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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건강한 하루를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 나도 80대에 접어들면서 주어진 시간을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의학자인 히포크라테스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일 아침에 일어나 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20분 이상 걸으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운동에는 등산, 자전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쉬운 게 걷는 것이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고, 집 근처에서도 가능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헬시 웨이트(Healthy Weight)의 보고에 따르면 걷기와 같은 신체 운동은 혈압을 낮추며, 빠른 속도로 걸으면 심장, 폐 및 순환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심장병, 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도 줄인다는 것이다. 더불어 걷는 운동은 단백질을 생성해 신경 세포의 성장, 발달 및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유도 단백질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ic Factor)의 수준을 높여 준다고 한다. 걷는 운동을 통해 BDNF 수준이 높아지면 신경 퇴행 질환인 알츠하이머, 파킨슨, 우울증, 불안 등의 정신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헬시 웨이트에 따르면 60~69세 남성은 1마일에 평균 2200~2500보를 걷는다. 1마일당 2250보로 계산해 1만보를 걷게 되면 대략 4.4마일이 된다. 시간으로는 1시간 47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나이가 60 - 69세인 남성이 1시간에 3마일을 걷고, 여성은 1시간에 2.8 마일을 걸으면, 하프 마라톤 거리를 걷는데 남자는 4시간18분, 여자는 4시간 36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균형을 잡기도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니어는 신체적 균형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부상이나 낙상 사고가 잦다고 한다. 또한 낙상 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매우 높다는 것이다.         뉴욕 대학교 물리 치료학과 부교수인 아네트 루베츠키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쪽 다리로 50대는 약 40초, 60대는 20초, 70대는 10초 동안 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건강의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한쪽 다리만으로 서는 것이 힘들 경우에는 한 손을 의자나 벽에 기대고 한 발로 서기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운동을 계속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설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기에 육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그 날까지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명렬 / 작가열린광장 건강 신체 운동 신체적 균형 정신질환 예방

2024-05-28

[열린광장] ‘정의의 균형’을 추구하는 이유

경제학 이론을 통해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공정성을 강조하며 사회복지정책을 설파한 사람이 존 러스킨(John Ruskin)이다. 그는 영국이 낳은 19세기의 위대한 사회 사상가로 런던의 부유한 포도주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대표적 ‘런던 좌파’였다. 러스킨은 그의 저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에서 정치경제학을 한 국가의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시의적절하게 생산, 보존 그리고 분배하는 전반을 다루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은 ‘득실의 균형’이 아닌 ‘정의의 균형’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조물주의 의도라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러스킨의 이론은 어디에 바탕을 둔 것일까. 신약성경의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의 품꾼들’ 비유가 근원이다. 포도원 주인은 아침 6시에 장터로 가 품꾼들에게 하루 품삯으로 데나리온(로마 은전) 1개를 주기로 약속하고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그런데 오전 9시, 정오, 그리고 오후 3시에도 장터에 갔더니 여전히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도 포도원에 들여보냈다. 놀라운 것은, 1시간 후면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에도 장터에 사람들이 있었다. 포도원 주인이 “너희는 어째서 종일 놀며 여기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요”라고 답했다. 포도원 주인은 안타까운 마음에 “너희도 포도원에 가라”고 허락했다.     하루 일이 끝난 후, 포도원 주인은 청지기에게 나중 온 품꾼부터 시작해 먼저 온 품꾼까지 품삯을 주라고 일렀다. 오전에 온 품꾼들은 오후 5시에 온 품꾼들이 데나리온 1개를 받는 것을 보고 자신들은 더 많이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데나리온 1개가 지급됐다. 먼저 온 품꾼들은 주인에게 “어떻게 온종일 일한 우리와 동등하게 품삯을 지불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포도원 주인이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데나리온 1개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에 온 품꾼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은 내 뜻이니라”고 대답했다.     원래 이 비유는 예수께서 천국을 설명하기 위해 들려준 이야기다. 하지만, 러스킨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발표한 후부터 사회복지정책 홍보에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 비유에 등장하는 포도원 품꾼들을 살펴보면, 아침 6시에 뽑힌 품꾼들은 고용주가 원하는 실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요즘 말로 스펙이 좋은 품꾼들이다. 그리고 오전 9시, 정오, 그리고 오후 3시에 뽑힌 품꾼들은 전문성은 없지만 필요할 때 일시적인 업무를 위해 고용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후 5시에 뽑힌 품꾼들은 일반적으로 고용주가 채용을 꺼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능력이 부족해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포도원의 품꾼들’ 비유를 해석해 보면, 포도원 주인이 종일 일 하고 하루 치 품삯을 받은 사람들을 냉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데나리온 1개는 처음에 그들과 합의한 품삯이었다. 포도원 주인이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품삯을 지불한 것은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활용해서 이웃에게 사랑과 물질적 도움, 그리고 기회의 공평성을 베풀기 위해서였다.     러스킨이 ‘득실의 균형’이 아닌 ‘정의의 균형’을 강조한 것은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혼자 잘 사는 것보다는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진보적인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열린광장 균형 포도원 주인 사회복지정책 홍보 사회적 공정성

