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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국식 교육열’ 장점만 살리자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은 미국 한인 사회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이 엄청나게 큰 것이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이다. 한국에서 온 부모는 이런 문화와 가치관을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취재원에게서 들었던  ‘한국식 교육열의 대물림’이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한인 부모의 엄청난 교육열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국에서 방영된 한 시트콤 드라마에서 비한인 가정의 아버지는 놀기만 하던 자녀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자 “나도 코리안 부모가 된 기분”이라며 환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한인 부모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은 의아스럽지만, 막상 골칫거리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표를 받자 코리안 부모의 자부심을 떠올린 셈이다.   교육 중시의 문화는 한국은 물론 한인 사회의 경쟁력도 키운다. 한국이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실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만큼 압축성장을 일궜듯 한인 사회도 교육열 덕에 미국 사회에 빠르게 뿌리 내렸다.  120년 전 한인 이민 선조들은 사탕수수밭 노동자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2세 교육에는 모든 것을 바쳤다. 1960년대 제2의 이민 물결이 시작된 후 미국에 온 한인 1세대도 비슷하다. 그들은 악착같이 일하며 검소하게 살았지만 자녀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덕분에 한인 사회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영향력 있는 소수계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인 교육열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일부 대도시에서는 ‘한인 치맛바람’을 조명하는 기사도 종종 보도된다. 한 유학생 출신 부부는 “한국은 권위주의적 문화와 치열한 입시경쟁이 심하다. 우리 딸은 그것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미국에 남았는데 주변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나도 딸에게 공부만 강조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한인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은 부모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다. 한인 유치원 때부터 수학, 영어 등 선행 학습을 하고,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면 우수 학군을 찾는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학 입학을 위한 특별활동, 학원, 과외는 필수라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한인 청소년은 “한인 친구들은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다. 부모님이 우리 잘되라고, 성공하라고 지원을 해준다. 공부가 싫은 친구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의식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한인 학생은 “엄마, 아빠는 공부만 강조한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데…. 우리 마음이나 감정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인 가정의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삶의 우선순위가 공부라는 지나친 압박, 자녀의 의견 대신 부모의 생각과 관심사를 강요하는 상하관계의 양육방식,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다 너 잘되라고 이런다’는 책임 떠넘기기식 대화법 등은 세대 간 불화를 키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문제는 생각보다 커진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인가정상담소(KAFM), 아태가정상담소(APFC) 가정상담 전문가들은 한인 부모의 일방통행이 자녀의 우울증, 불안 및 분노 장애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녀 삶의 기준을 성적으로만 재단하지 말고, 하루 10분 만이라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라고 당부한다.       한국식 교육열의 장점은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인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헌신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들도 자녀를 훈육 대상이 아닌, 미국식 교육을 받은 동등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한국식 교육열 한국식 교육열 한인 교육열 한인 부모

