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벌리힐스 맘, 대치동 엄마들 빰치네… 대단한 자녀 교육열, 초등학교때부터 입시전쟁
유명 사립초교, 대학 들어가기만큼 어려워
교육 컨설턴트 고용해 입학전략 세우기도
스탤론 등 스타들도 수시로 정보교환에 나서
미국으로 유학 오는 한국 아이들이 늘자 이런 학교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대치동 뺨치는 베벌리힐스의 교육 열기를 들어 보려고 스탤론 집의 모임에 참가했던 에마 윌리엄스 부부와 지난달 28일 저녁을 먹었다. 에마의 남편은 유명 배우다. 한국에서도 히트 쳤던 TV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 스코필드(일명 석호필)를 괴롭힌 악덕 교도관 브래드 벨릭으로 출연한 웨이드 윌리엄스가 그의 신랑이다.
"그 학교에 60명이 원서를 넣었는데 우리 딸을 포함해 4명만 붙었어요 글쎄." 에마가 입을 열었다. 스탤론의 딸도 합격했다. 에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에 합격 통지서를 받는 순간 날아갈 것 같았죠."
베벌리힐스 인근의 사립 초등학교들은 3월 말 봄방학을 앞둔 금요일에 일제히 합격 통지서를 보낸다. 그러나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불합격' 딱지를 받는 가정이 많다. 이 때문에 베벌리힐스에선 우울한 금요일 곧 블랙 프라이데이로 봄을 맞는다. 요즘 유명한 사립초교 입학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다는 서울 못지 않게 베버리힐스도 입시로 들썩이는 것이다.
에마의 사연도 '맹모삼천지교'를 연상케 한다. 그는 2008년 텍사스에서 LA로 이사 왔다. 남편의 촬영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동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에마도 다른 베벌리힐스 엄마들처럼 입시판에 뛰어 들었다.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사립학교는 초등학교라도 학비가 연간 2만 달러를 넘는다.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공립학교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
공교육이 문제다. "코네티컷 같은 곳이면 공립학교도 괜찮아요. 하지만 LA는…" 에마는 말을 끊었다. 사실 캘리포니아 주는 1960년대까지 전국 최고의 공립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50개 주에서 48등이다. 이 곳의 교육 전문가들은 1978년 예산을 대폭 깎은 게 공교육 몰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당시 정부의 예산 삭감은 세금 부담을 줄였기에 인기가 좋았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고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학부모들에겐 공교육의 질 저하라는 부메랑이 돌아왔다.
에마는 이사온 뒤 '입시 작전'에 돌입했다. LA는 사립 초등학교 들어가기가 대학보다 힘들다는 소리에 마음을 굳혔다. "불안한 마음에 아동 심리학자와 교육 컨설턴트를 고용했어요." 심리학자에겐 500달러를 내고 아이의 언어ㆍ수리 능력을 분석한 10쪽 짜리 보고서를 받았다. 이런 걸 내면 입학에 도움이 된다.
학교 고르기도 교육 컨설턴트가 도왔다. 비용은 300달러. 컨설턴트들은 사립 학교의 정보와 특징을 꿰차고 있다. LA의 영화배우와 스포츠 선수 같은 스타들이 주된 고객이다. 학교의 입학 사정관과 친분이 있는 컨설턴트는 '로비스트' 역할도 한다. 에마는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사립학교 6곳에 지원해 원하던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입학생 중엔 물론 한국인 자녀도 있었다.
한인마켓에서 사온 김치를 씹던 남편 웨이드 윌리엄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아무리 입학 사정관이라도 그렇지. 6살 짜리를 보고 구분이 되나. 한국 사립학교는 어떻게 학생을 뽑아요?"
미국에선 학생을 뽑을 때 학부모를 함께 인터뷰한다. 때문에 학부모가 '학교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왜 이 학교가 자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예상질문에 답변을 미리 생각해 간다. 할아버지의 직업까지 묻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드라마 캐스팅을 위해 여러번 인터뷰를 했지만 가장 긴장됐던 인터뷰가 뭔지 알아요? 바로 이번에 딸의 초등학교 입학 인터뷰였어요."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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