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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용의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1934년 발표한 동명의 추리소설을 시드니 루멧(2011년 사망)이 소설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 만에 영화로 만들었고 그로부터 또 50년이 지났다. 영화는 오늘까지도 가장 흥미진진한 몰입감 최고의 탐정 추리극으로 기억되고 있다.       1973년 알 파치노 주연의 ‘세르피코’를 발표, 흥행 감독으로 떠오른 루멧은 3번에 걸쳐 작업을 함께 한 숀 코너리에게 출연을 제의했고 이후 앨버트 피니, 잉그리드 버그먼, 앤서니 퍼킨스, 로렌 바콜, 리처드 위그마크, 존 길구드, 재클린 비셋, 베네사 레드그레이브 등 당시의 명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루멧은 독일의 전설적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를 캐스팅하는 데는 실패했다.     크리스티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은 셜록 홈스에 필적하는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가 등장하는 8번째 시리즈이다.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간 심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사회적 메시지를 함축한다.     루멧은 출중한 외모를 지닌 상류층 인물들을 등장시켜 지적 유희를 즐기는 크리스티의 작가적 성향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의표를 찌르는 예측 불가의 반전, 수수께끼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등 크리스티의 특성들이 영화에서도 재연된다.   ‘나일강의 죽음’, ‘백주의 악마’ 등 크리스티의 여러 작품이 이미 영화화됐지만, 이 영화만큼 완성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없다. 이전 영화들에 불만이 많았던 크리스티도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했다.     1975년 4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버그먼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피니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더스틴 호프만(레니), 알 파치노(대부 2), 잭 니컬슨(차이나타운)과 경합을 벌였지만 정작 남우주연상은 ‘해리와 톤토’에서 열연한 아트 카니에게 돌아갔다.     크리스티는 실제 일어났던 ‘찰스 린드버그 주니어 유괴사건’에서 소재를 얻어 무대를 열차의 객실로 옮기고 그 안에서 벨기에 출신의 명탐정 푸아로가 범인을 찾아내는 플롯을 구상했다.     폭설로 인하여 발칸 반도 부근의 철로가 막힌 사이 노신사 사무엘 에드워드 래칫(리처드 위드마크)이 칼로 열두 군데가 찔린 상태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시리아 주둔 프랑스군 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앨버트 피니)는 유고슬라비아 경찰이 올 때까지 승객 13명을 잠정적 용의자로 보고 차례로 심문을 시작한다.   한 사람의 혐의가 의심스러워지는 순간, 다른 용의자가 나타나 모호하게 혐의에서 풀려난다. 13명 전원이 알리바이를 입증한다. 푸아로는 외부에서 침입했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살해당한 래칫이 유명 파일럿 존 암스트롱의 딸을 유괴 살인한 후 도주, 신분을 세탁한 란프랑코 카세티였고, 승객 13명이 모두 암스트롱가와 연관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푸아로는 승객들의 증언을 통해 예상치 못한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러나 당초 자신이 말 한대로 외부 침입자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13명의 승객들 모두 암스트롱의 복수를 위해 라쳇을 죽인 범인(들)이었다. 퍼즐은 풀리지만 추리극은 미스터리로 막을 내린다.     화려한 조연진 모두 모자이크 그림처럼 각자의 역을 충실하게 연기했지만 영화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피니의 연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작 소설에서의 푸아로는 영화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캐릭터다. 하지만 약간의 각색과 더불어 유머러스하게 묘사된 영화에서의 푸아로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사회에 참석, 영화를 관람한 작가 자신도 푸아로를 연기한 피니의 연기에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시사회는 크리스티가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인 마지막 행사였다. 4개월 후, 그녀는 85세를 일기로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김정 영화평론가용의자 크리스티 애거사 크리스티 정작 남우주연상 남우주연상 후보

2024-08-14

‘화장실’로 돌아온 거장 “완전에 이르면 세상은 없다”