2024-03-31

[베벌리힐스 맘-2] 베벌리힐스 판 3당4락

한국에서 3당4락은 흔히 입시에서 ‘3시간 자면 합격이고, 4시간 자면 불합격’이란 의미로 쓰였다. 미국의 부촌 베벌리힐스의 대표적인 품절남 '로버트 레이(Robert Rey.49)'는 스타급 성형외과 의사다. 품절남이란 이미 임자가 있어 품절된 아까운 남자란 뜻이다. 그는 의사들의 일상을 생생히 다룬 TV 프로그램 '닥터 90210'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명문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그의 인기에 한몫 했다. 마침 '베벌리힐스 맘' 2탄 기사를 준비하던 터에 그가 하버드대에 지원한 고등학생들을 면접보게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버드대는 지역에 사는 동문을 시켜 지원자를 인터뷰하는 절차가 있다. 닥터 레이를 포함한 베벌리힐스 학부모들도 자녀를 하버드대 같은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대)에 보내려 애쓴다. 그 내막이 어떤지 궁금했다. 지난 4일 오전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오는 로버트 레이와 아내 헤일리 레이(Hayley Rey.36)를 만났다. 1남1녀 딸 시드니(10).아들 로비(6)를 두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어바인.샌디에이고 같은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서 올해 23명이 하버드대에 붙었어요. 모두 성적이 뛰어나더군요." 그는 "자녀를 하버드대에 보내려는 베벌리힐스 엄마들의 '성적 올리기' 노력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1~2학년 과정에선 부모들도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3학년부터는 분위기가 바뀐다. 학부모들은 이때가 학업의 '기본기'가 형성되는 시기라고 본다. 여기서 떨어지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전후로 아이들을 다잡는 한국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ISEE)' 준비도 3학년부터 시킨다. 이러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준비하면 붙고 4학년이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베벌리힐스 판 '3당4락' 신드롬으로 불릴 만하다. 한국에서 3당4락은 흔히 대학 입시에서 '3시간 자면 합격이고 4시간 자면 불합격'이란 의미로 많이 쓰였다. ISEE 시험은 초등학교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ISEE 성적 분포를 보면 이유가 나온다. 응시자의 성적은 9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하다. 평균은 5등급이다. 다른 과외수업 없이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는 학생이 시험을 보면 7등급쯤을 받는다. 결국 응시자의 상위 4%만 9등급을 받는다. 그런데 명문 사립 중학교 지원자들은 대개 9등급 성적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높은 ISEE 성적을 얻기 위해 중학교 입시에서도 대입 수능시험(SAT)처럼 과외가 필요해진 것이다. 레이 부부를 포함해 학부모들은 "공부만 잘한다고 마음 놓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공부와 함께 '캐릭터 만들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수상 실적.학교 회장 같은 자녀들의 스펙(spec)을 키우려 공을 들이지만 베벌리힐스 역시 만만치 않다. 비슷비슷한 입시 지원자들 사이에서 튀어야 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체능 특기생에 선발되기 위해 학생들 시간표엔 테니스와 피아노 과외가 추가된다. 구체적으로 하버드대를 원하는 학생이라면 '리더십'에 가장 신경을 쓴다. 한곳에서 '회장'을 한 것이 10곳의 회원 활동보다 평가를 받는다. 레이는 "하버드대는 지금이라도 당장 강단 앞에 서서 위축되지 않고 청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연설을 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의 하버드대 지원자 인터뷰에서 만난 여학생을 예로 들었다. "장래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그가 물었다. 