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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우리가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고 또 주로 하는 인사말 중에는 “건강하세요!” 혹은 “행복하세요!”가 당연히 으뜸을 차지한다. 이는 누구나가 건강하고 싶고 또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 모두의 아주 자연스럽고도 처절한 바람과 마음, 그런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일상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행복의 요건들로 과연 무엇들을 우선 꼽을 수 있을까?   언젠가 차 안에서 무심코 듣게 되었던 라디오 방송 내용을 소개하자면, 그것은 바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순위’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이었다. 이제는 뭘 들어도 돌아보면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는데도, 이 행복 순위 목록만큼은 아직까지도 이상하리만큼 기억이 잘 난다! 아마도 이 주제가 매우 흥미롭기도 한데다 나 또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심정에서 일 거다.     미국 사람들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10가지 요인 중 첫째는 바로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양질의 포근한 수면이었다. 둘째는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였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였다. 이어서 넷째는 속이 아플 정도로 혹은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주 대차게 너무나 크게 웃어 젖히는 경우라고 한다. 때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저 얼빠진 바보처럼 흔쾌히 웃고 나면, 우울함이 줄어들고 기분까지도 왠지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섯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사이에 낀 팝콘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 10위 안에는 낯선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도 들어 있었다. 나 역시 이 목록에 100% 동의한다.     이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참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요인들이 얼마나 사소하면서도, 기본적인 생리와 본인 스스로의 감정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지가 매우 돋보인다. 또한 칭찬의 중요성이다. 빈말이라도 좋은 말, 즉 ‘칭찬’은 해서도, 들어서도 좋은 것이다. 나도 며칠 전에 어떤 아가씨의 손톱(예술)이 너무 예뻐서 칭찬해주었다. 그 아가씨는 ‘싱글벙글’ 너무 좋아했고 나에게 샘플도 듬뿍(!) 챙겨 주었다. 나도 역시 칭찬을 낯선 사람들에게 들어서 기분이 좋을 때가 참 많다. 얼마 전에는 한 신사분이 내 글씨체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서 온종일 무척 유쾌했고, 또 한 카페에서는 한 여성분이 내 운동화가 “너무 예쁘다!”며 “어디에서 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칭찬과 뜻밖의 관심들은 항상 나를 매우 ‘흐뭇하게’ 해준다. 이제는 유튜브 상에서 주로 짧은 요약본 위주로 영화를 접하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오래간만에 아주 감동적이면서 뇌리에 깊게 남는 영화인, 2023년 작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Society of the Snow)을 시청했다. 이 영화는 우루과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재난 이후, 인간의 처절한 생존의 모습을 2시간 24분 동안 아주 감명 깊게 잘 묘사하고 전달한다. 또한 인간 생존에 대한 ‘3개의 룰(rule)’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물론 환경과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는 3일, 그리고 음식 없이는 3주” 정도를 견딜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일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달콤하고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게 감사한 일인지를 또다시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서 맛있게 먹고 입을 벌려 깨끗한 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밝고 크게 ‘한 번 두 번’ 웃어보고 또 그날 그날 자신의 기분에 맞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에게 아무리 ‘빈 칭찬’이라도 해주도록 노력하자. 약간의 거짓이면 어떤가? 서로서로 상대방의 얼굴에 “웃음 진 미소”를 띄워보자. 우리 뇌는 너무나 다행히도 아주 잘 속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 의미 행복 순위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4-02-06

