 되어 신입의 때를 벗겨낸다. 숨어있는 표정을 읽어내고 길을 열고 길옆에 숲의 나무처럼 자리 잡고 그들처럼 표정을 숨기고 서 있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이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 모여 앉아 있던 수많은 새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많고 많은 날개가 무리 지어 날아가며 움직이는 구름 같은 장관을 이룬다. 새 구경하는 철새 도래지 등에서 흔히 보는 이런저런 모양의 새들 군무를 보면 여러 종류의 새가 모여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같은 생각으로 모인 동아리 친구들이 손뼉 마주치며 웃고 웃으며 뛰어가는 듯이 보인다. 같이   날아다님으로 보기 좋은 그림을 펼쳐내고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마음에 맞는 동아리에 들어 좋은 시간과 좋은 얼굴을 가꾸어내는 모양새이다. 함께 있어서 같이 가는 더 좋은 발걸음이고 더 큰 날갯짓이다.   서구 사회가 여러 가지 생각과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커피라는 음료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모여서 이야기 나눌 때 심심하게 마주 앉아야 하는 자리가 커피 한 잔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가능했던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살롱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자유롭게 주고받던, 한자리에 모여서 꽃피어내던 시덥지 않은 이야기에서부터 극히 고상한 이론까지가 모여 사회를 이끄는 공론이 되고 사상이 되고 그 시대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동아리라는 이름 아래 발맞추는 모습이 떠오른다. 각자의 전공 공부와는 별개로 모여서 떠들고 만들어 내던 학생문화의 색깔이 보인다.   모이는 것이 중요한 까닭에 초기 기독교 시대부터 지금까지 기독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모이기를 힘쓰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독재 권력이나 통치 기구에서 ‘모이지 못하게 하라’가 중요한 관리 지침이다. 모이면 전염병이 옮겨지는 자리가 되니까 강제로 혹은 스스로 모이지 않게 되는 처음 겪는 역주행 사회 현상에 모이는 존재인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 이제는 질병 옮기는 것보다 모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감정은 모여야 하는 삶에 껄끄러운 후유증으로 남아있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날아가고 없어져 버린 느낌이 동아리가 실종된 것 같은 섭섭함으로 남는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동아리 풍경 동아리 풍경 동아리 친구들 초기 기독교