여학생은 로버트 레이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흔들림이 없었어요. 여성 대법관이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죠.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는 다른 예를 들었다. 아시아계 학생이었다. 성적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심했다. 레이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수줍어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하버드대에 가려면 그걸 극복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사립학교에 다니고 과외로 성적을 올린 학생은 하버드대 지원자 중엔 너무 많아요." 결국 어려웠던 레이의 유년 시절처럼 켜켜이 쌓은 '나만의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런 관점에서 베벌리힐스의 평범하고 부유한 삶은 어쩌면 명문대 진학의 '독(毒)'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엄마들의 걱정이 시작된다. 레이는 TV 쇼의 스타답게 청중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모두 테니스와 피아노를 특기로 적어 내요. 하지만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나 피아노 연주자가 되기 쉽나요. 난 아이에게 주짓수(K1 경기에 자주 등장하는 브라질 격투기)를 가르칠 거예요. 주짓수 고수가 되면 학교 레슬링 팀에 들어가기 쉬울 테니까요. 하하." '아메리칸 드림' 이룬 닥터 로버트 레이 갱이 될 뻔한 브라질 소년, 할리우드 의사로 거듭나 1974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 12세 소년이 모르몬교 선교사의 손을 잡았다. 소년은 부르짖었다. “미국에 가고 싶어요. 여기서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갱이 되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뿐이에요.” 불량배들과 어울리다 이미 두 차례나 감옥을 경험했던 소년. 그는 11세 때까지 침대에서 잔 적이 없었다. 술에 절어 살던 아버지는 가족을 먹여살릴 능력이 없었다. 소년은 망가진 집안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미국행 모험을 택했다. 모르몬 교도들은 그를 유타주에서 키웠다. 4년 뒤엔 브라질에서 엄마가 왔다. 엄마는 허드렛일을 하며 그의 학비를 댔다. UCLA 의대와 터프츠대 의대에서 공부했다. 하버드대에선 성형외과 펠로를 했다. 부와 명예를 쥘 수 있는 성형외과 의사는 브라질 소년들에겐 우상이다. 배우와 가수, 모델 등이 몰려 있는 ‘꿈의 도시’ 베벌리힐스에 성형외과를 열어 대성공을 거뒀다. 개업 의사이자 방송인인 로버트 레이의 영화 같은 인생 이야기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무기는 공부였다. 지금은 저택을 사자고 조르는 아내에게 대번에 ‘OK’를 외칠 만큼 돈을 잘 번다. 가슴 확대 수술과 미용 성형이 주 전공. 여배우들 사이에서 솜씨가 좋은 것으로 소문나면서 명성을 얻었다. 광고를 찍고,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유명 일간지에 기고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스릴러 영화 ‘세븐’의 의학 자문을 맡기도 했다. 2004년 성형수술을 다루는 리얼리티 쇼 ‘닥터 90210’에 고정 출연하면서 자신이 스타가 됐다. 베벌리힐스의 우편번호인 ‘90210’을 딴 이 쇼는 환자와 의사의 상담부터 수술 장면, 수술 전후 모습 비교까지 성형수술의 전 과정을 다룬다. 부인 헤일리(36)와 딸 시드니(10), 아들 로비(6)와 함께하는 일상생활도 쇼에 자주 등장해 레이 가족은 할리우드의 명사가 됐다. TV 스타답게 레이는 몸도 좋다. 네온 색깔의 튀는 상의 속엔 태권도로 잘 다져진 초콜릿 복근이 숨어 있다. 홈페이지에 검은띠를 차고 태권도 이단옆차기를 하는 사진도 띄워 놓았다. 브라질 무술 주짓수도 고수다. 그는 성공에 취해 폼만 재는 속물은 아니다. “장차 브라질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어서다. 김기정 기자

2010-05-31