2024-05-05

[오픈 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메시지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 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10대 무렵 고민이 많았고, 세상에서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나 세상에 왜 그토록 고통이 많은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고통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해서도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었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한 그는 중세 기사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 사이에 수많은 철학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찾는 진정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그의 친구 론이 소개해 준 명상법 즉 ‘코를 통해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10일 동안 명상법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관찰하면서 인간 일반에 대한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실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는 2000년부터 매일 2시간씩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한두 달 동안 긴 명상 여행을 했다.  그는 이를 현실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더 가까이 가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명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가 한 ‘위빠싸나’ 명상은 부처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수행이란 몸의 감각과 감각에 대한 정신적 반응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지속해서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기본 패턴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자기 관찰이라는 것은 쉬운 적이 없었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별생각 없이 매일을 살아가던 필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에 의하면 과거 파시즘, 공산주의, 자유주의 등 세 가지 이야기에 익숙해 있던  인류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파시즘을 물리쳤고, 20세기가 끝날 즈음에는 공산주의도 제어했다. 이렇게 자유주의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되는 듯 보였다. 그래서 민주적 정치와 인권, 시장, 자본주의가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 자유주의는 곤경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정보 기술과 생명 기술 분야의 쌍둥이 혁명이 일어나면서 자유주의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의 브랙시트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이 이를 증명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정신없이 빨리 변해가는 이때 우리는 자신과,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지금 태어나는 아이는 2050년이 되면 20대 후반이 된다. 그 때의 세상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과거에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서 부모는 많은 것을 따라가기조차 힘들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없다. 저자는 4C를 강조한다. 그것은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Communication) (의사소통) ▶협력(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을 말한다.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 해내야 할 것이다.     인간은 15세가 되면 자신을 발명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50세가 되면 안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가 15세 소년에게 하는 충고는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다. 어떤 어른이 알고리즘이나, 아마존, 정부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면 모르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알고, 어떤 이야기를 모르는지 모른다. 그리고 자유주의는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의 이야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변화를 주시하며,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메시지 제언 자유주의가 신뢰 동안 명상법 정신적 균형

2023-11-07

[문장으로 읽는 책] 균형이라는 삶의 기술

잘 사는 사람들, 즉 삶에 탁월한 사람은 좋은 성격을 가졌다. 이 사람들의 성격과 덕성은 모두 즐거움과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의 성격과 도덕적 덕성은 행동적인 동시에 감정적이다. 행동적이라는 것은 이론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성격과 덕성이 감정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대부분 감정의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이진우 『균형이라는 삶의 기술』   얼핏 도덕과 감정을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용문에 따르면 도덕의 기초는 감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좋은 감정교육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마땅히 기뻐해야 할 것에 기뻐하고, 마땅히 괴로워해야 할 것에 고통을 느끼도록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어야만 한다.”   철학자 이진우 포스텍 교수가 ‘철학이 곧 삶’이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삶의 지침을 찾은 책이다. “중도보다는 극단이 훨씬 더 매력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 특정한 정치 이념을 따르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물음조차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삶을 보지 못하는 이념은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든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옳다면 우리는 삶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사느냐가 성격을 결정짓는다.” “균형은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절묘한 거리다.” “미덕도 너무 오랫동안 정체되면 악덕이 된다.” 등에 밑줄 쳤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균형 기술 철학자 이진우 도덕적 덕성 대부분 감정

