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오징어게임’에서 땅따먹기를

‘세상의 끝, 희망의 끝, 그 모든 것의 끝을 찿기라도 하듯 새들은 멀고 먼 외로운 바닷가에 날아와 생을 마감한다. 새들은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쓸쓸한 바닷가에 날아와 죽는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Les oiseaux vont mourir au P rou(1962)’를 나름 요약해 본다. 바닷가에는 죽은 새들의 부서진 날개와 흩어진 깃털이 화석처럼 모래 위에 남아 있다. 새들은 왜 멀고 먼 길 날아 페루의 외로운 바닷가에서 죽는 걸까.     가난한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 로맹 가리는 홀어머니와 함께 ‘혁명과 궁핍’의 발톱을 피해 리투아니아와 바르샤바를 거쳐 13살 때 니스에 정착한다. 프랑스를 숭배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얻지만 그는 멸시 받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폴란드에서 이주한 유대인 어머니는 가난과 당뇨병에 시달리면서 단 하루도 노동을 쉬지 않았고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외우게 했다. 어머니는 굶어도 그의 밥상에는 고기를 올렸다. ‘새벽의 약속’에서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식탁 맞은편에 앉아 가끔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들 때면, 어머니에 대한 내 사랑을 담기에 세상이 너무 작은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그는 고백한다.     로맹 가리는 ‘하늘의 뿌리’로 1956년 콩쿠르 상을 받은 데 이어 1975년 가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두번째 콩쿠르 상을 수상한다. 콩쿠르상은 작가에게 단 한 번만 허용되는 상이라서 문단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위대한 문학적 천재는 파리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세계 제2차 대전에 첨전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지만 영원한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 1980년 파리에서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하는데 연인이고 아내였던 ‘슬픔이여 안녕’의 여주인공 진 세버그가 자살한 지 1년 뒤의 일이다.     그의 소설은 ‘인간’이라고 하는 거대한 허영에 대한 신랄한 탄핵이며 자기 기만에 대한 심오한 성찰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작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로맹 가리는 익숙하게 날아 오를 푸른 창공도 깃털을 품고 등을 기댈 사랑도 돌아가야 할 고향집도 찿지 못했다.     ‘외국인’은 단순히 외국에서 온 사람을 말하지만 ‘이방인’이란 말은 타지에서 왔고, 우리 말을 별로 잘하지 못하고, 우리 지역의 지리나 관습을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방인인지 모른다. 우주에서 추방된 작은 돌덩이나 먼지가 지구에서 떠돌다가 페루의 바닷가로 귀향하는.     어머니는 고향땅 어버지 곁에 묻히고 싶어 하셨는데 소원을 이루지 못하셨다. 피끓던 젊은 시절 나는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었다. 코스모스 한가롭게 핀 길 따라 나비 잡으며 수양버들에 묶인 그네 타던 꿈을 꾼 날은 배갯닛이 젖어있었다.     이젠 바보처럼 울지 않는다.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다. ‘이방인’이란 이름표 달고 살아도 내 자식과 그 자손들이 뿌리 내릴 곳이 내 나라고 나의 고향땅이다.     죽을 때가 가까워져도 페루도, 한국에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는 것이 ‘번지 없는 주막’에 이름 석자 매다는 것이라 해도 ‘오징어게임'에서 땅따먹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안 밀려나고 동그라미 둥글게 그리며 사는 날까지 살 작정이다.   세상의 끝, 모든 것의 끝을 따라 희망의 끈 놓지 않기로 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오징어게임 땅따먹기 유대인 어머니 프랑스 국가 창공도 깃털

2022-09-20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원앙의 깃털처럼 따스한

오리 두 마리가 한가롭게 헤엄친다. 뒷마당 작은 연못에도 봄이 왔다. 나무 숲만 줄지어 서 있는 풍경 속에 어디서 혹한을 피해 몸을 추스렸을까. 중서부 겨울은 모질게 춥다. 생명 있는 것들은 껴안고 있어도 겨울을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집 오리는 붙어 다닌다. 혼자 헤엄치는 걸 본 적 없다. 앞서 가려고 다투지 않고 빙그르르 타원 그리며 물러나고 앞서간다. 부리 마주대고 속삭이지 않고 멀뚱하게 앞만 보고 물장구친다. 가끔은 퍼덕거리며 날갯짓으로 안부를 묻는다. 껴안고 입맞추지 않아도 살아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동반자의 숨결인가.   ‘翩翩黃鳥(펄펄 나는 저 꾀꼬리) / 雌雄相依(암수 서로 정답구나.) /念我之獨(외로울 사 이내 몸은) / 誰其與歸(뉘와 함께 돌아갈꼬.)’   고구려 제2대 유리왕(瑠璃王)은 왕비 송 씨가 죽은 뒤 두명의 후실, 화희와 치희를 두었는데 서로 화목하지 못해 동궁과 서궁을 짓고 떨어져 살게 한다. 왕이 사냥간 동안 두 여자는 크게 싸워 치희가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에 의탁해 우의적으로 표현했는데 현전하는 최고의 서정시로 꼽힌다. 짝 잃은 외로움을 주관적인 서정에 담아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로 문학상의 의미가 크다.   오리 깃털의 색깔은 암컷보다 수컷이 더 아름답다. 뚱뚱하고 편평한 달걀 모양의 온 몸에 솜 같은 깃털이 빽빽이 자라나 있어 깃털에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차가운 물에서도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꼬리 부근에 있는 분비선에서 나오는 기름을 부리로 깃털에 바른다. 기름이 묻은 깃털 아래에는 솜깃털이라고 하는 보풀보풀한 깃털층이 겉깃털과의 사이에 공기를 가두어 몸을 따뜻하게 한다   원앙(Mandarin Duck)은 약 2,5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처음 기르기 시작하다가 약 2,00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원앙은 암수의 깃털이 워낙 차이가 나서 고대 중국에서는 서로 다른 새인 줄 알고 수컷은 ‘원’, 암컷을 ‘앙’으로 따로 이름을 붙였는데 같은 종임을 알고 원과 앙을 합쳐 ‘원앙’이라고 명명하게 된다.   원앙은 한 쌍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예부터 원앙은 부부간의 애정을 표현하는 동물로 신혼부부들이 가장 바라는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이다. 원앙은 짝을 지어 항상 같이 다니기 때문에 부부 간의 금실이 좋은 새로 인식되었다. 결혼할 때 원앙을 수놓은 이부자리나 원앙 한 쌍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원앙은 부부금실이 그다지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월동지에서 수컷이 암컷에 구애를 하고 암컷이 마음에 드는 수컷을 짝으로 결정하면 부부가 된다. 이러한 번식활동을 해마다 반복해서 매년 짝이 바뀌게 된다. 원앙 수컷은 둥지가 정해지고 알을 까면 새끼 양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번식초기에 짝을 이루어 살다가 암컷이 알을 낳고 품기 시작하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또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수컷이 화려해 적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떠난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다.   나이 들수록 함께 지내는 말동무가 곁에 있는 것은 행운이다. 칠흙 같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고 억만금의 세월이 지나도 사랑이 있었기에 원앙의 깃털처럼 따스하고 행복했다. 함께 나누는 사랑은 영원한 생명을 잉태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원앙 깃털 원앙 수컷 오리 깃털 부리로 깃털

2022-04-0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