베벌리힐스 맘의 ‘하버드 프로젝트’…'3당4락' 알아보니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ISEE)’ 준비도 3학년부터 시킨다. 이러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준비하면 붙고, 4학년이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베벌리힐스 판 ‘3당(當)4락(落)’ 신드롬으로 불릴 만하다. 한국에서 3당4락은 흔히 입시에서 ‘3시간 자면 합격이고, 4시간 자면 불합격’이란 의미로 쓰였다. 미국의 부촌 베벌리힐스의 대표적인 품절남 ‘로버트 레이(Robert Rey·49)’는 스타급 성형외과 의사다. 품절남이란 이미 임자가 있어 품절된 아까운 남자란 뜻이다. 그는 의사들의 일상을 생생히 다룬 TV 프로그램 ‘닥터 90210’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명문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그의 인기에 한몫 했다. 마침 ‘베벌리힐스 맘’ 2탄 기사를 준비하던 터에 그가 하버드대에 지원한 고등학생들을 면접보게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버드대는 지역에 사는 동문을 시켜 지원자를 인터뷰하는 절차가 있다. 닥터 레이를 포함한 베벌리힐스 학부모들도 자녀를 하버드대 같은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대)에 보내려 애쓴다. 그 내막이 어떤지 궁금했다. 지난 4일 오전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오는 로버트 레이와 아내 헤일리 레이(Hayley Rey·36)를 만났다. 1남1녀 딸 시드니(10)·아들 로비(6)를 두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어바인·샌디에이고 같은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서 올해 23명이 하버드대에 붙었어요. 모두 성적이 뛰어나더군요.” 그는 “자녀를 하버드대에 보내려는 베벌리힐스 엄마들의 ‘성적 올리기’ 노력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1~2학년 과정에선 부모들도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3학년부터는 분위기가 바뀐다. 학부모들은 이때가 학업의 ‘기본기’가 형성되는 시기라고 본다. 여기서 떨어지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전후로 아이들을 다잡는 한국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ISEE)’ 준비도 3학년부터 시킨다. 이러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준비하면 붙고, 4학년이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베벌리힐스 판 ‘3당4락’ 신드롬으로 불릴 만하다. 한국에서 3당4락은 흔히 대학 입시에서 ‘3시간 자면 합격이고, 4시간 자면 불합격’이란 의미로 많이 쓰였다. ISEE 시험은 초등학교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ISEE 성적 분포를 보면 이유가 나온다. 응시자의 성적은 9등급으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하다. 평균은 5등급이다. 다른 과외수업 없이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는 학생이 시험을 보면 7등급쯤을 받는다. 결국 응시자의 상위 4%만 9등급을 받는다. 그런데 명문 사립 중학교 지원자들은 대개 9등급 성적표를 갖고 있다. 따라서 높은 ISEE 성적을 얻기 위해 중학교 입시에서도 대입 수능시험(SAT)처럼 과외가 필요해진 것이다. 레이 부부를 포함해 학부모들은 “공부만 잘한다고 마음 놓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공부와 함께 ‘캐릭터 만들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수상 실적·학교 회장 같은 자녀들의 스펙(spec)을 키우려 공을 들이지만 베벌리힐스 역시 만만치 않다. 비슷비슷한 입시 지원자들 사이에서 튀어야 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체능 특기생에 선발되기 위해 학생들 시간표엔 테니스와 피아노 과외가 추가된다. 구체적으로 하버드대를 원하는 학생이라면 ‘리더십’에 가장 신경을 쓴다. 한곳에서 ‘회장’을 한 것이 10곳의 회원 활동보다 평가를 받는다. 레이는 “하버드대는 지금이라도 당장 강단 앞에 서서 위축되지 않고 청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연설을 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의 하버드대 지원자 인터뷰에서 만난 여학생을 예로 들었다. “장래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그가 물었다. 여학생은 로버트 레이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흔들림이 없었어요. 여성 대법관이 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죠.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는 다른 예를 들었다. 아시아계 학생이었다. 성적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심했다. 레이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수줍어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하버드대에 가려면 그걸 극복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사립학교에 다니고, 과외로 성적을 올린 학생은 하버드대 지원자 중엔 너무 많아요.” 