[아름다운 우리말] 나의 사전이 없다

‘나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나폴레옹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사전을 찾아보면 ‘불가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어릴 적에 순진하게 사전에서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말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사전이 없다.’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종이사전이 집에 없는 사람이 많고, 자기 사전이 없는 사람은 아마 대부분일 겁니다. 특히 사전이 있다고 해도 외국어 사전일 가능성이 많고, 국어사전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어사전이 있다고 해도 보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요. 인터넷으로 손쉽게 어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 사전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릴 때 저는 사전을 좋아했습니다. 사전에 있는 낱말의 설명이 재미있었고, 사전을 빨리 찾는 게 신이 났습니다. 사전 빨리 찾기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동생들과 집에서 서로 어휘를 부르면 몇 번에 어휘를 찾는가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사전 찾기 순서를 잘 알아야 하고, 어떤 어휘가 어디쯤 있는지 알아야 이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저는 그때 사전을 펼쳐서 한 번에 어휘를 찾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사전을 많이 봤다는 의미일 겁니다. 지금은 그때만큼 실력이 안 될 것 같습니다.     20대에 미국에서 1년 정도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빌딩을 청소하는 일이었는데 힘은 들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청소가 힘들지 않고, 어려운 일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것은 그때의 경험 덕분일 겁니다. 사무실을 청소하면서 놀란 것은 책상 위에 사전이 놓인 곳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어가 어휘도 많고, 비슷한 말이 많아서 사전을 찾는 것이 우리보다는 더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가까이 두고 늘 보면서 편지를 쓰고, 문서를 만드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요즘 저와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은 사전이 많습니다. 대략 500권 정도 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500권은 넘어 보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도 제가 가지고 있는 사전을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국어사전이 여러 종류 있습니다. 갈래사전이나 분류사전도 있고, 방언사전과 어원 사전, 고어 사전, 이두 사전도 여러 종류 있습니다. 문법 사전도 있고, 동의어 사전, 반의어 사전, 속담 사전, 고사성어 사전 등도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외국어 사전도 있습니다. 영어, 일어, 한자 사전이 여러 종류 있습니다.     좀 특이한 사전도 눈에 띕니다. 전에 샀던 드라비다어 사전, 아이누어 사전, 산스크리트어 사전, 라틴어 사전, 만주어 사전, 몽골어 사전 등이 보입니다. 시어 사전, 한국문화 상징 사전, 민족 생활어 사전, 야생 문화 사전, 언어학 사전, 응용언어학 사전, 국어학사전, 한국어교육학 사전, 영어교육 사전도 공부할 때 가까이해야 하는 사전들입니다. 교육학 사전도 여러 권짜리가 눈에 뜨입니다.     북한에서 나온 사전이나 중국 조선족 출판사에서 나온 사전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종종은 한국어 관련 사전을 북한이 더 자세하게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의성어, 의태어 사전은 공부에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사전도 세밀한 종류에 따라 사전이 많습니다. 유어(類語) 사전과 연어 사전이 몇 권씩 있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조선어 사전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단어 설명이 어떤 것은 논문 수준입니다. 이 밖에도 영어 어원사전, 일본어 어원사전 등도 여러 권씩 있네요. 저도 사전이 백 권은 넘겠네요.   최근 치매라는 단어를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전인 문세영 선생의 조선어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치매라는 단어가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말인데 우리가 아무 스스럼 없이 사용하기에 예전 사전으로 원 의미를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문세영 선생의 조선어 사전에는 치매를 한 단어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멍청이’. 우리 할아버지는 치매라는 말이 얼마나 나쁜 말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치매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전을 보는 게 즐겁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사전 교육학 사전도 한국어교육학 사전 조선어 사전

2023-12-10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말과 깨달음

저는 한국어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중에서도 주로 어휘와 사고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원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학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오늘은 제가 연구하는 분야 중에서 우리말과 깨달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말 어휘 몇 개와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생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요즘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 듣고 있는 수업도 처음에는 ‘우연찮게’ 듣게 되었습니다. 일본어 상급 독해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것인데,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어서 자유롭게 읽고 말할 수 있는 이 수업을 우연찮게 듣게 된 것입니다. 제가 계속 우연찮게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 말을 많은 한국 사람들은 우연히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대다수의 사람은 ‘우연찮게’를 ‘우연히’와 같은 단어로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정반대의 의미입니다. 우연찮게는 ‘우연이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연찮게’라는 말을 쓰는 모든 장면은 우연이 아닌 게 됩니다. 당연히 제가 일본어 수업을 듣게 된 것도, 여기에 오랜 기간 칼럼을 쓰고 있는 것도, 여러분께 오늘 이렇게 우리말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닌 겁니다. 필연입니다.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만남이 그렇습니다. 모두 우연찮게 만난 것이기에 소중합니다. 저는 우리가 우연찮게라는 말을 쓸 때마다 깨달음이 있기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반갑다’라는 단어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반갑다라는 말은 다른 말로 번역하기가 어려운 우리말입니다. 영어에서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번역하게 됩니다. ‘Nice to meet you’ 정도가 반갑다는 의미일 겁니다. 일본어에도 마땅한 표현이 없습니다. 굳이 일본어로 번역하면 ‘aeteureshii’ 정도일 겁니다. 그렇다면 반갑다라는 말은 한국인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언어에 없는 우리말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갑다는 ‘반’과 ‘갑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은 무슨 뜻일까요? 저는 반의 의미를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이 있는 단어로는 ‘반짝반짝’이 있습니다. 빛이 나는 것을 표현하는 의태어입니다. 반짝은 모음교체를 하면 ‘번쩍’과 관련이 있습니다. 번쩍의 ‘번’도 빛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이 빛의 의미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어에는 ‘번개’가 있습니다. 번개는 자연현상 중 빛이 나는 현상입니다. 소리는 ‘우레’라고 합니다. 한 단어를 더 이야기하자면 빛이 나는 벌레 ‘반딧불이’가 있습니다. 반디라고도 하는 벌레인데, 이 때 ‘반’이 빛이라는 의미이고 ‘디’가 벌레라는 뜻입니다. 진물이 나는 벌레는 ‘진디’입니다.   따라서 반갑다는 빛이 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내 모습에서 빛이 난다는 겁니다. 밝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기쁜 거죠. 저는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어두우면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말할 때 자신의 표정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 기쁘기 바랍니다. 그러면 반갑다는 말이 진심이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아름답다’라는 말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름답다의 ‘-답다’ 앞에는 주로 사람에 해당하는 표현이 옵니다. 그런데 중세국어를 살펴보니 아름의 의미가 나(私)의 의미로 나타납니다. 아름답다는 말은 어원적으로 보자면 나답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 않고 나의 가치만 발견해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말 깨달음 우리말 표현 우리말 어휘 한국어 교육학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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