빔 벤더스는 관습으로부터의 자유, 상업주의 탈피를 외쳤던 60, 70년대 독일의 영화사조 ‘뉴저먼 시네마’를 주도했던 감독이다. 1984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파리, 텍사스’, 천사의 눈을 통해 바라본 베를린을 그린 1987년작 ‘베를린의 천사’(Wings of Desire)가 그의 대표작이다.     벤더스의 영화들은 대체로 전후 독일의 회의적 운명론과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 그리고 동시에 타문화를 침식하는 미국 문화에 대한 비판을 특징으로 한다. 80년대의 전성기 이후, 침체기를 가졌으나 2010년대에 들어서는 극영화보다는 ‘피나’(2012),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2014), ‘안셀름’(2023)과 같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주로 활동해왔다.     빔 벤더스의 6년 만의 장편 컴백작으로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줬으며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의 일본 출품작이었던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의 ‘화장실 프로젝트’ 홍보영상 기획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무서운 인식이 지배적인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쿄시는 2022년 초 벤더스 감독에게 단편 4편 중 1편을 의뢰한다.     “예술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과 함께 단편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 도쿄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다. 나를 화장실의 비중이 높은 일본 문화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줘서 그 제안이 고마웠다.”     그와 일본, 특히 도쿄와의 인연은 70년대 초로 돌아간다. 그가 50년대 일본영화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에 매료되어 일본에 빠져들어 가던 시기였다.   “처음 도쿄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지하철을 타고 매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 거대한 공간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돌아다닌 그 몇 시간 동안 나는 도쿄와 사랑에 빠졌다. 옛것들과 현대적인 것들, 고층빌딩과 지하 2층, 3층 고속도로 등 혼란스러움 가운데 보이는 심플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가 둘러본 시부야의 공중 화장실들은 ‘위생의 사원’처럼 보였다. 도시의 복잡함, 그러면서도 평화로워 보이는 생활 공간, 그 안에 보이는 미로가 그를 유혹했다. 공중화장실을 소재로 한 빔 벤더스 버전의 도쿄 ‘퍼펙트 데이즈’의 제작 동기다.     “화장실 그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사람과 예술을 찾아내고 싶었다. 일본에서 화장실은 작은 성역이다. 평화와 존엄이 존재하는 곳이다. 단편은 나의 언어가 아니다. 화장실을 소재로 한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일본의 ‘공동선’ 의식, 도시와 서로에 대한 상호 존중은 그에게 영화로서 접근하기에는 버겁고 너무나도 새로운 영역이었다. 각본을 함께 작업한 타카사키 타쿠마와 많은 토론을 하며 벤더스 감독은 마침내 ‘우리의 남자’ 히라야마의 캐릭터를 찾아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그 배우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히라야마를 연기한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다. 야쿠쇼는 이 역으로 칸영화제를 비롯, 일본 아카데미상, 토론토영화제, 아시안영화제, 시애틀평론가협회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최우수남우연기상을 수상했다.     “야쿠쇼는 평소 존경하던 배우였다. 그는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 히라야마의 삶을 연기할 수 있는 최고의 배우였다.”     ‘퍼펙트 데이즈’는 공중화장실 청소부가 직업인 한 남자의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행복의 디테일’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룬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늘 겸허하며 겉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는 도심 한구석의 외로운 영혼이었음을, 벤더스 감독 특유의 시적인 터치로 묘사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건, 가장 낮은 지점에서 깨달음을 얻은 히라야마의 내면이다. 그는 과거를 가진 남자이다. 그가 어떻게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지옥을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히라야마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게 된다.”   떨어지는 나뭇잎이 태양 빛에 반사되는 실루엣을 히라야마가 촬영하는 장면이 있다. 벤더스 감독은 히라야마의 일상 안에 숨어있는 상징성을 ‘코모레비’라는 말로 설명한다.     “코모레비라는 햇빛에 의해 벽에 춤추는 나뭇잎의 그림자 이미지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서 히라야마는 단순함과 겸손함을 배운다. 그리고 청소부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간다.”   히라야마는 자신이 가진 몇 안 되는 것들에 만족한다. 그는 구식 필름 카메라로 나무 곁에 앉아 코모레비의 순간을 포착하고 문고판 책만을 읽으며 어렸을 때부터 모아둔 카세트테이프로 록음악을 듣는다.   “공중 화장실 청소부는 ‘열등한’ 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영적인 행위이다. 평등과 겸손, 공동선의 몸짓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것이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태도라는 걸 알고 공동선의 개념을 이해하게 됐다.”   ‘퍼펙트 데이즈’는 벤더스 감독이 그의 스승 오즈 야스지로에게 헌정하는 영화다. 1982년, 오즈 감독의 마지막 영화 ‘꽁치의 맛’(1962) 이후 20년 만에 다큐멘터리 ‘Tokyo-Ga’를 제작했었다. 그리고 60년이 지나 다시 도쿄에 입성, ‘퍼펙트 데이즈’를 제작했다. 두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히라야마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즈 감독의 어떠한 점들이 그의 영화에 그토록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궁극적으로 그를 일본 문화에 심취하게 했을까.       “그의 영화에 스며든 모든 느낌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그의 영화의 모든 것이 독특하다. 단 한 번 일어나는 사건들이지만, 그가 펼치는 이야기들에는 영원성이 담겨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Always’라는 규칙적인 리듬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를 통해, 우리의 삶이란 독특한 이벤트, 독특한 만남, 독특한 순간이 사슬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을 뿐, ‘완전(Perfect)’에 이르면 그 이상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분히 동양적인, 그리고 극히 단순한 진리를 탐구하는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화장실 완전 공중화장실 청소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2024-03-13