결국 어려웠던 레이의 유년 시절처럼 켜켜이 쌓은 ‘나만의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런 관점에서 베벌리힐스의 평범하고 부유한 삶은 어쩌면 명문대 진학의 ‘독(毒)’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엄마들의 걱정이 시작된다. 레이는 TV 쇼의 스타답게 청중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모두 테니스와 피아노를 특기로 적어 내요. 하지만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나 피아노 연주자가 되기 쉽나요. 난 아이에게 주짓수(K1 경기에 자주 등장하는 브라질 격투기)를 가르칠 거예요. 주짓수 고수가 되면 학교 레슬링 팀에 들어가기 쉬울 테니까요. 하하.” LA중앙일보=김기정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 ‘아메리칸 드림’ 이룬 닥터 로버트 레이 갱이 될 뻔한 브라질 소년 할리우드 얼짱·몸짱 의사로 거듭나 1974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 12세 소년이 모르몬교 선교사의 손을 잡았다. 소년은 부르짖었다. “미국에 가고 싶어요. 여기서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갱이 되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뿐이에요.” 불량배들과 어울리다 이미 두 차례나 감옥을 경험했던 소년. 그는 11세 때까지 침대에서 잔 적이 없었다. 술에 절어 살던 아버지는 가족을 먹여살릴 능력이 없었다. 소년은 망가진 집안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미국행 모험을 택했다. 모르몬 교도들은 그를 유타주에서 키웠다. 4년 뒤엔 브라질에서 엄마가 왔다. 엄마는 허드렛일을 하며 그의 학비를 댔다. UCLA 의대와 터프츠대 의대에서 공부했다. 하버드대에선 성형외과 펠로를 했다. 부와 명예를 쥘 수 있는 성형외과 의사는 브라질 소년들에겐 우상이다. 배우와 가수, 모델 등이 몰려 있는 ‘꿈의 도시’ 베벌리힐스에 성형외과를 열어 대성공을 거뒀다. 개업 의사이자 방송인인 로버트 레이의 영화 같은 인생 이야기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무기는 공부였다. 지금은 저택을 사자고 조르는 아내에게 대번에 ‘OK’를 외칠 만큼 돈을 잘 번다. 가슴 확대 수술과 미용 성형이 주 전공. 여배우들 사이에서 솜씨가 좋은 것으로 소문나면서 명성을 얻었다. 광고를 찍고,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유명 일간지에 기고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스릴러 영화 ‘세븐’의 의학 자문을 맡기도 했다. 2004년 성형수술을 다루는 리얼리티 쇼 ‘닥터 90210’에 고정 출연하면서 자신이 스타가 됐다. 베벌리힐스의 우편번호인 ‘90210’을 딴 이 쇼는 환자와 의사의 상담부터 수술 장면, 수술 전후 모습 비교까지 성형수술의 전 과정을 다룬다. 부인 헤일리(36)와 딸 시드니(10), 아들 로비(6)와 함께하는 일상생활도 쇼에 자주 등장해 레이 가족은 할리우드의 명사가 됐다. TV 스타답게 레이는 몸도 좋다. 네온 색깔의 튀는 상의 속엔 태권도로 잘 다져진 초콜릿 복근이 숨어 있다. 홈페이지에 검은띠를 차고 태권도 이단옆차기를 하는 사진도 띄워 놓았다. 브라질 무술 주짓수도 고수다. 그는 성공에 취해 폼만 재는 속물은 아니다. “장차 브라질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어서다. ---------------------------------------------------------------------------- j 칵테일 >> 닥터 레이가 말하는 하버드대 공략법 3당4락에 울고 웃는다 ● 초등학교 3학년부터 사립 중학교 입시(ISEE) 준비 ● “4학년 때 시작하면 떨어진다” ● 1~2학년은 ‘인성교육’을 중시 ISEE 9등급 받기 ● 명문 사립중 입학 위한 보증서 ● 응시자 상위 4%만 최고 성적인 9등급 받아 공부 잘해도 과외 안 받으면 대개 7등급 ● ISEE로 과외시장도 팽창 캐릭터 만들기 ● “공부만 잘한다고 마음 못 놓는다” 테니스ㆍ피아노 과외 등 예체능 특기도 대비 ● 닥터 레이는 아이에게 브라질 격투기 ‘주짓수’ 가르칠 예정 “남들이 안하는 걸 해야 한다.” 리더십 훈련 ● 하버드가 중시하는 리더십 쌓으려 단체활동 “회장 1번이 평회원 10번보다 좋다” ● 당당함과 미래 포부에 대한 자신감 중요 ● 부유한 삶은 명문대 진학의 독( 毒) 될 수도 -하버드 응시자 중 부잣집 우등생은 수두룩 -플러스 알파(+α)의 리더십 보여줘야 ---------------------------------------------------------------------------- >> 베벌리힐스는 영화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에 인접해 있다. 1950년대에 유명 영화배우나 기업가가 이곳에 살기 시작하면서 고급 주택단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쇼핑을 하거나 유명 배우의 호화 주택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주변의 서점 등에 들르면 ‘스타들의 집(Star Maps)’이라는 지도를 살 수 있다. 이 지도에는 유명 배우나 가수의 집이 표시돼 있으나 정확도는 떨어진다.

