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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국식 교육열’ 장점만 살리자

김형재 사회부 차장

김형재 사회부 차장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은 미국 한인 사회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이 엄청나게 큰 것이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이다. 한국에서 온 부모는 이런 문화와 가치관을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취재원에게서 들었던  ‘한국식 교육열의 대물림’이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한인 부모의 엄청난 교육열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국에서 방영된 한 시트콤 드라마에서 비한인 가정의 아버지는 놀기만 하던 자녀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자 “나도 코리안 부모가 된 기분”이라며 환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한인 부모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은 의아스럽지만, 막상 골칫거리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표를 받자 코리안 부모의 자부심을 떠올린 셈이다.
 
교육 중시의 문화는 한국은 물론 한인 사회의 경쟁력도 키운다. 한국이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실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만큼 압축성장을 일궜듯 한인 사회도 교육열 덕에 미국 사회에 빠르게 뿌리 내렸다.  120년 전 한인 이민 선조들은 사탕수수밭 노동자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2세 교육에는 모든 것을 바쳤다. 1960년대 제2의 이민 물결이 시작된 후 미국에 온 한인 1세대도 비슷하다. 그들은 악착같이 일하며 검소하게 살았지만 자녀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덕분에 한인 사회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영향력 있는 소수계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인 교육열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일부 대도시에서는 ‘한인 치맛바람’을 조명하는 기사도 종종 보도된다. 한 유학생 출신 부부는 “한국은 권위주의적 문화와 치열한 입시경쟁이 심하다. 우리 딸은 그것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미국에 남았는데 주변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나도 딸에게 공부만 강조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한인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은 부모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다. 한인 유치원 때부터 수학, 영어 등 선행 학습을 하고,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면 우수 학군을 찾는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학 입학을 위한 특별활동, 학원, 과외는 필수라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한인 청소년은 “한인 친구들은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다. 부모님이 우리 잘되라고, 성공하라고 지원을 해준다. 공부가 싫은 친구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의식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한인 학생은 “엄마, 아빠는 공부만 강조한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데…. 우리 마음이나 감정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인 가정의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삶의 우선순위가 공부라는 지나친 압박, 자녀의 의견 대신 부모의 생각과 관심사를 강요하는 상하관계의 양육방식,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다 너 잘되라고 이런다’는 책임 떠넘기기식 대화법 등은 세대 간 불화를 키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문제는 생각보다 커진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인가정상담소(KAFM), 아태가정상담소(APFC) 가정상담 전문가들은 한인 부모의 일방통행이 자녀의 우울증, 불안 및 분노 장애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녀 삶의 기준을 성적으로만 재단하지 말고, 하루 10분 만이라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라고 당부한다.    
 
한국식 교육열의 장점은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인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헌신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들도 자녀를 훈육 대상이 아닌, 미국식 교육을 받은 동등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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