스티븐 연, 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한인 배우 스티븐 연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배우조합상 TV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 25일 LA의 슈라인오디토리엄&엑스포홀에서 열린 제30회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스티븐 연은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스티븐 연은 이번 수상으로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에미상 시상식,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 이어 올해 국내 주요 시상식 4개의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모두 석권하게 됐다.   특히 배우조합상은 할리우드의 동료 배우들이 연기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배우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스티븐 연은 수상 소감으로 부모에게 감사를 전한 뒤 연기 코치를 언급하며 “매번 내가 ‘넌 이해 못 해, 이건 아주 한국적인 것 같아’라고 말할 때마다 그녀는 ‘아니, 그건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야’라고 말해줬다. 그게 내게는 정말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연과 함께 ‘성난 사람들’의 여주인공을 열연한 앨리 웡도 이날 같은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스티븐 연을 비롯한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운전 도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로 시작한 갈등이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았다.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 배우조합상 tv 에미상 시상식

2024-02-25

세계 최대 LA웹영화제 내달 개막

K팝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라키가 주연한 '짠내아이돌'을 비롯한 국내 웹드라마(웹시리즈)와 단편 영화 등 작품 11편이 세계 최대 웹시리즈 영화제인 'LA웹페스트 2022'에 초청받았다.   'LA웹페스트 2022'는 다음 달 4~5일 LA한국문화원(KCCLA)에서 열린다. 부대 행사 등을 거쳐 5일 오후 4시에 수상작이 발표된다.   20일 'LA웹페스트 2022' 집행위원장인 강영만 감독에 따르면 '짠내아이돌'과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 등 웹시리즈 7편, '짜장면 고맙습니다'와 '번화가' 등 단편 영화 4편이 공식 노미네이트됐다.   '짠내아이돌'은 올해 8월 웹 콘텐츠 전문 국제 페스티벌 '서울웹페스트 2022'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인기 그룹 내 비인기 멤버의 처절한 생존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LA웹페스트 2022'에서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시리즈 작품상 등 3개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보이그룹 씨아이엑스(CIX) 멤버 배진영 주연의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베스트 드라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서울웹페스트 2022'에서는 베스트 드라마상을 받았다.   배우 이태성의 어머니 박영혜가 신성훈 감독과 공동 연출한 '짜장면 고맙습니다'도 수상 기대작이다. 장애인 부부의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최근 해외 영화제 등에 잇달아 출품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LA웹페스트 2022'에서는 감독상과 단편 작품상, 베스트 드라마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김민하가 주연을 맡은 '번화가'는 여우주연상과 단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강 감독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제 중 하나인 LA웹페스트 집행위원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앞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웹콘텐츠 시장이 커질 텐데 한국 콘텐츠를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시작된 LA웹페스트는 2018년 5월 창립자 마이클 아자퀴가 세상을 떠나면서 잠정 중단됐다. 강 감독이 이번에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4년여 만에 재개됐다. 강 감독은 앞으로 5년간 LA웹페스트를 이끌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방영되는 짧은 콘텐츠인 웹드라마는 드라마에 편중된 우리나라와 달리 그 장르가 다양한 외국에서는 웹시리즈로 불린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50개의 웹시리즈 전문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la웹영화제 세계 베스트 드라마상 여우주연상 베스트 남우주연상 시리즈

2022-10-21

에미상 거머쥔 '오겜'에 한인 자부심도 '쑥쑥'

    배우 이정재가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드라마 감독상을 거머쥐면서 대중 문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아시아 배우가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이정재를 호명했다. 이정재는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 제레미 스트롱, ‘세브란스: 단절’의 아담 스콧,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배우 이정재의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에 대해 워싱턴 일원에 사는 한인들도 축하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김은숙 씨는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남우 주연상, 감독상을 받은 것은 미국을 크게 뒤흔들어 놓은 놀라운 사건이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든 작품이지만, 꼭꼭 문을 걸어 잠그고 미국인들에게만 주는 에미상을, 대화속 영어도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 비영어권 드라마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오징어 게임이 언어 등 문화를 넘어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터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는 "한민족의 특성인 재미, 돈, 성공, 실패가 집약돼 있는 드라마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난데일에 사는 신 모 씨(70)는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기쁘게 말했다. "옛날 어릴적 한국 영화의 수준은 빗물이 줄줄 새는 신파극 수준이었는데, 이제 미국에서 제일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에미상을 수상하다니, 꿈만 같은 기적과 같다. 이제 K-POP, 드라마, 영화까지 한류를 통해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 됐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60년대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국인들이 이제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는 박 모 씨(50대)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한국 영화와 한국 배우가 세계적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다. 이런 한류열풍과 경제성장 덕에 요즘 미국에 오는 한국사람들을 보면, '선진국민으로서 미국에 와서 산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인 어린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로 '나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음악, 영화, 먹거리에 이어 K드라마가 미국 안방을 점령하면서 70년대 이민 붐 이래로 3세대로 접어들며 그 존립 자체에 대한 논의마저 오가던 '한인사회' 및 '한인 정체성' 확립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K문화에 노출되며 자라난 현재 10대 청소년들은 그들의 아버지인 한인 2세들보다 한국문화와 언어 등에 더욱 긍정적이다. 이를 반증하듯, '오징어 게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인 제시카 박(23) 양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국 문화나 경제가 아직도 후진국 처럼 말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세계 최고의 경제와 문화 아이템들이 즐비한 한국이 자랑스럽고,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에미상 자부심 에미상 남우주연상 에미상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자

