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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원앙의 깃털처럼 따스한

이기희

이기희

오리 두 마리가 한가롭게 헤엄친다. 뒷마당 작은 연못에도 봄이 왔다. 나무 숲만 줄지어 서 있는 풍경 속에 어디서 혹한을 피해 몸을 추스렸을까. 중서부 겨울은 모질게 춥다. 생명 있는 것들은 껴안고 있어도 겨울을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집 오리는 붙어 다닌다. 혼자 헤엄치는 걸 본 적 없다. 앞서 가려고 다투지 않고 빙그르르 타원 그리며 물러나고 앞서간다. 부리 마주대고 속삭이지 않고 멀뚱하게 앞만 보고 물장구친다. 가끔은 퍼덕거리며 날갯짓으로 안부를 묻는다. 껴안고 입맞추지 않아도 살아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동반자의 숨결인가.
 
‘翩翩黃鳥(펄펄 나는 저 꾀꼬리) / 雌雄相依(암수 서로 정답구나.) /念我之獨(외로울 사 이내 몸은) / 誰其與歸(뉘와 함께 돌아갈꼬.)’
 
고구려 제2대 유리왕(瑠璃王)은 왕비 송 씨가 죽은 뒤 두명의 후실, 화희와 치희를 두었는데 서로 화목하지 못해 동궁과 서궁을 짓고 떨어져 살게 한다. 왕이 사냥간 동안 두 여자는 크게 싸워 치희가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에 의탁해 우의적으로 표현했는데 현전하는 최고의 서정시로 꼽힌다. 짝 잃은 외로움을 주관적인 서정에 담아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로 문학상의 의미가 크다.
 
오리 깃털의 색깔은 암컷보다 수컷이 더 아름답다. 뚱뚱하고 편평한 달걀 모양의 온 몸에 솜 같은 깃털이 빽빽이 자라나 있어 깃털에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차가운 물에서도 몸을 보호할 수 있다. 꼬리 부근에 있는 분비선에서 나오는 기름을 부리로 깃털에 바른다. 기름이 묻은 깃털 아래에는 솜깃털이라고 하는 보풀보풀한 깃털층이 겉깃털과의 사이에 공기를 가두어 몸을 따뜻하게 한다
 
원앙(Mandarin Duck)은 약 2,5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처음 기르기 시작하다가 약 2,00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원앙은 암수의 깃털이 워낙 차이가 나서 고대 중국에서는 서로 다른 새인 줄 알고 수컷은 ‘원’, 암컷을 ‘앙’으로 따로 이름을 붙였는데 같은 종임을 알고 원과 앙을 합쳐 ‘원앙’이라고 명명하게 된다.
 
원앙은 한 쌍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예부터 원앙은 부부간의 애정을 표현하는 동물로 신혼부부들이 가장 바라는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이다. 원앙은 짝을 지어 항상 같이 다니기 때문에 부부 간의 금실이 좋은 새로 인식되었다. 결혼할 때 원앙을 수놓은 이부자리나 원앙 한 쌍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원앙은 부부금실이 그다지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월동지에서 수컷이 암컷에 구애를 하고 암컷이 마음에 드는 수컷을 짝으로 결정하면 부부가 된다. 이러한 번식활동을 해마다 반복해서 매년 짝이 바뀌게 된다. 원앙 수컷은 둥지가 정해지고 알을 까면 새끼 양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번식초기에 짝을 이루어 살다가 암컷이 알을 낳고 품기 시작하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또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수컷이 화려해 적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떠난다는 의견이 있기는 하다.
 
나이 들수록 함께 지내는 말동무가 곁에 있는 것은 행운이다. 칠흙 같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고 억만금의 세월이 지나도 사랑이 있었기에 원앙의 깃털처럼 따스하고 행복했다. 함께 나누는 사랑은 영원한 생명을 잉태한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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