2023-05-17

올여름 골디락스 전망…노동시장 균형 근접

노동시장이 마침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여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여름을 앞두고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골디락스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니엘 자오 글래스도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증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정도가 아니어서 경제에 좋은 소식이었다”며 “노동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주 언급하는 균형에 매우 근접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최근 지표에서 고용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기업이 빈자리를 채우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또한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았다.   이는 결국 과열된 경제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3월 신규 고용은 3월 23만6000명 증가하며 직전 두 달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20만 명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연준이 아직 고물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시장이 서서히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 긍정적인 것으로 풀이됐다.   일자리 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지만 2022년 초만큼은 뜨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두 달간 채용공고가 약 130만 개 급감했다는 연방 노동통계국 채용공고 데이터가 있다”며 “이 속도라면 올여름에는 채용공고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정했다.골디락스 노동시장 올여름 골디락스 노동시장 균형 골디락스 환경

2023-04-16

[프리즘] 총과 공포의 균형

오래전 한국에서 막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미국 집들은 왜 담이 없어요?” 당시 LA에는 갱단의 신고식이 도시 괴담처럼 떠돌았다. 새 갱단원이 신고식으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끄고 가다 누군가 이를 알려주려 경적을 울리면 해코지한다는 것이었다. 한데 새 갱단원의 신고식에는 빈집털이도 있었다. ‘미국 집에는 왜 담이 없느냐’는 질문의 답은 빈집털이가 미국에선 갱단원 신고식이 되는 현실에 있다. ‘총을 갖고 있을지도 몰라.’ 이 불확실성 하나로 미국 집에는 담보다 더 높은 공포가 쳐져 있다.   최근 가주에서 중국계가 연이어 총기를 난사해 충격을 줬다. 아시안이 총기 난사를 하는 사건은 거의 없는 데다 이틀 새 연이어 발생했고 사망자가 많다는 면에서 충격이 극대화될 요소가 겹쳤다.   총기와 거리로 따지면 가장 멀리 있는 듯했던 아시안이 총기 난사를 연속 두 건 벌였다 해서 아시안이 집단으로 태도나 행동 양식을 바꿨다고 볼 수는 없다. 아시안이 어느 날 집단으로 ‘이제부터 화가 나면 총을 쏠 거야’ 다짐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저 우연이 겹쳤을 것이다. ‘아시안이 난사했다’보다는 ‘난사한 이가 아시안이었다’가 아닐까.   오히려 사건과 관련해 증오범죄와 연결해 생각해야 할 것은 아시안의 총기 소지 증가다. 2021년 7월 타임지는 전국사냥스포츠협회(NSSF)의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 상반기 아시안의 총기와 탄환 구매가 4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증오범죄가 작용이었다면 총기 구매 증가는 반작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총이 약자에게 더 효율적인 무기임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총을 갖는 순간 오랜 육체적 수련은 필요 없다. 사용법과 안전한 관리법만 익히면 육체적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다.   문제는 총을 꼭 나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처럼 치정이나 분노는 가장 흔한 방아쇠 역할을 한다.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며 총기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가 늘면 접촉 사고 확률이 늘듯 총기가 늘면 총격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아시안의 총기 소지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시안의 총기 사고나 범죄가 늘어날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것도 아시안 가정이나 커뮤니티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총기 구매의 가장 큰 동기는 공포다.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총기 판매가 느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경제활동 마비로 생계형 범죄가 늘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이 기간 총기 구매는 흑인 58%, 히스패닉 49%, 아시안 43% 순으로 증가했다.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애틀랜타 한인 스파 총격 사건도 아시안 여성, 특히 비즈니스 오너에게 적지 않은 공포를 주었을 것이다. 코로나 기간 총기 판매상 앞에 줄을 서 있던 한인 네일샵 업주는 총기 구매를 취재하던 중앙일보 기자에게 “여자만 있는 업소여서 범죄 대상이 되지 않을까 무서워서 권총을 산다”고 털어놓았다. 한인만 그런 건 아니다. 지난해 4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계 총기소유자협회의 크리스 청 이사는 아시안의 총기 구매 증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제2의 애틀랜타 스파 총기 난사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아시안은 이 질문을 하며 각성했다.”     아시안 대상 범죄 증가-아시안 총기 구매 증가가 ‘공포의 균형’을 가져오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기 구매는 공포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우발성 범죄를 늘렸다. 코로나 이후 총기회사가 아시안 등 소수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안 커뮤니티는 총기 구매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공포 균형 총기 구매 상반기 아시안 아시안 여성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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