2022-09-13

흑인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시드니 포이티어 별세

흑인 배우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사진)가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포이티어는 흑인 배우의 존재감이 지극히 미미했던 1950∼1960년대 헐리우드에서 인종의 벽을 깬 개척자이자 선구자였다.   그는 1950년 영화 ‘노웨이아웃’(No Way Out)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인종주의자 백인 죄수 동료(토니 커티스)와의 탈주극을 그린 1958년작 ‘흑과 백’(The Defiant Ones)을 포함해 포이티어의 출연작 중엔 흑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1967년작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에선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진 의사를 연기했고, 같은 해 '밤의 열기 속에서'(In The Heat Of The Night)에선 인종차별 속에서 살인 수사를 하는 경찰 역할을 맡았다.   영국 빈민촌 학교에 부임한 아프리카 출신 교사로 출연한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매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포이티어는 '흑과 백'으로 1958년 흑인 배우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이어 6년 후 1964년 '들판의 백합'(Lilies of the Field)으로 흑인 배우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의 역사를 썼다.   영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그에게 2002년 아카데미 공로상이 주어졌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그에게 민간인 최고 영예인 자유 메달을 걸어주기도 했다.남우주연상 포이티어 오스카 남우주연상 포이티어 별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022-01-07

미 SNL도 '오겜' 패러디…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말렉 등장(종합)

고침내용 : [환율 오류 논란 추가하면서 리드 수정. 부제 추가, 환율 오류 부분 영상 캡처해 추가.]미 SNL도 '오겜' 패러디…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말렉 등장(종합) '40억원=47.89달러' 엉터리 환율 유머 삼아 '한국 비하'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을 내놓아 세계적 열풍에 동참했다. 17일(현지시간) 미 SNL 측은 유튜브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배우인 라미 말렉이 참여한 오징어 게임 패러디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말렉은 드라마의 상징이 된 녹색 체육복을 입고 게임에 참여한다. 영상 초반부 말렉은 "키우던 강아지도 팔아야 했다" 등의 노랫말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함께 등장한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은 "내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오징어 게임 참가"라고 노래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영상 속 인물의 복장이 초록색 체육복으로 바뀌며 오징어 게임이 펼쳐지는 장소로 배경이 전환된다.       작중 주인공인 조상우(박해수 분)와 같이 218번을 단 말렉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등 게임 진행 도중 동료들이 죽는 광경을 지켜보며 "이게 오징어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노래를 이어간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미국의 놀이인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 장면에서는 인형이 쳐다볼 때마다 노래를 멈추는 등 작중 설정을 그대로 따랐다. 영상 말미에 말렉은 작중 승자인 성기훈(이정재 분)처럼 456번을 단 데이비슨에게 밀려 단상 밖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영상이 공개된 SNL 유튜브 계정에 "오징어 게임의 미국 버전으로 상상했던 것을 정확히 보여줬다"는 댓글이 달리자, 7천500명이 '좋아요'를 보내는 등 시청자 호평이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역시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소재로 한 덕에 이번 패러디는 SNL 토요일 방송 중 눈에 띄는 순간이 됐다"고 호평했다.       이 영상이 한국에도 알려지면서 '한국을 비하한다'는 논란이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영상 중반부 말렉은 구글 검색 기능을 이용해 상금 40억원을 미국 달러로 환산한다. 그런데 영상에서 40억원은 337만달러가 아니라 47.89달러(약 5만6천700원)으로 표시되며 "환율 때문에 헷갈린다"는 노랫말이 이어지자 방청객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트위터 이용자는 "이는 아시아를 화폐가치가 낮은 못 사는 곳으로 취급하는 것", "한국 돈으로 40억원이 47달러밖에 안 된다니 어이가 없다"과 같이 반응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이게 SNL식 개그", "환율 계산 부분에서 제일 크게 웃은 것 같다" 등 상반되는 의견도 있었다. 이집트 출신 배우 라미 말렉은 2019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록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역을 열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개봉작으로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마지막으로 출연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는 본드의 숙적인 '악당 사핀'역을 맡았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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