2010-05-14

베벌리힐스 맘, 대치동 엄마들 빰치네… 대단한 자녀 교육열, 초등학교때부터 입시전쟁

미국의 부촌인 베벌리힐스. 여기서도 주택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베벌리파크엔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저택이 있다. 이 집에 얼마 전 사립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모였다. 이 학교엔 스탤론의 아이 말고도 배우 샤론 스톤과 리얼리티쇼 '닥터 90201'로 유명해진 성형외과 의사 로버트 레이 같은 걸출한 할리우드 스타와 유명 인사의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미국으로 유학 오는 한국 아이들이 늘자 이런 학교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대치동 뺨치는 베벌리힐스의 교육 열기를 들어 보려고 스탤론 집의 모임에 참가했던 에마 윌리엄스 부부와 지난달 28일 저녁을 먹었다. 에마의 남편은 유명 배우다. 한국에서도 히트 쳤던 TV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 스코필드(일명 석호필)를 괴롭힌 악덕 교도관 브래드 벨릭으로 출연한 웨이드 윌리엄스가 그의 신랑이다. "그 학교에 60명이 원서를 넣었는데 우리 딸을 포함해 4명만 붙었어요 글쎄." 에마가 입을 열었다. 스탤론의 딸도 합격했다. 에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에 합격 통지서를 받는 순간 날아갈 것 같았죠." 베벌리힐스 인근의 사립 초등학교들은 3월 말 봄방학을 앞둔 금요일에 일제히 합격 통지서를 보낸다. 그러나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불합격' 딱지를 받는 가정이 많다. 이 때문에 베벌리힐스에선 우울한 금요일 곧 블랙 프라이데이로 봄을 맞는다. 요즘 유명한 사립초교 입학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다는 서울 못지 않게 베버리힐스도 입시로 들썩이는 것이다. 에마의 사연도 '맹모삼천지교'를 연상케 한다. 그는 2008년 텍사스에서 LA로 이사 왔다. 남편의 촬영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동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에마도 다른 베벌리힐스 엄마들처럼 입시판에 뛰어 들었다.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사립학교는 초등학교라도 학비가 연간 2만 달러를 넘는다.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공립학교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 공교육이 문제다. "코네티컷 같은 곳이면 공립학교도 괜찮아요. 하지만 LA는…" 에마는 말을 끊었다. 사실 캘리포니아 주는 1960년대까지 전국 최고의 공립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50개 주에서 48등이다. 이 곳의 교육 전문가들은 1978년 예산을 대폭 깎은 게 공교육 몰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당시 정부의 예산 삭감은 세금 부담을 줄였기에 인기가 좋았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고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학부모들에겐 공교육의 질 저하라는 부메랑이 돌아왔다. 에마는 이사온 뒤 '입시 작전'에 돌입했다. LA는 사립 초등학교 들어가기가 대학보다 힘들다는 소리에 마음을 굳혔다. "불안한 마음에 아동 심리학자와 교육 컨설턴트를 고용했어요." 심리학자에겐 500달러를 내고 아이의 언어ㆍ수리 능력을 분석한 10쪽 짜리 보고서를 받았다. 이런 걸 내면 입학에 도움이 된다. 학교 고르기도 교육 컨설턴트가 도왔다. 비용은 300달러. 컨설턴트들은 사립 학교의 정보와 특징을 꿰차고 있다. LA의 영화배우와 스포츠 선수 같은 스타들이 주된 고객이다. 학교의 입학 사정관과 친분이 있는 컨설턴트는 '로비스트' 역할도 한다. 에마는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사립학교 6곳에 지원해 원하던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입학생 중엔 물론 한국인 자녀도 있었다. 한인마켓에서 사온 김치를 씹던 남편 웨이드 윌리엄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아무리 입학 사정관이라도 그렇지. 6살 짜리를 보고 구분이 되나. 한국 사립학교는 어떻게 학생을 뽑아요?" 미국에선 학생을 뽑을 때 학부모를 함께 인터뷰한다. 때문에 학부모가 '학교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왜 이 학교가 자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예상질문에 답변을 미리 생각해 간다. 할아버지의 직업까지 묻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드라마 캐스팅을 위해 여러번 인터뷰를 했지만 가장 긴장됐던 인터뷰가 뭔지 알아요? 바로 이번에 딸의 초등학교 입학 인터뷰였어요." 김기정 기자

201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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