2022-02-07

[김창준] 하수처리 전문 업체 창업 주류사회 진입 느낌

  ━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 6화〉 '한인 정치' 물꼬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20〉사업가로 성공하며 미국 정착   신문 배달하며 USC서 토목공학 전공 한인정치협(KAPA) 조직 정치 눈 떠   유학생들이 모이는 동아리에 가입했다. 국제관계 연구 동아리였다. 그런데 모임에 가는 게 큰 부담이었다. 영어가 안되니까 그들의 토론내용을 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고 토론을 벌이며 무언가 개선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국 교육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학생들은 각 나라 외교정책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주제였다. 때때로 토론에서 코리아도 나왔다. ‘세계 속에 한국이 있구나.’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나는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나 식민지 교육을 받았고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도 겪었다. 당시 한국 역사와 나의 존재를 놓고 고민한 적은 없었다. 부정선거에 항거해 목숨을 내걸고 구름 떼처럼 경무대(현 청와대)로 치닫던 학생들 무리를 보고서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먼 미국에 오니까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동아리 회장을 새로 뽑는다고 했다. ‘내가 나가봐야지.’ 새로 들어온 신입 회원의 출마 선언에 다들 생뚱맞은 표정이었다. 정견발표를 준비해야 했는데 영어 소통이 잘 안 됐던 나로서는 도움이 필요했다.   친절하게 대해주던 한 백인 여학생을 찾아갔다. 정견발표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며칠 뒤 학교 신문에 나와 그녀 사진이 크게 실렸다. 우리 팀은 교내에 화제를 불러 모았다. 결국 동아리 회장으로 덜컥 당선됐다. 그 여학생은 동아리 행사마다 나와 함께 늘 같이했다.     우리 파트너십은 이런저런 이유로 2년 임기 중 7개월 만에 깨졌다. 나로서는 영어가 더 절실해졌다. 여긴 미국이었다. 영어를 제대로 해야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면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V와 F, TH, Z 발음이 가장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어느 날 신문을 소리 내 읽었다. 신문에 실린 주요 기사를 몇 번씩 소리 내 읽었다. 그렇게 영어 공부에 매달리자 유학생활 1년 만에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하루가 다르게 귀가 열리고 말문이 터졌다. 그래도 특유의 악센트는 여전히 남아 있고 아직도 서툰 부분이 있다.   그 무렵 지역 신문사 보급소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새벽 시간에 일해 낮에 공부하기 좋았다. 수입도 좋은 편이었다. 신문 배달을 하는 동안 단 하루도 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걸 좋게 봤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역 책임자가 됐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수입이 늘었다. 병원 청소도 그만뒀다.     신문 보급소 일을 하면서 내가 가고 싶었던 USC 토목공학과 2학년에 편입했다. 꿈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원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고들 한다. 그때 내 삶은 원대한 꿈을 갖고 살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코앞에 닥친 현실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학부 공부를 하면서 미국과 미국 사회가 이해됐다. 그러다 보니 미국 친구도 사귀게 됐다.     토목공학은 적성에 맞았다. 이 분야를 공부하기 전까지는 내 성격이 엔지니어에 적합하다는 걸 몰랐다. 공학은 기준을 세우고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모든 작업은 기준에 맞아야 했다. 그런 일이 내 성격과 잘 맞았다. 덕분에 좋은 성적으로 USC 졸업 뒤 곧바로 USC 대학원에 진학했다.   전공은 환경공학으로, 상하수도 물 정화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주경야독으로 조교까지 하면서 1969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온 지 8년 만이었다. 학교에서는 박사과정을 권했지만, 연구직은 내게 맞지 않았다. 주류사회에 나가 사업가로 성공하고 싶었다.   마침 대학원을 마칠 무렵 미 전역에서 하수처리장 설치로 바쁠 때였다. 전공 분야라 좋은 직장에 금방 취직됐다. 신문사 아르바이트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던 빡빡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하수처리 컨설팅 업체인 ‘제임스 몽고메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직접 회사를 차렸다.   하수처리장 짓는 일은 주정부에서 발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으면서 업무상 정부 관계자들을 자주 만났다. 하수처리장 수주를 잘 따기 위해 신문·잡지를 꼼꼼히 읽으며 정부에 관한 지식을 키워나갔다.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폐수처리 사업이 이어지다 보니 일거리가 쏟아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행기를 타고 서부 지역을 날아다녔다. 미국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내가 뭔가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더는 이방인이 아니고 미국 주류사회 일원이 된 기분이었다.     엔지니어로 왕성하게 일하면서 일본계가 만든 아시아기업가협회(AAA)에 나가 활동했다. 얼마 뒤 일본계를 제치고 내가 AAA 회장이 됐다. 그러면서 일본계가 어떻게 미국의 주류사회와 소통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인들과의 교분도 이어갔다. 한인이 늘면서 한인들을 위한 이익단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무역업을 하던 배기성씨와 함께 1972년 한미정치협회(KAPA·카파)를 조직했다. 나는 2대 회장이 됐다. 우리는 카파의 첫 번째 사업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제리 브라운 당시 후보의 정치모금 파티를 열어 후원금을 걷어줬다. 브라운은 8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했다. 당시 최연소 주지사였던 그가 40년 뒤 다시 주지사직에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카파 회원들은 정치 후원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2세들을 위해서라도 한인들이 더는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미국은 거대한 나라지만 그 거대한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지역구민들이 뽑는 주 의원, 시의원이라는 걸 실감했다.     정치 모금은 한인사회 의견을 주지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길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원용석 기자김창준 하수처리 주류사회 영어 공부 지역 신문사 동아리 회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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