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거머쥔 '오겜'에 한인 자부심도 '쑥쑥'
한인 3세들 정체성, 문화대국 대한민국이 거든다
배우 이정재가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드라마 감독상을 거머쥐면서 대중 문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아시아 배우가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이정재를 호명했다. 이정재는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 제레미 스트롱, ‘세브란스: 단절’의 아담 스콧,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를 제치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차지했다.
애난데일에 사는 신 모 씨(70)는 “한국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기쁘게 말했다. "옛날 어릴적 한국 영화의 수준은 빗물이 줄줄 새는 신파극 수준이었는데, 이제 미국에서 제일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에미상을 수상하다니, 꿈만 같은 기적과 같다. 이제 K-POP, 드라마, 영화까지 한류를 통해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 됐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60년대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국인들이 이제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는 박 모 씨(50대)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한국 영화와 한국 배우가 세계적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다. 이런 한류열풍과 경제성장 덕에 요즘 미국에 오는 한국사람들을 보면, '선진국민으로서 미국에 와서 산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인 어린이나 청소년도 마찬가지로 '나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음악, 영화, 먹거리에 이어 K드라마가 미국 안방을 점령하면서 70년대 이민 붐 이래로 3세대로 접어들며 그 존립 자체에 대한 논의마저 오가던 '한인사회' 및 '한인 정체성' 확립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K문화에 노출되며 자라난 현재 10대 청소년들은 그들의 아버지인 한인 2세들보다 한국문화와 언어 등에 더욱 긍정적이다. 이를 반증하듯, '오징어 게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인 제시카 박(23) 양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국 문화나 경제가 아직도 후진국 처럼 말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세계 최고의 경제와 문화 아이템들이 즐비한 한국이 자랑스럽고,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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