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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가을은 깃털

눈부시게 푸른
 
쪽빛 가을 하늘
 
살짝 손끝을 대자
 
얼음 쩍 갈라지는 소리
 
갈라진 틈새로 쏟아지는
 
청잣빛 햇살 찍어
 
온몸에 문지른다
 
 
 
어둡고 칙칙했던 내 몸에서
 
푸른 광채가 피어난다
 
한때 가볍고 명랑했던 내 몸
 
살아온 세월과 더불어
 
멍들고 녹슬고 암갈색으로 굳어가던 즈음  
 
 
 
공원 벤치에 누워
 
하늘을 마신다
 
가을을 입는다
 
얼굴을 간질이는 영롱한 햇빛이
 
까르르 까르르 웃어 젖히고
 
손바닥에는 영근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어느덧 이야기들은 손가락 끝에서 빠져나와
 
서로의 표정을 읽고
 
비벼댄다
 
앙금을 밖으로 끌어낸다
 
날려 보낸다  
 
 
 
가을 쪽빛
 
내 몸을 몇 차례 돌고 나면
 
나는 어느새 새하얀 깃털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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