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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말과 깨달음

저는 한국어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중에서도 주로 어휘와 사고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원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육학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오늘은 제가 연구하는 분야 중에서 우리말과 깨달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말 어휘 몇 개와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생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요즘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 듣고 있는 수업도 처음에는 ‘우연찮게’ 듣게 되었습니다. 일본어 상급 독해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것인데,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어서 자유롭게 읽고 말할 수 있는 이 수업을 우연찮게 듣게 된 것입니다. 제가 계속 우연찮게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 말을 많은 한국 사람들은 우연히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대다수의 사람은 ‘우연찮게’를 ‘우연히’와 같은 단어로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정반대의 의미입니다. 우연찮게는 ‘우연이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연찮게’라는 말을 쓰는 모든 장면은 우연이 아닌 게 됩니다. 당연히 제가 일본어 수업을 듣게 된 것도, 여기에 오랜 기간 칼럼을 쓰고 있는 것도, 여러분께 오늘 이렇게 우리말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닌 겁니다. 필연입니다.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만남이 그렇습니다. 모두 우연찮게 만난 것이기에 소중합니다. 저는 우리가 우연찮게라는 말을 쓸 때마다 깨달음이 있기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반갑다’라는 단어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반갑다라는 말은 다른 말로 번역하기가 어려운 우리말입니다. 영어에서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으로 번역하게 됩니다. ‘Nice to meet you’ 정도가 반갑다는 의미일 겁니다. 일본어에도 마땅한 표현이 없습니다. 굳이 일본어로 번역하면 ‘aeteureshii’ 정도일 겁니다. 그렇다면 반갑다라는 말은 한국인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언어에 없는 우리말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갑다는 ‘반’과 ‘갑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은 무슨 뜻일까요? 저는 반의 의미를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이 있는 단어로는 ‘반짝반짝’이 있습니다. 빛이 나는 것을 표현하는 의태어입니다. 반짝은 모음교체를 하면 ‘번쩍’과 관련이 있습니다. 번쩍의 ‘번’도 빛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번이 빛의 의미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어에는 ‘번개’가 있습니다. 번개는 자연현상 중 빛이 나는 현상입니다. 소리는 ‘우레’라고 합니다. 한 단어를 더 이야기하자면 빛이 나는 벌레 ‘반딧불이’가 있습니다. 반디라고도 하는 벌레인데, 이 때 ‘반’이 빛이라는 의미이고 ‘디’가 벌레라는 뜻입니다. 진물이 나는 벌레는 ‘진디’입니다.
 
따라서 반갑다는 빛이 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내 모습에서 빛이 난다는 겁니다. 밝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기쁜 거죠. 저는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어두우면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라고 말할 때 자신의 표정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 기쁘기 바랍니다. 그러면 반갑다는 말이 진심이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아름답다’라는 말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름답다의 ‘-답다’ 앞에는 주로 사람에 해당하는 표현이 옵니다. 그런데 중세국어를 살펴보니 아름의 의미가 나(私)의 의미로 나타납니다. 아름답다는 말은 어원적으로 보자면 나답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 않고 나의 가치만 발견해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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