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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보고 싶은 동아리 풍경

신입생이 되면 여러 가지 새로운 길이 눈앞에 드러난다. 새롭게 시작하는 많은 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많은 길 중의 하나가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열려있다.
 
 
그리고 동행한다. 같이 가는 그 귀한 시간을 즐기면서 신입생은 신입에서 벗어나고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온 길과 또 많은 사람의 발자국을 보며 둘레길 가듯 가슴에 남는 풍광을 기억 속에 담으며 성장한다.  
 
모국을 떠나 살기로 작정하고 바다 건너 이국의 선착장에 도착하면 신입생으로 첫발을 내딛는 자세가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적대적인 듯하고 모든 것이 친절한 듯하고 모든 것이 흥미롭게 보이고 그렇게 여러 개의 길이 다른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는 질문 뒤로 여러 모양의 얼굴들이 표정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다. 만나고 말을 섞고 웃고 울고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딪친다. 같이 가는 시간은 경험으로 바꾼 수업료 되어 신입의 때를 벗겨낸다. 숨어있는 표정을 읽어내고 길을 열고 길옆에 숲의 나무처럼 자리 잡고 그들처럼 표정을 숨기고 서 있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이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 모여 앉아 있던 수많은 새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많고 많은 날개가 무리 지어 날아가며 움직이는 구름 같은 장관을 이룬다. 새 구경하는 철새 도래지 등에서 흔히 보는 이런저런 모양의 새들 군무를 보면 여러 종류의 새가 모여있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같은 생각으로 모인 동아리 친구들이 손뼉 마주치며 웃고 웃으며 뛰어가는 듯이 보인다. 같이
 
날아다님으로 보기 좋은 그림을 펼쳐내고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마음에 맞는 동아리에 들어 좋은 시간과 좋은 얼굴을 가꾸어내는 모양새이다. 함께 있어서 같이 가는 더 좋은 발걸음이고 더 큰 날갯짓이다.
 
서구 사회가 여러 가지 생각과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커피라는 음료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모여서 이야기 나눌 때 심심하게 마주 앉아야 하는 자리가 커피 한 잔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가능했던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살롱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자유롭게 주고받던, 한자리에 모여서 꽃피어내던 시덥지 않은 이야기에서부터 극히 고상한 이론까지가 모여 사회를 이끄는 공론이 되고 사상이 되고 그 시대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동아리라는 이름 아래 발맞추는 모습이 떠오른다. 각자의 전공 공부와는 별개로 모여서 떠들고 만들어 내던 학생문화의 색깔이 보인다.
 
모이는 것이 중요한 까닭에 초기 기독교 시대부터 지금까지 기독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모이기를 힘쓰라’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독재 권력이나 통치 기구에서 ‘모이지 못하게 하라’가 중요한 관리 지침이다. 모이면 전염병이 옮겨지는 자리가 되니까 강제로 혹은 스스로 모이지 않게 되는 처음 겪는 역주행 사회 현상에 모이는 존재인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다. 이제는 질병 옮기는 것보다 모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감정은 모여야 하는 삶에 껄끄러운 후유증으로 남아있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날아가고 없어져 버린 느낌이 동아리가 실종된 것 같은 섭섭함으로 남는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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